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성녀/성 프란치스코

제1생애(Vita Prima) 1부 (16-30장)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생활과 행적

Skyblue fiat 2016. 11. 23. 04:46

제 16 장

리보 또르또에 머무름과 가난을 고수함

 

 

 

42.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형제들과 함께 아씨시에서 가까운 리보 또르또에 머물곤 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헛간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크고 화려한 집들을 몹시 업신여기신 이들이 그 피신처에서 살았다. 그런데 폭풍우 정도는 피할 수가 있었다. 어떤 성인이 말씀하셨듯이 헛간에서 천국에 오르기가 궁전에서 천국에 오르기보다 더 빠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모든 아들들과 형제들은 그곳에서 이 복되신 사부님과 함께 살았고, 고역에 시달렸으며 갖춘 것이라곤 없었다. 빵을 먹는 위안조차도 온통 빼앗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아씨시의 여기저기에서 구걸해 온 순무로 만족했다. 그곳은 또 너무 좁아서 마음대로 앉거나 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무 군말이 없었고 불평도 없었으며 오히려 맑은 정신과 기쁨에 가득 찬 마음으로 꾸준히 인내해 나갔다. 한편, 성 프란치스코는 매일 매일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끊임없이 부지런히 살폈고, 그리하여 그들 마음속에 어떤 방자한 생각도 허용치 않음으로써 그들 마음에서 모든 나태를 몰아냈다.

그는 수련에 엄격하여 자기 자신을 자나깨나 지켜보았다. 더러 그랬듯이 만약 육적인 유혹이 그에게 닥쳐오면 겨울에도 얼음이 차 있는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욕망의 흔적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 있곤 하였다. 형제들은 이런 위대한 극기의 표본(標本)을 열렬히 따랐다.

 

43. 성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에게 악(惡)을 극복하고 육(肉)의 충동을 눌러야 할뿐만 아니라, 참으로 외적인 오관(五官)까지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쳤으니, 이는 그 오관을 통해서 마음으로 죽음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오또 황제가 땅 위의 제국의 왕권을 받으려고 요란스럽고 위풍당당하게 그 지방을 지나가고 있을 때, 황제가 막 통과하고 있는 길가에 위치한 그 헛간에서 형제들과 함께 거처하고 있었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께서는 그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누구도 나가서 구경하도록 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만이 뛰쳐나가서 황제에게 그의 영광은 잠시 지속될 뿐이라고 외쳐 댔다.

영광스러운 성인은 당신 마음속의 넓은 곳에 들어앉아 소요(逍遙)했으며, 당신 안에 하느님을 위한 합당한 거처를 마련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밖의 함성소리가 그의 귓전에 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강한 사도적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왕들이나 영주(領主)들에게 아첨하기를 철저히 거절하였다.

 

44. 그는 언제나 거룩한 단순성에 유의하였다. 그는 그곳의 협소한 장소 때문에 마음의 위대성이 저해를 받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는 형제들의 이름을 거처의 들보에 써 놓았다. 그래서 만약에 각자가 기도하고 싶거나 쉬고 싶으면 자기 자리를 알 수 있었으며, 따라서 장소가 협소하다고 해서 그것이 마음의 침묵을 흔들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계셨던 그 누추한 집에 어떤 사람이 당나귀를 데리고 왔다. 그는 쫓겨나지 않으려고 억지로 당나귀를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말하였다 :

“자,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 말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꾹 참았다. 그 사람은 형제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땅을 늘리고 집을 연달아 차지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즉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 농부가 한 말 때문에 그 헛간 같은 집을 포기하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뽀르찌웅꿀라라고 하는 딴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 바와 같이 성 프란치스코가 오래전에 수리한 적이 있었던 성 마리아 성당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하느님 안에서 더욱 충만하게 모든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도무지 아무 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제 17 장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에게 기도를 가르침,

그리고 형제들의 순종과 정결

 

45. 그때에 형제들은 단순한 마음으로 생활을 했을 뿐 아직 교회의 성무일도를 몰랐기 때문에 성 프란치스코에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는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여러분들은 기도할 때 주의 기도를 외시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하시오 :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하며 찬미하오니,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로 세상을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랑 깊은 스승의 제자들인 형제들은 대단한 노력으로 이것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들은 복되신 사부님께 형제적 충고나 부성적 명령으로 그들에게 하도록 시킨 일은 물론이요, 어쩌다가 알게 되는 경우에는 사부님이 마음먹고 있는, 또는 명상하고 있는 일까지도 가장 충실하게 실행하도록 힘썼다. 왜냐하면 복되신 사부님은 그들에게 참다운 순종은 말로 명령된 일뿐만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까지 따르는 것을 말하며, 시킨 것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아래 형제는 장상 형제의 명령을 들을 때만 아니라 그의 뜻을 알아차릴 때에도 즉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순종에 내맡겨야 하고 어떤 외적인 표시로 알아차린 것까지도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어디에 있든 간에 그리고 형제들이 그곳에 갈일이 없고 다만 먼 곳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 방향을 향해서 땅에 엎드려 육신과 영혼으로 깊은 절을 하고, 그 거룩하신 사부님이 가르친 대로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합니다.” 하며 형제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흠숭하곤 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그들은 언제나 땅에서나 벽에서나 나무에서나 길가의 담장에서나 예수님의 고상 또는 십자가의 표시를 보게 되면 언제나 역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46. 거룩한 단순성이 형제들의 마음을 채웠고, 때묻지 않은 삶이 그들을 이끌었으며 정결한 마음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표리부동한 마음이란 도무지 알지 못하였다. 그들에게는 신앙이 하나인 것처럼 마음과 의지와 사랑도 하나였고, 또한 영혼의 합일과 행동의 일치와 다듬어진 덕행과 마음의 일치와 경건한 행위만이 늘 있었다.

