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 총독 관저에서 골고타까지
1945. 3. 26.
약간의 시간이 흐른다. 그 시간은 반시간이 넘지 않고,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은지도 모르겠다. 사형집행의 감독책임을 부여받은 론지노가 명령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십자가를 받아 출발하시기 위하여 바깥으로, 길로 끌려 나오시기 전에 론지노는 이미 동정의 빛을 띤 호기심을 가지고 그분을 두세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특정 상황들에 익숙한 사람처럼 눈치 빠르게 한 병사와 함께 예수께 다가가 그분의 목을 축여드릴 포도주처럼 보이는 음료 한 잔을 드린다. 사실 그는 진짜 군용 호리병에서 연분홍빛이 도는 액체를 붓는다.
“이것은 당신에게 좋을 거요. 당신은 틀림없이 목마를 거요. 게다가 밖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고, 갈 길은 멀어요.”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신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연민에 대하여 당신께 갚아주시기를. 하지만 당신의 마실 것을 포기하지 마시오.”
“나는 건강하고 튼튼하오… 당신은… 나는 이것 없어도 괜찮소… 그리고 설령 내가… 당신에게 약간의 위로를 주기 위하여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소… 한 모금… 당신이 이교도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예수께서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으시고 그 음료를 한 모금 드신다. 그분의 두 손은 이미 결박이 풀려 있고, 갈대도, 망토도 가지고 계시지 않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혼자 힘으로 드실 수 있다. 비록 그 시원하고 맛있는 음료가 이미 창백한 그분의 두 뺨과 바싹 마른 입술들을 들뜨게 하는 그분의 고열을 진정시켜주겠지만, 그분께서는 더 이상 드시기를 거절하신다.
“드시오, 좀 더 드시오. 이것은 꿀물이오. 이것은 당신에게 힘을 돋우어주고, 당신의 갈증을 가라앉혀줄 것이오. 나는 당신에게 연민을 느끼오… 그래요… 연민을… 유다인들 중에서 사형에 처해져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오… 누가 알겠소!… 나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소… 그리고 나는 당신이 필요한 고통만을 당하도록 애쓰겠소.”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이상 드시려 하지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참으로 목마르시다… 그것은 많은 피를 흘린 사람, 고열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무서운 목마름이다…
그분께서는 그것이 마취제를 넣은 음료가 아님을 아신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기꺼이 그것을 드시고 싶으실 것이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고통을 덜 당하시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내적인 빛을 통하여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이해함에 따라 나는 꿀물보다 로마인의 동정이 그분을 더 위로해드린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느님께서 이 위로에 대하여 그분의 축복들로 당신에게 갚아주시기를.”
그분께서는 곧 이어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다시 미소 지으신다… 안마당에서 채찍질 당하신 후에 그분의 코와 오른쪽 광대뼈 사이가 몽둥이로 맞아 입으신 심한 타박상으로 몹시 부어올랐기 때문에 어렵게 움직이는, 부어오르고 상처 입은 양 입술로 지으시는 가슴이 미어지는 미소이다.
두 명의 강도들이 각각 한 십인대의 군인들에게 에워싸여 도착한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론지노가 마지막 지시사항들을 하달한다.
한 백인대가 각각 약 3미터 간격을 두고 두 줄로 배치되어 이런 대형으로 광장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군중이 행렬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밀어내기 위하여 다른 백인대가 방진으로 포진하고 있다. 좁은 광장에는 이미 몇 명의 기병들이 있다. 젊은 하사관이 지휘하는 기병 십인대가 군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 보병이 백부장의 흑마의 굴레를 잡고 있다. 론지노는 말에 올라타고 열한 명의 기병들의 약 2미터 앞의 자기 자리로 간다.
십자가들이 운반되어 온다. 두 강도들의 십자가는 더 짧다. 예수의 십자가는 훨씬 더 길다. 나는 세로대가 4미터보다 짧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십자가를 가져올 때 그것이 이미 조립되어 있는 것을 본다.
나는 내가 책을 읽곤 했을 때 읽었다… 그러니까 수년 전에 십자가는 골고타의 꼭대기에서 만들어졌고, 사형선고 받은 사람들은 함께 묶여 있는 두 개의 기둥들만을 어깨에 메고 갔다고 말이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는 잘 만들어지고, 견고하고, 두 어깨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완벽하게 장붓구멍에 짜 맞추어지고, 교차지점이 나사못들로 잘 보강된 진짜 십자가를 본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예컨대 어른의 몸과 같은 상당한 무게를 지탱하게 되어 있고, 최후의 경련들도 지탱해야 하게 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골고타의 좁고 불편한 꼭대기에서 조립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예수께 십자가를 주기 전에 그들은 ‘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들의 왕’이라고 적힌 게시판을 그분의 목에 건다. 그런데 그 게시판이 달려 있는 밧줄이 가시관에 엉키자 가시관이 움직이며 아직 상처 입히지 않은 곳들에 새로운 상처를 내어 할퀴고, 찔러 새로운 고통을 주고 새 피가 흐르게 한다. 사람들은 가학적인 기쁨으로 웃으며 욕하고, 저주한다.
그들은 지금 준비를 완료한다. 그래서 론지노가 앞으로 가라는 행군명령을 내린다.
