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성녀/성 프란치스코

제2생애(Vita Secunda) 1부(6장-13장) 프란치스코의 회두

Skyblue fiat 2016. 11. 23. 04:49

제 6 장

십자가에 달려 그에게 말을 한 고상(苦像)과

거기에 바친 그의 존경

 

 

The Legacy of Saint Francis of Assisi

 

 

10. 곧 외모도 바뀌겠지만, 프란치스코는 이제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 어느 날 거의 다 허물어져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 다미아노 성당 근처를 걷고 있었다. 그는 성령의 이끄심에 안으로 들어가 기도하려고 십자가 앞에 겸손하고 경건하게 엎드렸다. 그러자 그는 뜻밖의 방문을 받고 충격을 받아 들어올 때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였다. 계속하여 그러한 상태에 머물어 있는데 세상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그려진 고상이 입술을 움직이면서 말을 하였다. 고상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하였다 : “프란치스코야, 보다시피 다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가서 수리하여라.” 프란치스코는 덜덜 떨며 적잖이 놀랐고 이 말에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는 복종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 명령을 완수하려고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변화를 표현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러니 우리도 그가 표현할 수 없었던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좋겠다. 그때부터 십자가에 달리신 분에 대한 애처로움이 그의 거룩한 영혼에 뿌리를 내렸고, 아직 살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경의(敬意)로운 오상(五傷)이 그의 마음속 깊이 찍혔음을 경건히 추측할 수 있다.

 

11. 이는 우리 시대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러한 사실들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누가 이와 같은 일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아직 그가 외적으로 세속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미증유의 기적을 통하여 십자가 나무에서 그에게 말씀하셨을 때에, 자기 동네로 돌아오는 프란치스코가 십자가를 진 모습이었다는 것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 시각 이후로는 그가 사랑한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실 때마다 그의 영혼은 녹아들었다. 얼마 후 그의 마음의 사랑은 그의 육신의 상처로 인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자기 눈앞에 언제나 어른거리는 듯 그리스도의 수난을 큰 소리로 외치고 슬퍼하며 울음을 그칠 날이 없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기억하느라 길거리를 한숨으로 채웠고, 어떤 위로도 마다하였다. 절친한 친구 하나를 만나 그에게 자기가 슬퍼하는 이유를 알리자, 이내 그의 친구도 비참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그 거룩한 형상을 실로 잊지 못했고, 그 명령을 소홀히 하여 지나치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 거룩한 고상이 합당한 빛의 공경을 잠시라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그는 거기 있던 사제에게 즉각 돈을 주어 등잔과 기름을 사게 하였다. 그러고는 부지런히 나머지 일들을 서둘러 하였고, 그 성당을 수리하는 데에 있는 노력을 다했다. 왜냐하면 비록 하느님의 이 명령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값을 치르고 얻으신 교회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완전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차츰차츰 육(肉)에서 영(靈)으로 넘어갔다.

 

제 7 장

아버지와 육신의 형제가 그를 괴롭힘

 

12. 이렇게 프란치스코는 경건한 일에 온몸을 바치고 있었지만, 육신의 아버지가 그를 괴롭혔고, 그리스도의 종노릇하는 것을 미친 짓으로 여겼으며, 어디서나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종은 어떤 지체가 낮고 참으로 단순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를 자기 아버지로 삼아, 자기 아버지가 자기에게 저주를 퍼부을 때 자기에게 복을 빌어 달라고 하였다. 실제로 그 사람은 예언자들이 한 말로 응수하였고, 그 뜻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 “그들은 저주하게 버려두시고, 당신은 나에게 복을 주소서.”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은 성스러운 일을 위하여 사용한다 해도 그것은 부당한 짓이기에, 하느님의 사람은 매우 경건한 사람인 아씨시 주교의 권유로 위에서 말한 성당 일에 쓰려고 했던 돈을 자기 아버지에게 돌려주었다. 그는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듣는 데서 말하였다 : “이제부터 나는 베드로 베르나르도네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습니다. 그에게 이 돈만 아니라 나의 옷도 다 돌려주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나는 하느님께 알몸으로 가겠습니다.”

