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41, 천상 고향을 떠나 육신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쓰라림
1. 지상적인 모든 것은 천상적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부패한 무엇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그런 나에게는 영이 육신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감각을 즐겁게 해 주는 사물들까지도 내게는 성가시고 온통 싫어지는 것이었고, 더없이 사랑스럽고 훌륭한 사람들을 대하는 일에도 나는 아무 관심이 없을 뿐더러 지루하기까지 하였다. (다른 이들이라면 그들과의 대화를 연장하기 위하여 갖은 호의와 친절을 다 베풀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2. 이처럼 내 영혼이 기쁨이나 만족을 도무지 못 느끼면서도 사람들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여긴다는 유일한 점 때문이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마음이 쉴새없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줄곧 천국을 그리워하고 열망하면서 예수님께 투정을 부리기만 하였다. 마음 속으로 이 세상 사물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진절머리나도록 싫은지, 세상살이를 계속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영혼이 끊임없이 들볶이고 있었던 것이다.
3. 그렇지만,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게 된 사제의 단호한 명에 순종함으로써 자신을 억제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까지 다시는 죽음을 바라지 않을 뿐더러 그것을 순종에 맡기게 되었다. 내가 한 일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힘쓰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내면에는 천상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열망의 끊임없는 부르짖음이 새겨져 있었지만, 순종의 힘에 압도되어 대체로 마음의 평온을 회복하게 되었다.
4. 완전히 그렇지를 못한 것은 가끔 약간 벗어나곤 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을 고백하자면, 약간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 자신을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겠는가? 그러니 나의 열망에 재갈을 물리기 위하여 갖가지 방법으로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 내게는 거의 순교를 방불하게 하는 것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5. 뿐만 아니라 사랑하올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정해라, 내 신부야. 네가 그토록 천국을 갈망하는 까닭이 대관절 무엇이냐?"
6. 그래서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하루가 아니라 단 한 순간도, 당신과 떨어져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대가를 치르건 당신께로 가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7. "좋다. 그 때문이라면, 내가 언제나 너와 함께 머물러 있음으로써 네 원을 채워 주마."
8.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정말 만족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저로 하여금 당신 모습을 뵙지 못하게 하시니, 그것은 당신께서 제 곁에 계시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시야에서 당신 모습이 사라지는 법은 절대로 없으니까요. 저는 경험에 의하여 이것이 사실임을 알고 있습니다."
1권-42, 번번이 천상을 떠나 지상에 있는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오다
1.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과 더불어 농담을 잘하신다.
내게도 여러 번 그렇게 하셨는데,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2. 내가 복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었을 때에, 예수님께서 급히 오셔서 이렇게 물으신 적이 있다.
"나와 함께 지금 가겠느냐?"
"어디 말씀이십니까?"
"천국이다."
"정말이십니까?"
"아무렴! 서둘러라. 늑장부리지 말고!"
"좋습니다. 정말이라면 함께 가겠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또 저를
속이실 까봐……."
"아니, 아니, 정말이다. 가자. 너를 데리고 가고 싶다."
3.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내 영혼을 당신께로 끌어당기셨고, 그러자 영혼이 한 순간에 몸을 벗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따라 하늘로 날아갔다. 오, 그때 내 영혼은 얼마나 큰 기쁨을 느꼈는지! 이제는 영원히 지상을 떠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고통을 견디며 지낸 내 인생이 마치 꿈만 같았다.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자 복된 이들의 감미로운 노래가 이미 귓가에 울려오고 있었다.
4. 그래서 나는 그 복된 곳으로 바로 인도해 달라고 졸랐는데, 예수님은 서서히 속력을 늦추면서 시간을 끌기 시작하시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서 그분과 함께 과연 천상 고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마음속에 불현듯 의심이 솟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수님께서 내게 농담을 하신 것이 아닐까?" 싶어져서, 이를 확인하려고 몇 번 이렇게 여쭈었던 것이다.
"사랑하올 예수님, 빨리 가십시다. 어인 연유로 속력을 늦추십니까?"
