출연: 정재규 베드로 신부님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
○ 엎드려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
●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 길 없고
다만 들음으로써 믿음 든든해지오니
믿나이다, 천주 성자 말씀하신 모든 것을.
주님의 말씀보다 더 참된 진리 없나이다.
○ 십자가 위에서는 신성을 감추시고
여기서는 인성마저 아니 보이시나
저는 신성, 인성을 둘 다 믿어 고백하며
뉘우치던 저 강도의 기도 올리나이다.
● 토마스처럼 그 상처를 보지는 못하여도
저의 하느님이심을 믿어 의심 않사오니
언제나 주님을 더욱더 믿고
바라고 사랑하게 하소서.
○ 주님의 죽음을 기념하는 성사여,
사람에게 생명 주는 살아 있는 빵이여,
제 영혼 주님으로 살아가고
언제나 그 단맛을 느끼게 하소서.
● 사랑 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
더러운 저를 주님의 피로 씻어 주소서.
그 한 방울만으로도 온 세상을
모든 죄악에서 구해 내시리이다.
○ 예수님, 지금은 가려져 계시오나
이렇듯 애타게 간구하오니
언젠가 드러내실 주님 얼굴 마주 뵙고
주님 영광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 아멘.
보컬중심 MV ( 노래: 추준호 예레미야 )
순교자들의 도우심으로 탄생한 '성체 찬미가'
(뮤비 제작 비하인드, 긴 글 주의)
열일곱이다에서 지난 7월 17일 발표한 '성체 찬미가', 잘 들으셨는지요?
이 곡의 노랫말로 쓰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성체 찬미가(Adoro te Devote)는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절절한 사랑을 사람의 언어로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 기도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곡을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지만, 그중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체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팀은 매월 음원을 낼 때마다 꼭 뮤직비디오를 같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곡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곡 작업을 하면서,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어디에서 어떤 컨셉으로 찍을지 몇 명의 팀원들이 함께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촬영 장소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번 뮤비는 꼭 감실이 제대의 중앙에 있는 성당에서 찍자는 것이었지요.
정말 단순하지요? 이번 곡의 주인공인 성체를 모신 감실이 제대의 중앙에 있어야 영상으로 담을 때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성당을 찾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미리내 성지였습니다. 미리내 성지 안에 있는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당'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름다운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인데다 감실도 중앙에 모셔져 있으니, 우리가 찾던 바로 그런 성당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지 측에 연락을 드리고, 촬영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리내 성지에서의 촬영이 진행되기 며칠 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너무나 갑작스럽게도 머릿속에 이런 장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까만 밤, 몇 명의 조선시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어두컴컴한 산을 넘어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드디어 주님을 모실 수 있다고, 다 터져가는 발바닥으로, 목숨을 걸고 험한 산과 들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미사를 향하는 자신들의 발걸음이 혹여나 발각될까 두리번거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곧 성체를 영할 수 있다는 환희 어린 눈빛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2년에 달하는 곡 작업 기간 동안 숱하게 부르고 연습하면서도, 저는 부끄럽게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성체 한 번 모시겠다고, 너무나도 멀고 험한 산과 들을 헤치며, 발각되면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발걸음을 밤새 내달린 우리 신앙 선조들의 미련한 마음을 저는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자신의 온 존재인 몸과 피를 거저 주시는 예수님 앞에, 저는 저의 온 존재를 드리는 삶을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갑자기 떠오른 우리 신앙 선조들의 모습은 제가 지금까지 예수님의 성체를 어떻게 대했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주님께 아주 많이 죄송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이 곡을 작업하는 모든 과정을 우리의 신앙 선조들, 그중에서도 특히 순교 선조들께 맡기게 되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모두 순교 선조들께 의탁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자신의 온 존재를 바친 순교 선조들께 청했습니다. 저에게도, 이 곡을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에게도, 또 이 곡을 듣고 접할 모든 이들에게도 당신들의 미련함을 달라고, 미련하리만치 성체 예수님을 공경하고 사랑한 그 마음을 달라고, 너무나 편하게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이 시대의 신앙인들에게 어려움 속에서 꽃핀 당신들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이 곡의 작업 막바지에 비로소 이 노래를 목소리와 입이 아닌, 가슴으로 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곡은 우리 순교 선조들의 도우심으로 탄생한 것임을 고백합니다.
처음엔 성당이 예쁘다는 이유로, 우리가 찾는 모양의 성전이라는 이유로 미리내 성지에 연락했던 우리지만, 하느님께서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우리를 미리내 성지로 초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순교 선조들이 보인 신앙의 모범을 가슴 깊이 새기라고, 성체를 열렬히 사랑한 그 마음을 담아 가라고, 그렇게 우리를 미리내 성지로 부르셨습니다.
이 노래를 만드는 우리의 여정에 함께해 주신 순교 선조들께, 그리고 큰 도움을 주신 많은 은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온 존재를 내어주시는 사랑 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더욱 기쁘게, 더욱 열렬히, 더욱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성체 대전에 나아갑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노래: 추준호 예레미야
출연: 정재규 베드로 신부님(신소재 팀), 김지원 아녜스요안나, 추준호 예레미야 (수원교구 미리내 성지에서 촬영)
MV (2022.7.17) 발매
'성체 찬미가'는 가톨릭 생활성가 찬양크루 '열일곱이다'의 서른네 번째 음원입니다. '열일곱이다'는 2017년 제17회 cpbc 창작생활성가제에 출전한 11개 팀과 주님께 다양한 달란트를 받은 멤버들이 함께 활동하는 생활성가 찬양크루로, 매월 17일을 열일곱이day로 기념하여 새로운 성가 음원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1264년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 제정을 기념하여 다섯 개의 찬미가를 작성하는데, 이 곡은 그중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로 널리 알려진 '아도로 떼 데보떼(Adoro Te Devote)'를 '열일곱이다'의 스타일로 작곡한 성가입니다. 성체는 주님께서 누구에게나 베풀어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배반하는 이에게도, 두려움에 떠는 이에게도, 진실을 외면하는 이에게도 아무런 조건 없이 몸소 쪼개지고 떼어내어져 모두에게 나누어집니다. 우리는 성체와 마주하고 성체를 바라볼 때 비로소 거짓 없는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의 기쁨도, 나의 아픔도, 나의 부족함도, 나의 지나침도 모두 아시고 당신의 그 거룩한 몸과 피로 나를 깨끗하게 하시는 사랑의 주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청하며 이 노래를 봉헌합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마태 26,26)
* 공연섭외는 https://open.kakao.com/o/sDOHXd0c
악보요청 등 각종 문의는 seventeen171028@gmail.com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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