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수난

603. 요한이 어머니를 모시러 가다

Skyblue fiat 2024. 3. 23. 12:59

603. 요한이 어머니를 모시러 가다

1944. 4. 7. 성금요일 오전 10:30

 

나의 내적 교사께서 이 시간에 요한이 마리아께 갔다고 나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카야파의 집 마당에 베드로와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창백해진 예수의 사랑받는 사도의 얼굴을 본다. 아마도 마당에 피워놓았던 불의 열기가 그의 두 뺨을 달구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들은 마치 그가 중병을 앓았던 것처럼 쑥 들어갔고, 핏기가 없다. 그의 얼굴은 그의 연보라색 속옷과 대비되어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 창백해 보인다.

그의 두 눈도 흐려져 있고, 그의 머리카락은 부석부석하고 헝클어졌으며, 이 몇 시간 동안에 자란 수염은 그의 두 뺨과 턱에 연한 빛깔의 베일을 쳐놓은 듯 원래 엷은 금발인 그를 훨씬 더 창백해 보이게 한다.

그에게는 상냥하고 명랑한 요한다운 모습이나 방금 전에 의분으로 얼굴을 붉히며 유다를 난폭하게 다루려다 어렵게 자제한, 분노한 요한의 모습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는 그 집의 대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누군가가 마치 다시 유다와 마주칠까봐 두려워하는 듯 누가 문을 두드리느냐고 묻는다.

“나요, 요한이오.”

요한이 대답한다. 대문이 열리고 그가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시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자기에게 묻는 여주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 역시 최후의 만찬실로 간다.

그는 안에 틀어박혀 예수께서 앉으셨던 의자 앞에 무릎 꿇고 그분을 부르며 비통하게 운다. 그는 예수께서 그분의 두 손을 모아놓으셨던 자리의 식탁보에 입 맞추고, 그분께서 손에 드셨던 잔을 쓰다듬는다… 그 다음에 그가 말한다.

“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어머니께 말씀드리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에게는 용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분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어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는 마치 선생님께서 만지셨던 그 물건에서 힘을 얻어내기를 원하는 듯 다시 그 잔을 만진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그분께서 사도들의 발들을 씻어주신 다음에 그분의 손을 닦는 데 쓰셨던 수건과 그분의 허리에 매셨던 다른 수건이 그분께서 놓아두신 구석에 그대로 놓여있는 것을 본다. 그는 그것들을 집어 개킨 다음 그것들을 쓰다듬고, 그것들에 입 맞춘다.

그는 빈 방 한가운데에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다. 그가 말한다.

“가자!”

그러나 그는 문 쪽으로 가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식탁으로 돌아가 그 잔과 예수께서 한 귀퉁이를 잘라 한 조각을 떼어 포도주에 담갔다가 유다에게 주신 그 빵을 집는다. 그는 그것들에 입 맞추고, 그것들을 두 개의 수건과 함께 집어 들고 유물처럼 가슴에 꼭 껴안는다. 그가 되뇐다.

“가자!”

그는 한숨을 쉰다. 그는 작은 계단통으로 가서 등을 구부리고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다리를 질질 끌며 올라간다. 그는 문을 열고 나온다.

“요한아, 네가 왔느냐?”

마리아께서는 자기 방의 문에 다시 나타나시어 마치 혼자 서계실 기운이 없는 것처럼 문설주에 기대고 계신다.

요한은 고개를 들고 마리아를 쳐다본다. 그는 말하려고 하고, 입을 벌리지만, 말하지는 못한다.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린다. 그는 자기의 약함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인다.

“요한아, 이리 오너라, 울지 마라. 너는 울면 안 된다. 너는 항상 그를 사랑했고, 그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것이 너를 위로해주기를.”

이 말씀들이 요한의 울음보를 터뜨린다. 그가 큰 소리로 하도 요란스럽게 우는 바람에 여주인, 마리아 막달레나, 제베대오의 아내와 다른 여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요한아, 나와 함께 가자.”

마리아께서는 문설주에서 떨어지시며 마치 그가 어린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손목을 잡고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그와 단둘이만 계시려고 조용히 문을 닫으신다.

요한은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의 떨리는 손이 그의 머리 위에 얹어지는 것을 느끼자, 그는 가슴에 껴안고 있던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 무릎을 꿇고, 그분의 겉옷자락을 잡아 자기의 격앙된 얼굴에 댄 채 얼굴을 바닥에 대고 흐느낀다.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저를 용서해주세요!”

마리아께서는 한 손은 자신의 가슴에 얹고 다른 손은 늘어뜨리신 채 서서 극도로 괴로워하며 가슴이 미어지게 하는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가엾은 내 아들아, 내가 무엇에 대하여 너를 용서한단 말이냐? 너를 용서하다니!”

