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제 6장 숨은 생활

Skyblue fiat 2016. 12. 5. 23:24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제 6 장

숨은 생활

 

 

18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이 사회적 분쟁에 휘말려 있었으므로, 교황 레오 13세는 성직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헌신할 것을 호소하였다. 그 무렵 시칠리아 섬의 메시나 시에서 안니발레 디 프란치아 신부가 가난한 이들과 근로자와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황의 부름에 온몸으로 응답하였다. 나중에 루이사의 생애와 사명 전파에 주된 역할을 하게 된 이 젊은 사제는 70년대와 80년대에 “사람이 짐승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버림 받은 구역” 인 메시나의 빈민굴에서,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성 안니발레는 자신의 양 떼에게 종교 교육을 시키며 성사들을 집전해 주고, 그 위에 음식과 옷과 약품도 주었다. 또 고아들과 버림받은 미혼 여성들을 위한 집을 열었고, 가난한 이들을 돌볼 자매들의 수도 공동체도 창설하였다. 80년대 말기에는 지역 주교의 지원으로 메시나의 빈민굴에 희망의 센터를 지었는데 이 건물 안에 직업학교들과 고아원들과 성당들이 있었다. 1887년 콜레라가 메시나를 휩쓸어 수백 명의 고아를 내자, 성 안니발레는 그들 모두에게 고아원들의 문을 열어 주면서 “너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하고 말하였다. “너희 아버지의 집에는 언제나 모든 사람이 있을 자리가 있다.” 이어서 안니발레 신부는1897년 형제들의 첫 수도 공동체를 창설하였다. 이 수도회의 목적은 거룩한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과 그의 고아원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선과 악의 세력이 이탈리아와 온 세상을 두고 서로 싸우고 있었을 무렵,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루이사 피카레타의 영혼 안에서 평화로운 하늘을 발견하셨다. 루이사는 세상의 죄를 속죄하는 산 제물로서 예수님과 함께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바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번 루이사를 몸에서 끌어내어 예루살렘 성지로 데려가곤 하셨고, 여기에서 그녀로 하여금 채찍질과 가시관 고통과 십자가를 지신 고통과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고통에 동참하게 하셨다. 루이사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시공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면서 온 세 상의 죄를 보고 전구하며 고통을 받았던 것이다.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는 그녀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이르셨다.

 

“ ‘딸아,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을 참을 수 없다. 네가 모든 이를 위해서 나를 위로해 다오. 나로 하여금 너의 심장 안에서 고동치게 하여라. 그러면 내가 모든 이의 심장 박동을 너의 심장을 통해 느끼기에, 죄가 내게 직접 이르지 않고 네 심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오게 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 정의가 일찍이 일어 난 적 없는 모든 징벌을 쏟아낼 것이다.’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당신 심장을 나의 심장과 일치 시키시어, 나로 하여금 그 박동을 느끼게 하셨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으랴? 죄들이 화살처럼 그분의 심장에 상처를 내고 있었고, 내가 이를 나눔에 따라 예수님은 위로를 얻으셨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이 그분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는데, 그분의 지성과 손과 발과 나머지 모든 것 이 내 안에 있는 것 같았으니, 피조물의 감각 기관 하나하나가 여기에 끼치는 모든 모욕을 그분과 함께 다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나고 있었는지 아무도 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덧붙이셨다.