오직 그리스도 한 분으로 족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 그후 하느님의 사람은 전과 달리 덕행의 겉치레에서가 아닌 그 실제 안에서 즐거워하면서, 옷 밑에 가시돋힌 철 고행대(鐵苦行帶)를 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육신의 형제도 아버지를 따라 악의에 찬 말로 그를 몰아 붙였다. 어느 겨울날 아침 그 사람이 프란치스코가 초라한 옷을 걸치고 추위에 떨면서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동네 친구에게 말하였다 : “프란치스코에게 가서 그 알량한 땀을 너에게나 팔라고 해라.” 이 말을 듣고 하느님의 사람은 기쁨에 싸여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 “정말 나는 이 땀을 더욱 열심히 나의 주님께 팔겠소.”

그는 이승에서 백 배만 아니라 천 배로 갚음을 받은 것이 정말 사실이고, 저승에서는 자기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을 얻어 주었다.

 

제 8 장

극복한 부끄러움과, 가난한 동정녀들에 대한 예언

 

13. 이제 프란치스코는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까다로운 습관을 거슬러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였고, 안일한 생활에 빠진 자기 육신을 누구나 타고난 선(善)으로 이끌려고 애썼다.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당시에 수리를 하고 있었던 성 다미아노 성당의 등잔에 불을 켜려고 기름을 동냥하러 아씨시를 거닐었다. 그가 들어가려고 하는 집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고결한 마음을 하늘로 향한 다음 자신의 비겁함을 질책하고, 자신에게 엄한 심판을 하였다. 그는 즉시 그 집으로 돌아가 정직하게 모든 사람 앞에서 부끄러웠던 연유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음이 흥분된 상태에서 불란서 말로 기름을 구걸하여 얻었다. 그는 대단히 열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 성당의 일을 돕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불란서 말로 장차 그리스도의 거룩한 동정녀들의 수녀원이 그 자리에 설 것임을 맑은 목소리로 예언하였다. 불란서 사람들로부터 특별히 영예를 얻고 그들로부터 특별한 경의로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성령의 열의로 차 있을 때마다 그는 언제나 불란서 말로 열변을 토하였다.

 

 

제 9 장

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함

 

14. 그가 모든 이의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는 모든 일 중에서 온갖 악의 불결함으로 오염된 유표(有表)한 것을 피하고 평범한 일들을 하기를 늘 좋아하였다.

그는 극단적으로 미묘한 사람이었다가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성당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동안 검소하고 참을성 있는 노동자로 바뀌었을 때, 그 성당을 맡고 있던 사제가 계속되는 피로에 만신창이가 된 프란치스코를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 가난해서 맛있게 만들 수는 없었지만 약간의 특식을 매일 대주기 시작했다. 그 사제의 아량을 칭찬하고 호의에 고마워한 프란치스코는 속으로 말했다 : “이러한 음식을 항상 너에게 대주는 사제를 너는 어디서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난을 내세우는 사람의 생활이 아니다. 이러한 음식에 습관 되는 것은 내게 유익한 일이 못 된다. 너는 네가 경멸했던 것들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다시 쏠릴 것이다. 지체없이 당장 일어나라. 그리고 집집을 돌며 뒤범벅이 된 음식들을 구걸해라!” 이리하여 그는 음식을 장만하려고 아씨시를 누비며 집집이 돌면서 구걸하였다. 그리고 각종 음식 찌꺼기로 수북한 자기의 동냥그릇을 보자 처음에는 그만 질려 버렸다. 그러나 하느님을 생각하고 자기를 극복하고서 그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들고 쓰디쓴 것을 모두 단 것으로 변화시킨다.