한번은 어떤 재속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극악한 죄로 악명이 높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경멸을 받았다. 바로 그 사제에게 형제들은 가끔 죄를 고백하였는데 형제들도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큰 죄를 알게 되었지만 조금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고, 그로 말미암아서 여느 때처럼 그에게 그들의 죄를 고백하기를 궐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의당 바쳐야 할 존경심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바로 그 사제인지 아니면 다른 사제인지 어떤 사제가 한 형제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형제여, 위선자가 되지 마시오.” 그 형제는 사제의 말을 듣고 즉시 자신을 위선자라고 여겼다.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심한 비탄에 빠져서 밤낮으로 울었다. 그러자 형제들이 그에게 어찌하여 그렇게 슬픔에 쌓여 그다지도 애통해하느냐고 물었다. “ 한 사제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고, 그것이 나의 마음을 몹시 슬프게 하므로 딴 생각을 도무지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였다. 형제들은 그를 위로하여 그런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무슨 말입니까? 형제들이여,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사제입니다. 사제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제는 거짓을 말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 말이 옳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후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는 복되신 사부님의 말씀으로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켰으니, 사부님께서는 그에게 그 사제의 말을 설명하며, 그 사제의 의도를 현명하게 해명해 주었던 것이다.

형제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란치스코의 훈훈한 말씀을 듣고도 마음의 구름이 개지 않으며, 평온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만큼 괴로워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 18 장

불 전차에 관하여,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자리에 없는 형제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일

 

 

47. 하느님 앞에선 단순하게 생활하였고 사람들 앞에선 신의로 생활하였으므로 형제들은 당시에 거룩한 환시로 인하여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찰 만하였다. 형제들은 지상적인 염려나 괴로운 근심걱정에 마음쓰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성령의 불에 타올라 정해진 성무일도 시간만 아니라 어느 때고 항상 탄원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의 기도를 노래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가 그들과 떨어져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자정에 가까와 어떤 형제들은 쉬고 있었고 어떤 형제들은 조용히 열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아주 휘황찬란한 불전차가 들어와서 두세 번 이리저리 집안을 돌았다. 공 모양의 큰 빛이 전차 위에 머물러 마치 태양처럼 밤을 밝히고 있었다. 깨어 있던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였고 잠자던 형제들은 깜짝 놀랐다. 형제들의 몸이 환해졌지만 마음도 이에 못지 않게 환해졌다. 형제들은 한데 모여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결국은 그 빛의 힘과 은총으로 각자의 양심이 서로 서로에게 드러났다.

마침내 그들이 이해하고 깨달았던 것은, 그것은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이 그렇게 찬란히 빛났다는 것이며, 또한 통찰력을 지닌 그분의 정결과 아들들에게 쏟는 크고 깊은 그분의 보살핌 때문에 그는 하느님께로부터 그만한 축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셨다는 것이었다.

 

48.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들이 가슴에 지니고 있었던 비밀이 사부님께 알려졌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난 증거로써 자주 확인했고 경험하였다. 오, 그분은 자리에 없는 형제들의 행적에 관하여 아무도 그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성령의 감도로 알고 계셨으며, 또한 그들의 마음의 비밀을 열어 보고 그들의 양심을 개탄 하셨던 적이 얼마나 빈번하였던가! 잠자고 있을 때에도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명하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말라고 금하셨던 적이 얼마나 여러 차례였었던가! 오, 그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행위가 당장은 좋아 보였을지라도 앞으로 있을 그들의 나쁜 행위를 예언하셨던가! 반면에 많은 형제들이 악습을 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아시고, 그들에 대한 앞으로 있을 구원의 은총을 미리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더욱이 어느 형제가 정결함과 단순함에서 뛰어났었던 경우에는, 그 사람은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마음의 큰 위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곧 프란치스코를 뵙는 일이었다.

나는 여러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알게 된 여러 예 중에서 하나의 보기를 들겠다. 한번은 성 프란치스코로부터 쁘로벤자에 있는 형제들의 봉사자로 임명을 받은 피렌제의 요한 형제가 그 관구에서 총회를 열고 있을 때에, 언제나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께서는 그의 말문을 열게 해 주셨고, 그는 모든 형제들로 하여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끔 하였다. 형제들 중에는 모날두스라 부르는 한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매우 유명하였고 실제로 생활은 더욱 훌륭한 분이었다. 그의 덕행은 겸손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빈번한 기도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인내의 방패로 보호되어 있었다.

또한 그 총회에는 안또니오 형제도 참석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가 성서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예수님에 관해 조청이나 벌집에서 딴 꿀보다도 더 감미로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그가 형제들에게 열성적으로 온 힘을 다하여 “유대인들의 왕, 나자렛 예수”에 대하여 설교하고 있을 때, 위에서 말한 모날두스 형제가 많은 딴 형제들이 모여 있는 집의 문 쪽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거기에서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공중에 떠올려져 십자모양으로 양손을 뻗고서 형제들을 강복하는 모습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당시 모든 형제들이 성령의 위로로 충만되어 있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구원의 기쁨 덕택으로 지극히 영광된 사부님의 환시와 현존에 관해서 들었던 이야기까지도 그들은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성싶었다.

 

49. 성 프란치스코가 다른 형제들의 마음의 비밀을 감지(感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많은 일들 중에서 도무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한 가지 경우만을 말하고자 한다. 리체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한 형제는 고귀한 가문의 출신이었지만 품행은 더욱 고귀하였으며, 하느님을 사랑하였고 자신을 업신여겼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생활하였고, 또한 거룩한 사부 프란치스코의 총애를 완전히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끌려 생활하였다. 그러나 그는 어떤 숨은 이유로 해서 성 프란치스코가 그를 경멸하고 또 그것으로 해서 사부님의 총애를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 형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던 만큼, 누구든지 성 프란치스코가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사람이면, 그 사람은 또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지만, 반면에 성 프란치스코가 좋은 기분으로 친절히 대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심판의 노여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형제는 이러한 생각들을 마음속에서 되새겼고 자주 혼잣말로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다.

