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92, 하느님안에서 사는 것이야말로 참된 덕행이다.
1900년7월9일
1. 같은 상태가 계속되는데, 어쩌면 한층 더 악화된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예수님께서는 그림자나 번갯불처럼 잠시 모습을 보여 주시지만 늘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 아침의 나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잠으로 말미암아 고뇌와 무감각의 절정에 달해 있었다.
2. 그때 예수님께서 오시더니 지체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힘내어라. 진실로 나의 소유가 된 영혼은 하느님을 위해서 살 뿐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살아야 한다. 너도 내 안에서 살려고 힘써라. 그러면 내 안에서 모든 덕행을 담는 그릇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덕행들 가운데를 거닐면서 그들의 향기를 만끽하며 자라나리니, 네가 다만 빛과 천상 향기만을 내뿜게 될 것이다. 내 안에서 사는 것이야 말로 참된 덕행이다. 이것이 영혼에게 하느님과 같은 형상을 부여하고 하느님 안에 거처를 잡게 하며, 하느님과 같은 덕행들을 지니도록 영혼을 변화시켜 이를 양식으로 살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3. 이 말씀을 하신 후 그분께서는 번쩍 하는 섬광처럼 사라지셨다. 그래서 내 영혼은 그 섬광을 따라가느라고 몸 바깥으로 빠져나갔지만, 그분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셔서 다시는 뵐 수 없었다. 나는 다만 큰 피해를 가져올 무서운 우박과 불을 일으킬 번개와 또 다른 것들이 닥치고 있는 것을 보며 괴로워했을 뿐이다.
4. 그런 다음, 전보다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내가 다시 몸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권-93, 하느님을 위해서 사는 것과 하느님 안에서 사는 것의 차이
1900년 7월 10일
1. (어제와) 같이 어리둥절한 상태로 있노라니, 예수님께서 또 번갯불이 번쩍하듯 나타나셔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다. 그것은 어제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 곧 영혼은 하느님을 위해서 살 뿐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내가 미처 다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2. 그러므로, 복되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위해서 사는 것과 하느님 안에서 사는 것의 차이를 다시 말씀해 주셨다.
3. "영혼이 하느님을 위해서 살 때면, 마음이 흔들리거나 쓰라리거나 항구하지 못할 수가 있고 격정들의 무게를 느끼거나 세속적인 일에 말려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영혼이 하느님 안에서 살 때면 그런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아니고말고! 그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4. 왜냐하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안에서 산다고 말하려면, 여기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생각을 자기의 것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말씨나 기호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그 자신의 뜻을 버리고 상대방의 뜻을 자기의 것으로 삼기도 해야 한다.
5. 마찬가지로, 영혼이 하느님의 신성 안에서 살며 여기에 거처를 잡고자 한다면, 자기에게 속한 모든 것을 떠나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격정들도 버려야 한다. 요컨대,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얻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6. 그런데, 영혼이 다만 헐벗었을 뿐만 아니라 바싹 말라 가늘어지기도 했을 때라야 내 마음의 좁은 문으로 들어올 수 있고, 내 안에서 나의 길을 따라 내 생명으로 살 수 있다. 사실 내 마음은 지극히 넓어서 경계를 초월하는 무한한 것이지만, 그 문은 매우 좁아서 모든 것을 벗어버린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지극히 거룩하기 때문에 이 거룩함과 전혀 다른 것은 무엇이든지 내 안에서 살도록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딸아, 힘써 내 안에서 살아라. 그러면 너는 때가 오기 전에 미리 천국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7. 하느님 안에서 사는 것에 대해서 내가 깨달은 바를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분께서는 위와 같이 말씀하신 후 사라지셨고, 나는 전과 같은 상태로 남아 있게 되었다.