“먼저 나자렛 사람, 그의 뒤에는 두 강도들, 그들 각자의 주위에 한 십인대씩, 다른 일곱 십인대는 좌우익에 보강으로 위치하라. 그리고 선고받은 사람들을 죽도록 때리는 병사는 책임지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현관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세 단을 내려오신다. 예수께서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에 계신다는 것이 즉시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분께서는 온통 상처들로 뒤덮여 있는 그분의 어깨 위를 내리누르는 십자가, 그분의 앞에서 흔들리며 그분의 목을 파고드는 명판, 계단들에서와 울퉁불퉁한 땅에서 튀는 십자가의 긴 세로대에 의하여 몸에 가해지는 진동들에 의해 방해받으시어 세 단을 내려오시면서 비틀거리신다.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시는 것을 보고 웃으며 병사들에게 외친다.
“그자를 밀어 넘어지게 하시오. 하느님을 모독한 자를 먼지 구덩이에!”
그러나 병사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일만을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예수께 길 가운데로 걸어가라고 명령하기만 한다. 론지노가 자기의 말에 박차를 가하자, 행렬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사형수가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골고타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로 가 일을 빨리 끝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억제되지 않는 폭도들―이것도 너무 명예스러운 호칭이다―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 보다 교활한 자들은 이미 앞으로 가서, 한 쪽은 성곽 쪽으로, 다른 한 쪽은 시내로 가는 갈림길에 가 있다. 그들은 론지노가 성곽 쪽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려고 하는 것을 보자, 반대하며 소리 지른다.
“당신은 그렇게 하면 안 돼! 당신은 그렇게 하면 안 돼! 그건 불법이오! 율법은 사형선고 받은 자들은 그들이 죄지은 도시 사람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소!”
행렬의 후미에 있는 유다인들은 앞에서 병사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빼앗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들의 동료들의 고함소리에 합세하여 고함친다.
론지노는 평화를 위하여 시내 쪽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서 그 길을 따라 짧은 거리를 간다. 그러나 그는 한 십부장(그가 하사관이기 때문에 나는 십부장이라고 말하지만, 아마 그는 당직사관일 것이다)에게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한 다음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말한다. 이 사람은 속보로 되돌아가 자기가 만나는 각 십부장에게 그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에 그는 론지노에게로 돌아와 명령을 완수했다고 보고한다. 마침내 그는 론지노의 다음 줄에 있는 원래의 자기자리로 돌아간다.
예수께서는 숨을 헐떡이며 나아가신다. 바닥의 구덩이 하나하나가 비틀거리는 그분의 발에 함정이고, 상처들로 뒤덮인 그분의 양어깨와 가시관을 쓰신 그분의 머리에는 고통이다. 또한 비록 가끔씩 납빛 구름의 차양으로 가려진다 해도 여전히 몹시 무더운데, 그렇지 않을 때 지나치게 뜨거운 햇볕이 수직으로 그분의 머리 위로 내리쬐는 것도 고통이다. 예수께서는 피로, 열, 더위로 상기되어 계신다.
나는 빛과 고함소리도 그분께 고통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분께서는 미친 듯이 질러대는 고함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으실 수는 없으시겠지만, 햇빛으로 눈이 부시게 하는 길을 보지 않으시려고 반쯤 눈을 감으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다시 눈을 뜨셔야 한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돌들과 파인 곳들에서 비틀거리시고, 그때마다 그 움직임이 십자가를 홱 움직이게 되고, 그것이 가시관에 부딪쳐 상처 입으신 어깨를 긁어 상처들을 더 크게 하고 고통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은 더 이상 직접 그분을 칠 수 없다. 그러나 유별난 돌들과 몽둥이들은 여전히 그분을 가격한다. 돌들은 특히 군중이 우글거리는 작은 광장들에서 온다. 지형의 끝없는 기복들로 인하여 좁은 길들에는 빈번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때로 하나, 때로 셋, 때로 그보다 더 많기도 한 계단들이 있는데, 몽둥이들은 그런 길의 굴곡진 지점들에서 온다.
그런 곳들에서는 필연적으로 행렬이 느려지는데, 거기에는 언제나 만일 고통의 걸작품이신 지금의 예수께 마무리하는 일격을 가할 수만 있다면 로마군인들의 창들에 도전하려는 몇 명의 자원자들(!)이 있다.
병사들은 최선을 다하여 예수를 보호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을 지키려고 애쓰는 동안에도 그분을 친다. 왜냐하면 좁은 공간들에서 휘둘러진 긴 창자루가 그분을 때리고, 그래서 그분을 비틀거리시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이르자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고함들과 위협들에도 불구하고 행렬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성곽 쪽으로 직접 가는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그것은 형장으로 가는 거리를 많이 단축하는 길이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숨을 헐떡이고 계신다. 땀이 그분의 얼굴에서 솟아나와 가시관의 상처들에서 나오는 피와 합쳐져 얼굴로 흘러내린다. 그리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그분의 젖은 얼굴에 먼지가 달라붙어 그 위에 이상한 얼룩을 만들어놓는다. 지금은 바람도 불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돌풍이 불다가 긴 간격들을 두고 멈춰, 불 때마다 회오리바람들 안에서 올라갔던 먼지가 그 휴지기 동안 떨어지고 눈들과 목구멍들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재판의 문에 모여 있다. 그들은 선견지명이 있어 일찍부터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잡아놓은 사람들이다. 그분께서는 그 곳에 도착하시기 직전에 넘어지실 뻔했다. 그분께서 거의 쓰러지셨을 때 한 병사가 재빨리 개입하여 그분께서 땅에 넘어지시는 것을 막아드린다. 폭도들이 웃고 외친다.