 

50. 어느 날 복되신 사부님께서 작은 방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이미 이야기한 바 있는 리체리오 형제가 항상 있어 왔던 분심잡념(分心雜念)에 마음이 산란하여 거기로 찾아왔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그가 오고 있음을 알고 계셨으며, 그의 마음 안에 일고 있는 일까지도 아셨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그를 불러오게 하여 말하였다 : “아들아, 어떤 유혹도 너를 불안하게 할 수 없을 것이며, 어떤 생각도 너를 노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가장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한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너야말로 내가 친히 사랑하는 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라. 네가 나와 아무 흉허물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질 때에는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나에게 오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듣고 그 형제는 마음으로 크게 경탄하였으며, 그후 사부님을 더욱 공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룩한 사부님의 총애가 켜졌던 만큼, 그만큼 그도 마음을 활짝 열어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신뢰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거룩하신 사부님! 이 지상에서 당신과 같은 분을 만나려다가 아주 포기하고 당신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요! 비오니, 당신의 중재로 당신이 보기에 나쁜 죄에 물들어 진구렁 속에 빠져 있는 자들을 도우소서. 당신이 모든 의로운 이의 정신으로 채워져 있을 때에 미래까지 내다 보셨고, 현재를 알아차리셨지만, 당신께서는 모든 오만을 피하기 위해서 거룩함과 단순함의 모습을 언제나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위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다시 역사적인 순서를 살펴보자.

 

 

제 19 장

형제들을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참된 겸손

 

 

51.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지극히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영적으로 형제들에게서 멀어졌던 일이 없었지만, 이제 육적으로도 형제들에게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의 행위를 세심하고도 부지런하게 눈여겨 살핀 그는 친절에서 나오는 궁금증으로 늘 형제들에게 관심이 있었으며, 좋지 않은 일이 행하여지는 것을 보게 되면 빠뜨리지 않고 벌하였다. 그는 우선 형제들의 내적인 잘못을 깊이 파악하고 나서 외적인 죄를 판단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죄에 기울어질수 있는 모든 기회를 뿌리째 뽑았다.

모든 열성과 염려를 다하여 그는 거룩한 부인이신 가난을 고수(固守)하였다. 필요 없는 물건을 가지게 될세라,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는 어떠한 종류의 그릇도 집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필요를 충족시키면 동시에 쾌락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불로 요리한 음식을 자신을 위하여 허용하는 일은 전혀 없거나 매우 드물었으며, 요리된 음식을 허용하는 경우라도 그 음식에 재를 뿌리거나 양념맛을 없애기 위하여 찬물을 부었다. 그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러 이 세상을 다니는 동안 자기를 크나큰 애정으로 존경하는 대제후(大帝侯)들로부터 식사를 초대받을 때마다 거룩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그는 잠시 고기의 맛만 보고, 남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손을 입에 들어올려 먹는 척하였지만, 이내 그 나머지를 품안에 떨어뜨리곤 하였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갈증을 풀기 위하여 물조차도 충분히 마시려 하지 않았던 그였으니, 하물며 그가 포도주를 마시는 일에 관해서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52. 그리고 그는 어느 집에 숙식하게 되든지 그가 눕는 곳에 요나 의류를 깔지 못하게 하였으며, 짧은 투니카만 걸친 채 사지에 맨살이 알바닥에 닿도록 했다. 연약한 육신의 회복을 잠으로 꾀할 때에는 흔히 앉은 채로 잤으며, 혹 눕게 될 때는 나무조각이나 돌을 베게 삼았다.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어떤 특별한 음식에 대하여 식욕이 동했을 때, 그는 거의 식욕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한번은 몸이 쇠약해졌을 때, 그는 닭고기를 조금 먹자 그럭저럭 기력이 회복되어 아씨시 동네로 들어왔다. 그가 성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 그는 자기와 함께 있던 형제에게 밧줄로 그의 목을 매고 마치 강도를 다루듯 온 동네를 끌고 다니며 큰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질러 알리라고 명령하였다 : “여러분이 모르는 동안에 닭고기를 먹고 디룩디룩 살이 찐 이 걸터듬이 좀 보십시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기이한 광경을 보려고 달려갔다. 그들은 크게 한숨을 쉬며 울며 말하였다 :“온갖 생활을 육정으로 보내며 더럽게 만취하여 가슴과 몸뚱이를 살찌게 하는 가련한 우리에게 앙화 있을지어다!” 이리하여 마음이 찔린 그들은 그 장한 본보기로 말미암아 보다 나은 생활에로 나가도록 감동되었다.

 

53. 그는 이와 비슷한 일을 자주 행했으므로, 온전히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영원한 영광을 찾도록 남들에게 권유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깨진 그릇처럼 대했고, 육신을 위한 어떤 두려움이나 염려의 부담이 없었으므로, 그는 일시적인 것을 간절히 바라는 육적인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모욕을 받을 때는 흔쾌히 자신을 거기에 내놓았다. 진정으로 자신을 천하게 여겼으므로, 그는 말이나 모범으로 남들도 스스로를 경멸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쳤단 말인가? 오히려 그는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고 칭찬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의 기상한 판단이었다. 프란치스코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천히 여겼으며 가장 엄하게 경멸하였다. 그리하여 자주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마다 깊은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의를 거절하였으며, 그는 누군가에 의해서 비난을 듣게끔 마음을 썼다. 그는 형제를 그에게 불러 말하곤 했다: “순명으로 이르는 말이니, 거칠게 나를 욕하고 남들의 거짓말을 물리쳐 진실을 말하시오.” 그리하여 그 형제가 마지못해 그를 촌놈이요, 고용된 종이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코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박수로 환영하며 대답하곤 했다 :“형제는 참으로 진실한 말을 하였으나, 주께서 형제를 축복하시기를! 베드로 베르나르도네의 아들은 그런 말을 들어 마땅합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비천한 출생의 상황들을 회상하곤 하였다.

