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1권-31~35)신비적 혼인을 준비시켜 주시다

Skyblue fiat 2014. 6. 15. 21:28

 

1권-31, 예수님께서 약속대로 당신과의 신비적 혼인을 준비시켜 주시다

 

1. 그때부터, 어지신 예수님께서는 이미 약속하신 대로 당신과의 신비로운 혼인을 내게 준비시키는 일에만 매달리셨다. 평소보다 더 자주 나를 찾아오심으로써 그렇게 하셨는데, 마음이 내키시는 대로 하루에 세 번이나 네 번, 또는 더 여러 번 찾아오실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쉴새없이 드나들곤 하셨다. 는 마치, 장차 배필이 될 사람을 언제나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찾아오곤 하는 연인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니 당신 마음을 열어 보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2. “보아라, 나는 너를 너무도 사랑하니까 찾아오지 않을 수가 없다. 네가 나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으며 혼자 있을 것을 생각하면, 네 곁으로 와서 너를 보며 속을 털어놓기 전에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또한 너한테 필요한 무엇이 없는지 어떤지 보려고 온 것이다.”

 

3.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내 머리를 들어올리고 베개를 바로잡아 주시는가 하면, 손으로 내 목을 감아 안고 몇 번이나 거듭해서 입을 맞춰 주시기도 했다. 때가 여름이었으므로 그 후덥지근한 더위를 식혀 주시려고 당신의 지극히 감미로운 입으로 숨을 내쉬어 더없이 시원하게 해 주시거나, 혹은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거나 드시고 - 이를테면 내가 덮고 있는 홑이불 자락이라든가- 부채질을 해 주시면서, “어떠냐? 이제 기분이 더 좋아졌지?” 하고 묻기도 하시는 것이었다.

 

4.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사랑하올 예수님, 아시다시피,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셔 주시면, 어떤 모양으로 계시든지, 저는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5. 특히, 고해사제가 저녁녘에 오는 날은 계속적인 고통으로 나는 탈진 상태가 되어 있곤 했는데, 이를 보신 예수님께서는 다가오셔서 당신 입에서 내 입으로 밀크 같은 음료를 흘러 넣어 주시거나, 아니면 내 입을 당신의 거룩한 옆구리에 붙여 주시어, 여기에서 강물처럼 흐르는 감미로움과 힘을 빨아 마시게 하셨다.

 

6. 이는 나로 하여금 천국의 복락을 미리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지복(至福) 상태에 잠긴 나를 보시면서 말할 수 없이 다정한 음성으로,

나는 너의 전부가 되고 싶단다. 나 자신이 친히, 네 영혼과 마찬가지로

네 육신도 먹일 음식으로 변화됨으로써 말이지.” 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7. 사실, 그 특별하고 수많은 천상적 은총들을 받은 후에, 천상적 사랑에 관해서 내가 체험한 모든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그 모든 것을 있었던 그대로 다 말해야 한다면, 사람들을 너무 지루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이고, 고해사제에게도 그 모든 이야기를 다 듣게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영혼이 그의 감미로운 정배이신 예수님의 뜻 안에 정진함으로써 하느님을 온전히 소유하게 되는 상태에 대해서, 대충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만 간략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겠다.

 

8. 영혼이 그런 상태에 이르면 자연히 열렬한 마음이 되어 예수님께 부르짖게 되는 것이다.

“오, 예수님의 영과 통교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감미로운 일입니까!” 반면에, 영혼은 괴로움에 싸여 이렇게 부르짖게 되는 때도 있다. “오, 고난 당하시며 쓰라림에 잠겨 계신 예수님께서 내게 쏟아 부어 주신 이 아픔과 비통과 고통은 아무래도 너무 쓰라리고 혹독합니다!”

