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성녀/성 프란치스코

제2생애(Vita Secunda) 1부(1장-5장) “간절한 마음의 비망록”- 프란치스코의 회두

Skyblue fiat 2016. 11. 23. 04:48

제 1 부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코의

언행에 대한

“간절한 마음의 비망록”이 시작된다.

 

 

 

 

 

프란치스코의 회두

 (제 2 생애 VITA SECUNDA) 

 

제 1 장

 

처음에는 요한이라 불리다가 후에 프란치스코로 불리움,

그리고 프란치스코에 관한 어머니의 예언과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일과

감옥에 갇혀 있을 때의 그의 인내력

 

 

3. 지존하신 분의 충복이자 친구인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의 섭리로 주어진 이 간단하면서도 흔치 않은 이름으로 사도직을 통하여 온 세상에 알려졌지만, 처음에는 어머니로부터 요한이라 불리었고, 하느님의 진노를 살 아들에서 물과 성신으로 다시 태어나 은총의 아들이 되었다.

자기 아들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 준 점으로 보거나, 그녀의 예언자적인 성품으로 보거나, 아주 흡사한 특은을 누린 점으로 보아 모든 정직함의 친구인 이 부인은 온갖 덕행에서 거룩한 엘리자벳의 모습을 풍겼다. 한편 그녀의 이웃들이 프란치스코의 아량과 정직한 품행에 감탄하자, 그녀는 하느님의 인도를 받은 듯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여러분들은 나의 이 아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아이는 공로를 세울 만한 은총을 입어 하느님의 아들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십시오.”

청년이 된 프란치스코가 선(善)을 지향하기를 퍽 좋아했다는 것은 실로 한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항상 누구한테건 나쁜 짓이라고 여겨질 듯한 것이면 무엇이나 끊어버렸고, 청년 시절의 그의 태도는 너무 기품이 있어 그가 태어났다고들 말하는 그 가정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 같지가 않았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그가 받은 직무로 볼 때 어울렸으나, 프란치스코라는이름은 그가 완전히 하느님께 회두한 후 그의 명성이 어디에나 빠른 속도로 퍼지는 데에 어울렸다.

그는 세례자 요한의 축일을 다른 어떤 성인들의 축일보다도 더 크게 여긴 까닭에, 요한이라는 이름의 위엄성(威嚴性)이 그의 가슴에 신비로운 덕의 자국을 남겼다.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 일찍이 수도회의 창립자 중에서 프란치스코보다 더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두루 알릴 만한 통찰이다.

 

4.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의 뱃속에 은밀히 쌓인 채 예언하였다.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뜻을 아직 모르고 있을 때, 이 세상의 감옥에 갇힌 채 미래를 내다보았다. 뻬루지아 시민들과 아씨시 시민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있었을 때, 그는 실제로 포로로 잡혀 여럿이 함께 감방의 불결함을 견디어야만 했다. 그의 감방 친구들은 비탄에 빠져 흐느적거렸고,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 때문에 비참하게 신음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였고 쇠고랑을 비웃었으며 가볍게 보았다. 괴로워하고 있던 동료들은 쇠고랑을 차고 행복해 하는 그에게 울화가 치밀어 얼빠진 놈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프란치스코는 예언자적인 대답을 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왜 즐거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 머리 속에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예감이 있다. 온 세상이 나를 성인으로 받들어 추대할 것만 같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이루어졌다.

그때 감방 친구들 중에 거만스러워서 도저히 참아 줄 수 없는 기사(騎士)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모두가 그를 피하려고 하였으나, 프란치스코는 인내롭게 참았다. 참을 수 없는 것을 프란치스코는 잘 참아 견디어 모든 친구들을 자기의 평화로 불러들였다. 모든 은총을 담을 수 있는 덕의 뽑힌 그릇인 그는 벌써 어디에나 그의 선물을 뿌렸다.

 

 

제 2 장

 

어느 가난한 기사(騎士)에게 옷을 입혀 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체험한 성소에 관한 환시

 

 

5. 얼마 안 있어 쇠사슬에서 풀려난 그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더욱 딱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는 이제 하느님의 사랑으로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누구이든지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날, 그는 초췌하고 거의 헐벗은 기사 하나를 만났다. 그는 그만 연민(憐憫)의 정(精)이 동(動)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위하여 자기가 입고 있던 값비싼 외투를 그 기사에게 쾌히 주어 버렸다.