 

54. 그는 매사에 자기 자신이 경멸을 받을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이고 남들에게 참된 고백의 모범을 보여 줄 목적으로 프란치스코는 어떤 일에 실수하였을 경우, 설교를 할 때에 자기의 실수를 모든 사람 앞에서 고백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다. 만일 어떤 사람에 대하여 어쩌다 나쁘게 생각하였거나 우연한 기회에 화내는 말을 하였으면 자기가 나쁜 생각을 품었거나 화를 낸 그 사람에게 아주 겸허하게 죄를 고백하고 그의 용서를 빌곤하였다. 흠잡을 데 없는 그의 결백함에 대한 증인인 그의 양심은 온갖 염려를 다하여 스스로를 보호하였으며, 그의 양심은 마음에 입은 상처를 말끔히 가시게 해 줄 때까지는 프란치스코를 쉬게 하지 않았다. 분명히 성 프란치스코는 모든 선행에 있어서 진전이 있기를 바랐지만, 그 때문에 존경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으며, 허영심이 생길까 두려워서 모든 방법을 다하여 탄복으로부터 도망쳤다.

 

훌륭하신 사부님, 이제 우리는 모든 선행과 겸손의 모범이신 당신을 잃었으니 불쌍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모시고 있었을 때에, 우리는 그분을 알려고 안했으니 그분을 잃어버린 것은 그 대가입니다.

 

 

제 20 장

프란치스코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55. 참으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항시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다. 이리하여 회두생활을 한 지 6년째 되던 해에 거룩한 순교에 대한 갈망이 극(極)에 달하자, 사라센인이나 그 밖의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회개를 설교하기 위하여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배를 타려 하였다. 그곳에 가기 위하여 배에 올라 항해를 하는 도중, 그만 역풍을 만나 알고 보니 다른 선원들과 함께 슬라보니아 지방에 와 있었다. 이리하여 자기의 큰 뜻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아챈 프란치스코는 얼마 후에 안꼬나로 가려고 하는 몇몇 선원들에게 자기도 그곳에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그해에는 어떤 배도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량의 부족으로 프란치스코를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그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고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몰래 배에 올라탔다. 어찌되었던 신의 섭리로 어떤 낮선 사람이 식량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선원 하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이것을 다 가지고 가서 배 안에 숨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 꼭 나누어주시오.” 폭풍이 일게 되어 사람들은 여러 날을 애써 배를 저었으므로 식량은 모두 동이나, 가난한 프란치스코의 식량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식량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비록 항해가 며칠 더 계속되었지만 그들이 안꼬나 항에 도착할 때가지 넉넉하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그럼으로써 선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 덕분에 바다의 위험에서 빠져 나왔음을 알고 언제나 종을 통하여 경이로움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56.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거닐며 말씀으로 땅을 일구어 축복이 담겨 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생명의 씨를 뿌렸다. 즉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 간에 착하고 적합한 사람 몇몇이 세속을 떠나 악마를 용감하게 끊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뜻에 따라 생활과 목적에서 프란치스코를 헌신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비록 복음의 가지가 가장 귀한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들였다 해서 순교를 이룩하겠다는 숭고한 뜻과 그 불타는 열망이 조금도 그의 마음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마 안 있어 회교도 군주와 그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려고 모로코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렇게 큰 희망에 열중한 나머지 때때로 마치 마음이 술에 취한 듯 여행에 동행하던 사람조차도 뒤에 남겨 두고 목적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 더는 가지 못하도록 병이 나게 하시어 그를 여행에서 다시 불러오셨기 때문이다.

 

57.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온 후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합세했다. 프란치스코도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매하고 사려가 깊은 그들을 존경심과 품위를 가지고 대하였으며, 그들 각자에게 관대하게 의무를 지정해 주었다.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뛰어난 성품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인격을 신중히 고려하였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열렬하고도 거룩한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는 편치 않았다. 그래서 회두한 지 13년 되는 해에 그가 시리아로 출발하였는데, 마침 기독교와 이교도들 사이에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곤 하던 때였다. 그래도 그는 동료 하나를 데리고 사라센의 회교도 군주 앞에 두려움없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그를 회교도 군주 앞에 서게 하였고 무슨 힘으로 말을 하였으며 무슨 언변과 자신감으로 그리스도교 법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답변을 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회교도 군주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병졸들에게 붙들려 창피를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그는 겁내지 않았다. 고문하겠다고 위협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죽인다고 해도 낯이 창백해지지 않았다. 비록 적대심과 증오심에 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피한 대우를 받았지만, 회교도 군주에게서는 매우 영예로운 대우를 받았다. 회교도 군주는 프란치스코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예우(禮遇)를 했고 많은 선물을 주어 프란치스코의 마음을 세상의 부(富) 쪽에 기울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추상같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똥이나 다름없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프란치스코를 딴 모든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되어 프란치스코말을 기꺼이 경청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에도 불구하고 주께서는 순교에 대한 프란치스코의 염원을 들어주지 않으셨으나, 그를 위해서 엄청난 은총의 특권을 마련해 놓고 계셨던 것이다

 

 

제 21 장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제 22 장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제 23 장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

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제 24 장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제 25 장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

 

제 26 장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70. 치따 디 까스뗄로에도 마귀들린 여인이 있었다. 지극히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그 도시에 있을 때, 그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그 여인이 끌려 왔다. 여인은 밖에 서서 더러운 악령이 늘 그러하듯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고, 얼굴은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와 여인을 위해서 프란치스코 성인께 간원을 하였다. 악령이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고문하여 이제는 그들까지도 마귀의 괴성(怪聲)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거룩한 사부님은 함께 있던 형제를 여인에게 보내어 그것이 악마의 짓인지 아니면 여인이 거짓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여인이 그 형제를 보자 프란치스코가 아님을 알고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사부님은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기도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성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뒹굴었다. 성 프라치스꼬가 여인을 부르며 말하였다 :“순종의 힘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령아, 여인에게서 나오너라!” 이에 악령은 여인에게 아무 행패도 부리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며 즉각 여인에게서 떠나갔다.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이 거룩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만 거룩함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생활의 탁월성이나 지극히 순수한 생활 양식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이제 기적들은 생략하고 영원한 구원을 위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제 27 장

프란치스코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께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71.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코는 자기 욕심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로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열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주된 관심은 하찮은 먼지에 오염되어 그의 마음의 청명함이 단 한 시간도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외적인 소음에 초연하도록 하였고, 육신의 오관을 철저히 통제하였으며, 마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스스로를 하느님으로만 채웠다. 그는 바위틈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절벽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 그는 기뻐 즐거워하며 천상 거처만을 넘나들었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구세주의 오상(五傷)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한적한 곳들을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향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때에 굼뜨지 않게 이웃의 일에 관계하였고 이웃의 구원과 관련되는 일들을 기꺼이 보살펴 주었다.

