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21, 하느님의 빛 안에 흡수되는 빛
1906년 6월 20일
1. 심신이 매우 괴로운데다 열이 펄펄 끓는 몸으로 간밤을 보낸터라 불에 타서 사그라지는 느낌이었고 기력이 다하여 숨이 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분께서 오시지도 않으니 아무래도 못 견딜 노릇이었다.
2.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내가 나 자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느꼈고, 한없이 광대한 빛 안에 계신 우리 주님을 뵙게 되었는데, 나는 손발에 못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게다가 다른 때와는 달리 손발의 뼈마디 속에도 못이 파고들고 있었다.
3. 오, 얼마나 아프던지! 약간만 움직여도 그 못들에 사지가 찢기는 듯 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것이었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의지 안에 스스로를 맡긴 채 그 안에 잠겨 있었다. (이제까지) 이 의지로부터 고통 중에 지탱할 힘을 끌어내곤 했고 그래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정도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4. 하지만 나는 불타고 있었다. 저 못들이 불을 뿜어내는 듯 해서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다. 한데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그런 나를 보시며 기뻐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5. "딸아, 모든 것은 하나의 점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즉 하나의 불꽃이 되어야 한다. 이 불꽃이 여과와 압축과 두들겨 맞는 과정을 밟으면 거기에서 대단히 순수한 빛이 나온다. 이는 불이 탈 때 나오는 빛이 아니라 태양의 빛과 같은 것으로서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빛을 쏙 빼닮은 빛이다.
6. 이처럼 빛이 된 영혼은 하느님의 빛에서 멀리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나의 빛이 그 영혼을 자신 속으로 빨아들여 천국으로 데려간다. 그런즉 용기를 내어라.
7.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것은) 영혼과 육신의 완전한 못박힘이다. 불꽃으로부터 너의 빛이 이미 날아오르려고 하고 있고 그것을 빨아들이려고 내 빛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8.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 자신을 보니 내 안에 커다란 불꽃이 있었고, 여기에서 작은 빛이 나와 분리되면서 막 날아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누가 있어 그 나의 기쁨을 묘사할 수 있으랴! 이제 죽는다고 생각하자. 그리하여 내 유일하고 지고한 선이며 내 생명이고 내 중심이신 분과 언제나 함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하자, 미리 천국을 맛보는 느낌이었다.
7권-22, 예수님의 옷과 같은 종류의 옷
1906년 6월 22일
1. 점점 더 심해지는 고통 중에 머물러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긴 웃옷 하나를 보여 주셨다. 그것은 솔기가 없이 위에서 아래까지 통으로 짜서 단장한 옷이었는데 내 몸 위쪽에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이 옷을 쳐다보고 있을 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얘야, 이는 내 옷과 같은 종류의 옷이다. 네가 내 수난 고통을 받아 왔고 또 내가 너를 산 제물로 택했으므로 너에게 준 옷이다. 이것이 세상을 감싸 보호한다. 그리고 터진 데가 없이 통으로 짠 것이기에 그 보호를 받지 못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이를 악용하고 있어서 그 보호를 받을 자격을 잃은 채 하느님 진노의 중압에 눌리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옷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한다. 이 옷으로 말미암아 오래도록 억제되었던 내 정의를 가차없이 쏟아내기 위함이다."
3. 그 순간 내가 일전에 보았던 빛이 이 옷의 내부에 있는 것 같았는데 주님께서 이것도 저것도 다 당신 안에 빨아들이려고 기다리시는 것이었다.
7권-23, 산 제물의 상태로 계속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순명'
1906년 6월 23
1. 계속 몸이 아픈 상태로 있으면서 위에서 쓴 내용을 고해사제에게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극도로 허약해져서 말할 기운도 없었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였지만 그보다도 나를 옭아매는 어떤 명령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였다!
2.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일인즉, 다시 말해서 끊임없이 죽어 가며 사는 생활인 즉, 유일한 위로는 하느님 안에 다시 살기위해서 죽는 것이건만, '순명'이 잔인한 사형 집행자처럼 끊임없이 죽음을 겪게 하면서 나로 하여금 하느님 안에 영원히 살기보다는 여기에서 계속 살게 하는 것이다. 오, 순명이여, 그러니 그대는 얼마나 무섭도록 힘이 센지!