지극히 거룩한 마르띠노와는 둘 다 목적과 행위에서는 같았지만 그 방법에서는 프란치스코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프란치스코는 다른 것보다 먼저 옷을 벗어 주었는데, 마르띠노는 먼저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마지막으로 옷을 벗어 주었다. 둘 다 이 지상에서 사는 동안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다. 그리하여 둘 다 풍요로운 천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후자(後者)는 기사였지만 가난하였고 자기 옷을 찢어 가난한 사람을 덮어 주었지만, 전자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부자였고 자기 옷을 통째로 벗어 가난한 기사를 입혀 주었다. 둘 다 그리스도의 명(命)을 이행하였기에 환시로 그리스도의 방문을 받을 만하였다. 그러나 마르띠노는 그의 행위로 칭찬을 받았고, 프란치스코는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실행하도록 황공하옵게도 초대를 받았다.

 

6.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곧 프란치스코에게 화려한 궁전이 환시로 나타났다. 그는 갖가지 군장비와 무척 아름다운 부인 하나가 그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부인은 꿈속에서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렇게 하여 그는 기사 작위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아뿔리아로 가려고 하였다. 그는 영예로운 기사 계급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장비들을 아낌없이 풍족하게 준비하면서 서둘렀다. 하느님의 지혜의 보물 안에는 훨씬 더 밝은 의도가 숨어 있었는데도, 그의 육적인 정신이 그로 하여금 자기에게 나타난 환시를 이렇게 육적으로 해석하게 하였다.

어느 날 밤, 잠을 자고 있는데 때를 맞춰 누군가가 그에게 환시중에 두 번째로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려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이에 질문을 던진 자에게 그는 자기 취지를 알리고 나서 싸우려고 아뿔리아로 출정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하자, 그는 하인과 주인 중에서 누가 더 너에게 좋겠느냐는 신중한 질문을 받았다. 프란치스코가 대답하였다: “주인(dominus)이오.” 상대방이 말하였다 :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는 주인 대신에 종을 구하느냐?” 프란치스코가 말하였다 : “주여(Domine), 제가 무엇을 해야 하오리까?” 이리하여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 “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거라. 네가 본 이 환시는 나를 통해서 영적(靈的)으로 완성될 것이다.” 그는 벌써 순명의 모범이 되어 있었던 터였으므로 미련 없이 돌아갔다. 그는 자기의 뜻을 버리고 사울에서 바오로가 된 것이다. 사울은 땅에 쓰러졌고 이어서 무거운 채찍이 그에게서 즐거운 말을 낳게 한다. 프란치스코는 그의 육적인 무기들을 영적인 무기로 바꾸고 기사의 영광 대신에 하느님의 기사 작위를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의 뜻밖의 즐거움에 놀란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는 위대한 왕자가 되리라고 말을 하였던 것이다.

 

 

 

제 3 장

 

한 패의 청년들이 얻어먹기 위하여 그를 두목으로

추대한 일과 그의 변화

 

 

7. 프란치스코는 완전한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바빌론의 사내아이들이 그를 따르고 끌어당기며 마음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였다. 아씨시의 한 패의 청년들이 그에게 몰려와, 전에 헛되이 싸다닐 때 그가 그들의 우두머리였었음을 생각하고 언제나 멋대로 기분 내며 광대짓들을 하는 그들의 주연(酒宴)에 그를 초대하려 하였다. 그들은 그가 자의로 두목이 되려 한 적이 있었고 또 모든 경비를 그가 부담하리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두목으로 앉혔다. 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스스로 그에게 복종하였고, 똘마니가 되어도 배를 족히 채우기 위해서는 이를 감수 인내하였다. 그는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다. 거룩한 묵상 중에도 그는 이웃의 호의에 대한 책임을 중(重)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호화로운 주연을 준비하는 데에 맛좋은 음식을 두 배나 될 만큼 마련하였다. 그들은 토할 정도로 배를 채웠다. 그러고는 취중에 노래를 하며 시가(詩歌)를 읊으며 뒤엉켜 휩쓸고 다녔다. 프란치스코도 그들을 따랐고, 손에는 이 주연의 책임자가 지휘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그들에게서 처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미 이러한 모든 일에 완전히 무관심하였고, 마음으로는 주님께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당시에 그는 신적인 달콤함에 쌓여 언어를 잃었었고,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고 한다. 어떤 영적인 사랑이 그를 나꾸어서 보이지 않는 그 어디에다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의 덕(德)으로 그는 모든 지상적인 것들이 하찮을 뿐 아니라 전혀 무가치한 것이라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시고, 큰물이 들이닥쳐도 자기의 자녀들을 지켜 주시고 키워 주시는 그리스도의 인자하심은 가이 엄청나다.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물고기로 군중들을 먹이셨고 자기의 주연에서 죄인들을 쫓아 버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제 청년들이 그를 왕으로 앉히려고 찾을라치면, 그는 도망쳐서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였다. 프란치스코가 깨달은 것은 하느님의 신비였다. 무지한 사람이었던 그가 완전한 지식에로 인도되고 있었다.