5. 그러자 그분은, “보아라, 바야흐로 멸망하려고 하는 저 죄인을!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자. 가서 저 영혼을 참회의 길로 이끌자. 어쩌면 회개할지도 모른다.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도록 내 영원하신 아버지께 같이 기도하자. 너는 그가 구원되기를 바라겠지? 그러니 지상에 좀더 머물러 있어라. 나로 하여금 많은 피값을 치르게 한 영혼 구원을 위해서라면, 너는 어떤 고통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느냐?”
6. 예수님의 이 말씀에, 나는 나 자신을,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는 사실과 복된 이들의 찬미가 소리를 들었던 일을 다 잊은 채, 그분께 이렇게 대답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저 영혼을 구해 주시기만 한다면 무슨 고통이든지 원하시는 대로 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7.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순식간에 나를 그 죄인 곁으로 데려가 주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를 회개시키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았고, 이 회개의 은총에 굴복하도록 하려고 그의 정신이 납득할 만한 언변으로 구원받아야 할 이유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바람은 헛되이 끝나고 말았으니, 예수님께서는 매우 슬퍼하시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8. “내 신부야, 이 사람이 받아 마땅한 고통을 네가 대신 떠안지 않겠느냐? 이 고통을 받기 위하여 네가 네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가면, 하느님의 의노가 풀릴 수 있고, 그러면 내가 그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다. 네가 이미 보았듯이, 그는 우리의 말이나 설득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그가 받을 고통을 대신 받는 것뿐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정의가 받은 모욕을 보상하고 죄인으로 하여금 회개의 은총에 굴복하게 하는 가장 힘있는 수단이다."
9. 예수님의 이 말씀과 이에 대한 나의 동의로써, 나는 다시 몸속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몸과 접촉하는 순간에 겪었던 고통은 도저히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즉, 몸은 마치 더 이상 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뻣뻣하게 뻗어 있는데다가 모든 부위가 팽팽하게 부어 있었고, 영은 짓눌려 찌부러지고 쇠진하여 생명이 없는 느낌이었고, 혼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나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때 내가 겪은 것에 대해서는 홀로 예수님만이 증인이시니, 그분만이 나의 영육이 견딘 그 혹독한 고통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 터이다.
10. 그렇지만,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고통의 며칠이 지났을 때에, 예수님께서 이미 회개하여 영혼의 구원을 얻게 된 그 죄인을 내게 보여 주시면서 “나만큼 너도 기쁘겠지?” 하고 물으셨던 것이다. 나의 대답은 물론 “예, 그렇습니다…….” 였다.
11. 어쨌든, 예수님은 이와 같은 농담을 얼마나 자주 하셨는지 모른다! 어떨 때는 나를 천국으로 데려가신 지 얼마 안되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 신부야, 너는 고해사제로부터 나와 함께 갈 허락을 받는 것을 잊었다.
이제 그 명령을 받기 위해서 네 몸속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12.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여쭈었다. “제 영혼이 몸속에 있는 한, 신부님의 지도를 받으며 그 명령에 순종해야 할 의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신과 함께 있으니 오직 제 정배이신 당신께만 순종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참으로 모든 고해사제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사제이시기 때문입니다.”
13.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차분한 음성으로, “아니다, 아니다, 내 신부야. 네 고해사제에게 순종하기 바란다.” 하고 대답하셨다.
14. 예수님은 이와 같이, 어떤 때는 이런 구실로 다른 때는 저런 구실로 번번이 나를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게 하시는 것이었다.
15. 하지만, 예수님의 이런 농담들이 내게는 매우 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일종의 원한이랄까 아무튼 무례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그분께서는 이전만큼 자주 그렇게 하시지는 않았다.
16. 이와 같은 상태로 나는 침상에 갇혀 줄곧 고통을 받으며 지냈는데, 이 끊임없는 순교의 고통이 어떤 때는 내 정배이신 예수님과 함께 천국에 가고 싶은 갈망으로, 어떤 때는 지상에서 언제나 그분과 함께 있고 싶은 열망으로, 또 어떤 때는 내 영혼이 가련한 몸속으로 돌아올 때의 괴로움으로 번갈아들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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