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4권-41, 예수님의 성탄 광경을 보고 말씀을 듣다

Skyblue fiat 2016. 12. 24. 14:35

 

 

 

4권-41, 예수님의 성탄 광경을 보고 말씀을 듣다

 1900년 12월 25일

 

 

1. 평소와 같은 상태로 있다가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을 알고, 이리저리 좀 돌아다녔다. 나중에 어느 동굴에 이르러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아기 예수님을 낳으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굉장한 기적인지! 어머니와 아드님 두 분 다 지극히 순수한 빛에 휩싸여 그 빛으로 변화되신 것처럼 보였다.

 

2. 그 빛 속에서 나는 분명히 예수님의 인성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인성안에 신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인성이 마치 막처럼 신성을 감싸고 있어서 이 막을 찢으면 인간이라는 막에 싸이신 하느님을 뵐 수 있을 것이었다. 오, 이는 얼마나 기적 중의 기적인가! 하느님이며 사람이신분, 사람이며 하느님이신 분께서 성부와 성령을 떠나시지 않은 채 (왜냐하면, 그분의 사랑은 절대로 그분들과 갈라지게 하지 않으니까), 인간의 혈육을 취하시고 우리와 함께 계시려고 오셨으니 말이다!

 

3. 그런데, 그 복된 순간에 어머니와 아드님은 이를테면 영화(靈化)되신 것 같았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오신 것은 두 분 다 아무런 장애도 받으심 없이 흘러넘치는 극도의 사랑 속에 계실 때였다. 달리 말하자면, 지극히 거룩하신 두 분의 몸이 빛으로 변화되셨기 때문에, 어떤 방해도 받음 없이, 또 두 분 다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빛이신 예수님께서 빛이신 어머니 안에서 나오셨으며, 그 후에 자연적인 상태로 돌아가신 것이다.

 

4. 비록 베들레헴이 외딴 (동굴) 속이었지만, 그 복된 순간에 신성의 빛에 잠기신 아기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이 신적인 빛살 안에 온전히 빨려드신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대체 누가 묘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 요셉은 그 탄생의 자리가 아니라 동굴의 다른 쪽에서 그 심오한 신비에 온통 빨려든 것 같았다. 육안으로 이를 보지 못했지만 영안으로는 분명히 보았기에, 숭고한 황홀경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5. 아기께서 탄생하신 순간, 나는 그분께로 날아가 팔에 안고 싶었다. 그러나 천사들이 이를 만류하면서 가장 먼저 그분을 안는 영광은 어머니께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몸을 떠는 듯 하시며 황홀경에 깨어난 어머니께서 천사의 손에서 아드님을 받아 안으셨다. 그리고 뜨거운 사랑으로 어찌나 꼭 껴안으시는지 마치 아드님을 당신 태중에 도로 넣으시려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불타는 사랑을 주시려고 그분을 가슴에 안고 젖을 물리시는 것이었다.

 

6. 그 사이 나는 완전히 압도된 채, 천사들의 꾸중을 또다시 듣지 않으려고, 불러 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여왕께서 내게, “오너라. 와서 네가 사랑하는 분을 안아라. 너도 그분을 누리며 네 사랑을 나타내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어머니께로 다가가니 그분을 내 팔에 안겨 주셨는데, (그 순간의) 내 행복과 입맞춤과 포옹과 애정을 어떻게 다 말할지 모르겠다.

 

7. 나는 그렇게 내 사랑을 좀 표현한 후에 그분께 이렇게 여쭈었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께서는 우리 어머니의 젖을 빠셨으니, 제게도 조금 나누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8. 그러자 그분께서는 친절하게도 당신 입에서 내 입으로 그 젖의 일부를 흘려 넣어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사랑아, 나는 고통과 함께 잉태되었고 고통에로 태어났으며 고통 중에 죽었다. 나는 저들이 나를 못박은 세 개의 못을 써서 나를 사랑하기를 갈망하는 영혼들의 세 가지 능력을 곧 지성과 기억과 의지를 십자가에 못박으면서 그들 모두를 내게로 끌어당겼다. 죄가 거리낌없이 그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그들의 창조주로부터 멀리 흩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9. 그분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세상을 둘러보시고 그 비참 때문에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분의 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랑하올 아기시여, 이토록 기쁜 밤에,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당신 눈물로 슬프게 하시지 마십시오. 눈물 대신 우리 함께 노래를 시작하십시오.”

 

10. 그러면서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분은 울음을 그치셨다. 그리고 내가 첫 구절을 다 부르자 그분은 다음 구절을 부르셨는데, 어찌나 낭랑하고 아름다운 음성인지 그렇듯 감미로운 음성 앞에서 우리의 모든 소리는 깡그리 사라지는 것이었다.