3권-94, "가엾은 내 자녀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1900년 7월 11일
1. 당혹스러운 상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늘 아침 영성체를 한 후에 온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노라니,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허겁지겁 달려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게, “딸아, 나의 격노를 좀 진정시켜 다오. 그렇지 않으면...”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2. 나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어떻게 해야 당신의 노여움이 풀리겠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그분께서 “나의 고통을 너 자신 안으로 불러들이면 이 격노가 풀릴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3. 그때 예수님께서 빛살 한 줄기를 보내시어 고해사제를 부르시는 것처럼 보였고, 그러자 그는 즉시 나로 하여금 십자가 고통을 받게 하려는 것 같았다. 우리 복되신 주님께서 사제와 이 의향에 지체 없이 동의하셨으므로, 나는 수많은 고통 중에 있게 되었는데, 얼마나 아픈지 영혼이 몸을 떠날 것만 같았다. 이제는 죽는구나 싶어진 나는 예수님께서 내 영혼을 받아들이시리라고 생각하고 기쁨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때 "이젠 그만!" 하고 외치면서 나를 다시 내 몸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신부님이 보였다.
4. 그러자 예수님께서 “'순명'이 너를 부르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안 됩니다, 주님! 저는 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하였다. "너는 날더러 어쩌라는 거냐? '순명'이 계속 너를 부르고 있다고 하지 않느냐?”
5. 그러니 이 새로운 '순명'은 더 이상의 고통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내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 이제는 (영원한) 항구에 도달했구나 싶어졌건만, 다시 지상의 나그네길을 계속 가도록 나를 밀어제쳤으니 말이다!
6. 나중에, 내가 다시 고통 중에 있을 때에 (그러나 죽음을 느낄 정도로 심한 고통은 아니었다).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딸아, 네가 오늘 나의 격노를 부수지 않았다면 - 그것이 넘쳐흐를 지경이 되었으니까 - 나는 식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멸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해사제가 나의 고통을 네 안에 불러들이며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의 (간청도) 전혀 존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징벌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때때로 나의 분노가 끓어오를 때에 네가 그것을 가라앉힐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많은 징벌을 내리곤 했겠느냐!"
7.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그분은 몹시 피로해 보이셨는데, 당신 자녀들을 측은해하시며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 자녀들아, 가엾은 내 자녀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8. 그런데, 놀랍게도, 그분께서 내게 알려 주신 바에 의하면, 그렇게 좀 진정된 후에도 그분의 분노는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하여 계속 징벌을 내리실 것이며, 앞에서 말한 것은 단지 그분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다루지 않게 하는 데나 소용될 것이다.
9. -오, 주님,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친히 “내 자녀들”이라고 부르시는 저희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3권-95 이미 결정된 징벌
1. 저 무감각한 수면 상태에 잠겨 있지 않은 채 며칠을 지낸 것 같다.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의 기력을 좀 회복시켜 주시고 나도 그렇게 했지만, 오! 그분께서 나를 다시 그 깊은 잠 속으로 던져 넣으실까 봐 여간 두렵지 않다!
2. 그런데, 오늘 아침, (그분께서는 입에서 흘러내리는 젖을 내 안에 부어 넣으시어 나의 원기를 회복시켜 주시고, 나는 그분의 머리에서 가시관을 벗겨 내 머리에 씌움으로써 그분의 원기를 회복시켜 드린 후에), 그분께서 몹시 가슴 아파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징벌은 이미 결정되었다. 남은 것은 다만 그 시행 시기를 정하는 일뿐이다."
3권-96, 온 존재가 예수님의 뜻에 묶이다.
1900년 7월 16일
1. 내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아침에 오시지를 않더니, 오래 기다린 끝에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평화이니, 가장 좋은 방법은 너 자신을 다시 내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설사 네가 징벌이 내려지는 것을 보더라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평화롭게 있을 것이다."
2. "오, 주님, 주님께서는 언제나 징벌 이야기로 돌아가십니다. 일단 노여움을 가라 앉히시고 다시는 어떤 징벌도 보내지 마십시오. 이 점에 있어서는 당신 뜻에 저 자신을 맡길 수가 없습니다." 하고 내가 말씀드리자 그분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3. "나는 노여움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네가 만일 발가벗은 사람을 본다면, 그런데 이 사람이 벌거숭이의 몸을 가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보석으로 치장한 채 돌아다닌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
4. “그런 사람을 보면 소름이 끼칠 터이니 틀림없이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여길 것입니다."하고 내가 대답하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5.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도 아무런 덕행의 옷을 입지 않은 영혼들도 그와 같다. 그러므로, 그들이 자신 안으로 한 번 더 들어가서 자기네 영혼의 헐벗음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내가 그들을 치고 매로 때리며 곤궁을 겪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들을 덕행과 은총으로 옷 입히는 것은 몸에 옷을 걸치게 하는 것보다도 더 긴요한 일이다. 그들이 영혼을 흉하게 망가뜨려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는데도 내가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네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간주한 사람처럼) 몸에 달 장신구나 염두에 두는 격이 될 것이고,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인 영혼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않는 셈이 될 것이다."