“그자를 그냥 둬요! 그자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시오’하고 말하곤 했으니, 지금은 자기가 일어나라지…”
성문을 지나면 개울이 있고 그 위에 다리 하나가 있다. 평평하지 않은 상판들 위를 걷는 것은 예수에게 새로운 피로이다. 긴 십자가 나무가 그것들 위에서 더 격렬하게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다인들에게는 던질 것들이 거기 널려 있다. 개울의 돌들이 날아와 가엾은 순교자를 때린다…
칼바리아로의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여기는 최소한의 그늘도 없고 울퉁불퉁한 돌들이 깔려 있는, 곧바로 비탈을 올라가야 하는 메마른 길이다.
여기서 다시, 내가 책을 읽던 시절 나는 칼바리아가 몇 미터 높이밖에 되지 않는다고 읽었었다. 그것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은 확실히 산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덕이며, 피렌체의 성 미니아또 대성당이 있는 룽가르니 산이 십자가들의 산보다 더 낮지는 않다.
누군가가 ‘오! 그건 아무것도 아니구먼!’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에게 이것은 별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단한지, 별것이 아닌지를 느끼는 데는 약한 심장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나는 내가 심장병을 앓기 시작한 다음부터 설사 병세가 가벼울 때도 더 이상 심한 고통을 당하지 않고 그 언덕을 오를 수 없었고 수시로 쉬어야 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어깨에 짐을 메고 있지 않았었다.
또한 나는 예수께서 채찍질당하시고 피땀을 흘리신 다음에 그분의 심장은 아주 악화된 상태에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이 두 가지만을 고려할 뿐인데도 그렇다.
따라서 그토록 길고 무거울 것이 틀림없는 십자가의 무게까지 겹쳐 예수께서는 올라가시는 데 격심한 고통을 느끼신다. 그분께서는 돌출해 있는 돌을 발견하신다. 그분께서는 기진맥진하시기 때문에 발을 너무 낮게 들어 올려 오른쪽 무릎을 꿇고 넘어지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왼손을 짚고 다시 일어나실 수 있다. 군중은 기쁨의 함성을 지른다…
그분께서는 다시 일어나신다. 그분께서는 점점 더 상체를 숙이고,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달아오르고, 열이 오르신 채로 앞으로 나아가신다…
그분의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게시판이 그분의 시야를 방해하고, 지금 그분께서 상체를 숙이고 걸으시기 때문에 그분의 긴 옷의 앞섶이 땅에 끌려 그분의 발걸음을 방해한다.
그분께서는 다시 발이 걸려 두 무릎을 꿇고 넘어져 이미 다치신 곳을 다시 다치신다. 또한 그분께서는 십자가가 그분의 등을 세게 치고 나서 두 손에서 빠져나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들어 올리느라고 상체를 숙이셔야 하고, 그분의 어깨에 다시 올려놓으시느라고 애쓰실 수밖에 없다.
그분께서 그러시는 동안에 십자가가 그분의 오른쪽 어깨를 문질러 생긴 상처가 선명하게 보인다. 십자가는 채찍질로 생긴 수많은 상처들을 터뜨려 한 덩어리가 되게 하여 거기서 진물과 피가 배어나오는 바람에 그분의 흰 튜닉의 그 부위에는 온통 얼룩져 있다. 사람들은 그분께서 그토록 무참하게 넘어지시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손뼉을 치기까지 한다…
론지노는 서두르라고 독려하고, 병사들은 그들의 단검의 옆면으로 가엾은 예수를 치며 전진하라고 그분을 강요한다. 그분께서는 모든 강요들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느리게 다시 걷기 시작하신다. 그분께서 어찌나 비틀거리는지 길 전체 위에서 왔다 갔다 하시며 이 열이나 저 열의 병사들에게 부딪치시는 것을 보니 그분께서는 완전히 중독되신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외친다.
“저자의 가르침이 저자의 머리로 간 게야. 보라고, 봐, 저자가 얼마나 비틀거리는지!”
그리고 일반 백성들이 아니라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인 다른 사람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아니야! 저것은 라자로의 집에서의 잔치들의 독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거야. 그것들의 맛이 좋았나? 지금은 우리의 음식도 좀 드시지…”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말들이 이어진다.
가끔 뒤를 돌아보던 론지노는 그분을 동정하여 몇 분 동안의 휴식을 명한다. 폭도들이 그에게 어찌나 욕설을 해대는지 백부장은 병사들에게 그들을 색출하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간담이 서늘해진 군중은 번쩍거리는 위협적인 창들을 보고 소리 지르며 도망치고, 여기저기서 산을 내려간다.
여기서 남아 있는 소수의 사람들 중 나는 어떤 폐허, 아마도 무너진 낮은 담장 뒤에서 목자들의 작은 무리가 나타나는 것을 다시 본다. 그들은 비탄에 잠기고, 당황하고, 먼지투성이이고, 옷이 찢긴 채, 그들은 눈길의 힘으로 선생님의 주의를 끈다.
그분께서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신다… 그분께서는 마치 그들의 얼굴들이 천사들의 얼굴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을 응시하시고, 그들의 눈물로 갈증을 가라앉히시고, 그분 자신을 강화하시는 것처럼 보이신다. 그분께서는 미소 지으신다…
다시 전진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예수께서는 바로 그들 앞을 지나시며 그들의 고뇌에 찬 울음소리를 들으신다. 그분께서는 십자가의 멍에 아래서 어렵게 머리를 돌리시고 그들에게 다시 미소 지으신다… 열 개의 얼굴들…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의 휴식이다…
바로 직후 세 번째 완전히 넘어지심, 완전히 넘어지시는 고통. 이번에는 그분께서 발이 걸려 넘어지신 것이 아니라 갑자기 기운이 없어져 졸도하신 것이다. 그분께서는 울퉁불퉁한 돌들에 얼굴을 부딪치시며 곤두박질하여 넘어지신다. 그리하여 그분께서는 그분 위에 떨어지는 십자가 아래 먼지 가운데 남아 계신다.