 

“내 고난을 함께하는 것이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된다. 내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나의 강생 이후 세상을 가차 없이 대하지 않고 보다 부드럽게 대하신 것도 이 때문이니, 끊임없이 방패 노릇을 한 내 인성을 통하여 모욕을 직접 받지 않으시고 간접적으로 받으셨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 피조물 사이에 이와 같은 모양으로 자리할 영혼들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이들이 없다면 내가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1895년 6월에는 예수님께서 루이사에게 에티오피아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 학살 광경을 보여 주시면서 이탈이아 군대가 패주할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루이사가 이 예언을 고해 사제에게 알리자, 그는 군사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에티오피아 군대가 산업화된 군사력을 갖춘 이탈리아를 패주시키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1896년 3월 1일 아두와 전투에서 에티오피아 군이 이탈리아 군을 격파하였다. 그러니 아프리카 제국을 세우려고 했던 이탈리아의 꿈은 좌절되었고, 프리메이슨 단원이었던 수상 크리스피는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수님의 말씀이 완전히 실현된 것을 본 데 베네딕티스 신부는 루이사에게 “하느님께로부터 나오지 않은 계획이나 지혜나 힘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인가 보오.” 하고 말하였다.

루이사는 국제적인 분쟁 장소에서 즉시 자기 지역의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녀의 영혼을 끌어내시어, 가까이서 총에 맞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신 것이다. 이 희생자는 죽어 가고 있었고, 지옥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그런데 총소리가 나는 곳에 예수님과 함께 있었을 때에 그분께서는 나를 더 가까이로 끌어당기시면서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셨다. ‘내 신부야, 이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너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쳐, 그가 범한 중죄들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지 않겠느냐?”

이에 나는 ‘예수님. 그가 받아야 할 모든 고통을 기꺼이 떠안겠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그의 영혼을 구원하시고 육신 생명도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몸속으로 돌아오게 하였는데, 끔찍한 고통들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 그러고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아직도 모를 지경이다.

그 상태로 한 시간도 더 지났을 때 예수님께서 고해 사제를 보내셔서 명령에 의하여 나를 회복시키게 하셨다. 그러나 내가 너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고해 사제는 미처 나의 순명을 얻어낼 겨를이 없었다. 그는 내가 그토록 심한 고통을 겪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었으므로 나는 좀 전에 보았던 일을 전부 이야기하였고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도 알려 주었다. 사제는 내가 지적한 바로 그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을 확인하였고, 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사제에게, 예수님께서 그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으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나는 그의 영혼이 몸을 떠나지 않도록 주님의 은총으로 힘껏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누구나 죽은 줄로 여겼던 그 사람은 소생하여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1889년부터 1899년까지 십 년 동안 루이사는 조그만 독방 모양 커튼을 둘러친 침대에서 나자렛 가정의 삶을 재현하며 살았다. 그러나 1899년에 교회의 생활 안에 두 가지 사건이 일어 났고, 이것이 그녀의 사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전조가 되었다. 이 두 사건은 다 교황과 관련된 것이었다. 첫째는 교황 레오 13세가 온 세상을 예수 성심에 봉헌한 일이었고, 둘째는 1899년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기하여 교황청 전례성성에 예수 성심의 전 세계 통치를 위한 청원이 처음으로 제출된 일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두 가지 일에 비추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있어서 교황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루이사에게 보여 주셨다. 다음은 그녀가 1899년 11월 1일에 본 환시를 기록한 내용이다.

 