그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잠시 하는 기도라든가 헛되거나 외람된 기도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겸허하게 고요히 드리는 기도였다. 저녁에 시작한 기도라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끝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그는 늘 기도에 몰두하였다. 그는 홀로 야밤에 기도를 하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당이나 폐허에 있는 성당에 가곤 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의 보호하심으로 두려움과 동요를 기도 안에서 극복하였다.

 

72. 악마란 놈이 마음 안에서 유혹으로 일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외적으로 물건들을 들부수어 프란치스코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는 그는 악마와 백병전(白兵戰)을 치렀다. 하느님의 가장 용감한 병사는 주께서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능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 않고 마음속으로 뇌었다 :“이 흉악한 놈아, 우리가 많은 사람 앞에 있을때에 네놈이 꼼짝 못했던 것처럼, 내가 혼자 있어도 네놈은 너의 그 간악한 무기를 나에게 요란스럽게 휘두를 수 없을 게다.”

실로 그는 대단히 항구하였기 때문에 주님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자주 전파하면서도 마치 친한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하듯 확신 있게 말하였다. 그는 많은 군중을 한 사람처럼 대했으며, 또한 많은 군중에게 하듯이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설교 중에 신념을 보여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하였다. 그는 설교하기 전에 한참동안 묵상하고서도 때때로 그 묵상한 것을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잊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지만 전혀 아무 것도 기억 할 수 없노라고 고백하곤 하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능변이 되어 청중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아넣곤 하였다. 때때로 그는 말할 것이 없을 때면 강복만 주어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 강복만으로도 거기에서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73. 수도회에 관계되는 일 때문에 그가 한 번 로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호노리오 교황 성하와 추기경님들 앞에서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각별한 애정으로 존경한 오스띠아의 영화로운 우고 주교는 이 점을 알고 성인의 열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그가 너무도 순박하기만 한지라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경건하게 바라는 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주교는 교황 성하와 추기경 앞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프란치스코는 허락과 강복을 받고 위대하신 추기경님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대단한 열변을 토했고 자기도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가 입에서 말을 토해낼 때에 춤추듯 발을 움직였으나 힘찬 움직임은 아니었고 하느님의 사랑의 불에 용약하였으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다만 비탄의 눈물을 쏟게 하였다. 거룩한 은총과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위대한 성실성에 감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찔렀다. 그 동안 공경하올 오스띠아 주교는 계속해서 불안감에 마음이 조여들여 온 힘을 다하여 주님께 축복받은 사람의 소박함이 멸시 당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렸다. 왜냐하면 성인의 영광이나 수치까지도 프란치스코 수도가족의 아버지로 있는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74. 프란치스코 성인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이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이 주교에게 매달렸고 그의 자비로운 품속에 잠들어 안전하게 쉬었다. 실로 오스띠아의 주교는 그 자리를 맡아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나 목자의 이름은 성인에게 넘겼다. 복되신 사부님은 필요한 것을 청하였고, 능숙한 주교는 이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자리가 잡혀갈 때에, 뿌리를 내린 새 수도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지극히 인자하신 주님의 손길이 이 지상에 심으신 간선된 새 포도밭을 짓밟으려는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주교님의 칼에 쓰러졌고, 자취도 없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분은 강한 능변의 소유자였고 교회의 성벽이었으며 진리의 기둥이었고 겸손을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이러한 공경하올 주교님께 자신을 맡긴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며 기억할 만한 날이다.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의 특사로 자주 파견되었지만, 이번에는 뚜스까나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의 수가 많지도 않은데 불란서로 진출하고자 피렌제로 간 적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당시에 주교님께서 그곳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다. 아직 두 분이 각별한 친분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다만 서로간의 축복 받은 생활에 대한 명성만이 그들을 서로 사랑으로 결합시켰었다.

 

75.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또 다른 습관은 그가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주교나 사제를 방문하는 것이었으니, 훌륭하신 주교님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찾아가서 정성껏 존경의 예를 표했다. 주교님께서는 늘 그같이 거룩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특히 복된 가난과 단순성의 숭고한 징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에게 늘 그러했듯이, 그를 만났을 때에도 존경심을 가지고 겸손히 그를 맞아들였다. 주교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궁핍을 성심껏 들어주었고, 특별한 배려로 그들의 어려움에 손을 썼기 때문에 프란치스코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애써 묻고 그의 여행 목적을 대단히 인자하게 이해하였다. 주교님께서 그가 지상 적인 것을 쓰레기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안 순간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 보내신 불에 그가 타고 있음을 안 순간, 주교님의 영혼은 성인의 영혼과 함께 묶였고 주교님은 진심으로 그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며 자기도 모든 것에서 성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기꺼이 하였다. 그리하여 주교님은 프란치스코에게 시작한 여행을 포기하고 주께서 프란치스코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하였다. 그러자 성 프란치스코는 그렇게 열심한 마음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며 힘있는 충고를 하는 공경하올 주교님을 뵙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몹시 즐거워하였고, 오히려 무릎을 끊고 진심에서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을 주교님께 넘겨 드리면서 맡겼다.

 

 

제 28 장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정신과 애정어린 동정심,

그리고 양과 어린양에게 한 일

 

 

76.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가난한 프란치스코는 스스로 모든 가난한 사람들과 같아지려 하였고 당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몹시 슬퍼하였다. 그것은 헛된 영광을 탐해서가 아니라 다만 동정심에서였다. 그는 실로 볼품없고 거친 투니카 한 벌로 만족하였지만, 그 한 벌도 가난한 사람과 나누어 가지기를 몹시도 자주 염원하였다.