 

9. 그런데, 만일 그러한 기쁨과 고통이 나란히 함께 있지 않으면, 사랑과 속죄와 보상의 참된 산 제물이 된 영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몸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고, 영은 자기 하느님의 영과 결합하려고 서둘러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10. 따라서, 그토록 강렬한 기쁨과 고통을 한꺼번에 맛본 나는 주님께서 나를 버리신 듯한 순간에는 의당 한탄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그분께서 몇 시간 동안 내게서 숨어 버리시곤 했는데, 그럴 때면 죽는 것 같은 괴로움에 잠겼고 그분을 못 뵌 지 백 년은 좋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투정하곤 하였다.

 

11. “오 거룩한 정배시여, 어찌하여 이리도 오래 기다리게 하시나이까? 당신 없이는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시나이까? 부디 오셔서 위로해 주십시오. 적어도 모습만이라도 뵙게 해 주십시오. 제게는 당신의 현존이 빛이요 힘이며 모든 것임을 모르시나이까!”

 

12. 또 다른 때에는 두어 시간만 예수님을 뵙지 못해도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지난 것 같아서 애간장이 녹는 것 같았고, 온통 눈물 범벅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분께서 나타나셔서 측은해 하시며 눈물을 닦아 주셨고, 꼭 껴안고 입맞춰 주시기도 하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만 울어라. 보아라, 이제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느냐?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려무나.”

 

13. 그래서 나는 그분께, “저는 주님밖에는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오래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해 주시면 그만 울겠습니다. 오 좋으신 예수님, 제가 당신을 불러도 당신은 금방 오시지 않고, 따라서 당신의 감미로운 현존에 의해 위로와 힘과 격려를 얻지 못할 때면, 기다린다는 것이 제게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일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고 말씀드렸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래, 그래, 네 원대로 해 주마.” 하시더니 즉시 모습을 감추시는 것이었다.

 

15. 또 어떤 날은 내가 다시 속을 태우며 제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시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을 때, 그분께서는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16. “이제부터는 정말이지 무슨 일에서나 너를 기쁘게 해 주마.

네가 내 마음을 얼마나 세게 끌어당기는지 네 원대로 해 주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지.

지금까지 나는 너를 외부 세계에서 빼내어 나 자신을 네게 나타내 보였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나를 따라다니도록 네 영혼을 끌어내고자 한다. 이와 같이 하면

너는 나를 더 가까이서 따를 수 있고 나의 현존을 누리며 내게 더 바짝 붙어있게 되고,

나는 종전까지 너에게 보여 준 적이 없었던 모든 일을 나타내 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1권-32, 발현을 통해 본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인성의 신적 아름다움

 

1. 내가 (예수님의 아픔과 고통, 자상하신 사랑이 그대로 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침상에만 머무르는) 항구적인 산 제물이 된 지 석 달쯤 된 어느 날 아침, 그분은 열여덟 살 가량의 매우 잘 생기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던지! 물결치듯 구불구불한 금발이 이마 양쪽 옆으로 드리워져 있었는데, 이는 마치 그분 머리 속의 생각과 마음 속의 애정이 함께 엮여 굽이치며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2. 그분의 이마는 매끈하면서도 넓었는데, 이를테면 매우 투명한 크리스털을 통과하듯이 이마를 통하여 무한한 지혜가 천상 평화의 변함 없는 질서로 굽이굽이 펼쳐지는 그분 정신의 내면비치는 것 같았다. 이를 보면서 지극히 매혹적인 예수님의 현존 안에 잠겨 있노라니, 나의 정신과 마음이 한가지로 얼마나 고요해지는지, 나를 성가시게 하던 격정들이 완전히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3. 오, 이처럼 아름다운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없는 평화가 영혼 안에 흘러 들어온다면, 하물며 그분의 신성을 보며 소유한다면 대관절 어떠하겠는가?

내 생각에는 영혼이 완전히 고요하고 더없이 겸손하며 예수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 속에 있지 않으면, 그분을 이처럼 아름답게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주 가벼운 동요(動搖)의 숨결 하나에도 예수님은 그 영혼에게서 모습을 감추시기 때문이다.