요한은 더 이상 남자의 자존심의 흔적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의 모습, 눈물을 흘리는 가엾은 어린이의 얼굴을 든다. 그가 외친다.

“그분을 버린 것에 대해서요! 도망친 것에 대해서요! 그분을 보호해드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요! 오! 나의 선생님! 오, 선생님, 저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당신을 버리느니 차라리 죽어야 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이제 누가 저에게서 이 가책을 없애주겠습니까?”

“요한아, 안심해라. 그는 너를 용서한다. 그는 이미 너를 용서했다. 그는 너의 당혹스러움을 결코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너를 사랑한다.”

마리아께서는 한 손은 요한의 머리 위에 얹고, 다른 한 손은 극도의 불안으로 뛰고 있는 가엾은 그분의 가슴에 얹고, 마치 숨차시는 것처럼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 쉬어가며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저는 어제저녁까지도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할 줄을 모르고… 그분께서 깨어 있으면서 그분을 위로해달라고 저희에게 부탁하셨는데, 자버렸습니다. 저는 제 예수님을 혼자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저주받은 놈이 악당들을 데리고 왔을 때 도망쳤습니다…”

“요한아, 저주하지 마라. 요한아, 미워하지 마라. 아버지께서 그것을 심판하시게 해드리자. 자, 지금 그는 어디 있느냐?”

요한은 더 크게 울면서 다시 얼굴을 방바닥에 대고 엎드린다.

“요한아, 나에게 말해라. 내 아들은 어디 있느냐?”

“어머니… 저는… 어머니, 그분께서는… 어머니…”

“그가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나는 너에게 바로 지금 그가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다.”

“저는 그분께서 저를 보시게 하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습니다… 저는 동정을 얻으려고, 그분께서 고통을… 고통을 덜 당하시게 하려고 유력자들의 도움을 청하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들은 그분을 많이 괴롭히지는 않았습니다…”

“요한아, 거짓말하지 마라. 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라도 말이다. 너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그것은 무익할 것이다.

나는 안다. 어제 저녁부터 나는 그의 고통 가운데에서 그를 따라다녔다. 너는 그것을 볼 수 없지만, 내 살은 그가 맞은 채찍들로 멍들었고, 똑같은 가시들이 내 이마를 찌르고 있고, 나는 매들을 느꼈다… 모든 것을.

그렇지만 지금은… 나는 더 이상 보지 못한다. 지금 나는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내 아들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

십자가에!… 십자가에!… 오! 하느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그 애는 저를 보아야 합니다. 그가 그의 고통을 느끼는 동안에 제가 제 고통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끝나면, 그때는 오, 하느님, 만일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저를 죽게 해주십시오.

지금은 안 됩니다. 그 애 때문에 안 됩니다. 그가 저를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요한아, 가자. 예수는 어디 있느냐?”

“그분께서는 빌라도의 집을 떠나고 계셨습니다. 저 아우성은 총독관저의 계단들 위에서 결박되신 채 십자가를 기다리고 계시거나 이미 골고타를 향하여 걸어가시는 그분을 에워싸고 있는 군중이 지르는 것입니다.”

“요한아, 네 어머니와 다른 여자들에게 알려라. 그리고 가자. 이 잔과 이 빵과 이 수건들을… 여기 놓아두어라. 우리는 그것들을 보고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나중에… 자, 가자.”

요한은 방바닥에 놓아두었던 물건들을 집어 들어 정리한 다음 여자들을 부르려고 나간다. 그러자 마리아께서는 그 수건들에서 그분의 아들의 손의 어루만짐을 찾아내시려는 듯 그 수건들을 얼굴에 가져다대면서 그를 기다리신다. 그분께서는 그 잔과 빵에 입 맞추시고, 그것들 모두를 선반에 올려놓으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겉옷으로 온몸을 두르시고, 그분의 머리를 덮고 목을 둘러 접힌 베일 위로 겉옷을 그분의 두 눈까지 내려오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우시지는 않지만, 몸을 떨고 계신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공기가 모자라는 것처럼 입을 벌린 채 몹시 숨을 헐떡이신다.

요한은 울고 있는 여자들의 앞장을 서서 방안으로 들어온다.

“사랑하는 내 딸들이여, 조용히 해요! 내가 울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갑시다.”

그분께서 요한에게 몸을 의지하시자 그는 마치 그분이 소경이라도 되시는 것처럼 그분을 인도하고 부축한다.

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지금은 열두시 반, 즉 태양 시간으로는 열한시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