 

 

제 10 장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산을 포기함

 

15. 아씨시 고을의 베르나르도라는 사람이, 나중에는 완덕의 아들이 되었지만, 하느님의 사람의 표양을 보고 나서 세상을 완전히 경멸할 계획이었기에, 겸손하게 프란치스코의 조언을 구했다. 그리하여 그는 프란치스코와 의논하며 말하였다 : “오, 스승님, 만약에 누가 자기 주인의 재산들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그 재산들을 더 이상 보관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재산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완전할까요?” 하느님의 사람은 그것들을 받은 주인에게 모두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베르나르도가 그에게 말했다 : “제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조언을 듣고 나니, 그것들을 그분께 되돌려야겠다는 결심이 벌써 섰습니다.” 성인이 말하였다 : “당신이 말한 것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으면, 아침 일찍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복음서를 들고 그리스도께 조언을 구합시다.” 이리하여 그들은 이른 아침에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드린 다음 복음서를 펼치고 맨 처음에 나오는 권고를 따르기로 하였다. 그들이 책을 펼치자,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권고를 복음서에서 보이셨다 :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재차 책을 펴니,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구절이 나타났다. 세 번째 이같이 또 반복하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 베르나르도는 지체없이 이 모든 것들을 이행하여 한 치도 이 권고를 어기지 않았다.

곧 많은 이들이 마음을 좀먹는 세상에 대한 걱정에서 떠나, 프란치스코를 길잡이로 하여 무한한 선(善)인 자기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이 하늘의 부르심의 상(賞)을 받은 경위를 일일이 열거한다면 길다.

 

 

제 11 장

교황님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

 

16. 프란치스코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회칙을 인준 받기 위하여 인노첸찌오 교황 앞에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을 때, 대단한 분별력을 지니신 교황님께서는 그가 제출한 생활양식이 그들의 힘에 겨웁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 “아들이여, 그리스도께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당신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분의 뜻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뜻을 알게 되면 더욱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경건한 청에 동의하겠습니다.” 성인의 최고의 목자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자신 있게 그리스도께 달려갔다. 그는 진지하게 기도하였고, 동료들에게도 하느님께 기도하기를 간절히 권하였다. 장황하게 다음 이야기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기도에서 응답을 얻어 아들들에게 구원의 소식을 전하였다. 그리스도와의 허물없는 대화는 비유(比喩)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하였다 : “프란치스코야, 교황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가난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한 여인이 어느 사막에서 살고 있었다. 어떤 왕이 그녀와 결혼하여 아주 잘 생긴 아들들을 낳았다. 그들이 성숙하여 귀티 있게 자랐을 때 어머니가 말하였다 :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아, 가난하다 해서 부끄러워 말아라. 너희는 모두 저 위대하신 임금의 아들이다. 궁전으로 떳떳하게 가거라.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청하여라.’ 이 말을 듣고 아들들은 놀라며 기뻐하였다. 그들의 뿌리가 왕족임이 확실해지자 희망이 솟았고, 본인들이 상속자임을 알고는 자신들의 궁핍을 재산으로 여겼다. 그들은 임금에게 용기 있게 모습을 나타냈고 자신들이 닮고 있는 임금님의 용안을 뵙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임금은 그들에게서 자기와 닮은 점을 깨닫고는 이상히 여겨 누구의 아들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사막에 살고 있는 가난한 부인의 아들이라고 말하자, 임금은 그들을 껴안고 말하였다 : ‘너희는 나의 아들이요 상속자다. 두려워 말라. 한갓 나그네들도 나의 식탁에서 기르거늘 내가 나의 전 재산이 당연히 돌아가야 할 너희를 보살피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리하여 임금은 그 부인에게 자기가 낳은 아들들을 미리 마련된 궁전의 식탁으로 모두 보내라고 어명(御命)을 내렸다.” 성인은 행복하였고, 이 비유에 기뻐하며 거룩한 응답을 그 즉시 교황님께 전하였다.

 