병사들이 그분을 일으키려고 해본다. 그러나 그분께서 돌아가신 것 같으므로 그들은 백부장에게 가서 보고한다. 그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동안에 그분께서는 깨어나, 한 명은 십자가를 들어 올리고, 다른 한 명은 선고 받은 이를 일어서도록 돕는 두 명의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그분의 위치로 돌아가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정말로 녹초가 되셨다.
“그자가 반드시 십자가 위에서 죽게 하시오!”
군중이 외친다.
“만일 당신들이 저자를 미리 죽게 한다면, 당신들은 총독에게 책임져야 할 거요. 이 점을 명심하시오. 죄인은 살아서 형장에 가야 하는 거요.”
수석 율법학자들이 병사들에게 말한다.
병사들은 무서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본다. 그러나 그들은 규율을 지켜 침묵한다.
사실 론지노도 유다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서 길에서 돌아가실까봐 염려하고, 난처한 일들이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 누가 그에게 일깨워줄 필요도 없이, 그는 장교로서의 자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조치를 취한다.
그는 유다인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조치를 취한다.
그들은 이미 길을 따라 앞쪽으로 달려가 땀 흘리며, 헐벗은 타는 듯한 산에 드문드문 있는 가시덤불들을 헤치고 오느라고 긁히며, 마치 예루살렘의 쓰레기더미인 듯한 돌무더기 걸려 넘어지며, 순교자의 헐떡거림 하나, 그의 고통스러워하는 시선 하나, 심지어 무의식적인 고통의 몸짓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 그리고 오로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고통 외에는 다른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론지노는 꼭대기까지 꼬불꼬불하게 이어지고, 그래서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은 더 먼 길로 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길은 많은 사람들이 다닌 덕분에 상당히 편안한 길이 된 오솔길인 것 같다. 이 교차로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나는 더 멀리 올라가면 이 오솔길은 곧바로 올라가는 길을 네 번 가로지르게 된 것을 본다. 이 길은 덜 경사진 대신 훨씬 더 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올라가고 있지만, 그들은 예수가 고통당하는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하여 그분을 따라가는 마귀 들린 사람들의 이 수치스러운 소란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로 베일을 쓴 채로 울고 있는 여자들과, 여자들보다 멀찍이 앞서가는 남자들의 작은 무리들로서 사실 이들의 수는 아주 적다. 그들이 길을 가는데, 길이 산을 한 바퀴 돌 때 그들은 시야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여기서 칼바리아는 이상한 모양으로 뾰족하게 되어 있는데, 한 쪽은 짐승의 주둥이처럼 생기고, 다른 쪽은 깎아지른 낭떠러지가 되어 있다. 그 남자들은 뾰족한 바위 뒤로 사라져서 나는 그들을 시양에서 놓친다.
예수의 뒤를 따라오던 사람들은 분노하여 고성을 지르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분께서 넘어지시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유쾌했다. 단죄받으신 분(the Condemned One)과그분을 호송해 가는 사람들에게 외설적인 욕설들을 퍼부으며 몇 사람은 처형 행렬의 뒤를 따라가고, 몇 사람은 그들이 받았던 실망을 꼭대기에서 아주 좋은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보상받으려고 가파른 길을 뛰다시피 올라간다.
울면서 나아가던 여자들이 고함소리들을 듣고 뒤돌아보니, 행렬이 자신들을 향하여 돌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자 그들은 난폭한 유다인들에게 비탈 아래로 팽개쳐지지 않도록 산등성이에 기대며 걸음을 멈춘다.
그들은 자신들의 베일들을 훨씬 더 얼굴 위로 내리는데, 그중 한 여자는 무슬림 여자처럼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매우 검은 두 눈만을 노출하고 있다. 그녀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으며, 자신들을 지켜줄 건장한 나이 많은 남자 한 사람을 데리고 있는데, 그는 겉옷을 완전히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얼굴을 분명하게 알아볼 수 없다. 나는 그의 매우 짙은 빛깔의 겉옷 위로 나와 있는 검은 색보다는 흰색이 더 많은 그의 긴 수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예수께서 그들 가까이로 오시자, 그들은 더 크게 흐느껴 울며 몸을 깊이 숙여 그분께 절한다. 그 다음에 그들은 결연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병사들은 그들의 창들로 그들을 밀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무슬림 여자처럼 온몸을 완전히 가리고 있는 여자가 이 새 장애물이 무엇인지 보려고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온 기수 앞에서 잠깐 베일을 젖히자, 그는 그녀를 통과시키라고 명령한다.
나는 그 여자의 얼굴도, 옷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베일을 젖히는 그녀의 동작이 섬광처럼 빨랐고, 그녀의 옷은 땅에까지 무겁게 내려오고 한 세트의 고리 쇠들로 잠긴 겉옷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베일을 젖히느라고 거기서 잠깐 나온 손은 희고 아름답다. 그녀의 아주 검은 눈들에 더하여 이 키 큰 부인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인데, 론지노의 부관이 그렇게 신속하게 복종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분명히 권세 있는 귀부인일 것이다.
그들은 울면서 예수께 다가와 그분의 발아래 무릎 꿇고, 그 동안에 그분께서는 헐떡이시며 걸음을 멈추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아직 그 동정하는 여자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남자에게 미소 지으실 줄 아신다. 그는 자기가 요나탄이라는 것을 보이려고 자기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를 통과시키지 않고, 여자들만을 통과시킨다.
