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일
성 아우구스티노 자오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없음
부산 손삼석 보좌 주교 수품일
오늘 전례
▦ 오늘은 연중 제14주일입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께서는 작은 이들에게는 주님을 드러내 보이시고, 약한 이들에게는 주님의 나라를 약속하십니다. 우리도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과 자유와 기쁨으로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고,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을 널리 전하도록 합시다.
입당송 시편 48(47),10-11
하느님, 저희가 당신의 성전에서 당신의 자애를 생각하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찬양하는 소리, 당신 이름처럼 땅끝까지 울려 퍼지나이다. 당신 오른손에는 의로움이 넘치나이다.
< 대영광송>
본기도
하느님, 타락한 세상을 성자의 수난으로 다시 일으키셨으니, 저희에게 파스카의 기쁨을 주시어, 죄의 억압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즈카르야 예언자는 시온에게, 겸손하게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시어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실 임금님을 예고한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이고,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이라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우라고 하시며,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 <보라, 너의 임금님이 겸손한 모습으로 너에게 오신다.>
▥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9,9-10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9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승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10 그분은 에프라임에서 병거를,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시고 전쟁에서 쓰는 활을 꺾으시어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그분의 통치는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끝까지 이르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45(144),1-2.8-9.10-11.13ㄷㄹ-14(◎ 1 참조)
◎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하나이다.
○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당신을 높이 기리나이다.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하나이다.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
○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넘치시네.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시며, 그 자비 모든 조물 위에 내리시네. ◎
○ 주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노래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하나이다. ◎
○ 주님은 말씀마다 참되시고,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네. 넘어지는 누구라도 주님은 붙드시고, 꺾인 이는 누구라도 일으켜 세우시네. ◎
제2독서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9.11-13
형제 여러분, 9 하느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사시기만 하면, 여러분은 육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을 모시고 있지 않으면, 그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11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는 당신의 영을 통하여 여러분의 죽을 몸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12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13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마태 11,25 참조
◎ 알렐루야.
○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찬미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1,25-30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7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30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 신경>
보편 지향 기도 <각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형제 여러분,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을 살피시고, 휴식을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에게 필요한 은혜를 간절히 청합시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도움이신 주님, 교회의 사제들을 주님의 영으로 이끄시어,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를 거행하며 신자들에게 가르친 것을 스스로 실천하는 참된 지도자가 되게 하소서.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2.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일치의 주님, 남북 분단의 무거운 멍에와 짐을 지고 살아온 저희 겨레를 굽어보시어, 남북이 서로 화합하고 일치하여 모든 이가 바라는 참된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
3. 고통받는 이웃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온유하신 주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굽어살피시고 위로하시어, 그들이 주님의 안식을 누리고 이웃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4. 가정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말씀이신 주님, 작은 교회인 가정들을 이끌어 주시어, 모든 가정이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하며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
✛ 자비하신 주님, 철부지들에게 주님을 드러내 보이시니, 감사하며 청하는 자녀들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예물 기도
주님, 주님께 바치는 이 제사로 저희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영원한 생명에 날마다 더욱 가까이 나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
< 연중 주일 감사송: 185면 참조>
영성체송 시편 34(33),9 참조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
영성체 후 묵상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은 오히려 주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철부지 같은 우리에게 주님이신 예수님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합시다. 주님의 멍에는 편하고 주님의 짐은 가볍습니다. 사랑의 멍에와 짐을 기꺼이 지고 주님께 배워 안식을 얻읍시다.
<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성사의 큰 은혜를 가득히 받고 비오니, 구원의 은총을 풍부히 내리시어, 저희가 끝없이 주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하시며 안식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배경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방법이 예수님과 종교 지도자들 간에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제들이나 율법 학자들, 바리사이들이 하느님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하느님 계명을 완벽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였지요. 바로 이 점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계명만을 바라보다 보니 그만 계명 자체에 얽매이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식일 준수입니다.
유다인들은 안식일 규정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구약 시대에는 안식일을 맞아 일하지 않는 동안 속수무책으로 적에게 학살당하기도 하였습니다(2마카 5,25-26 참조).
안식일에는 불을 붙이거나 끄지도 못하고, 빵 굽기, 바느질마저 금지하였기에 가난한 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멍에였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이 어떤 분으로 보였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힘들고 무거운 율법의 멍에를 풀어 주신 것입니다.
지킬 수 없는 형식적인 계명 때문에 하느님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하느님을 돌려 주셨지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형식보다 근본정신을 강조하심으로써 하느님을 믿는 것을 참으로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제23시간
오후 3시 - 4시
돌아가신 후 창에 찔리시고 십자가에서 내려지신 예수님
═ 준비기도 ═
오, 저의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신 현존 안에 엎드려 사랑이 지극하신 성심께 간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24시간 동안 겪으신 고난의 묵상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소서.
그 때 당신께서는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의 흠숭하올 몸과 지극히 거룩하신 영혼으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기를 원하셨나이다.
이제 제가 ‘제( 23 )시간’을 묵상하는 동안 도움과 은총과 사랑과 당신을 동정하는 마음과
당신 수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
제가 묵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 시간들을 묵상하려는 의지를 봉헌하오며,
일과에 전념하거나 잠에 빠져 드는 때에도 이 지향으로 그들을 묵상하겠나이다.