 

11. 그 후에 나는 아기 예수님께 고해사제를 위하여, 내 친척들을 위하여, 마침내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를 바쳤다. 그분은 무슨 청이나 다 들어 주실 듯 양순해 보이셨다. 내가 그렇게 기도하고 하는 동안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도 내 몸속에 돌아와 있었다.

 

 

 

 

4권-42, 여왕이신 엄마와 성 요셉과 함께 계속 동굴 속에 머물며 경배하다

1900년 12월 26일

 

 

1. 나는 계속 거룩하신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온전히 몰입하여 이 아기가 하느님께 깊은 경배를 드리는 여왕이신 엄마와 성 요셉을 양쪽에 모시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아기 하느님의 끊임없는 현존이 엄마와 성 요셉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황홀 속에 잠겨 계시게 하는 것 같다.

 

2, 이분들이 그 외의 다른 무엇을 하신다면, 주님께서 그들 안에서 행하시는 기적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외적인 일에는 마음을 쓰지 못할 채 꼼짝없이 그대로 머물러 계셨을 것이다.

 

3. 나도 경배하고 나서 보니 나 자신의 몸 속에 돌아와 있었다.

 

 

16권-31,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성탄절이다.

하느님 뜻 안에서 끊임없이 죽는 죽음의 성격과 의미.

1923년 12월 26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몹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마치 너덜너덜 해어진 넝마 조각이 된 것 같았다. 너무 더러워서 예수님께서 질색을 하시며 제쳐 주신 듯한 넝마 말이다. 그런데 나의 내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2. “내 뜻 안에는 넝마 조각이란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생명 - 그것도 신적인 생명이다. 천 조각은 생명이 없기 때문에 너덜너덜 해어지고 더러워지지만, 스스로 생명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것에 생명을 주는 내 뜻 안에서는 영혼이 너덜너덜 해어질 위험이 없고, 더러워질 위험은 더더구나 없다.”

 

3. 그럼에도 나는 이 음성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편한 심기로 '예수님께서 내게 얼마나 멋진 성탄절을 보내게 하시는지, 원!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겠구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분께서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어서 말씀하셨다.

 

4. “딸아, 내 뜻을 실천하는 영혼에게는 어느 때나 늘 성탄절이다. 영혼이 내 뜻 안에 들어오면 그 행위 안에 내가 잉태된다. 그가 자신의 행위를 계속함에 따라 내가 내 삶을 산다. 그가 그 행위를 완료하면 내가 다시 살아나고, 그러면 그 영혼이 내 안에 잉태되어 나의 삶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그리고 나 자신의 행위들 안에 그가 다시 살아난다.

 

5. 그런데 성탄절이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것인지를 보아라. 그들은 일 년에 한 번 이때를 기하여 내 은총 안에 자리하게 준비하면서 자기들 안에 내가 태어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어떤 것을 느낀다. 그러나 내 뜻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순간이 늘 성탄절이다. 그의 행위 하나하나 안에 내가 늘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6. 너는 내가 네 안에 일 년에 한 번만 태어나기를 원하느냐? 아니다. 아니고말고! 내 뜻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탄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이 결코 중단되지 않는, 하나의 연속적 행위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덕행들과의 차이가, 그 헤아릴 수 없는 거리가 어디에 있겠느냐?”

 

7. 그 말씀을 듣고 더 괴로워진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 얼마나 맹랑한 상상인가! 이런 말씀이 들리는 것이 바로 나의 간교한 교만 때문이 아닐까? 오직 내 교만만이 이를 내게 암시할 수 있고, 하느님의 뜻에 관한 글을 이토록 많이 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은 착하고 겸손해서 아무것도 쓸 엄두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8. 그런 생각이 끓어오르자 너무 괴로워 심장이 뻐개지는 것 같았다. 아무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신을 딴 데로 돌리려고 기를 썼는데,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죽어가고 있음을 통감할 지경이었다! 내가 이런 상태에 있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에 대하여 더 말씀하시려는 듯 했으므로 나는 불쑥 “저의 예수님, 도와주십시오. 제 안에 얼마나 큰 교만이 있는지 보이시지 않습니까?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이 간교한 교만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할 뿐입니다.” 하였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내 딸아, 십자가와 비통과 고통이 영혼에게는 압착기와 같다. 포도 압착기는 포도를 눌러 으깨서 한쪽 통에는 즙을 받고 다른 쪽 통에는 껍질을 받는 데에 쓰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십자가와 고통은 영혼을 압착하여 교만과 자애심과 나쁜 격정 및 인간적인 모든 것을 그에게서 벗겨 내고 순수한 포도즙을, 곧 덕행들을 남겨 둔다. 그러면 내 덕행들이 스스로를 전달할 길을 얻기에, 눈같이 흰 화포(畵布)가 된 그 영혼 안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글자로 내 덕행들을 적어 넣는다.