그들 중 한 여자는 쿠자의 요안나이다. 그런데 그녀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었던 때보다 얼굴이 더 초췌하다. 붉은 기운이라고는 눈물 흐른 자국밖에 없고, 그녀의 얼굴 전체가 눈같이 희며, 그녀의 상냥한 검은 눈은 흐릿해져서 어떤 꽃들처럼 아주 짙은 자줏빛이 되어 있다.
그녀는 한 손에 은 암포라를 들고 있다가 그것을 예수께 드린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것을 거절하신다. 어차피 그분께서는 너무 숨이 차 드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왼손으로 그분의 두 눈으로 떨어지는 땀과 피를 닦으시는데, 그 피는 그분의 자줏빛 얼굴과 목으로 흘러 내려와 그분의 튜닉의 가슴 부위 전체를 적신다. 그리고 그분의 목의 정맥들은 그분의 심장의 힘겨운 박동으로 인하여 부풀어 올라 있다.
품안에 작은 상자를 안고 있는 어린 하녀를 동반한 다른 여자는 그것을 열고 아주 고운 네모난 아마 손수건을 꺼내 구세주께 드린다. 그분께서는 그것을 받아들이신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혼자서 한 손만으로는 하실 수 없으므로, 동정하는 그 여자가 그분의 가시관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 수건을 그분의 얼굴에 대도록 그분을 도와드린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시원한 그 수건을 가엾은 그분의 얼굴에 대시고 마치 큰 위안을 느끼시는 것처럼 그대로 계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그 아마 수건을 돌려주시며 말씀하신다.
“고맙다, 요안나. 고맙소, 니까… 사라… 마르첼라… 엘리자… 리디아… 안나… 발레리아… 그리고 당신… 하지만… 예루살렘의 딸들이여…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당신들의 죄와… 당신들 도시의… 죄 때문에… 우시오.
요안나… 이제 더 이상 아들들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하여… 찬미해라… 보아라…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이다… 아들들을 가지지 않는… 왜냐하면… 그들은 이 일로… 고통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엘리자… 당신도 하느님을 죽이는 자들 가운데에 있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좋았지요… 그리고 어머니들… 당신들의 아들들로 인하여… 우시오.
왜냐하면… 이 시간이 벌 없이… 지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무죄한 사람에 대하여… 이러하다면… 그 벌이 얼마나 가혹하겠소. 그때 당신들은… 아기를 배고… 젖을 먹이고… 더 이상의… 아들들을… 그 날들에… 어머니들은… 울 것이오. 왜냐하면… 내가 진실로 당신들에게 말하는데… 그때는… 폐허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사람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들에게 강복하오… 집으로… 가서… 나를 위하여… 기도하시오. 잘 있어라, 요나탄… 이 여자들을 데리고 가거라…”
우는 여자들의 큰 소리와 유다인들의 저주가 들리는 가운데 예수께서는 다시 출발하신다.
예수께서는 다시 땀에 흠뻑 젖으신다. 병사들과 다른 두 사형수들도 땀을 흘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 폭풍우 이는 날의 태양은 불타는 듯하고, 산비탈도 스스로 뜨거워져 태양의 열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채찍질의 상처들 위에 있는 예수의 모직 옷 위로 이 햇볕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결코 신음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비록 이 길은 다른 길보다 덜 가파르고, 그분의 발에 몹시 위험한 울퉁불퉁한 돌들도 흩어져 있지 않지만, 그분께서는 점점 더 심하게 비틀거리고 계시고, 먼저 다시 한 줄의 병사들에게 부딪치신 다음에 다른 줄의 병사들에게 부딪치시고, 상체는 방금 전보다 더 숙여진다.
병사들은 그분의 허리에 밧줄을 매고, 마치 그 양끝이 고삐들인 것처럼 그것들을 붙잡아 그 난관을 극복하기로 결정한다. 사실 이것은 그분을 지탱해주지만, 그분의 짐을 약간이라도 가볍게 만들어드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밧줄이 십자가를 건드려 그분의 어깨 위에서 그것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십자가가 가시관을 치게 하여, 이제는 가시관이 그분의 이마를 피 흘리는 문신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뿐 아니라 그 밧줄이 수많은 상처들이 있는 그분의 허리를 마찰하여 그것들이 다시 피 흘리게 할 것이 틀림없다. 사실 그분의 흰 튜닉의 허리 부위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예수를 돕기 위하여 그분께서 더 고통당하시게 만든다.
길이 이어진다. 그것은 산을 돌아 거의 정면으로, 가파른 길 쪽으로 돌아온다. 거기 마리아께서 요한과 함께 계신다. 요한이 그분께 약간의 위안을 드리려고 산비탈 뒤 그늘진 이곳으로 그분을 모셔왔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그곳은 산에서 가장 가파른 곳이다. 산을 도는 길은 이 길밖에 없다. 이 길 위나 아래로는 비탈이 가파르게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그런 이유로 유다인들이 이 길을 버린 것 같다. 여기에는 그늘이 있는데 북쪽이기 때문이다.
마리아께서는 사면에 기대어 서 계시므로 햇볕을 받지 않으신다. 그러나 거의 검은색이라 할 수 있는 암청색 옷을 입고 계시는 그분께서는 산비탈에 기대어 서 계시지만, 이미 기진맥진하여 숨을 헐떡이시며, 시체처럼 창백하시다.
요한은 비탄에 잠긴 동정의 눈으로 그분을 쳐다본다. 그 또한 얼굴에 핏기가 없고 창백해 보이며, 피로한 눈을 크게 뜨고, 머리는 헝클어지고, 뺨은 마치 병자처럼 푹 꺼져 있다.