 

4. 그러나 영혼이 내적으로 동요하는 일이 없는 고요와 평화를 체험할 때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난과 치열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예수님의 모습을 언제나 한결같이 마음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도 그 영혼 안에 당신의 쾌적한 안식처를 찾으시게 된다. 이는 마음이 산란한 사람들은 그분께 드릴 수 없는 안식처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분께 시선을 모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칠 줄 모르고 경탄하며 외치곤 하였다.

 

5. “오, 더없이 순수한 빛을 발하는 그분의 해맑은 눈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빛은 그러나 햇빛과는 다르다. 해를 응시하면 눈을 다치지만 예수님의 빛은 그렇지 않다. 해보다 더 밝은 빛이건만, 그 찬란한 광채를 힘들이지 않고 응시할 수 있고 그래도 눈이 멀지 않는다. 그 반대로 눈이 더 튼튼해지는 것을 느낀다. 예수님의 눈동자 - 이 짙은 푸른 색 눈동자를 보는 사람은 그 신비롭고 놀라운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듯 시선을 거둘 수 없어진다.

 

6. 그러니 예수님께서 나를 바라보시면 그 딱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나로 하여금 나 자신 밖으로 달려나가서 그분을 따라가게 하실 수 있다. 모든 길을 지나, 골짜기와 들판과 산들을 통하여, 하늘 끝 가장 먼 데까지 땅 속 가장 깊은 데까지 갈 수 있게 하시는 것이다. 과연, 예수님의 눈길은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그분으로 변화시키실 수 있으며, 무어라 표현할 길 없는 어떤 거룩함을 나 자신의 내부로 느끼게 하실 수 있다!”

 


7. 그래서 몇 번이나 이런 탄성이 터지기도 하였다.

“지극히 아름다우신 예수님! 오 저의 전부이신 분! 이와 같이 잠시 동안만 당신을 뵙고 있어도 제 영혼에 큰 평화가 넘쳐흐르고, 평화로 말미암아 강물이나 바다처럼 큰 아픔과 비통과 순교의 고통과 더없이 굴욕적인 고통들을, 항상 평화와 비통이 섞여 있음에도 온전히 평온한 마음으로 견딜 수 있어진다면, 비통이 섞여 있지 않은 마음으로 천국의 지극히 복된 빛 속에 계시는 당신을 뵙는 것은 대체 어떤 일이겠습니까?”

 

8. 더군다나 예수님의 흠숭하올 얼굴의 아름다움을 누가 제대로 묘사할 수 있겠는가?

살갗은 아름다운 장밋빛이 은은히 감도는 눈(雪) 색이고, 자줏빛을 띤 뺨은 지극히 엄위로우면서도 거룩하신 모습 안에 그분 인성의 위대성을 알아보게 하므로, 두려움존경심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신뢰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사람들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뢰와 비교해 보면, 흡사 검은 색과 흰색, 혹은 이 세상에서 가장 쓴 것과 가장 단 것 사이의 차이와도 같다.

 

9. 달리 말하자면, 어떤 인간에 대한 신뢰는 예수님께서 내 안에 불어넣어 주시는 신뢰에 비하면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예수님께서 영혼 안에 부어 주시는 신뢰가 그분의 거룩하신 얼굴에 나타나 있다. 지극히 엄위로우면서도 매우 자애로우신 얼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0. 이 자애로움은 너무나 강력한 인력(引力)을 지니고 있어서, 영혼은 예수님께서 자기를 기쁘게 맞아 주신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할 수 없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피조물이 불타는 사랑으로 돌아와 당신 팔에 안기기만 하면, 그가 얼마나 추하고 죄투성이인 인간이든지 결코 물리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11. 다음으로, 그분의 코와 입과 입술 모양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황금색 눈썹이 시작되는 곳에서 코끝까지 섬세하게 뻗어 내려오면서 부드럽게 넓어지는 그분의 코는 그 우아함으로 거룩하신 얼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분홍빛 얇은 입술로 무척 감미로운 미소를 지으시는 그분의 입은 작은 편이며, 온화하면서도 자비가 넘치는 모습이어서, 말씀을 하시려고 입을 여실 때면,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무엇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지상적인 모든 말을 아득히 능가하는 말씀임을 알기 때문이다.

