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제 5장 하느님 뜻 안의 일상

Skyblue fiat 2016. 12. 5. 22:56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제 5 장

하느님 뜻 안의 일상

 

 

1889년부터 루이사의 일상은 규칙적인 리듬으로 반복되었다. 그녀는 밤낮으로 예수님과 결합하여 반영구적으로 고통을 받는 상태로 있었고, 이를 일컬어 “나의 일상적인 상태” 곧 “여느 때와 같은 상태” 라고 하였다. 자정이나 밤 한 시경이 되면 몸이 돌같이 굳고 숨이 멎으며 영혼이 몸과 분리되었으니, 이때 부터 새벽 여섯 시까지 그녀의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부동 상태로 누워 있는 반면, 영혼은 예수님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예수님의 인도로 천국과 지옥과 연옥을 방문했으며,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 중 수 없이 많은 광경을 목격했고, 세상 여러 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영혼들을 위하여 전구했던 것이다.

아침 일찍 고해 사제가 루이사의 방에 들어온 뒤에야 그녀의 영혼이 자신의 몸속으로 돌아왔는데, 그것은 사제가 엄지손가락 으로 그녀의 손등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루이사, 거룩한 순명으로 돌아오라!”,하고 명령하거나 같은 효력을 낼 다른 말을 함에 의해서였다. 이 명령과 아울러 몸의 근육이 이완되기에 그녀는 다시 머리와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고해 사제가 나타나지 않을 때면 마치 바위 속에 있는 화석처럼 자신의 몸속에 갇힌 채, 의식은 멀쩡하면서도 몸은 움쩍도 할 수 없었고, 이러한 마비상태에서 죄에 대한 보속으로 또 몸이라는 감옥 속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는 데 대한 비탄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고해 사제는 루이사를 회복시킨 뒤 으레 그 방에 머무르면서, 교황청에서 허락한 특전에 의거하여 미사성제를 거행하였다. 루이사는 이 ‘거룩한 신비’ 속에서 언제나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예수님께서 영성체를 한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 을 들려주시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성체라는 베일로 나를 덮어 가렸다. 이 성사에서 내가 낮춤의 심연으로 더 할 수 없이 깊이 내려간 것이다. 그것은 피조물을 나의 수준까지 끌어올려 나와 하나가 될 정도로 내게 동화되게 하고, 또한 내 성혈을 그의 혈관 속으로 흘려 넣어, 나 자신이 그의 심장 박동의 생명이 되고, 그의 생각과 온 존재의 생명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다. 내 사랑의 불꽃이 나를 삼키고 이 불꽃으로 사랑도 삼켜 또 하나의 나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성체의 베일 아래 숨어 있기를 원한 까닭이었으니, 이렇게 숨은 상태로 사람 안에 들어가 그를 나로 변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변화가 일어나려면 사람 편의 마음이 준비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선물을 미리 받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비운 작은 공간과 죄에 대한 혐오, 나를 받아들이려는 원의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 부족으로 좋은 느낌은 조금도 받지 못한 채 나를 영하기에 내게 염증을 낼 지경이 된다. 그러면서도 나를 계속 영하면, 이것이 나에게는 계속적인 갈바리아가 되고, 그들에게는 영원한 멸망이 된다. 사랑에 힘입어 나를 영하지 않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모욕을 주는 것이고, 그들에게는 자기 영혼에 또 하나의 죄를 보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즉 너는, 이 성사 안의 나를 영하면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숱한 능욕과 모독을 보속하며 기도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영혼 안에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뜻과 성체 사이의 깊은 관련에 대하여 점진적으로 루이사를 가르치셨다.

‘주님의 기도’ 에 대한 말씀에서 이렇게 설명하신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버지, 모든 사람의 이름으로 일용할 양식 세 가지를 청하오니, 우선 아버지의 뜻 양식을 주소서. 이는 양식보다 더한 양식이어서 보통 것은 하루 두 세끼 먹어야 하지만 이 양식은 매순간 어떤 처지에서나 필요 하기 때문이옵니다. 더욱이 이는 다만 양식만이 아니고 생명을 가져다주는 향기로운 공기와도 같아서 피조물 안에 순환하는 하느님의 생명이 될 것이옵니다. 아버지, 이 아버지 뜻 양식을 주시지 않으면, 저희가 아버지께 매일 청하는 둘째 양식, 곧 성체 성사적 생명의 모든 열매도 저는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오! 저의 성사적 생명이 너무나 괴로운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은, 아버지의 뜻 양식이 저들을 먹여 기르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뜻 이라는 썩은 양식이 보이는 까닭이옵니다. 오! 그것이 저에게 얼마나 역겨운 양식인지! 딱 질색이어서 천리만리 달아날 지경 이옵니다. 설령 제가 그들에게 간다고 하더라도 그들 안에 우리의 (뜻) 양식이 보이지 않으니 저로서는 아무 열매도 선물이나 효과나 성덕도 줄 수 없나이다. 뭔가를 준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작은 몫을 줄 뿐 제가 지닌 모든 선은 아니옵니다. 그러니 사람이 지고하신 뜻 양식을 받게 되기를 제 성사적 생명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나이다. 이 생명의 모든 선을 주려는 것이옵니다.… 우리의 양식인 거룩한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때, 그때에는 성체성사가 - 그리고 이 성사뿐만 아니라 제가 제정하여 교회에 남긴 모든 성사들이 - 그 안에 완전한 모양으로 포함되어 있는 모든 열매를 썩 잘 줄 수 있지 않겠나이까?’”