3. 과연 고해사제는 도저히 허락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순명'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내가 주님께 말씀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가 막힌 고통이든지! 그러니 내가 여느 때와 같은 상태에서 주님을 뵙고 있을 무렵, 신부님은 나를 죽지 않게 해 달라고 그분께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주님께서 신부님의 기도를 들으실 것이 두려워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러는 내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4. "딸아, 조용히 해야. 네 울음으로 나를 괴롭히지 말아라. 내가 너를 데려갈 이유는 충분히 있다.
세상을 벌하고 싶은데 너와 너의 고통을 보면 내 손이묶인 느낌이 드니 말이다. 그러나 너를 계속 지상에 잡아두려고 하는 고해사제의 태도 역시 옳다. 왜냐하면, 이 가련한 세상, 이 가련한 코라토의 처지를 볼 때,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5. 또한 사제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내가 너를 써서 때로는 직접적으로 그에 대해서 말하고 때로는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그를 나무라고, 어떤 때에는 그의 뒤를 밀어 주고, 어떤 때에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만류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불러 가면 그의 고통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6. 하지만 힘내어라. 사태가 지금처럼 돌아가는 한, 고해사제보다는 너의 원을 채워 주고 싶은 것이 나의 심경이고, 그의 뜻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가 몸소 알아서 할 일이니 말이다."
7. 그 뒤 나는 나 자신 속에 돌아와 있었다. 그러니 (신부님의 지시대로) "순명이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고 주님께 말씀드릴 겨를이 없었다. 하긴 그럴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신부님이 아까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으니 이미 다 알고 계실 듯한 것이다.
7권-24, 천국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
1906년 6월 24일
1. 위에서 쓴 바를 이야기하자 신부님을 화를 내셨다. '순명'이 허락하지 않으니 내가 주님께 이의를 제기하기를 강력히 원하셨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심기가 더욱 불편해지고 있었다. 복되신 예수님의 숱한 부재 - 거듭거듭 내 골수까지 태우곤 했던 이 부재에 대한 생각이 천국을 열망하게 했기 때문이다.
2. 그러니 사제의 명령에 대해 계속 투덜거리는 내 하찮은 인상이 생생하게 실감되었고 이것이 무슨 압착기에 짓눌리고 있는 느낌이어서 마음을 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3. 그때 주님께서 오셨는데 손에 빛이 나는 활을 들고 계셨다. 역시 빛이 나는 낫이 한 자루 나타나더니 복되신 예수님의 손에 들린 활을 베었다. 그렇게 베어진 활은 그리스도 안으로 빨려들었다. 그러자 그분은, 순명이 원치 않는다는 말씀을 드릴 틈도 주시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추셨다. 나는 깨달았다. 활은 내 영혼이고 낫은 죽음이라는 것을.
7권-25, 측은해하시며 입맞춤을 해 주시는 아기 예수님
1906년 6월 26일
1. 여전히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노라니 신부님이 오셔서 역시 같은 명령을 내리셨다. 그 뒤 아기 예수님이 오셨다. 사제의 명령에 대한 나의 고충을 털어놓았더니 나를 쓰다듬으며 측은해하시고 여러 번 입맞춤을 해 주셨다.
2. 이 입맞춤으로 내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셨으므로 나 자신의 몸 안으로 돌아왔을 때 내 인성이 강화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이는 하느님만이 아실 아픔이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인 까닭이다.
3. 이런 명령을 주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빛을 주시기를 바랄 따름이다. 주님께서 나를 용서해 주시기를! 괴로운 나머지 지나친 말을 내뱉고 있나 보다.
7권-26, 고통으로 만든 아름다운 반지
1906년 7월 2일
1. 고통은 계속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나 평소와 같은 상태로 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시 오셔서 "딸아, 정말이지 나는 너를 데려가고 싶다. 이 세상과의 관계를 끊고 싶으니 말이다." 하셨다.
2. 그분께서 내 마음을 떠보시려는 듯 했지만 나는 나를 데려가시는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응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순명을 거스르는 것이 되는 데다가 이 세상 사람들이 측은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3. 그러자 그분께서 당신 손을 보여 주셨는데, 흰 보석이 박힌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손가락에 끼고 계셨다. 보석에 조롱조롱 달린 수많은 작은 금고리들이 보석과 어우러지면서 우리 주님의 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반지였다. 그것을 계속 보여 주셨으니 그토록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4. "네가 나를 위해서 이걸 만들었다. 최근 며칠 동안의 고통으로 말이지. 나도 너를 위해서 더 아름다운 것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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