 

12. 그분의 음성만 들어도 낙원의 즐거움과 행복을 짐작할 수 있으니, 참으로 아름답고 천상적인 것의 유출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이어서 은총의 소리에 가장 고집스럽게 대적해 온 인간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다. 정말이지, 내 사랑하올 그분의 음성은 얼마나 부드럽게 파고드는 음성인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순간에는 영혼을 더없이 생생하고 뜨거운 애정으로 불타게 하여 황홀경에 들게 하기도 한다.

 

13.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누가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너무나 큰 기쁨을 주는 음성이기에, 세상의 모든 기쁨들은 예수님께로부터 나오는 단 한마디 말씀만 가지고 비교해 보아도 허무 외의 아무것도 아닐 터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 모든 기쁨들을 몽땅 합쳐보아도 예수님의 감미로운 음성에 비하면 비참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음성에는 가장 위대한 기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말씀의 발화(發話)와 동시에 소기(所期: 마음속으로 기대한 바)의 효력을 그 영혼 안에 낳는 것이다.

 

14. 과연 예수님의 입은 아름답지만, 말씀을 하실 때면 매우 반짝이며 한결같이 고른 치아가 보이면서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매력이 넘치기에, 아무리 찬미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분의 입은 또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랑의 숨을 내쉬신다. 당신의 음성을 듣는 이의 마음에 불화살을 쏘아 천상적인 것이 아닌 모든 애착을 살라 없애시려는 것이다.

 

15. 그분의 부드럽고 희고 섬세한 손도, 너무나 맑아서 투명하기까지 한 손가락들과 함께, 여간 아름답지 않다. 이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실 때면 그 노련하고 정교한 움직임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16. “오, 자비롭고 온유하신 저의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얼마나 완전히 아름다우신지!

당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다지도 서툴게 말할 엄두를 낸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여기서 말한 내용은 오로지 당신께만 속하는 그 참된 아름다움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천사들조차 합당하게 묘사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이 아름다움을 저는 줄곧 실수를 연발하면서 어설프게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7. 그렇지만, 제가 어쩔 수 있겠습니까? (당신 피의 정배인) 거룩한 순종이 하라는 대로 했고, 순종의 마음에 들고자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만일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용서해 주실 뿐만 아니라 되도록 빨리 순종에 의해 불사르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 저의 이 서툰 말들이 당신의 무한하신 아름다움에 누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1권-33, 저항할 수 없도록 예수님께 끌어당겨져 처음으로

영혼이 몸 바깥으로 나가게 되다. 이 상태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받다.

 

1. 솔직히 말해서, (예수님 피의 정배인) 순종으로부터 오는 엄격하고 직접적인 명령이 없었다면, 내 생활 속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현상들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하는 이 당혹스러운 일을 나는 결코 계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날이 갈수록 더욱 기묘해지는 현상들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얼마나 기괴하게 보이기도 하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타나시더니, 내가 앞에서 서툴게 묘사한 대로 얼마 동안 당신을 바라보게 하신 후 입으로 아주 부드러운 숨 내쉬셨는데, 기가 막히게 좋은 천상 향내 났고 그것이 내 영혼과 몸 전체를 휩싸는 것이었다.그분은 이 숨에 의하여 나를 당신 뒤로 끌어당기시고, 순식간에 내 영혼을 몸의 모든 부위로부터 빠져나오게 하셨다. 그리고 내게 매우 단순한 몸을 주셨으니, 이는 더없이 해맑은 빛으로 온통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 한없이 넓은 하늘을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

 

3. 이 놀라운 현상은 내게 처음 일어난 것이어서,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자 이렇게 부르짖었던 것이다.