17. 이 부인은 프란치스코였다. 그의 자태가 부드러워서가 아니라 아들을 많이 낳았기 때문이다. 사막은 이 세상이다. 당시에 이 세상은 덕행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경작되지 않은 불모지였던 것이다. 잘 생긴 많은 자손의 아들들은 모든 덕행으로 추앙 받는 수많은 형제들이다. 임금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었고, 형제들은 거룩한 가난으로 그 아드님을 닮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조악(粗惡)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임금님의 식탁에서 양육되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뒤따라 모방하는 일과 동냥으로 살아가는 일에 만족하였고, 세상이 질시해도 그들은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교황 성하께서는 당신께 제시된 비유에 감탄한 나머지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사람 안에서 말씀하셨음을 확연히 깨달았다. 성하께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환시를 돌이켜 생각하였고, 그것은 모두 이 사람을 통하여 완성될 환시였음을 성령의 인도로 확언하였다. 그는 꿈속에서 라떼라노 대성당이 허물어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어떤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수도자 하나가 자기 등을 그 대성당 밑에 들이밀어 무너지지 않게 떠받쳤다. 그는 말하였다 : “옳구나. 이 사람이 자기의 업적과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의 교회를 떠받칠 사람이다.” 이리하여 교황 성하께서는 프란치스코의 청에 아주 쉽게 동의하였다. 성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에 충만하여 그리스도의 종에게 시종일관 특별한 사랑을 보냈다. 요구 사항을 즉시 허락하였고 그것보다 더한 것도 허락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프란치스코는 자기에게 허락된 권위로 더욱 뜨겁게 설교하면서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덕행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뽀르찌웅꿀라의 성모 마리아

 

 

제 12 장

뽀르찌웅꿀라에 대한 성인의 사랑과 그곳에서의 형제들의 생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성당에 대한 복되신 동정녀의 사랑

 

18.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는 몸집이 작고, 마음은 겸손하였으며, 수도서원에서 작은 형제였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와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작은 몫(portiuncula)을 차지하였으니,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는 그리스도께 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떨어진 땅이 옛부터 뽀르찌웅꿀라(Portiuncula)로 불리었으니, 이는 하느님의 예언적인 섭리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수님 다음으로 모든 성인들의 화관이 될 만한 공로를 탁월한 겸덕으로 세우신 동정 성모의 성당이 이곳에 세워졌다. 이 성당에서 작은 형제회가 태동하였다. 견고한 기초인 양 그 위에서 형제들의 수가 늘어갔고 형제회의 고귀한 건물이 솟아올랐다. 성인은 이곳을 어디보다도 사랑하였다. 그는 자기 형제들에게 이곳을 특별한 경의(敬意)를 가지고 받들도록 명하였다. 그는 그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 자기는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위하여 그 사용권만을 가짐으로써 이곳이 형제회의 겸손과 극도의 가난의 표본으로 언제나 보존되기를 원하였다.

 

19. 그곳에서 형제들은 침묵과 규칙을 지키면서 모든 면에 매우 엄격한 생활을 하였다.

특별히 간택된 형제들이 아니면 아무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고,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그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헌신적이기를 성인께서는 원했으며, 모든 면에서 완전하기를 원했다. 물론 모든 외부 손님에게 수도원 출입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그는 엄하게 인원을 통제하여 외부와의 접촉으로 귀를 만족시키는 형제들이 거기에 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소문을 내는 형제들을 통하여 다른 형제들이 그 소문을 듣고 천상 일을 묵상하는 데에 방해를 받아 쓰잘데없는 일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말들을 입밖에 낸다거나 다른 형제들이 그것들을 또 그대로 전하여 되풀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만약에 누가 어느 때고 이런 짓을 했으면 그 형제는 그런 일이 다시없도록 조심하라는 훈계로 벌을 받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형제들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에 빠져 있었고, 놀라운 향기를 풍겼으며 천사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였다.

이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옛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예전부터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라고 불이었었기 때문이다. 복되신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온 세상에 세워진 성당 중에서 이 성당을 특별히 사랑하셨음을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계시하셨다고 행복해 하시면서 사부님은 늘 말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성인은 이곳을 어느 곳보다도 사랑하였다.

 

 

 

제 13 장

어떤 환시

 

20. 하느님께 봉헌된 한 형제가 회두 하기 전에 이 성당에 관한 환시를 보았는데 이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부상을 입어 눈이 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그들의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이 성당 안에 둘러 있는 것을 그가 환시로 보았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모두 손을 들고 목메인 소리로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자비와 빛을 애걸하고 있었다. 그러자 보라, 하늘에서 거대한 광채가 내려와 그들 모두 위에 퍼져 내리며 각자에게 빛을 주었고 그 빛은 그들이 목말라 하던 치유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