오, 자비로우신 주님, 저의 이 사랑 깊은 지향을 받아들이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거룩하게 이미 실행한 것처럼, 저와 모든 이에게 유익이 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기도를 통하여 당신과 결합하도록 저를 불러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저는 더욱더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당신의 생각과 말씀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제 온 존재로 당신의 뜻과 사랑 안에 녹아들고자 하나이다.
이제 팔을 벌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시작하겠나이다.
제23시간
오후 3시 - 4시
돌아가신 후 창에 찔리시고 십자가에서 내려지신 예수님
1 돌아가신 저의 예수님, 당신의 마지막 숨 앞에서 온 자연계가 통곡하며 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애도하고, 당신을 그들의 창조주로 인정합니다.
수천수만의 천사들도 십자가 주변 상공을 감돌면서 당신의 죽음을 탄식합니다. 이들은 당신을 우리의 참 하느님으로 흠숭하면서 당신과 함께 저승으로 갑니다. 당신께서 저승으로 가시는 것은 여러 세기에 걸쳐 당신을 열망해온 수많은 영혼들에게 천상 지복을 주시려는 것입니다.
2 돌아가신 저의 예수님, 저는 당신 십자가에서 떨어져 있을 수 없고, 당신의 지극히 거룩한 상처들에 입 맞추고 또 입 맞추고 하는 것에 물릴 수도 없습니다.
이 상처들이, 당신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웅변으로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이 찢어진 당신의 끔찍한 상처들을 보면서 저도 곧 죽을 것만 같습니다!
3 제가 원하는 것은 이 상처들을 제 눈물로 씻을 수 있을 만큼 실컷 우는 것입니다. 제 사랑으로 당신을 완전히 치유해 드릴 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알아볼 수 없도록 망가진 당신 몸의 원래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 피로 당신의 텅 빈 혈관을 채우기 위하여 제 혈관을 여는 것, 그리하여 당신을 다시 살아나시게 하는 것입니다.
4 오, 저의 예수님, 사랑이 무엇을 할 수 없겠습니까? 사랑은 생명이니, 제 사랑으로 당신께 생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사랑이 충분하지 않으면 당신 사랑을 주십시오.
당신 사랑으로 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인성에 생명을 드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5 오, 저의 예수님, 당신은 돌아가신 뒤에도 저에 대한 사랑을 제게 보여 주시고 입증하시며, 당신 성심 안의 피난처 – 피신처를 제게 주십니다.
당신의 죽음을 확신한 한 군사가 지극히 높은 힘에 떼밀려, 창으로 당신의 심장을 찔러 깊은 상처를 내었고, 그러자 제 사랑이시여, 당신은 당신의 불타는 가슴에 품고 계셨던 피와 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내신 것입니다.
6 아, 사랑으로 열린 이 상처가 저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 주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입은 침묵을 지키시지만, 당신의 성심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얘야, 나는 모든 것을 내어 준 뒤, 이 창이 모든 영혼들에게 나의 이 성심 안의 피신처를 열어 주기를 바랐다.
7 이 성심은 이제 열려진 상태로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구원되기를 원한다면 이 안으로 들어오너라. 너희는 이 마음 안에서 거룩함을 찾아 얻고 성인들이 될 것이다. 환난 중에는 위로를 얻을 것이고, 약할 때에는 힘을, 회의를 느낄 때에는 평화를, 버림받음 속에서는 따뜻한 동반을 얻어 누릴 것이다.
8 그러니 오, 나를 사랑하는 영혼들아, 너희가 진실로 나를 사랑하고자 한다면, 와서 영원히 이 성심 안에 머물러 있어라. 여기에서 나를 사랑하기 위한 참사랑을 얻을 것이고, 너희를 사랑으로 태우며 완성할 열렬한 불꽃을 얻을 것이다.
9 모든 것이 이 성심 안에 집중되어 있으니, 여기에 성사들이 있고, 내 교회가 있고, 내 교회의 생명과 모든 영혼들의 생명이 있다.
또한 이 성심으로 나는 교회를 욕되게 하는 모독 행위들을 느끼고, 원수들의 음모와 그들이 쏘아대는 화살들과 억압받는 내 자녀들을 느낀다. 즉, 그런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다 느낀다.
10 그런즉, 얘야, 너는 이 성심 안에서 살면서 나를 수호하고, 내게 보상을 바치며, 모든 영혼들을 내 성심 안으로 데려오너라.’”
11 저의 사랑이시여, (한 군사의) 창이 저를 위해 당신 성심을 찔렀으니, 청하건대 당신께서는 당신 자신의 손으로 저의 마음과 애정과 갈망에, 말하자면 저 자신 전체에 상처를 내 주십시오.
그리하여 제 안에 당신의 사랑에 의한 상처가 없는 곳은 한군데도 없게 해 주십시오.
12 저는 모든 것을 우리 사랑하올 엄마의 처참한 고통과 일치시킵니다.