 

 

 

 

제 4 장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식사함,

그리고 자기 옷을 주어 버림

 

 

8. 벌써 그는 가난한 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미 그의 거룩한 시작은 그가 어떠한 종류의 완전한 자가 될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주 자기 옷을 벗어 가난한 사람을 입혔고, 자기의 온 마음을 다 바쳐 가난한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하였지만 아직 행동에서는 그 뜻을 채우지 못하였다.

로마로 가는 순례 길에 그는 가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기의 좋은 옷을 벗어 던지고, 어떤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성 베드로 성당 문간에서 그들 사이에 즐겁게 끼어 앉았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그들 중의 하나로 여기고 그들과 더불어 게걸스럽게 먹었다.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 움츠러들지만 않았더라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하였을 것이다. 그는 베드로 사도 제대에서 거기에 온 사람들의 예물들이 아주 빈약한 것을 보고는 놀라서 동전 한 움큼을 거기에다 놓았다. 하느님께서 누구보다도 영예를 주시는 사도 베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방법으로 공경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는 여러 번 가난한 사제들에게 제의를 만들어 주었고, 낮은 위치에 있는 성직자들에게까지 모두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렸다. 그는 사도적 사명을 받은 자가 되고, 전적이고도 완전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자가 되려고 처음부터 하느님의 성직자들과 성직에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제 5 장

 

프란치스코가 기도하는 동안에 악마가 한 여인을 보임,

그러자 하느님께서 주신 응답,

그리고 나환자들에 대한 그의 태도

 

 

9. 이리하여 이미 그의 세속 옷 밑에는 수도정신을 입고 있었고, 드러난 자리를 피하여 한적한 곳을 찾았으며, 성령의 방문을 받아 자주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아주 풍성하게 그에게 쏟아져 내린 본질적인 감미로움에 아주 넋을 잃었고, 그 감미로움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결코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기도하기에 더 적합한 은밀한 장소에 자주 들락거리자, 한편 악마는 그에게 사악한 상상을 일으켜 그를 거기에서 끄집어내려고 하였다. 악마가 프란치스코의 마음에 한 여인을 생각케 하였는데, 그 여인은 아씨시 주민이었던 소름끼치는 꼽추였고 누구에게나 괴상한 인상을 주었었다. 시작한 일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그 여인처럼 만들겠다고 악마가 프란치스코를 위협하였다. 그러나 그는 주님 안에서 힘을 받아 구원과 은총의 응답을 듣고 기뻐하였다 : “프란치스코야”하고 하느님께서 마음 안에서 말씀하셨다. “네가 육적으로 헛되이 좋아했던 것을 이제는 영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네가 나를 알기를 원한다면 달콤한 것 대신에 쓴 것을 택하여 너 자신을 경멸하여라. 순서가 바뀌어도 너는 내가 한 말에 맛을 들일 것이다.” 그는 하느님의 지시에 즉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실제로 말씀하신 사실들을 체험하게 되었다.

프란치스코는 이 세상의 처참한 모든 흉물 중에서 나환자들을 자연히 혐오하였다. 어느 날, 그가 아씨시 교외에서 말을 타다가 한 나환자를 만났다. 그 나환자는 적지 않은 역겨움과 공포감을 주었지만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약속의 말씀을 깨뜨리는 계명의 위반자가 되지 않으려는 듯 말에서 내려 나환자에게 입을 맞추려 하였다. 그러나 나환자가 마치 무엇을 얻으려는 듯 손을 내밀자 입맞춤과 더불어 그의 손에는 돈이 쥐어졌다. 그리고 프란치스코는 즉시 자기 말에 올라타 주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평지만 있고 사방이 깨끗하여 숨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도 어디서도 나환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그는 감탄과 기쁨에 싸이게 되자 며칠 후 비슷한 일을 의도적으로 다시 하였다. 나환자들의 거처를 찾아가 각 나환자들에게 돈을 나누어주고, 그들의 손과 입에 친구(親口)하였다. 이렇게 그는 쓰디쓴 것을 감미로운 것을 바꾸었고, 앞으로의 일들을 힘차게 다할 각오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