 

루이사는 거룩한 영성체 후 황홀경에 잠겨 기도하곤 하였다. 그녀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최후 만찬 때 성체 성사를 제정하시고 당신 자신을 영하신 예수님과 일치하는 법을 배워 익혀, 최후 만찬 때부터 세상 종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와 장소의 영혼들이 범하는 냉랭하고 모독적인 영성체에 대한 보속으로, 예수님의 영성체의 완전한 사랑과 찬미와 감사를 그분과 함께 성삼위께 바쳤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 세계에 대한 의식이 돌아 오면, 으레 레이스를 짜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성당의 제대포나 제의를 만들며 그녀의 낮일을 시작했고, 이 일을 하면서도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 동안 바치신 기도를 그분과 함께 하느님께 바치며 끊임없는 기도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또한 기도와 손작업으로 보내는 오전 시간에 방문객을 맞아들이기도 하였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여러 해에 걸쳐 그녀의 성덕에 대한 명성이 더욱 높아졌으므로 방문객의 수도 증가했지만, 일상적인 방문객 대부분은 코라토 지역 출신의 소녀들이었다. 루이사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오상으로 인한 끊임없는 고통과 예수님의 잦은 부재로 인한 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 어린 벗들에게 애정을 쏟아 부었다.

여러 해 동안 루이사를 찾아왔던 그 소녀들 중 프란체스카 카포차라는 이름의 소녀는 나중에 ‘거룩한 열성의 딸 수도회’ (거룩한 열정의 수녀회)에 입회하였다. 프란체스카가 루이사를 처음으로 찾아왔을 때는 제1차 세계 대전 중이었고 일고 여덟 살 때였다. 그녀는 루이사에게서 바느질과 레이스 짜는 법 및 성당 제대포나 장식 만드는 법을 배웠는데. 바늘로 짜기 힘든 부분은 그녀의 몫이 되었다. 루이사가 손의 상처 때문에 딸 수 없는 부분을 자주 맡겼기 때문이다.

어린 프란체스카는 처음에는 루이사의 덕행에 마음에 끌렸지만, 루이사가 받은 외적 선물들도 점차 알게 되었다. 한번은 루이사가 황홀경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려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발이 바닥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루이사가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십자고상의 예수님이 입술을 움직이시는 모습은 여러 번 목격했다. 성 안니발레 디 프란치아 신부와 루이사에 의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할 마음이 일어난 프란체스카는 ‘거룩한 열성의 딸 수도회’ (거룩한 열정의 수녀회)에 들어가 여생 동안 충실한 루이사 숭배자로 있었다.

 

루이사는 프란체스카와 다른 방문객과 함께 손작업을 하면서 그들에게 예수님의 수난에 대해 묵상하는 법을 가르쳤다. 이는 예수님께서 루이사가 십 대 소녀였을 때 가르쳐 주신 기도로써, 성목요일 오후부터 그분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진 성 금요일 오후까지 각 시간마다 당신의 생각과 행위와 기도와 고통을 그녀가 나누어가지게 하셨던 것이다. 이「수난의 시간들」에 대하여 그분은 루이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네가 내 ‘수난의 시간들’ 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내 기쁨이 얼마나 큰지 네가 알면 참 좋겠다. 게다가 너도 늘 이 기도를 반복하다보면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내 성인들은 내 수난을 묵상하면서 내가 얼마나 극심한 고난을 받았는지를 깨달았고、너무나 측은해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였으며, 내 고통에 대한 사랑으로 온 몸이 불타는 듯한 체험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 기도처럼 순서에 따라 지속적으로 반복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너야말로 내 생애와 내가 겪은 것…들을 시시각각 너 자신 안에 보존함으로써 이리도 크고 특별한 기쁨을 내게 주는 첫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너에게 나는 매우 강하게 끌림을 느끼기에 시시각각 그것을 음식으로 주고, 같은 음식을 너와 함께 먹으며, 네가 하는 일을 함께 한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새로운 빛과 새로운 은총으로 풍부하게 보답해 주리라는 점 도 알아 두어라. 네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이 땅에서 내 ‘수난의 시간들’ 을 바칠 때마다 내가 하늘에 있는 너를 늘 새로운 빛과 영광으로 옷 입혀 줄 작정이다."

 

루이사를 찾아온 사람들 중 다수는 「수난의 시간들」 을 외울 정도로 계속 묵상하면서 성덕에 성장하였다.  이 기도의 효과에 대하여 예수님은 이렇게 이르셨다.

