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 10일 금요일
[백]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스콜라스티카 성녀는 480년 무렵 이탈리아 움브리아의 누르시아에서 태어났다. 성 베네딕토 아빠스의 누이동생인 스콜라스티카는 베네딕토 성인이 세운 여자 수도원의 첫 번째 수녀이자 원장으로 활동하였다. 성녀는 베네딕토 성인과의 영적 담화를 통하여 수도 생활에 대한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입당송
이 슬기롭고 지혜로운 동정녀는 등불을 밝혀 들고 그리스도를 맞으러 나갔네.
<또는>
그리스도의 동정녀, 얼마나 아름다운가! 주님의 화관, 영원한 동정의 화관을 받았네.
본기도
주님,
복된 동정녀 스콜라스티카를 기억하며 비오니
그를 본받아
저희가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며
주님 사랑의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3,1-8
1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
2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를 먹어도 된다.
3 그러나 동산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 열매만은,
‘너희가 죽지 않으려거든 먹지도 만지지도 마라.’ 하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4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6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7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
8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32(31),1-2.5.6.7(◎ 1ㄱ)
◎ 행복하여라, 죄를 용서받은 이!
○ 행복하여라, 죄를 용서받고, 잘못을 씻은 이! 행복하여라, 주님이 허물을 헤아리지 않으시고, 그 영에 거짓이 없는 사람! ◎
○ 제 잘못을 당신께 아뢰며, 제 허물을 감추지 않았나이다. “주님께 저의 죄를 고백하나이다.” 당신은 제 허물과 잘못을 용서하셨나이다. ◎
○ 당신께 충실한 모든 이들이 곤궁할 때 기도드리나이다. 큰물이 닥친다 하여도 그에게는 미치지 못하리이다. ◎
○ 당신은 저의 피신처. 곤경에서 저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환호로 저를 감싸시나이다. ◎
복음 환호송 사도 16,14 참조
◎ 알렐루야.
○ 주님,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
◎ 알렐루야.
복음
<예수님께서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32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34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35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36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37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또는, 기념일 독서(아가 8,6-7)와 복음(루카 10,38-42)을 봉독할 수 있다.>
예물 기도
주님,
복된 동정녀 스콜라스티카를 기리는 저희가 놀라우신 주님을 찬양하며
지극히 높으신 주님 앞에 엎드려 청하오니
그의 공로를 기꺼워하셨듯이
저희가 바치는 제사도 기쁘게 받아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마태 25,6 참조
보라, 신랑이 오신다. 주 그리스도를 맞으러 나가라.
<또는>
시편 27(26),4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하느님,
천상 선물을 나누어 받고 비오니
저희가 복된 스콜라스티카를 본받아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새기며
오로지 주님의 뜻만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지으신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죄를 짓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뱀의 존재를 말하기에 앞서 뱀의 교활함은 매우 놀랍습니다. 뱀은 주 하느님의 말씀(계명) 가운데 오직 부정적인 말씀만 가져다 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뱀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다른 모든 선물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하게 합니다. 나아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한계(금지)의 말씀이 사실은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담고 있음을 망각하게 합니다.
뱀의 질문에 여인이 대답합니다. 언뜻 보면 여인이 뱀의 유혹에 당당히 맞서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인이 뱀의 논리에 따라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산의 중심에는 생명나무와 뱀이 주장하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함께 있었지만(창세 2,9 참조), 결국 여인의 마음에는 생명나무가 없어지고 금지된 계명만 남습니다. 여기에다 여인은 하느님의 금지 계명을 하나 더 늘립니다. 그 나무 열매를 ‘먹어서도’ 안 되지만 ‘만져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뱀은 분명히 자기 욕망을 분출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그런데 뱀은 언어의 마법사입니다. 말의 모호함을 이용하여 하느님의 선하신 뜻에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말로는 죽음에서 사람을 구해 줄 것처럼, 그래서 자신이 사람을 지켜 줄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지배하려 합니다. 뱀은 사람에게 친구처럼 다가오지만 오히려 불행의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자라게 합니다. 창세기 저자는 여인이 뱀의 제안을 바라고 열망하였음을 드러내려고 반복된 표현을 사용합니다. 선과 악을 아는 나무의 열매를 여인의 눈이, 그의 마음이 바라고 탐합니다. ‘바라다’와 ‘탐하다’의 조합은 성경에 자주 등장합니다. 둘 다 아주 강하게 집착하는 사람의 욕망을 표현합니다(시편 78[77],29-30; 잠언 7,25; 미카 2,2 참조).
세상에는 우리를 꾀는 뱀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위험한 뱀은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끝없는 욕망이 아닐까요? 오늘도 뱀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마음을 살피며 하느님의 선하심과 그분의 말씀에 기대어 살아갑시다.
(정용진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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