엄마는 당신의 심장이 창에 찔리는 것을 보시자 사랑과 고통으로 실신하셨지만, 이윽고 비둘기처럼 그 안으로 날아들어 첫 자리를 차지하시고, ‘최초의 보상자’, 당신 ‘성심의 여왕’, 당신과 피조물 사이의 ‘중재자’가 되셨습니다.
13 저도 제 엄마와 함께 당신 성심 안으로 날아들고자 합니다. 당신께서 받으시는 모든 모욕에 대해서 엄마가 어떻게 보상하시며 또 이 보상을 되풀이하시는지 그 음성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14 오, 저의 예수님, 저는 당신의 이 상처 입은 성심 안에서 제 생명을 다시 찾아내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을 언제나 당신 성심에서 끌어내겠습니다.
15 이제 저의 생각에는 생명을 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원한다면 제가 당신의 생명을 취하겠습니다. 저의 뜻도 이제부터는 생명이 없겠지만, 그래도 원한다면 제가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취하겠습니다.
저의 사랑도 더 이상은 생명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생명을 원한다면 제가 당신의 사랑을 취하겠습니다. 오, 제 예수님, 당신의 생명 전체가 저의 것입니다. - 이것이 당신의 뜻이고 또한 저의 뜻이기도 합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지시다
16 돌아가신 제 예수님, 당신의 제자들이 서둘러 당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껏 숨어 지내던 요셉과 니코데모가 용기를 내어 아무것도 겁내지 않고 당신을 안장(安葬)해 모시려고 합니다.
17 그들은 그래서 망치와 못뽑이를 들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못을 뽑는 거룩하고도 애처로운 일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혼이 (칼에) 꿰찔리신 당신 엄마(루카 2,35 참조)께서 그 모성적인 팔을 뻗쳐 당신을 무릎 위에 받아 안으실 것입니다.
18 저의 예수님, 당신의 제자들이 못을 뽑는 동안 저도 그들을 도와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을 지탱하고자 하오니, 그들이 당신에게서 뽑아낸 못으로 저를 당신께 완전히 박아 주십시오.
저는 당신의 거룩하신 어머니와 더불어 당신께 경배와 입맞춤을 드린 다음, 당신 성심 안에 저 자신을 가두고 다시는 결코 나가지 않으렵니다.
성찰과 실천
19 예수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돌아가신 후에도 창에 찔리기를 원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 우리는 모든 것 속에서 예수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는가, 아니면, 피조물에 대한 사랑 때문에, 또는 쾌락이나 우리 자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상처를 받는가?
20 내적이고도 외적인 추위와 어둠과 금욕 역시 주님께서 영혼에게 주시는 상처들이다. 그것들을 하느님의 손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고, 이 상처들은 욕정과 나약과 자만심을 - 요컨대 온갖 악을 증가시킨다.
21 그 반면 우리가 그것들을 예수님께서 주시는 상처들로 받아들인다면, 예수님께서 이 상처들 안에 당신의 사랑과 덕행 및 당신의 모습도 넣어 주시기에,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그분의 입맞춤과 어루만짐과 신적인 사랑의 모든 수완을 누릴만 하게 한다.
이 상처들이, 우리와 함께 계속 머무르지 않을 수 없도록 그분을 부르는 끊임없는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
22 오, 예수님, 당신을 찌른 창이, 제가 어떤 피조물에게서도 상처입지 않도록 지켜 주는 파수꾼이 되게 하소서.
☨☨☨
23 예수님은 (숨을 거두신 당신 몸이) 십자가에서 내려져 당신 엄마의 팔에 맡겨지게 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는 모든 두려움과 의심과 근심을 우리 엄마의 팔에 맡기는가? 예수님은 거룩하신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쉬셨다. 우리는 두려움과 걱정을 떨쳐 버리고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쉬시게 해 드리는가?
☨☨☨
24 엄마, 엄마의 모성적인 손으로, 예수님께서 제 안에서 쉬시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 마음에서 없애 주소서.
사랑하올 저의 예수님,
당신께서는 수난의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있도록 저를 부르셨나이다.
그리고 번민과 비탄에 잠겨 기도하시고 대속하시며 고난을 받으시고
더 없이 감동적이고 힘 있는 음성으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셨나이다.
저도 그 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이 하시는 대로 따라 하려고 했나이다.
이제 당신을 떠나 저의 일과로 돌아가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림을 마땅한 일로 여기나이다.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께서 저와 모든 사람을 위해 행하시고 겪으신
모든 것에 대하여 수 없이 감사하고 또 찬미 하나이다.
당신께서 흘리신 피 방울방울마다 당신의 숨과 심장 박동마다
모든 걸음과 눈길마다 참아 받으신 쓰라린 고통과 모욕마다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그러므로 오, 제 예수님, 그 모든 것 안에서 저의 ‘감사합니다.’와 ‘찬미합니다.’를
도장처럼 찍어 드리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를 가슴에 꼭 껴안아 주시고,
저의 작디작은 부분마다 지성하신 손으로 ‘네게 강복한다.’ 도장을 찍어 주시어,
오로지 당신을 향한 찬미가만이 제게서 끊임없이 솟아나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