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비와 사랑은 때로 세상의 종들에게 박해를 당하는 내 종들을 통해서 빛을 발하면서 인내와 자애의 성덕을 검증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통받는 내 종들은 겸손한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면서 내 이름에 찬미와 영광을 더한다.(이사 53,12 참조)
그러니까 사악한 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니 심지어는 나를 모독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이용해서까지도, 그들은 내게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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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들은 이승에서 내 종들의 성덕을 촉진시키는 구실을 한다. 이것은 악마가 지옥에서 내 형 집행자요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나 같다. 그들은 저주받은 자들을 그에 맞게 징치하여(징계하여 다스려) 나에게 도달하도록 창조되어 이승에서 나그네로 순례하고 있는 피조물들의 큰 목적을 돕는다. 그들은 내 종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괴롭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서로를 해치고 서로 도둑질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이 목적은 훔친 재화나 입힌 피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서 사랑을 박탈해 내는 데 있다 — 덕을 실천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그들의 후원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내 종 들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들을 굳세게 만들고 인내와 용기와 꾸준함 같은 덕을 증거하도록 해줄 따름이다.
이렇게 해서 악마는 내 이름에 찬미와 영광을 돌리고, 그들을 통해서 내 진리가 실현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창조한 것은 영원한 아버지인 나를 찬미하고 현양하며 내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만 때문에 나에게 대항하여 모반을 일으켰고, 나락으로 떨어져 나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들은 사랑의 기쁨 속에 나를 현양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그들을 파견하여 내 종들이 덕을 실천하는 방편이 되며 자신의 죄 때문에 영원히 단죄받은 자들과 연옥의 고통을 감수해야 할 자들에게 형 집행자 구실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네가 보다시피 내 진리는 그들을 통해서 실현되고 있지만 그들이 나를 현양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시민으로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네 죄 때문에 그 자격을 박탈 당하였다. 그들이 나를 현양하는 것은 내 형 집행자로서이니, 저주 받은 자들과 연옥에 떨어진 자들에게 나의 정의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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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악마와 사람을 위시하여 창조된 모든 것들을 통해 찬미와 영광을 받는다는 이 계시를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자는 누구이겠느냐? 그것은 육체를 벗고 최종 목적지인 내게로 온 영혼이니, 그 영혼은 이 계시를 선명하게 보고, 보면서 진리를 알게 된다. 그녀는 영원한 아버지인 나를 보면서 사랑한다. 그녀는 사랑하면서 만족하고 만족하면서 진리를 깨닫는다. 그리고 진리를 깨달으면서 그녀의 의지는 내 의지 속에 확고하게 뿌리내린다. 너무도 확고하고 굳건하게 뿌리내린 나머지 그 무엇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내 염원해 오던 것을 얻어서 마침내 나를 보고 또 내 이름이 찬미와 영광을 받는 것을 확인하기에 이른 까닭이다.
그녀는 이것을 내 거룩한 이들, 축복받은 영들, 여타의 온갖 조물들 속에서, 그리고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악마들 속에서 사실대로 온전하게 목격한다. 그녀는 내가 모욕당하는 광경을 보면서 과거라면 비통해했을 테지만 이제는 아무런 슬픔도 느끼지 않으며 그저 고통 없는 연민의 정만 느낄 뿐이다. 그녀는 죄를 범하는 자들을 사랑하고 사랑어린 애정으로 나에게 세상에 자비를 베풀도록 간청한다.
축복받은 자들에게 고통은 끝나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 내 아들 '말씀'은 십자가에 달려 고통스럽게 죽음으로써 내가 그를 세상에 파견할 때부터 시작하여 죽는 순간까지 너희의 구원을 염원하느라 겪었던 고뇌어린 갈망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너희의 구원에 대한 그의 갈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 사라진 것은 고통뿐이다. 만일 내가 그를 통해 너에게 보여준 내 사랑어린 자애가 거기에서 끝났다면, 너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를 창조하게 만든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만일 내 사랑을 거둬들여 너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았더라도 너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를 창조한 것도 내 사랑이요, 너를 이렇듯 지켜주고 있는 것도 내 사랑이다. 그리고 나는 내 '진리' 곧 육화된 말씀과 하나요 그도 나와 하나인 까닭에 그이는 갈망의 고통만을 종식시켰을 뿐 그 사랑은 그대로 존속시켰던 것이다.
그러기에 성인들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영혼들이 영혼의 구원을 깊이 갈망하면서도 고통을 당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들의 죽음은 고통을 종식시켰을 뿐 사랑어린 자애는 그대로 놓아두었다. 실로 그들은 흠없는 '어린양의 피로 취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외투로 걸치고,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피로 목욕한 채로 좁은 문을 지날 것이며, 평화의 바다인 내 안에서 불완전과 공허를 벗어나서 완성으로 들어올려지고 온갖 좋은 것들로 충만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 시에나의 카타리나 '대화' 236-237p / 바오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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