 “분명히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려고 오신 게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음에 틀림없어!”

 

4. 내가 몸 바깥으로 나가서 나 자신을 보며 알게 된 것은, 이때에도 영혼은 몸 속에 있었을 때와 같은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지각(知覺)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영혼과 결합되어 있는 몸은 감각 기관을 통하여 모든 것을 느끼므로 감각 기관이 스스로 받아들인 것을 영혼의 인지(認知) 능력에 전하는 반면에, 몸과 분리되어 있는 영혼의 경우에는 모든 감각과 직접 관여한다는 것이다. 영혼이 스치며 통과하는 일체를 한 찰나에 인지하는데, 그 대상이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아무리 심오하고 감지하기 어려운 것이라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원하시기만 하면 언제나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내 영혼이 몸을 떠나 사랑하올 예수님의 뒤를 따라 날아가면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어떤 공포와 떨림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천상 향내가 나는 숨으로 계속 나를 끌어당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몇 시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몹시 괴로워했으니, 이제는 나와 함께 날아다니자꾸나.

내 사랑으로 늘 너를 위로하고 취하게 해 주고 싶으니 말이다.”

 

6. 오, 예수님께서 창공의 길을 가실 때에 내 영혼이 그분처럼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얼마나 굉장한 일이었는지! 마치 나는 예수님을 떠받치고 예수님은 나를 떠받쳐 주시는 것 같아서, 밑으로 떨어지는 법 없이 언제나 그분 뒤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분은 내 앞에서 가고 계셨지만 그래도 나를 꼭 붙들어 주셔서, 나는 그분께 의지하고 그분은 내게 의지하신 것과 같은 모양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그분은 또한 그 향긋한 숨으로나를 떠받쳐 계속 당신 뒤를 따르도록 끌어당겨 주셨던 것이다. 요컨대, 이 현상에 대한 가시적 영상 전체가 내 안에 있는데도 이를 나타낼 수 있는 표현 방법이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7. 그렇게 무한히 넓은 하늘을 돌아다닌 후에, (늘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하시는) 예수님께서 어떤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는데, 그것은 인간의 사악함이 극에 달한 곳이었다. 러자 사랑하올 예수님의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얼굴이 얼마나 심하게 변하고 말았는지! 오, 너무나 지독한 고통이 그분의 민감한 성심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나는 그때,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고난을 당하시는 그분을 보았다. 그분의 흠숭하올 성심이, 공포에 질려 죽어가는 사람과 같이 숨을 헐떡이며 마구 뛰더니 거의 실신 상태에 빠지는 것이었다. 이토록 비참한 상태가 되신 그분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8. “흠숭하올 저의 예수님, 어쩌면 이다지도 변한 모습이십니까! 마치 임종 중인 사람 같으십니다. 저에게 기대십시오. 그리고 그 극심한 고통을 나누게 해 주십시오. 당신 홀로 이렇게 심한 고통을 겪으시다니,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가까스로 숨을 돌리시면서, “사랑하는 딸아, 나는 계속 갈 수가 없으니 네가 좀 도와주려무나.”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과 함께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시더니 당신 입에서 내 입 속으로 몹시 쓴맛이 나는 무엇을 흘려 넣으셨다. 그것은 꼭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불러일으켰고, 마치 여러 개의 칼과 창과 화살들이 내 영혼을 찌르고 또 찌르는 것 같았다.

 

10. 이 고통의 상태, 곧 더없이 혹독한 죽음의 고통 중에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내 영혼을 다시 몸 속에 들어오게 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그런데, 영혼이 몸 속에 다시 들어오는 순간, 그 접촉으로 하여 몸이 느낀 극심한 아픔을 그 누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예수님만이 그렇게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이 극심한 아픔을 몇 번이나 거듭해서 내게 주셨고 또 진정시키기도 하셨기 때문이다. 이는 과연 그분 외에는 아무도 진정시킬 수 없는 고통이요, 어느 정도로 괴로운 것인지 짐작할 수도 없는 것이다.

