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기도

피조물의 노래- 성 프란치스코 (새들에게 설교/ Vladimir Feltsman, piano. 블라디미르 펠츠만 연주)

Skyblue fiat 2022. 10. 4. 03:33
 
 

음악 : 프란츠 리스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Franz Liszt (1811- 1886), Saint Francis of Assisi: Preaching to the Birds

 (Vladimir Feltsman, piano. 블라디미르 펠츠만)

 

새들에게 설교

‘우리의 형제인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을 찬양해야 합니다’
‘날아다닐 자유를 주셨고 고운 옷도 입혀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좋은 것을 많이 주시니, 창조주께서는 여러분을 무척 사랑하시는 것입니다’
‘내 형제들이여 하느님을 찬미하십시오’

 

 

 

피조물의 노래                      

                                          성 프란치스코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고 좋으신 하느님,
찬미와 영광과 영예와 모든 찬양이 당신의 것이옵고,

홀로 지극히 높으신 당신께만 이것들이 속함이 마땅하오니,
사람은 누구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조차 부당하나이다.

내 주님, 당신의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찬미를 받으시옵고,
그 중에도 각별히 형제 햇님과 더불어 찬미를 받으사이다.
햇님은 낮이옵고, 그로써 당신께서 저희를 비추시나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광채에 빛나는 햇님은,
지극히 높으시어, 당신의 모습을 지니나이다.

내 주님, 달 자매와 별들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옵소서.
빛맑고 보석같이 어여뿐 저들을 하늘에 마련하셨음이니이다.

내 주님, 바람 형제를 통하여
그리고 공기와 흐린 날씨와 개인 날씨와
모든 날씨를 통하여 찬미를 받으옵소서.
당신의 피조물들을 저들로써 떠받쳐 기르심이니이다.

내 주님, 쓰임새 많고 겸손하고 보배롭고 순결한 자매,
물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옵소서.

내 주님, 형제 불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그로써 당신은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형제 불은 아름답고 쾌활하고 씩씩하고 힘차나이다.

내 주님, 우리의 자매요 어머니인
땅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그는 우리를 기르고 다스리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온갖 과일을 낳아 주나이다.

내 주님, 당신 사랑 까닭에 용서하며,
병약함과 고난을 견디어 내는 이들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평화 안에서 이를 견디는 이들은 복되오니,
지극히 높으신 당신께 면류관을 받으리소이다.

내 주님,
우리 육체의 죽음 자매를 통하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살아있는 어느 사람도 이를 벗어날 수 없나이다.

대죄중에 죽는 이들에게 앙화인지고,
복되다 당신의 지극히 거룩한 뜻 안에서
죽음을 맞이할 이들이여,
두 번째 죽음이 저들을 해치지 못하리소이다.

내 주님, 찬미와 찬양을 받으시옵소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한껏 겸손을 다하여
주님을 섬길지어다.

 

 


 

 

그림으로 보는 프란치스코 성인

 

조토 디 본도네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 1297-1299, 프레스코화, 270x200cm, 성 프란치스코 성당, 아시시

 

르네상스 회화의 시작,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7-1337)

 

미술에서 프란치스코는 갈색 수도복에 허리띠를 맨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의 주요 상징은 오상(五傷) 이며, 그가 아끼던 십자가상과 함께 그려진다. 가장 오래된 프란치스코의 그림에는 그가 키가 작고 마른, 병약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또 트렌트 공의회 이후에는 해골 앞에서 참회하는 모습이나 명상에 잠긴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성 프란치스코의 일생을 담은 일련의 프레스코화 작품은 모두 28장면인데, 이중 25장면을 조토가 그렸다. 이 작품이 그중 하나로 성인이 새에게 설교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전설에 따르면, 베바냐 근처에서 새들이 설교를 듣기 위해 프란치스코 주변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프란치스코는 한 무리의 새들에게 다가가는데, 그의 접근에도 새들은 날아가지 않고 설교를 경청한다. 또 이 같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성인 뒤의 수도자의 모습이 생생하다. 특히 프란치스코 성인은 옆에 있는 수도자와는 달리 맨발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성인의 ‘청빈’을 강조한 표현으로 회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 그림을 그린 조토는 서양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중세 회화에서 탈피하여 르네상스 회화를 시작하는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조토의 새로운 시도는, 중세에는 배경에 주로 황금색을 사용했는데 반해 배경을 자연 그대로의 색, 하늘은 푸른색, 산은 초록색 등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 그림에서도 인물은 물론 하늘과 나무, 새들이 이전 시대에 비해 눈에 보이는 대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또 프란치스코 특유의 갈색 수도복의 주름 등에서도 사실성을 추구한 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원근감이 드러나지 않는 밋밋한 배경 표현은 아직 중세적인 취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려 준다.

 

내가 그림으로 만난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맨발로 새에게 설교를 하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의 재산, 또 아버지의 재산은 물론 신고 있었던 신발마저도 벗어버리고 거친 삼베옷을 입고 그리스도를 따랐다. 프란치스코가 이처럼 새에게 설교를 하고 또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것은 신발마저 벗어 던질 수 있는 그의 자유로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 정은진_폴리나

문학박사. 미술사가. 현재 이화여대 강사. 저서로는 『기쁨을 전하는 그림』(2003, 가톨릭출판사), 역서로는 『베네치아 미술』(2003, 시공사), 『미켈란젤로』(2006, 마로니 에북스), 『신약성서 명화를 만나다』(2006, 예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