 

“이 ‘수난의 시간들’ 기도를 하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거기서 나 자신의 음성과 기도를 듣게 된다. 기도를 바치는 사람의 영혼 안에서 모든 이의 선익을 갈망하며 모든 이를 위하여 보속하고 있는 나의 뜻을 보게 되고, 그리하여 그 영혼이 행하고 있는 바를 나도 그 안에서 할 수 있기 위하여 그에게로 거처를 옮기는 나 자신을 느낀다. 오, 도시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수난의 시간들’ 기도를 바친다면 내 마음에 참으로 큰 기쁨이 일 것이다! 도시마다 나 자신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테니 말이다! 그러면 이 시대에 몹시 분노하고 있는 나의 정의가 부분적으로나마 그 노여움을 풀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기회에 복되신 동정녀께서 루이사에게 말씀하셨다

 

“내 아들의 마음에 가장 강한 힘을 미치는 기도, 곧 그분을 가장 감동시키는 것은, 피조물이 그분께서 행하고 겪으신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아들여 이를 옷 입듯 입고 있을 때다.

딸아, 그러니 예수님의 가시관을 네 머리에 쓰고, 그분의 눈물이 네 눈에서 방울져 흐르게 하고… 그분의 피에 네 영혼을 잠가 씻어라. 그 분의 상처들로 너 자신을 단장하며 그분의 못을 네 손발에 박고,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어 그분의 거룩하신 엄위 앞으로 가거라. 그분은 그런 모습에 너무나 감동하신 나머지 당신 자신의 상처들을 입고 있는 이 영혼에게 그 무엇도 거절할 줄 모르실 것이다.”

 

하루 한 끼는 먹기를 바란 고해 사제의 명령에 따라, 루이사는 매일 오후 두 시 반과 세 시 사이에 먹을거리를 담은 조그만 접시를 받았다. 먹자마자 곧 토하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것은 씹힌 자국이 하나도 없을 뿐더러 처음 차려졌을 때보다 모양이 더 좋아 보였다. 이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 가운데는 루이사가 “남긴 것” 에 기묘한 매력을 체험하는 이가 많았다. 그녀와의 접촉으로 말미암아 유례없이 맛있는 진미로 바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루이사는 체내에 받아들이지 못한 이 한 끼 외에도 이따금 아주 작은 양의 음식을 먹었지만 육십여 년 동안 대체로 성체와 하느님의 뜻으로 살았다.

루이사는 그런 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한 시간의 묵상에 들어갔고, 이 묵상 시간이 되면 로사리아 붓치 또는 다른 협조자들이 그녀의 침상을 커튼으로 둘러싸곤 하였다. 때때로 복되신 동정녀께서 그녀를 보러 오곤 하셨다. 이 “여왕 엄마” (루이사는 그분을 이렇게 부르기를 좋아하였다.)께서 침대에 앉으시어 당신의 생애와 예수님의 생애 및 하느님의 뜻에 대하여 그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1920년대 말기에 루이사는 고해 사제의 요구대로 복되신 동정녀로부터 받은 가르침들을 글로 옮겼다.) 이 묵상 시간이 끝나면 루이사는 다시 손작업에 들어가 레이스를 짜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성당용 수예품들을 만들면서 하느님의 놀라운 사업들과 ‘수난의 시간들’ 에 대한 묵상을 계속하였다.

하루는 이 일을 하다가 예수님께서 그녀 안에서 일하시고 또 그녀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하시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의문이 생겼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내 딸아, 지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을 낮추어 목재 작업이나 망치로 못을 박으면서 내 양부 요셉을 도왔던 내가 아니냐? 그 일을 하면서 바로 그 손과 손가락으로 영혼들을 창조하는 한편 다른 영혼들은 저승 삶에로 도로 불러가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신성하게 하였다. 모든 행동을 성화하면서 각각의 행동에 신적인 공로를 부여하였다. 내 손가락 의 동작으로 네 손가락의 모든 동작들과 다른 사람들의 모든 동작들을 차례차례 불렀다. 그들이 나를 위해서 행동하거나 내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 안에서 나의 나자렛 생활을 계속하곤 하였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내 숨은 생활의 희생과 수모에 대한 위로를 받는 듯 느끼면서 바로 내 생활의 공로를 그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이제 알겠느냐? 네가 일하는 동안, 즉, 내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네가 일하는 동안, 나의 손가락들이 너의 손가락들 안에 있고, 내가 네 안에서 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내가 내 창조적인 손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로 불러가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성화하고 바로잡아 주며 책벌하는 등의 일을 하겠느냐? 그러니 너도 나와 함께 있으면서 창조하고 부르며 바로잡아 주는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네가 혼자서 일하지 않는 것과 같이 나 역시 혼자서 일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이보다 더 큰 영예를 안겨 줄 수 있겠느냐?”

 

그리고 밤 열 시나 열한 시가 되면 루이사는 일감을 치워 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이나 그 전날 밤에 알려 주신 것을,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자신의 일기장에 적는 일이었다. 보통 자정이나 밤 한 시가 되면 의식을 잃었는데, 그러면 몸은 돌덩어리처럼 단단히 굳어 부동 상태가 되었고, 영혼은 예수님의 명령으로 몸을 떠나 영원 속에서 시공을 가로지르며 그분을 따라다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