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성녀/성 프란치스코

제2생애(Vita Secunda) 1부(14장-17장) 성 프란치스코와 형제들의 생활

Skyblue fiat 2016. 11. 24. 23:32

성 프란치스코와 형제들의 생활

 

제 14 장

엄격한 생활

 

 

21. 그리스도의 열성적인 이 기사(騎士)는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고, 마치 자기의 분신인 양 모든 불의한 행동이나 말에 자신을 내놓았다. 이 사람이 겪은 일들을 헤아린다면 그의 고통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나오는 거룩한 사람들의 수난을 열거한 그 모든 고통을 능가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처럼 초기 수련생활에서도 형제들은 스스로 모든 불편을 온전히 감수하였으니, 성령 이외의 것으로 위로를 찾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가시 돋친 철고행대를 허리에 띠었고, 쇠줄을 몸에 칭칭 감았으며, 밤샘을 수없이 하였고, 계속되는 단식으로 몸은 야위어 갔다. 그들은 인자한 목자의 진지한 충고를 받아들여 그와 같은 엄격한 고행을 늦추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모두 쇠잔(衰殘)하여 죽었을 것이다.

 

 

제 15 장

성 프란치스코의 판단력

 

 

22. 어느 날 밤, 다른 양들은 다 조용한데 양 한 마리가 소리쳤다 : “죽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아아 배고파 죽겠습니다!” 즉시 탁월한 목자가 일어나 빨리 손을 써 병든 양에게 적절한 치료를 서둘렀다. 그래 봐야 시골 음식이었지만 식탁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사실 포도주가 떨어지면 물로 대신하는 경우도 흔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가 먼저 수저를 들었고, 그러고 난 다음에 그 형제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형제들도 사랑을 실천하도록 불러 모았다. 형제들이 주님 안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음식을 다 들자,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에게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게 하기 위하여 분별의 덕(德)에 관하여 긴 비유를 들어 이야기를 꾸몄다. 그는 형제들에게 주님께는 항상 소금을 친 희생제물을 드릴 것을 명하였고,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있어서 각자는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라고 다짐하여 깨닫게 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더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육신에게 필요치 않은 것을 지나치게 주는 일은 죄이며, 육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육신에게 분별없이 주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로 죄라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였다 : “친애하는 형제들, 내가 함께 먹은 것은 나의 의무 때문에 한 것이지 내가 먹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십시오. 형제애가 그리 하라고 명했습니다. 이 사랑이 여러 형제들에게 하나의 표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음식이 표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후자(後者)는 대식(大食)에 이바지하지만, 전자(前者)는 영혼에 이바지하기 때문입니다.

 

 

제 16 장

앞일을 내다본 일과 자기 수도회를 로마교회에 맡긴 일,

그리고 어떤 환시

 

 

23. 그의 수도회의 나무가 생활의 공로와 덕으로 쉼없이 내달으면서 벌써 회원 수와 은총을 늘리고 어느 곳에서나 퍼져 나가 놀라운 열매들을 맺으며 이 세상 땅끝까지 그 가지가 뻗어 나가는 동안 거룩하신 사부님은 이제 일치의 유대 속에서 이 새 묘목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 지에 관해서 더 자주 홀로 숙고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어린 양떼들을 향하여 늑대처럼 사납게 달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악행으로 늙은 사람들이 젊은 수도회를 해치려고 기회를 노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 아들들 중에서까지도 앞으로 거룩한 평화와 일치를 거스르는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을 예견하였다. 뽑힌 사람 중에도 더러 있는 일이지만, 그는 어떤 형제들이 육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 거역할 것과 말다툼할 생각이나 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았다.

24. 하느님의 사람이 더욱 자주 이 생각 저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는 중에, 어느 날 밤 잠을 자다가 다음과 같은 환시를 보았다. 그는 집비둘기같이 생긴 한 마리의 작고 검은 암탉을 보았는데 다리와 발은 깃털로 덮여 있었다. 그 암탉은 자기 주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날개 밑에 모두 다 깃들 수가 없었다. 하느님의 사람은 잠에서 일어나 그가 전에 생각했던 것을 마음에 떠올리고 자기의 환시를 자기가 해몽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그러니까 그 암탉은 바로 나다. 나도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천성적으로 피부색이 검은 자(者)이지만, 세상에 흔치 않은 비둘기가 하늘을 쉽게 나는 것처럼 나도 깨끗한 생활을 통해서 단순함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병아리들은 숫자와 은총이 증가하는 나의 형제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훼방과 숱한 말질에서 그들을 보호하기란 프란치스코의 힘에 겹다.”

“그러니 거룩한 로마교회로 가서 그들을 맡겨야겠다. 그러면 교회의 힘있는 지팡이에 악의에 찬 놈들은 거꾸러질 것이며, 그리되면 하느님의 아들들은 영원한 구원을 늘리면서 어디서나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그때부터 아들들은 저희 어머니인 교회의 달콤한 은혜들을 알아볼 것이고 어머니의 훌륭하신 발자취를 언제나 특별한 성의를 가지고 따를 것이다. 어머니의 보호 아래에서는 악마도 이 수도회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며, 벨리아르의 아들도 벌받지 않고는 주님의 포도밭을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거룩하신 어머니는 스스로 우리의 가난의 영광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우리의 겸손의 명성에 교만의 구름이 끼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엄한 심판으로 반대자들을 쳐버려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평화의 유대를 다치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순수한 복음의 실천이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줄기차게 꽃필 것이고, 그녀는 그들의 삶의 향기가 단 한 시간이라도 사라지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형제회를 교회에 맡긴 전반적인 의도였다. 다가올 시대에 대비한 이러한 위탁이 하느님의 사람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지극히 거룩한 증거가 된다.

 

제 17 장

오스띠아의 주교를 자기 수도회의 아버지로 요청함

 

 

25. 로마로 간 하느님의 사람이 호노리오 교황 성하와 모든 추기경들로부터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명실상부하게 그의 생활은 빛났으며, 그의 말 또한 그의 명성이 헛되지 아니함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존경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다.

그는 교황님과 추기경들 앞에서 성령이 제시하는 바를 무엇이나 거침없이 말하면서, 즉석에서 뜨거운 예언을 설교하였다. 그의 말에 산들이 움직였고,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그들의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왔으며, 눈물로 마음속을 씻어 냈다.

설교가 끝나자 프란치스코는 교황 성하와 몇 마디 다정한 대화를 나눈 다음 자기의 청을 다음과 같이 드렸다 : “성하, 아시다시피 성하와 같이 존엄하신 분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가난한 이와 멸시받는 이들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성하께서는 참으로 이 세상을 당신 손안에 쥐고 계시며, 중한 업무만 보시느라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으실 것입니다. 하오나 본인은 성하의 거룩하신 마음에 청하오니 오스띠아의 주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주십시오. 형제들이 필요할 때 그분께 달려가 그분의 보호와 통치의 은전을 입을지라도, 성하의 걸출하신 권위는 언제나 손상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청에 교황님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곧 하느님의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그의 수도회를 당시의 오스띠아 주교였던 우골리노에게 맡겼다. 이 거룩하신 추기경은 자기에게 맡겨진 무리를 받아들여 복되게 죽을 때까지 무리의 부지런한 양아버지가 되고 목자가 되었으며 지도자가 되었다.

거룩한 로마교회가 작은 형제회에 계속해서 보여준 사랑과 관심의 특전은 이러한 특별한 복종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