 

11. (그 후에도 내 영혼은 수없이 몸을 떠나 사랑하는 예수님을 따라다녔으니) 이 사실에 대해서 말하고 지금까지, 아직은 죽을 때가 되지 않은 이 가련한 인간을 죽음이 얼마나 자주 가지고 놀았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죽음은 올 것이고, 그것도 머지않아 올 것이다. 죽음이 더 이상은 나를 놀릴 수 없는 때가 말이다……. 그때는 내가 죽음을 놀리며 이렇게 말하리라.

 

12. “한때 나는 너와 장난하며 놀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사실은 너를 세게 쳐서 부서지게 하고 있었다……. 네가 내게 한 짓을 백 배 천 배로 갚아 주었던 것이니, 그것은 나의 완전한 승리였다…….”


13. 그런데, 이 말은 과연 옳은 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영혼에 직접 전달되는 고통은 몸에 전달되는 고통보다 월등 더 혹독한 것이므로, 예수님께서 번번이 되살려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 죽었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그 죽음 같은 고통을 내 영혼에 직접 전해 주셨지만 그 후에 다시 살려 주시기도 하셨으니, 그러기 위해서 어떤 때는 (나의 생명인) 당신 성심께로 나를 끌어당기셨고, 어떤 때는 (나의 힘인) 당신 팔에 안아 주셨으며, 또 다른 때는 당신 입으로 예의 그 달콤한 음료를 내 안에 흘려 넣어 주셨던 것이다.

 

 

 

1권-34, 예수님께서 당신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의 일부를 나누어주시다.

 

1.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품이 아무래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때에 몸소 도움을 주시어 그렇게 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 주셨다.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마지막 숨을 내쉬면서 영혼도 함께 밖으로 내뿜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럴 때면 예수님께서 직접 개입하시거나 고해사제에게 영감을 주시어 평소보다 일찍 와서 나를 되살리게 하셨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사제의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고통이 누그러지는 정도는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또 내 위에서 직접 작용하실 때보다 훨씬 못한 것이었다.

 

2. 지금 기억하기로는, 예수님께서는 대체로 당신의 가장 큰 고통을 내게 나누어 주고자 하실 경우, 내 영혼을 몸에서 빠져나오게 하셨던 것 같다. 나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독성죄와 애덕을 거스르는 죄 및 갖가지 죄들을 수도 없이 보여 주시고, 이미 당신 자신을 온통 채우고 있는, 수많은 죄들의 결과인 쓰디쓴 독물의 한 부분을 내 안에 넣어 주시는 것이었다.

 

3. 내 안에 생긴 결과에 따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수 성심에 가장 큰 모욕과 고통을 끼치는 죄는 바로 불순결의 죄이다. 그분께서 당신을 괴롭히는 그 쓰디쓴 독물을 내게 아주 조금 넣어 주셨을 때에, 매우 역겹고 썩어 악취가 나고 아주 쓴 어떤 물질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그 때문에 뱃속이 뒤틀릴 정도로 심한 악취가 내 몸에서도 풍기고 있어서,) 즉시 무슨 음식을 먹고 이 음식과 함께 그 부패한 물질을 토해내지 않았다면 기절해 버렸을 것이었다.

 

4. 그런데, 이것은 단지 예수님께서 일반적으로 한다한 사람들이나 공공연한 죄인들이 범하는 흉측한 죄들을 보여 주셨을 때만 일어난 현상은 아니었다. 심지어, 그분께서 나를 특별히 교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을 때에도 일어났으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교회 안에서도 모욕을 받고 계시는 것이었다.