그러나 이 진정 풍요로운 가난한 사람은 크나큰 애정에 이끌려 어떻게 해서라도 가난한 자들을 도우려 하였고, 몹시 추운 때에는 이 세상의 부자들에게 외투나 모피를 청하곤 하였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은 당신이 청할 때보다 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이 내줄 때 그들에게 이렇게 하였다 : “이것을 다시 돌려 받으리라 기대하지 않으실 것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입은 것을 첫 번째로 만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입혔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수치를 당한다던가, 피조물이 누구에게서 저주를 듣는 것을 보면 그는 몹시 괴로워하였다. 한번은 일이 벌어졌다. 어떤 형제가 동냥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욕설을 했던 것이다 : “여보시오, 부자이면서 가난한 척하지 마시오!”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프란치스코가 이 말을 듣고는 뼈를 깎는 고통을 느꼈다. 이에 그는 그 말을 한 형제를 호되게 꾸짖고 그 사람 앞에서 옷을 벗고 발에 입을 맞추어 용서를 청하라고 명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 “가난한 사람에게 저주를 하는 자는 그리스도께 상처를 입히는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부유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신 높은 상징을 그들이 달고 다닙니다.”

그러므로 그는 가나한 사람이 나뭇짐이나 다른 짐 꾸러미를 지고 가는 것을 보면 자기 어깨도 약골(弱骨)이면서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어깨를 자주 내밀었다.

 

77. 프란치스코는 사랑의 정신과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들, 파충류(爬蟲類)나 조류(鳥類), 그 밖의 감각이 있는 피조물과 감각이 없는 피조물에게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어린양을 특별히 가깝게 사랑하였다. 성서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이 자주 양에 비유되기 때문이었고 또 그렇게 정확히 들어맞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그러하였지만 특별히 하느님의 아들과의 유사성이 비유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주 다정하게 안았고 더없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마르키아 안꼬나에 여행할 때,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한 후에 바오로 형제와 오시모로 향했다. 바오로 형제는 그곳 관구에서 모든 형제들의 봉사자로 임명된 형제였다. 여행 중에 그들은 들에서 암염소와 숫염소를 이끄는 한 목동을 만났다. 이 염소들의 큰 무리 가운데에 실로 온순하고 고요하게 풀을 뜯으며 가는 어린 양 한 마리가 끼어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어린양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깊은 신음을 하며 마음 아파하였다. 그리고 같이 있던 형제에게 말하였다. “염소들 사이에 저리도 온순하게 걸어가는 양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바리사이인들과 대제관들 사이에서 저같은 길을 온순하고 겸허하게 걸으셨음을 형제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아들이여,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청하노니 나와 더불어 이 어린양을 가련히 여겨 그 값을 치르고 염소의 무리에서 이 양을 빼냅시다.”

 

78. 바오로 형제는 프란치스코의 괴로움에 처음엔 놀랐으나 잠시 후엔 자기도 괴로움을 함께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낡아빠진 투니카뿐이라서 양값을 치를 수 없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행중인 어떤 상인이 그곳에 나타나 필요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양을 안고 오시모로 갔다. 오시모 주교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주교님으로부터 크나큰 존경과 영접을 받았다.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데리고 들어온 양과, 양을 데리고 온 그의 마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종이 복음에서의 양에 대한 긴 비유를 열거하자, 이에 그만 마음이 동한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지닌 순수함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음날, 그는 그 도시를 떠날 때에 양을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동료요 형제인 바오로의 권유로 산 세베리노에 있는 그리스도의 시녀들이 사는 수녀원에 키우라고 주었다. 그리스도의 시녀들은 이것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큰 선물로 생각하고 기뻐 받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성의껏 양을 돌보았고, 후에는 그 양털로 투니카를 짜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에게 보냈다. 당시에는 총회 때라서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 있었을 때였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것을 대단히 공손하게 그리고 마음에 희열을 느끼며 받았고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으며 당신의 행복을 나누려고 주위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초대하였다.

 

79. 또 한번은 그의 동료로서 기꺼이 동반하는 바로 그 형제와 함께 프란치스코가 다시 마르키아를 지나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장에 가져다 팔려고 어깨에 어린 양 두 마리를 묶어 대롱대롱 매달고 가는 것이었다.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어린양들의 우는소리를 듣고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어머니가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하듯이 가까이 가 쓰다듬어 주며 자기의 애정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말하였다 : “나의 형제인 어린양들을 왜 이렇게 묶어 매달아 괴롭히십니까?” 그 남자가 대답하였다 : “돈이 요긴해서 내다 팔려구요.” 이에 성인이 말하였다 : “그렇게 되면 어린양들은 어찌 됩니까?” 남자가 성인에게 말하였다 : “돈주고 사 간 사람이 잡아먹겠죠 뭐.” “이럴 수가!” 하고 성인이 답하였다 : “이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제가 입고 있는 망토를 가져가시고 그 대신 양들을 저에게 풀어 주시오.” 그 남자는 흐뭇하여 어린양들을 주고 망토를 받았다. 그 망또는 꽤 비싼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망토는 성인이 추위를 막으려고 바로 그날 어느 신자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이리하여 성인은 어린양들을 받았고, 양들을 어떻게 할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동행했던 형제의 권유로 그 남자에게 도로 주면서, 앞으로는 양들을 절대로 팔지 말고 돌볼 것이며 해치지 말고 보호하여 키우고 또 공들여 보살피라고 당부하였다.

 

 

제 29 장

창조주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프란치스코,

그리고 프란치스코에 대한 인물 묘사

 

 

80.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코가 육신으로 있을 동안에 실천하고 가르친 일을 일일이 예를 들어 말한다던가 한곳에 모은다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누가 하느님의 소유인 모든 피조물에게 품었던 그의 위대한 사랑을 표현해 보일 수가 있겠는가? 삼라만상에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지혜와 힘과 선을 명상할 때에 그가 즐긴 그 감미로운 느낌을 누가 말로 할 수 있으리오? 진정 그는 창조주의 지혜와 힘과 선을 관조하면서 해를 쳐다볼 때, 달을 바라볼 때, 그리고 별과 창공을 응시할 때,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쁨에 자주자주 도취되곤 하였다. 오, 단순한 경건이여, 경건한 단순이여!