다른 여자들, 라자로의 마리아와 마르타, 알패오와 제베대오의 마리아, 혼인잔치 집의 여주인인 카나의 수산나,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몇 명의 다른 여자들은 모두 길 가운데 모여 서서 구세주께서 오고 계시는지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론지노가 도착하는 것을 보자, 서둘러 마리아에게 가서 그 소식을 알린다. 마리아께서는 요한에게 팔꿈치를 붙잡혀 부축받으시며 고통 가운데에서도 위엄 있게 산의 경사면에서 떨어져 결연히 길의 한가운데에 서 계시다가, 론지노가 도착하자 그제야 비로소 옆으로 비키신다.
그는 자기의 흑마 위에서 창백한 여인과, 그분의 동반자인 금발이고, 창백하며, 그 여인처럼 하늘빛의 온유한 눈을 가진 남자를 내려다본다. 그는 말 탄 열한 명의 군인들과 함께 그들을 지나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리아께서는 보병들 사이로 지나가려고 해보신다. 병사들은 덥고 시간이 촉박하여 창들로 그분을 밀어내려고 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토록 많은 동정을 보이는 데 대하여 항의하느라고 포장도로로부터 돌들이 날아오기 때문에 더 그렇게 한다. 그것은 역시 유다인들인데, 그들은 경건한 여자들에 의하여 지체된 것으로 인하여 다시 저주하며 말한다.
“빨리 해라! 내일은 안식일이다. 오늘 저녁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해! 당신들은 우리의 율법을 업신여기는 공범자들이다! 압제자들! 침략자들과 그들의 그리스도에게 죽음을! 그들은 그를 사랑한다! 그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아라! 그럼 그자를 데려가라! 그자를 너희의 저주받은 영원한 도시에 가져다두어라! 우리는 그자를 너희에게 양도하마! 우리는 그자를 원치 않는다! 불량배들은 불량배들과 함께! 그리고 문둥병은 문둥병자들에게 주자!”
론지노가 넌더리내며 열 명의 창기병들을 뒤따르게 하고, 욕설을 퍼붓고, 그 사냥개 떼를 향하여 말에 박차를 가하자 그들은 두 번째로 도망친다.
그는 그렇게 하다가 멈추어 서 있는 짐수레 하나를 본다. 그 짐수레는 틀림없이 산 밑에 있는 야채밭에서 올라온 것으로서 야채를 싣고 시내로 내려가기 위하여 군중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키레네 사람과 그의 아들들이 약간 호기심이 있어 수레를 그곳까지 올라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은 야채더미에 엎드려 도망치는 유다인들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아버지는 45세쯤 되어 보이는 아주 건장한 남자인데, 그는 놀라 뒤로 물러나려 하는 나귀 곁에 서서 행렬을 유심히 바라본다.
론지노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는 그 사람이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명령조로 말한다.
“여보시오, 이리로 오시오.”
키레네 사람은 못들은 체한다. 그러나 론지노는 그리 하찮게 볼 사람이 아니다. 그가 어찌나 단호하게 명령을 반복했는지, 그 남자는 고삐를 자기의 아들들 중 한 명에게 던져 주고 백부장에게 다가온다.
“저 사람이 보이시오?”
그가 묻는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예수를 가리키려고 돌아서다가 지나가게 해달라고 병사들에게 애원하고 계시는 마리아를 본다. 그는 그분을 동정하여 외친다.
“그 여인을 통과시켜라.”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키레네 사람에게 말한다.
“저 사람은 저렇게 짐을 지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소. 당신은 힘이 세니 저 사람 대신 십자가를 지고 꼭대기까지 가져가시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나귀를 끌고 왔는데… 그놈은 고집이 세고… 제 아들놈들은 그놈을 제어할 줄을 몰라요…”
그러나 론지노가 말한다.
“벌로 나귀를 빼앗기고 매 스무 대도 맞고 싶지 않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오.”
키레네 사람은 감히 더 반항하지 못한다. 그는 소년들에게 외친다.
“빨리 집으로 가서 내가 곧 갈 것이라고 말해라.”
그 다음에 키레네 사람이 예수께로 간다.
그가 그분께 갔을 때는 마침 예수께서 그분의 어머니께로 얼굴을 돌리신 순간이다. 그분께서는 이제야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계시는 그분의 어머니를 보신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몸을 많이 숙이시고, 마치 소경처럼 두 눈을 거의 감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때 그분께서 외치신다.
“어머니!”
이것이 예수께서 고문당하시기 시작한 이래 그분의 고통을 나타내시는 최초의 말씀이다. 왜냐하면 이 외침 속에는 모든 것에 대한 고백, 그분의 영혼, 정신, 육체의 모든 끔찍한 고통에 대한 고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해자들 사이에서, 가장 가혹한 가해자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의 호흡마저 무서워하며 혼자 죽어가는 어린 소년의 가슴이 미어지고, 듣는 이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부르짖음이다…
그것은 악몽의 환상들에 시달리면서 헛소리하며… 자기의 엄마를, 자기의 사랑하는 엄마를 찾는 어린 소년의 통곡이다. 왜냐하면 엄마의 입맞춤만이 자기의 고열을 가라앉힐 수 있고, 엄마의 목소리만이 환영들을 쫓아버릴 수 있으며, 엄마의 포옹이 죽음을 덜 무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께서는 마치 비수로 찔리신 듯 그분의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약간 비틀거리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시고 걸음을 재촉하여 박해받는 그분의 아들을 향하여 두 팔을 벌리고 가시며 외치신다.