6. 그 뒤에 그분께서는 손에 끈을 하나 들고 계시다가 이 끈을 내 목에 돌려 뒷덜미에서 묶고, 다른 쪽 끝으로 당신 목에도 묶으시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나의 심장과 손도 묶으셨다. 이리하여 내 온 존재가 그분 뜻에 묶인 것 같았는데, 일단 그렇게 하시고 나자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3권-97, 예수님께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게 해 드리다.
1900년 7월 17일
1. 여느 때와 달리 영성체 후에 복되신 예수님을 뵙지 못했다. 오래도록 기다린 끝에 나 자신이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으며 (마침내) 그분을 뵙게 되었다.
2. 그분께서는 나를 보시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안에서 좀 쉬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참을 수 없으니 부디 이 고통을 좀 없애 주려무나."
3. 나는 그러시는 그분을 만족시켜 드리려고 지체 없이 팔을 벌려 껴안았다. 그리고 그분의 어깨에 깊은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보기만 해도 안쓰러움과 끔찍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상처였다. 그런데, 잠시 쉬시고 나자 그토록 짧은 휴식에도 상처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깨끗이 나은 것이었다.
4. 그러므로, 놀라움과 경탄을 금치 못한 나는 고통에서 벗어난 그분을 뵈면서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씀드렸다. "복되신 주님, 제 변변찮은 마음은 당신께서 이제 저를 사랑하시지 않을까 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격노가 계속되는 것 같건만, 당신께서는 여느 때처럼 제게 오시질 않고, 그 쓴 물을 제 안에 부어 넣어 주시지 않으며, 제 보물을, 곧 고통을 더 이상 주시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이를 거절하시는 것은 저를 거절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제발 제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십시오! 저를 사랑하신다고 말씀해 주시고 확언해 주시며 맹세해 주십시오! 그래도 여전히 저를 사랑하시는 것입니까?"
5. 그러자 그분께서는, "그럼, 그럼. 사랑하고말고!" 하고 말씀하셨다.
6.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반문하였다. "제가 어떻게 그것을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한 사람을 참으로 사랑하면 그가 원하는 것을 다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당신께 사람들을 벌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당신은 벌하시고, 당신의 쓴 물을 부어 넣어 달라고 해도 부어주시지 않고, 오히려 이번에는 먼 앞날까지 징벌을 내리기로 작정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제가 매달릴 수 있는 당신 사랑의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7. 그분께서는 "딸아, 너는 내가 내리는 징벌의 수만 헤아리고, 내리지 않고 그만둔 징벌의 수는 고려에 넣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특별한 사랑으로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았다면, 엄청 더 많은 징벌이 내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훨씬 더 많은 파괴가 일어났을 터이고, 훨씬 더 많은 피가 흘렀을 것이다!" 하셨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은 시체들이 즐비한 어떤 곳으로 가시려는 것 같았다. 나도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분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유감스럽게도 나는 다시 몸속으로 돌아와 있었다.
3권-98, 인간을 덮쳐 자멸하게 하는 죄들
1900년 7월 18일
1. 보통 때와 같은 상태로 있었는데 별안간 내 마음 속에 흠숭하올 예수님이 매우 슬퍼하시는 모습으로 보였고, 때를 같이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죄를 짓고 있는 광경도 보였다. 이 죄들이 내 쪽으로 몰여오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속에 계신 사랑하올 주님께 상처를 입히려고 드는 것이었다.
2.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들을 물리치자, 바로 그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죄들이 사람들을 덮쳐 자멸을 초래하면서 그 사람들 위에 갖가지 재앙이 되어 떨어지니, 더없이 완고한 마음들마저 무서워 떨게 할 정도였다.
3. 그러자 비탄에 잠기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인간은 얼마나 분별이 없느냐! 내게 상처를 입히려고 들다가 그들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를 해치니 말이다"
3권-99, 괴로움의 바다
1900년 7월 19일
1. 밤새도록 기다리고 또 오늘 오전 시간 대부분을 기다렸지만 흠숭하올 예수님은 오시지 않았다. 기다림에 지쳐서 나는 평상시의 처지를 벗어나려고 해 보았다. 이것이 더 이상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조바심을 치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마음 안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어렴풋한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말없이 나를 보고 계셨다.