그는 구더기 한 마리를 보고도 큰사랑에 불탔다. 그는 거기에서 구세주께 대하여 씌어 있는 말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사람도 아닌 구더기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구더기를 길에서 집어들고, 행인들의 발에 밟힐까봐 안전한 곳에다 옮겨 주었다.

그는 겨울에는 벌들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꿀이나 질이 좋은 포도주를 공급해 줄 정도였으니, 다른 하등동물에 대한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그는 벌들의 완벽한 일 처리와 탁월한 기술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여러 사람 앞에서 칭찬하였고, 벌이나 다른 피조물들을 찬탄하여 하루를 온통 보내곤 하였다. 옛날에 유다인 세 청년이 불가마 에서도 모든 피조물들을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도록 권유하였듯이, 이 사람도 하느님의 기운이 마음에 가득 차서 피조된 삼라만상에서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지배자이신 분께 끊임없는 영광과 찬미와 축복을 바쳤다.

 

81. 성인께서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보고 향긋한 방향(芳香)을 맡을 양이면, 이 꽃의 아름다움이 얼마만한 기쁨을 그의 마음에다 부어넣었는지를 독자 여러분께서 생각할 수 있을는지? 그는 사고(思考)의 눈을 이새의 그루터기에서 피어나와 봄날에 빛을 주며, 그 향기로 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주검들을 부활시킨 바 있는 그 꽃의 아름다움으로 돌리곤 했다. 그는 꽃무리를 보게 되면 꽃에게 이성이 있는 양 설교를 하였고 주님을 찬미하도록 권하였다. 같은 식으로 그는 잡곡밭, 포도밭, 돌, 숲 그리고 들에 있는 예쁜 열매들, 흐르는 샘물, 동산의 푸른 풀이나 나무, 땅 그리고 불, 공기, 바람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기꺼이 하느님께 봉사하도록 가장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권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피조물들을 형제 자매라고 불렀고 아무도 알 수 없는 탁월한 방법과 예민한 감성으로 사물의 숨겨진 비밀을 간파하였다. 이미 그는 하느님의 자녀들의 영광된 자유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오! 착하신 예수님! 지금도 그는 천국에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을 우러러보며 찬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지상에 있을 때에도 피조물에게 당신은 사랑 받을 만한 분이시라고 설교를 했었습니다.

 

82. 거룩하신 주님!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인간의 모든 지성(知性)을 초월한 사랑으로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쁨과 순수하기만 한 열락(悅樂)에 도취되어 있어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의 말씀이나 인간의 말이 쓰인 글을 발견하면 길에서나 집에서나 땅바닥에서나 대단히 공손한 태도로 그것을 집어서, 거룩한 장소나 합당한 곳에 가져다 놓곤 하였다. 주님의 이름이나 성서 말씀과 관련된 글들이 그러한 곳에 적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어느 날, 한 형제가 그에게 질문하기를, 주님의 이름은 비치지도 않은 글이나 이단자들의 글까지도 그렇게 지성으로 줍느냐고 하였다.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주 하느님의 지극히 영광스러우신 이름을 쓰는 데 사용되는 글자들이 그 중에 같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선(善)이 들어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이방인들의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의 것도 아니며, 오로지 모든 선이 깃들어 있는 오로지 하느님의 것입니다.”

역시 이에 못지않게 감탄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가 문안편지나 권고편지를 쓰게 할 때, 그는 비록 거기에 어쩌다 불필요하고 마땅치 않은 글자나 구절이 있어도 그 글자나 구절을 지우지 못하도록 했었다는 점이다.

 

83. 오, 그가 얼마나 아름답고 빛이 나며 영화로운지는 그의 순수한 삶과 단순한 말, 맑은 마음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나타났으며, 형제적 사랑과 열성적인 순명 그리고 일치를 위한 양보심과 그의 천사같은 용모에서 나타난다. 그의 행동은 매력적이었고 천성이 조용했으며 대화에서는 상냥했고 충고는 아주 적절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는 가장 충실하였고, 권고에 신중하며,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모든 행동거지가 우아했다. 그는 마음이 고요하였고, 기질이 착했고, 정신은 진지했으며, 관상으로 고양되었었고, 기도는 앞을 다투어 했으며, 모든 일에 열성적이었다. 그는 결심을 굳건히 하였고, 견고한 덕을 지녔으며, 은총에 꾸준히 머물렀고, 모든 것에 변함이 없었다. 그는 용서함에 있어서는 빨랐고, 분노에 더디었으며, 항상 재치가 있었고, 기억력도 매우 좋았고, 따질 때는 세밀했으며, 선택에 신중하였고, 모든 일에 단순하였다. 그는 자기에게는 가차없었으며, 남을 잘 이해했고, 모든 면에 사려가 깊었다.

그는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으며, 친절한 용모였고, 비겁한 행동을 알지 못했으며, 오만이란 아예 없었다. 키는 자그마한 중키였고, 머리는 알맞게 크고 둥글었고, 얼굴은 갸름하고 앞으로 약간 튀어나온 듯하였으며, 이마는 반반하며 좁았고, 눈은 중간 크기에 검고 견실하였으며, 검은 머리칼에 눈썹은 반듯했으며, 코는 균형이 잘 잡혀져 있었으며 훌쭉하고 곧았으며, 반듯하게 서 있는 귀는 작았고, 그의 관자놀이는 매끄러웠다. 그의 말씨는 온화하면서도 열의가 있었고 예리했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다. 똑 고른 이는 촘촘하고 희였다. 그의 입술은 작고 얇았다. 그는 숱이 많지 않은 검은 턱수염에, 목이 가늘었고, 어깨는 똑바랐고, 짧은 팔에 손은 가냘팠으며, 손가락들은 길었고, 손톱도 길었다. 다리는 가늘었고, 발도 작았으며, 피부는 결이 고왔고, 몸은 말랐었다. 그는 거친 옷을 입었고, 잠은 잠깐 잤으며,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푼푼하게 남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하였기에 모든 사람을 언제나 온유하게 대했고, 모든 사람의 행동에 자기를 맞추었다. 거룩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이었던 그는 죄인들 중의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죄인들을 사랑한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죄인들을 도우소서. 당신도 보다시피 죄의 늪에서 뒹구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삼가 청하오니 당신의 지극히 영광스러운 중재로 그들을 자비로이 일으켜 주소서.