 

10. 그런데 나는 내 뜻에 대한 진리를 너에게 알려 줄 때마다 이 진리들보다 먼저 십자가와 비통과 고통을 선행시키고, 드높은 진리일수록 더 심하고 강한 고통을 앞세운다. 그런데 네가 어찌 두려워할 수 있느냐? 내가 네 안에 사용한 것은 다름아닌 압착기의 압력이었다. 너에게서 인간적인 모든 것을 벗겨내기 위함이었다. 진리들이 인간적인 나쁜 격정의 껍데기들과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 너보다는 나에게 있어서 더 중대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11. 나는 그분께 "저의 예수님, 제가 이 말씀을 드리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당신 자신이 바로 제 두려움의 원인이십니다. 당신께서 저를 떠나시지 않는다면 - 당신께서 숨어 계시며 저에게서 당신 현존을 박탈하시지 않는다면, 제 안에 그런 두려움을 일으킬 것이 없을 것입니다.

 

12. 아! 예수님, 당신께서 저를 죽이셨습니다. 그것도 가혹하고 이중적인 죽음으로 죽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죽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 차라리 죽음을 겪으며 정말 죽을 수 있다면 저에게는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습니까! 아! 예수님, 말씀드리지만, 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저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시든지, 아니면 당신께서 저와 함께 남아 계시든지 둘 중 하나로 해 주십시오."

 

13.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는 동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두 팔로 나를 끌어안으셨는데, 두 손으로 뭔가를 감고 계시는 듯했고, 나는 압착기에 눌려 으스러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느꼈던 고통을 나로서는 말로 옮길 수 없다. 오직 그분만이 나에게 어떤 것을 겪게 하셨는지 아실 뿐이다.

 

14. 나중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내 뜻의 딸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아라. 내 지고한 뜻이 내 인성의 뜻에 얼마나 생명의 숨 하나도 부여하지 않았는지를 보아라. 내 인성은 거룩했으나 생명의 숨 하나도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15. 거룩하고 무한 무변하신 뜻이 압착기보다 더 강한 압력으로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이 뜻이 나의 모든 심장 박동과 말과 행위 등의 생명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내 작은 인간적 뜻은 심장이 뛸 때마다, 숨 쉴 때마다, 활동하고 말하는 등의 행위를 할 때마다 죽었다. - 사실상의 죽음을 체감하였다. 실제로 죽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6. 내가 내 인간적인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다만 끊임없이 죽이기 위해서였다. 이 뜻이 죽을 때마다 하느님 뜻의 생명으로 대치되었으니, 이는 내 인성에 큰 영예였고, 더없이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계속적인 죽음은 가장 크고 가장 혹독하며 가장 모질고 고통스러운 내 인성의 순교였다. 오! 나의 이 끊임없는 죽음 앞에서 내 수난의 고통은 얼마나 작은 것이 되는지!

 

17. 그런데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내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완전한 영광을 이룩할 수 있었다.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얼마 동안 죽음과 고통을 겪으며 어떤 큰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성인들과 선량한 이들과 다른 이들도 일하고 고통을 겪으며 죽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속적인 고통과 활동과 죽음이 아니었으므로 아버지께 완전한 영광이 될 수도, 모든 이에게 그 효과가 미칠 수 있는 속량이 될 수도 없었다.

 

18. 그런즉, 내 영원한 의지 안에 갓 태어난 딸아, 네 예수가 지금 너를 어디로 부르기를 원하고 있는지 보아라. 바로 내 거룩한 뜻의 압착기 밑이다. 내 인성이 받았던 것처럼 너의 뜻도 계속적인 죽음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내 뜻이 땅으로 와서 다스릴 새 시대를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피앗 볼룬타스 투아’를 하늘로부터 낚아채려면, 계속적인 행위와 고통과 죽음이 필요한 것이다.

 

19. 조심해라, 딸아, 다른 사람들을 보지 마라. 나의 다른 성인들이든 또는 그들에 대한 나의 행동 방식이든 그 무엇도 보지 마라. 그런 것에 눈을 주기 때문에 내가 너를 대하는 방식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더불어 내가 하고자 했던 것과 너와 더불어 하고 있는 일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20. 그분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을 취하셨다. 그리고 이마를 내 이마에 대시고 내 몸 위에 엎드리셨다. 나는 그분의 내리누르는 힘에 깔린 채 그분 뜻에 통째로 삼켜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