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5권
33장
창조주를 향해 현기증이 나도록 돌진하는 피조물.
하느님 뜻 안에 사는 사람과 온 조물의 불가분성.
예수님께서 하느님 뜻에 대한 진리를 드러내시며 지키신 질서.
새로운 창조 사업. 이 진리의 중요성.
1929년 3월 25일
1 ‘하느님의 피앗’ 안에 나 자신을 맡기고 사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창조된 만물 한가운데에서 내 하찮은 영혼이 얼마나 작은지를 느끼는 한편, 마치 나 자신의 동작을 가지고 있기나 한 듯 그 모든 조물 안에서 계속 달리고, 그러면서 그들과 떨어져 있을 수 없음을 느낀 적도 있다. 나의 뜻과 그들의 뜻이 하나이고, 바로 하느님의 뜻이며, 하느님의 뜻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2 모든 이의 뜻이 그렇게 하나이니, 모두 같은 행위를 한다. 이를테면 우리 모두 우리의 원초적 중심이신 우리 창조주께로 달려가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당신의 사랑이 우리를 내셨고, 같은 사랑이 우리를 부르십니다.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현기증이 나도록 돌진하게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당신 자신 안으로 돌아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면서, 꺼질 줄 모르는 그 무한한 사랑을 두고 찬미가를 부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3 같은 모양으로 우리는 멈추는 법 없이 우리의 달리기를 계속하려고 그분의 중심에서 다시 나온다. 그분 신성의 태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일만 되풀이할 따름이니, 이는 우리가 우리 창조주를 향한 사랑의 순례, 사랑의 달리기를 완수하기 위함이다.
4 내가 그렇게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거룩하고 존엄하신 분’을 향한 사랑의 질주를 하고 있었을 때,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며 이르셨다.
5 “딸아, 내 ‘거룩한 의지’ 안에서 사는 사람은 창조된 만물과 결합되어 있다. 만물은 이 다복한 사람 없이 지낼 수 없고 이 사람도 만물과 떨어져 살 수 없다. 그 둘의 뜻이 하나이고, 그 뜻은 곧 내 거룩한 뜻이기에, 그들은 떨어질 수 없는 여러 지체들을 가진 한 몸을 이루기 때문이다.
6 내가 그래서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을 보면, 내 눈에 그의 하늘이 보인다. 다시 와서 그를 보면 그의 해가 보인다. 매우 황홀해진 내가 그를 더 유심히 보려고 눈길을 모으면 그의 바다가 보인다. 요컨대 그 사람 안에 온갖 조물이 다 보인다.
7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오, 내 '거룩한 피앗'의 능력아, 네가 네 안에서 사는 사람을, 나를 위해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너는 그에게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가는 권한을 주고, 바람보다 더 빠른 주력(走力)을 준다. 그리하여 그가 모두를 제치고 제일 먼저 내 거룩한 중심에 들어와서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찬양합니다. 흠숭합니다.' 하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 안에 그것이 울려 퍼지게 하기에, 모두가 그의 그 듣기 좋은 후렴을 따라 한다.’
8 딸아, 그 때문에 내가 너에게 내 거룩한 뜻에 관한 모든 것을 드러내는 일에 이토록 큰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너에게 계시해 온 그 모든 것이 바로 내 ‘거룩한 뜻의 나라’의 전반적인 질서이니 말이다.
9 만약 아담이 죄를 짓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이 창조 사업 초기부터 계시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내 ‘거룩한 피앗’에 대한 각각의 계시를 통하여 자기 창조주의 거룩함과 아름다움 안에서 성장했을 터이다. 내가 내 거룩한 뜻이 원하는 정도만큼 사람이 성장하도록 ‘하느님의 생명’을 몇 방울씩 마시게 하면서 점차 그 양을 늘렸을 것이다.
10 그러나 사람은 죄를 지음으로써 나로 하여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여러 세기가 지난 끝에, 사람이 나의 ‘피앗’ 안으로 돌아오기를 원한 나머지 내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자신의 아기를 낳아 입맞춤과 사랑으로 뒤덮으며 그 모성적인 젖가슴에 꼭 끌어안고 즐기기를 열망하는 애정 깊은 어머니보다 더 큰 애정을 기울이며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자신의 모든 재물과 행복으로 아기를 가득 채우면서.
11 그와 같이 내가 다시 입을 열어 너에게 내 ‘거룩한 의지의 나라’의 모든 질서를, 그리고 사람이 이 나라 안에서 걸어야 하는 길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12 따라서 내가 너에게 드러낸 내 ‘피앗’에 관한 그 진리들은 바로, 만약 사람이 죄를 짓지 않았고 내 나라가 땅에서도 생명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그 현장에 다시 세우고 내놓았을 모든 질서와 사랑이다.
13 나는 말을 하면서 진리와 진리가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도록 질서를 잡아 갔으므로, 누군가 그 진리 중 몇몇을 잡아채거나 숨기고자 했다면 내 ‘거룩한 피앗의 나라’에 빈자리를 만들었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을 내 나라에서 살도록 유도하는 힘을 그들에게서 빼앗았을 것이다.
14 사실 내 ‘거룩한 의지’에 대한 하나하나의 진리마다 이 의지가 사람들 가운데에서 다스리기 위해 택하는 처소이고, 또한 사람들을 소유하기 위해 찾아내는 길이며 빈 공간이다.
15 (앞서 지적했듯이) 내가 너에게 말한 모든 진리들은 그토록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기에, 그 중 일부를 제거하면, 제거한 그 지점에서는 다만, 별들이 없는 하늘이거나 해가 없는 공중, 또는 꽃이 없는 땅 같은 것만 볼 수 있다.
16 그리고 내가 말한 그 모든 진리 안에 창조 사업 전반에 걸친 쇄신 작업이 있다. 내 ‘피앗’이 그 각각의 진리 안에서 ― 창조 사업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 창조 현장으로 다시 나가기를 태양보다 더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이는 이 피앗이 거기에서 스스로의 빛의 장막으로 창조된 만물을 뒤덮고 그들에게 그 자신의 창조적인 솜씨까지 줄 정도로 많은 은총을 주어, ‘거룩하신 의지’의 모태 안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다.
17 그런즉 내가 내 거룩한 뜻에 대해 네게 말한 모든 것은 새로운 창조 사업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만큼, 내가 창조 사업 전체보다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정도로 귀중한 것이다.
18 무릇 무엇이든지 새롭게 하려면 갑절의 애정이 요구되기에, 우리 (성삼위)는 일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갑절의 은총과 갑절의 빛이 다다르게 한다.
19 이는 창조 초기에 사람이 죄를 지어 자기네 안에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빛과 소중한 상속 재산인 우리의 ‘지고한 의지’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 어쩌면 그보다 더할지도 모르는 두 번째 고통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한 처사이기도 하다.
20 이런 이유로, 나는 네가 내게서 들은 내 거룩한 뜻에 대한 말 중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도록 십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 진리들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그 가운데 어떤 것을 감추기라도 하면, 마치 태양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바다를 해안 밖으로 나가게 한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러면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21 내가 너에게 그토록 질서 정연하게 나타내 보인 내 거룩한 뜻에 대한 진리들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 네가 그 중 어느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도서 구입처: 가톨릭출판사 (catholicbook.kr)
(천상의 책 / 루이사피카레타 저 / 요한 실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