“아들아!”
그분께서 어찌나 애절하게 이 말씀을 하시는지, 하이에나의 마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토록 큰 고통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는 로마군인들 사이에서도 동정의 징후들을 본다… 그들은 학살에 익숙하고 흉터들이 나 있는 군인들인데도 말이다… 내가 거듭 말하거니와 “어머니!”와 “아들아!”는 하이에나들보다 더 나쁘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같은 말이고, 어디에서나 이해되며, 어디에서나 동정의 파도들을 일으킨다…
키레네 사람도 그런 연민을 느낀다… 그는 마리아께서 십자가 때문에 아들을 껴안으실 수 없고, 두 팔을 뻗으셨다가 그렇게 하실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아시고, 그것들을 떨어뜨리시는 것을 본다.
어머니께서는 그분의 아드님을 쳐다보시기만 하면서 그분을 격려하시기 위하여 어머니의 순교자의 미소로 웃어 보이려고 애쓰시는데, 그분의 떨리는 입술은 눈물을 삼키고 있다.
아드님께서는 십자가의 멍에 밑에서 고개를 돌려 그분의 어머니께 웃어 보이려 하시고, 매들과 고열로 상처입고 갈라진 그분의 가엾은 입술로 어머니께 입맞춤을 보내려 하신다. 이 광경을 보고 키레네 사람은 서둘러 십자가를 쳐드는데, 그는 가시관을 건드리거나 그분의 상처들을 마찰하지 않도록 아버지의 다정한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그분의 아드님에게 입 맞추실 수 없다… 가장 가벼운 접촉일지라도 그것은 그분의 아드님의 찢어진 살에는 고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께서는 삼가신다. 그리고… 지극히 거룩한 감정들에는 심오한 겸손이 있고, 그것들은 존경이나 아니면 적어도 연민을 원하지만, 여기에는 호기심이 있고, 특히 업신여김이 있다. 고뇌하는 두 영혼들만이 서로에게 입 맞춘다.
행렬은 조롱하는 분노한 군중의 파도들의 압력을 받아 다시 출발하여 그들을 갈라놓고, 어머니를 산 쪽으로 몰아붙인다. 지금은 키레네 사람이 예수의 뒤에서 십자가를 메고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무게에서 벗어나 더 쉽게 나아가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심하게 헐떡이고 계시고, 마치 흉골 부위에 큰 통증이나 상처가 있으신 듯 가끔씩 한 손으로 심장 부위를 누르신다.
그리고 지금은 그분의 양손이 더 이상 묶여 있지 않아 그렇게 하실 수 있으므로, 그분께서는 청색증으로 고통당하는 그분의 얼굴에 약간의 공기를 느끼시려고 앞으로 내려와 피와 땀으로 엉겨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시고, 숨을 쉬실 때 그분을 고통스럽게 하는 그분의 목의 밧줄을 늦추신다… 그리하여 그분께서는 더 쉽게 걸으실 수 있다.
마리아께서는 여자들과 함께 물러나셨다. 그분께서는 행렬이 지나가자 그 뒤를 따라가시다가 식인종들과 다름없는 군중의 저주를 무릅쓰고 지름길을 따라 산꼭대기를 향하여 올라가신다.
예수께서 자유롭게 걸으실 수 있는 지금 그들은 산자락 길의 마지막 구간을 곧 지나쳐 아우성치고 있는 군중으로 혼잡한 정상에 이미 근접해 있다.
론지노는 행군을 멈추고 처형장소인 정상부를 정리하기 위하여 모든 이들을 훨씬 더 밑으로 가차 없이 몰아내라고 자기의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그러자 백인대의 반이 그 지점으로 몰려가 단검들과 창들을 활용하여 거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든 그들을 무자비하게 밀어낸다. 단검들의 옆면과 몽둥이들의 우박이 유다인들을 정상부로부터 도망치게 만든다. 그들은 그 밑에 있는 광장에서 멈추려 한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자 그들은 맹렬하게 이전투구를 벌인다. 그들 모두가 미친 것 같다.
내가 작년에 말한 것처럼 칼바리아의 꼭대기는 오른쪽이 약간 높은 불규칙적인 부정형의 사다리꼴인데, 거기서부터 산은 그 높이의 반이 넘게 가파르게 내려온다. 이 작은 개활지에는 이미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안에 벽돌들이나 슬레이트들이 붙여져 있는 세 개의 깊은 구덩이들이 있다. 그것들 가까이에는 십자가들을 고정시키는 데 쓰일 돌들과 흙이 준비되어 있다. 반면 다른 구덩이들은 돌들이 가득 차 있다. 사형될 사람의 수에 따라 매번 그것들을 비우는 것이 분명하다.
사다리꼴의 꼭대기 아래 가파르게 내려오지 않는 산의 한쪽이 완만하게 내려와 제2의 개활지를 이루는 일종의 작은 연단이 있다. 거기서 두 갈래의 넓은 오솔길이 시작되어 산꼭대기를 돈다. 그래서 이곳은 분리되어 있고, 모든 방향에서 적어도 2미터 높이로 들어 올려져 있다.
병사들은 효과적인 창질로 꼭대기에서 군중을 몰아내고, 다툼을 말리고, 행렬이 길의 마지막 구간을 아무런 방해 없이 지나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다. 또한 그들은 세 사형수들이 기마병들에게 에워싸여 그들이 멈춰서야 할 지점인 골고타의 꼭대기인 자연적으로 솟아올라 있는 연단과 같은 곳의 아래까지 오는 동안에 후방을 백인대의 다른 절반의 병력의 보호를 받으며 이중의 방어진을 형성한 채로 거기 남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에 나는 마리아들과 그들의 약간 뒤 아까 내가 언급한 다른 네 부인들과 함께 있는 쿠자의 요안나를 본다.