 

 

제 30 장

주님의 성탄에 만든 구유

 

 

84. 프란치스코의 가장 높은 지향과 주된 바람과 최고의 결심은 복음을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을 통하여 실행하는 것이었고,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열의를 다하여 애타게 갈망하는 온전한 정신과 뜨겁게 타오르는 온전한 마음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과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는 묵상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겼고, 예리한 사고력으로 그리스도의 행적을 되새겼다. 육화(肉化)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이 특히 그를 사로잡았으므로 그는 다른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영광스러운 죽음이 있기 3년 전, 작은 마을 그렉치오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날에 그가 한 일은 기억할 만한 것이고, 경건하게 기억을 되살려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평판도 좋았지만 또한 평판 이상으로 착한 생활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그를 특별히 사랑했던 까닭은 그가 그 고장에서 덕망 있고 영예로운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또 그가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영혼의 고귀함을 추구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그를 불러 일을 자주 시켰다. 이번에도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주님의 성탄 약 15일 전에 그를 불러 말했다 : “그렉치오에서 우리 주님의 축제를 지내고 싶으면, 빨리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준비하시오. 우선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짚북더기 위에 누워 있었는지를 나의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 착하고 믿음 있는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달려가 성인이 말씀하신 자리에 성인께서 분부하신 대로 모두 준비하였다.

 

85. 즐거운 날이 다가오고, 크나큰 환희의 시각이 왔다. 그 근방에 거주하는 여러 형제들도 초대를 받았다. 동네의 남정네들과 아낙네들도 형편에 따라 밀초와 횃불을 준비하였다. 그들은 일년 내내 빛나는 별로써 낮과 밤을 밝혀 줄 바로 그날 밤을 밝혔다. 마침내 하느님의 성인이 당도하셨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보고 기뻐하였다. 구유도 준비되었고, 짚북더기도 옮겨졌으며, 소와 당나귀도 끌려 왔다. 그곳에서는 단순함이 추앙을 받았고, 가난이 높여졌으며, 겸허가 찬양되었다. 그렉치오는 새 베들레헴처럼 꾸며졌다. 그 밤은 대낮같이 환히 밝혀졌고, 사람들과 짐승들을 매우 즐겁게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새로운 신비로 말미암아 새로운 기쁨에 젖었다. 사람들의 우렁찬 목청에 온통 숲이 울렸고, 바위들까지도 그들의 기쁨에 화답하였다. 형제들도 노래를 불렀고, 지금까지 못다 바친 찬미를 주님께 바쳤으며, 밤새도록 그들의 기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느님의 성인이 탄성을 올리며 사랑에 도취되었고, 말 할 수 없는 기쁨에 가득 차서 구유 앞에 섰다. 이렇게 하여 구유 앞에서 장엄미사가 거행되었고, 사제는 새로운 영혼의 평화를 체험하였다.

 

86. 하느님의 성인은 부제(副祭)였으므로 부제복을 차려입고 거룩한 복음을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으며,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최고의 보상을 받게 했다. 그는 둘레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였다. 그는 가난한 임금님의 탄생과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관하여 재미나게 말을 하였다. 그는 그리스도 예수를 부르고 싶을 때면 사랑에 불타서 그분을“베들레헴의 아기”라고 부르곤 하였고, “베들레헴”이라는 말을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치 어린양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의 입은 말로써보다는 차라리 감미로운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 형편이었다. 그뿐 아니라“베들레헴의 아기”나“예수”라는 말을 할 때, 그의 혀는 이 말의 감미로움에 입맛을 다시고 입술을 핥으며 맛과 향기를 맛보는 듯하였다. 전능하신 분의 은총이 그곳에 충만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어떤 한 덕이 있는 사람은 놀라운 환시를 보았다. 그는 어린아기가 말구유에 생명 없이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다가가서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듯 그 아기를 소생시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 환시에는 의미가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아기 예수가 잊혀져 왔었지만, 은총의 힘으로 아기 예수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코 성인을 매개로 하여 다시 생명을 얻어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성대한 축제가 끝났고, 각자 거룩한 기쁨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87. 구유에 놓였던 건초는 보존되었고, 주님께서는 거룩하신 당신의 자비를 더하사, 그 건초로 무거운 짐을 지는 짐승들이나 다른 동물들을 구하셨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갖가지 병에 걸린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은 다음에 병이 나았다. 난산(難産)으로 오랫동안 진통을 겪던 여인의 몸 위에 이 건초를 놓으면 순산(順産)하였다. 그리고 그 고장에 살고 있던 많은 남녀가 갖가지 재난에서 구제되어 그들이 바라던 안정을 얻었다.

후에 구유가 놓여 있던 자리에 주님의 성전이 들어섬으로써 그곳이 거룩하게 되었다. 프란치스코 사부님을 기념해서 구유 위에 제단이 마련되었으며, 또한 성당이 세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옛날에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었듯이 앞으로도 사람들이 영혼과 육신의 건강을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흠도 티도 없으신 어린양의 살을 이곳에서 먹을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높은 곳에 거하시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랑에 거하시며, 당신을 우리에게 내주셨고, 성부와 성신과 함께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도다. 하느님께 세세대대에 영원한 영광이 있어지이다. 아멘. 알렐루야, 알렐루야.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생활과 행적에 관한

제 1 부는 여기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