2. 나는 안달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좋으신 예수님, 당신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잔인하십니까! 한 영혼을 사랑이라는 무자비한 폭군의 먹이가 되도록 버려 두어 끊임없는 고뇌 속에서 살게 하시다니, 이보다 더한 잔인함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 당신은 연민에서 폭군으로 바뀌셨습니다!"
3. 이 말씀을 드리고 있노라니, 눈앞에 수많은 사람들의 손발이 절단된 것이 보이기에 나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오, 주님! 손발이 잘려나간 시체들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쓰라림이며 고통입니까! 잘려나간 이 손발의 수만큼 저의 몸을 절단하여 당신 (정의를) 채우셨다면 훨씬 덜 잔인하지 않았겠습니까? 이렇듯 많은 사람들보다 단지 한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보시는 것이 덜 괴롭지 않았겠습니까?
4. 내가 그렇게 주절거리는 동안, 예수님께서는 마치 감동하신 것처럼 줄곧 나를 뚫어져라 보고 계셨다.
(감동이 아니라, 언짢은 마음이 드신 것지도 모르겠지만).
5. 그러나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6. 이 말씀을 하신 다음 그분은 나를 괴로움의 바다 속에 남겨 두신 채 달아나셨다. 그러니 더 이상 뵐 수가 없었다.
3권-100, 정화의 필요성
1900년 7월 21일
1. 너무 졸려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아무것도 지각(知覺)하지 못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영성체를 했는데, 이미 나 자신이 몸 바깥에 나와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나의 가장 크고 하나뿐인 선이신 분이 보이지 않기에 혼미한 상태로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내 팔에 누군가가 안겨 있는 것 같았지만 베일에 싸여 있어서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참다못해 베일을 찢고 보았더니 열망해 마지 않았던 예수님 - 나의 전부이신 그분이었다.
2. 그분을 뵙자 불평이든 허튼소리든 냅다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예수님께서 내 조바심과 헛소리를 진정시키시려고 이 하찮은 인간에게 입맞춤을 해 주셨다. 그 거룩하신 입술이 닿자 내 안에 생명과 평온함이 흘러 들어오면서 나의 조바심을 가라앉혀 주었기 때문에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3. 그리하여, 나의 모든 비참은 잊어버리고 (많기도 많건마는!) 저 가련한 사람들이 기억나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부디 진정하십시오! 저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잔혹한 학살을 당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저와 함께 가셔서, 통탄할 처지에 있는 저 그리스도인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십시다."
4.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너를 데려가고 싶지 않다. 가슴이 미어지는 그 학살의 광경을 너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터이니 말이다"
5. "오, 주님, 어찌하여 그런 일을 허락하십니까?" 하고 내가 부르짖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어느 지역이든지 반드시 정화될 필요가 있다. 내가 씨앗을 뿌린 밭에 잡초와 가시덤불이 무성하여 나무가 될 정도로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시나무들은 오염된 유독한 물만을 내 밭 속으로 끌어당길 뿐이다. 옥수수와 같은 곡류의 이삭 중 일부는 아직 오염되지 않았지만 가시에 찔리는 데다 밭의 독기만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다른 이삭이 돋아날 수 없다.
7. 첫째로 땅이 그렇게 다수의 유독한 식물들 차지가 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계속 찔러대는 가시 때문에 평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다지도 많은 독초들을 뿌리째 뽑기 위하여 학살이 필요하고, 오염된 유독한 물을 내 밭에서 씻어내기 위하여 유혈의 참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너는 시작부터 슬퍼하지 말아라. 정화는 내가 이미 징벌을 내린 지역뿐만 아니라 어디든지 다 필요하니 말이다."
8.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내 마음은 얼마나 놀라움과 무서움에 사로잡혔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가서 보고 싶다고 한 번 더 우겼으나 예수님을 들은 체도 하시지 않고 사라지셨다. 홀로 남은 나는 그분을 찾아 나셨다. 그렇지만 천사들이 도로 돌아가라고 막는가 하면 연옥 영혼들도 막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나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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