“그때 내 눈에 기둥 하나가 보였다. 이 기둥의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었고, 이를 받치는 토대는 사제와 주교와 추기경과 다른 모든 고위 성직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까이서 보니 매우 약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쇠약해서 쓸모가 없는 이들도 있고, 병들어 있거나 지저분한 것으로 뒤덮인 이들도 있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기둥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변변찮은 기둥은 그 토대로부터 올라오는 온갖 충격으로 말미암아 확고하게 서 있지 못한 채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기둥 꼭대기에는 교황이 있었다. 교황은 황금 체인과 그의 온 몸에서 발산되는 빛살로 기둥을 지탱하며 수하에 있는 이들을 - 비록 그들 중 일부는 아예 달아나서 더 거리낌 없이 타락하여 진창투성이가 되었지만 - 안전하게 비추어 줄 뿐만 아니라, 온 세상도 감싸며 비추어 주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내가 이 광경을 보고 있었을 때에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던 사제가 - 이 사제가 주님이셨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 같았지만 확실히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자기 쪽으로 오라고 나를 부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딸아, 교회가 처해 있는 비참한 상황을 보아라. 교회를 떠받쳐야 할 사람들이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그들의 일로 교회를 무너뜨리고 공격하며 타락시키고 있다. 유입한 치유책은 내개 그 만큼 많은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다. 썩어가고 있는 진창을 씻어내고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다. 그리하면 이 사람들이 그 피로 치유되고 굳건해지며 아름답게 되어, 교회를 흔들림 없이 견실하게 유지하는 도구들이 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그 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가 너를 부른 것은 이다지도 뿌리 깊은 악습에 빠져있는 시대에 교회의 기둥을 떠받치는 버팀목으로서 산 제물이 되기를 원하는지 묻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역시 그럴 힘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온몸이 떨렸다. 그런 다음 즉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Fiat!).’ 하면서 나 자신을 봉헌하였다. 그때 수많은 성인과 천사와 연옥 영혼들이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들은 채찍과 다른 도구들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우선 겁부터 났지만 나중에는 고통을 받을수록 더 고통 받고 싶은 원의가 일어났다. 고통에서 다디단 과즙 맛이 나는 것이었다.…

나중에 나는 기둥의 토대를 이루는 이들이 대거 학살되는 것을 보았다. 너무도 끔찍한 재난이어서 희생되지 않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뻔뻔스러워진 원수들이 교황마저 죽이려고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흘려진 피와 그 짓찢긴 피투성이의 희생자들이 뒤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수단이 된 듯하였고, 그래서 그들은 기둥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받칠 수 있게 되었다. 오, 얼마나 다행한 날들인지! 여기에서부터 승리와 평화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땅의 모습이 새로워졌다. 그리하여 이 기둥도 본래의 빛과 광채를 회복하였다.

오, 행복한 시대여, 멀리서 그대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나니, 그대가 교회에 크나큰 영광을, 교회의 머리이신 하느님께 크나큰 영예를 드리게 되리라!”

 

교황 레오 13세가 세계를 예수 성심에 봉헌하자, ‘그리스도의 사회 통치를 위한 모임’ 이라는 평신도 사도직 단체가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전례를 위해 첫 청원서를 전례성성에 제출하였다. 또한 회원이 천오백만 명쯤 되는 ‘성심 동맹’ 과 ‘기도 사도직’ 이 그 축일을 위한 운동에 함께 참여하였다. 이는 무엇보다도 특히 하느님 나라의 지상 도래를 인식하며 간청하는 축일이 되게 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왕국의 도래를 위해 기도하며 희생을 바치도록 영혼들을 부르는 루이사의 저술이 이 은총의 때에 시작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루이사 생애의 모든 특별한 은총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라는 명령도 십자가의 형태로 그녀에게 왔다. 영적 아버지였던 미켈레 데 베네딕티스 신부가1899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새 고해 사제 젠나로 디 젠나로 신부를 맞게 되었는데, 젠나로 신부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니까 1899년 2월에, 그녀와 예수님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전부 글로 쓰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루이사는 그 명령을 듣고 몹시 당황했으나 순명하였다.

  “오, 주님, 이 순명이 제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게 하는지 당신께서는 잘 알고 계십니다. 당신과 저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단 한 줄이라도 글을 쓰기보다는 천 번이라도 죽는 편이 나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 생각만 해도 제 본성은 후들거리며 짓눌려 으깨지고 거의 끝장이 난 듯한 느낌이 됩니다... 오, 저의 정배, 저의 힘이신 예수님, 저는 당신께로 날아오릅니다. 당신 팔 안으로 들어가 저 자신을 내맡긴 채 쉽니다.… 당신의 도움 없이는 이리도 막중한 희생으로 순명할 힘이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예와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빌며 청하오니, 오 거룩한 정배시여, 오셔서 저를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