 

5. 오, 성사들이, 그 자체로 거룩한 성사들이 성의 없이 마구 집전되고 있으니, 그분의 성심이 얼마나 미어지는 아픔에 잠기시는지! 허울뿐인 거짓 경건함이나 신앙심그것을 빌미로 예수님께 영예를 드리기보다는 오히려 더한 모욕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처럼 그릇되게 집전되는 성사들이야말로 지극히 거룩하고 깨끗하고 올곧은 그분의 성심에 역겨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여러 번 한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는지 모른다.

 

6. “딸아, 보아라. 심지어 성소에서, 자칭 경건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것도 그들이 성사들을 받을 때마저, 나는 얼마나 많은 능욕을 받고 있는지를! 그러므로 이 사람들은 은총으로 깨끗하게 되어 성전에서 나가기는커녕, 죄로 더욱 부정(不淨)하게 되어 내 강복을 받지도 못하고 나가는 것이다.”

 

7.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모령성체(冒領聖體)를 하는 사람들을 내게 보여 주셨다. 그 뿐만 아니라, (입에 담기조차 끔찍하게도) 대죄 상태에서 돈을 벌기 위하여 습관적으로 미사성제를 거행하는 사제들도 보여 주셨다. 또 다른 여러 경우에는 그분의 성심에 거의 죽음에 이르는 아픔을 끼치는 광경들을 얼마나 많이 보여 주셨는지!

 

8. 어떤 때는 사제가 이 거룩한 사랑의 신비를 거행하면서 보상의 산 제물인 성체를 영하고 나면, 영적 비참으로 진창투성이가 된 그의 마음에서 서둘러 나오시지 않을 수 없는가 하면, 사제의 권위 있는 말에 의하여 저 높은 하늘에서 내려와 제병 안에 강생하시도록 불림을 받으실 때에, 아직 축성되지 않은 제병마저 역겹게 하는 불결하고 모독적인 손을 가진 사제를 만나실 때도 있다.

 

9. 그럼에도 그는 그러한 손에 제병을 들고, 예수님 자신의 권한으로, 그러나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예수님께 내려오라고 명령하고, 예수님께서는 당신 약속에 충실하시려고 거기에 강생하시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순결의 썩은 물에 흠뻑 젖었다가 나중에는 죽임을 당하신 하느님의 피에 젖을 그 제병 속에…….

 

10. 그때 내 눈에는 성체 예수님의 처지가 얼마나 가엾게 보이던지! 그 불결한 손에서 얼른 달아나고 싶어도 당신 자신의 약속으로 말미암아, 합당하지 않게 수없이 성체를 만지는 손보다 더욱 역겨운 그 사제의 뱃속에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이 완전히 녹아 흡수될 때까지 머물러 계시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성체가 다 녹자 그분께서는 내게 오셔서 탄식하시며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11. “그렇다, 딸아, 이 쓴 물을 나 홀로 지니고 있을 수가 없으니 너에게 조금 부어 주마.

너무나 불쌍한 처지가 된 나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참아 다오. 너와 내가 조금이라도 함께 견디자꾸나.”

 

12. 그래서 나는,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 고통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게 주님의 모든 고통을 떠안을 능력만 있다면, 주님께서 괴로워하시는 것을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하여 기꺼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13. 내가 이렇게 말하고 나자 예수님께서 당신 입으로 그 쓴 물의 일부를 내 안에 넣어 주셨는데, 그것은 내가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그런 후 그분께서는 덧붙여 말씀하셨다.

 

14. “딸아,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큼만 너에게 부어 주었거니와, 그것은 무(無)에 가까운 양이다.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한 사랑으로 네가 희생하는 만큼만이라도 희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모른다! 내 마음이 받는 모든 고통을 그들에게 주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사랑과 애정 어린 친절을 주고받는 흐뭇함을 얻기 위함이다.”