다른 부인들은 물러갔다. 요나탄이 자기의 여주인 뒤에 있는 것을 보면, 그 부인들은 그들끼리 간 모양이다. 우리는 베로니카라고 부르고, 예수께서 니까라고 부르시는 여자와 그녀의 하녀도 더 이상 여기 있지 않다. 또한 베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병사들을 복종시켰던 부인도 더 이상 여기 있지 않다.
나는 요안나와 엘리자라고 불리는 늙은 여자와 안나(예수께서 공생활 첫해에 가셨던 포도원이 있는 집의 여주인)와 내가 알지 못하는 여자 두 사람을 본다.
나는 이 여자들과 마리아들의 뒤에서 알패오의 요셉과 시몬, 사라의 알패오, 목자들의 무리를 본다. 그들은 그들을 모욕하며 그들을 밀어내려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였는데, 이 사람들의 힘은 그들의 사랑과 고통에 의하여 증가되어 아주 강력해져서 그들의 적수들을 물리치고 반원을 만들어 빈 공간을 마련했다.
아주 비겁한 유다인들은 감히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그저 죽이라고 고함을 치며 그 반원을 향하여 주먹을 휘두를 뿐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왜냐하면 목자들의 지팡이들은 울퉁불퉁하고 무거우며, 이 용맹한 사람들에게는 힘도, 정확히 겨누는 솜씨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한다 해도 내가 잘못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갈릴래아 사람들 또는 갈릴래아 사람이신 선생님의 추종자들로 알려진 불과 몇 사람이 적대적인 많은 군중에 대항하려면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여기는 골고타 전체에서 그리스도께서 저주당하지 않으시는 유일한 지점이다.
비탈들이 완만하게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의 세 사면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누르스름한 메마른 땅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모습을 드러냈다, 숨었다 하는 태양 아래서 땅은 총천연색의 꽃부리들이 있는 꽃이 만발한 풀밭처럼 보인다. 그만큼 무수히 많은 형형색색의 두건들과 겉옷들을 입은 사디스트들이 거기 밀집하여 서 있다.
더 많은 군중이 개울 건너, 길 위에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군중이 성곽 너머에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군중들이 더 가까운 단상지들 위에 있다. 도시의 나머지에는 인적이 없고… 텅 비어 있고… 조용하다. 그들 모두가 여기 와 있다. 모든 사랑과 모든 증오, 사랑하고 용서하는 모든 침묵과 미워하고 저주하는 모든 아우성이 여기 있다.
사형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구멍들을 비우기를 마치고 그들의 연장들을 준비하고, 사형수들이 병사들의 방진의 한가운데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마리아들 반대편에 자리 잡은 유다인들이 그들을 모욕한다. 그들은 어머니도 모욕한다.
“갈릴래아 놈들에게 죽음을! 죽여라! 갈릴래아 놈들! 갈릴래아 놈들! 저주받은 놈들! 갈릴래아 신성모독자에게 죽음을! 그자를 뱄던 태도 십자가에 못 박아라! 마귀들을 낳는 독사들은 여기서 물러가라! 그들을 죽여라! 저 숫염소와 붙어먹었던 여자들을 이스라엘에서 쓸어내자!”
론지노는 말에서 내린 다음 돌아서서 어머니를 본다… 그는 소란을 그치게 하라고 자기의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사형수들 뒤에 있던 50명의 병사들이 폭도들을 공격하여 둘째 작은 광장을 완전히 비우고, 유다인들은 서로를 짓밟으며 산을 따라 도망친다. 다른 병사들도 말에서 내리고, 한 사람이 열 한필의 말과 백부장의 말을 끌고 산등성이 뒤쪽 그늘로 데려간다.
백부장이 정상을 향하여 출발한다. 쿠자의 요안나가 앞으로 나와 그를 멈춰 세운다. 그녀는 그에게 암포라와 돈주머니를 주고 나서 울면서 물러나 다른 여자들과 함께 산의 가장자리를 향하여 간다.
꼭대기에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그들은 선고받은 사람들을 올라오게 한다. 그렇게 해서 예수께서 다시 한 번 그분의 어머니 가까이 지나가시자, 어머니께서는 신음소리를 내시고 겉옷 자락을 입에 가져다대시며 억제하려고 애쓰신다.
유다인들이 그 광경을 보고 조롱한다. 요한이, 마리아를 부축해드리느라고 그분의 양어깨에 한 팔을 두르고 있는 온순한 요한이 돌아서서 그들을 응시한다. 그의 눈은 인광을 발한다. 만일 그가 여자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가 그 비겁자들 중 어떤 자의 멱살을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형수들이 죽음의 연단 위로 오르자마자 병사들이 세 면의 열린 공간을 둘러싼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한 면만이 비어 있다.
백부장이 키레네 사람에게 가라고 명령한다. 그래서 지금 그는 마지못해 떠나는데, 나는 가학성이 아닌 사랑으로 인하여 그가 그렇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는 갈릴래아 사람들 가까이에 멈춰 서서 군중이 그리스도의 이 초췌한 신자들에게 마음 내키는 대로 퍼붓는 욕을 그들과 함께 받는다.
두 강도들은 맹세하며 그들의 십자가들을 땅에 내동댕이친다. 예수께서는 침묵하신다.
고통의 길이 그 끝에 이르렀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 > 수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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