 


15. 그런데,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쓴 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악취와 역겨운 부패물로 하여 맛이 쓰다는 정도가 아니라 독성이 있는데다가 몹시 메스꺼운 것이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나의 위장이 품고 있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올라오는 것을 도로 삼키면 심한 위경련으로 목구멍까지 다시 치솟고…… 그러나 때로는 예수님 은총의 도움에 힘입어, 그분에 대해 느끼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다시 올라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16. 그런데, 그것이 내 안에 일으킨 고통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하겠는가? 얼마나 심하고 종류도 많은 고통인지, 예수님께서 떠받쳐 주시고 힘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시지 않았다면 이미 죽음의 희생물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거듭 말하거니와,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은 당신이 삼키고 계신 것 중에서 극소량에 불과한 것이었다.

 

17. 하기야, 사랑하올 내 어지신 예수님과 같이, 그 모든 쓰디씀을 달콤함과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다 받아들일 수 있는 피조물은 있을 수 없다. 홀로 그분만이 죄로 인한 모든 쓰디씀을 다 삼키고도 견디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언제나 애통해 하며 부르짖곤 한다.

“오! 죄라는 것은 얼마나 추하고 치명적인 것인가!”

 

18. 정말이지, 모든 사람이 죄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얻는 외에도, 죄의 독성과 그 쓰디쓴 결과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면 죄의 정체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에,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끔찍한 괴물을 보듯 피하게 될 테니 말이다.

 

 

 

 

1권-35,예수님께서 신앙의 거룩한 신비가 거행되는 광경을 보여 주시며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미로움을 맛보게 해 주시다.

 

1. 그런데, 언제나 사랑하는 나의 예수님께서 당신의 가장 쓰디쓴 고난에 나를 참여시키기 위하여 보여 주셨던 통탄할 광경에 대해서, 사제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앞 장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이제, 내 마음에 큰 기쁨을 안겨 준 고무적인 광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2. 여기서 주님께서는 내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형언할 수 없도록 신령한 감미로움을 맛보게 해 주셨는데, 바로 우리 신앙의 거룩한 신비를 참된 겸손으로 열성껏 거행하는, 착하고 경건한 사제들을 보여 주셨기 때문이다. 나는이 사제들이 삼십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지고한 신비에 대해 깊이 묵상하면서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에 감동되어, 사랑하올 예수님을 향한 충만한 사랑으로 이렇게 거듭 부르짖었던 것이다.

 

3.“오 예수님, 사제직은 얼마나 높고 위대하고 탁월하고 고귀한 것입니까! 당신께서는 사제직에 그토록 드높은 품위를 주시어 당신과 긴밀히 일치를 이루게 하시고, 영원하신 당신 아버지께 드리는 화해와 사랑과 평화의 희생 제물로 당신을 바치게 하셨나이다!”

 

4. 한 경건한 사제가, 그리고 그 사제 안에 계신 예수님께서, 거룩한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경탄하며 바라보는 것이 내게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것은 다만 한 사람뿐이었으니, 사제가 예수님으로 변화된 것이었다. 더욱이, 사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몸소 거룩한 희생제사를 드리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는 미사 참례 중에, 사제를 당신 인성으로 완전히 가리신 예수님을, 즉 예수님의 모습만을 볼 때가 있다.

 

5. 예수님께서 은총의 기름을 부어 주시며 기도하시는 음성을 듣는 것, 그리고 품위 있는 동작으로 이 거룩한 전례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거행하시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었으니, 내 마음속에서 이 숭고하고 거룩한 사제직에 대한 크나큰 경탄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사실,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모아 헌신적인 사랑으로 집전되는 미사 참여하는 것은 얼마나 고무적인 일이었는지를, 그럴 때에 하느님의 빛과 특은들을 얼마나 많이 깨닫게 되었는지를 어떻게 말로 다 할 수가 있겠는가?

 

6. 이 빛과 특은들에 대해서 지금으로서는 잠자코 지나가고 싶지만, 순종해야 하므로 간략하게나마 말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특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속에서 활동하시는 예수님께서, 내가 툭하면 무언가를 자꾸 빼먹으려고 한다고 나무라시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