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3 장 29세 때의 과월절부터 마지막 과월절 축제일까지’
2.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이 달 10일에 사람마다 한 가문에 한 마리씩, 한 집에 한 마리씩 새끼양을 마련해 놓아라… 이스라엘 온 회중이 모여서 해질 무렵에 잡도록 하여라”(출애 12, 3-6)
사람들은 베다니에 있는 라자로의 집에서 먹게 될 네 마리의 과월절 어린 양들을 매일 우물가에서 씻고 새로운 화환으로 장식했는데, 오늘 저녁에 이 어린 양들은 예루살렘의 성전으로 운반되었다. 모든 양들은 목 둘레의 화환에 가장(家長)의 이름과 표지를 표시한 쪽지를 달고 있었다. 그 양들은 또다시 씻겨진 후에 성전안에 있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잔디밭에 넣어졌다.
오늘 과월절 어린 양은 그리스도께서 열두시 반에 이미 십자가에 못박혀 달리신 것처럼 그렇게 일찍 성전에서 제물로 바쳐지지는 않았다. 예수께서 못박히신 때는 금요일이었는데, 사람들은 안식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좀더 일찍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 오후 세시경에 일이 시작되었다. 여러 개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모든 것은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경탄할 만큼 민첩하고 질서 있게 움직였다. 모두들 연이어 빽빽히 서 있었으나 아무도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서 제물을 바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라자로의 가정을 위한 네 마리의 어린 양이 제물로 바쳐졌는데, 네 사람의 가장이 그것을 가지고 나갔다. 그들은 라자로, 헤브론의 헬리, 유다 바르사바 그리고 마리아 헬리의 아들이자 마리아 글레오파의 남동생인 헬리아킴이었다. 양들은 십자가에 달린 것처럼 횡목(橫木)을 댄 나무 창에 매달려 세워진 채 화덕 위에서 구워졌다. 내장과 심장과 간은 과월절 어린 양 속에 집어넣은 채로 있었으나 몇몇은 대가리 앞에 꽂혀 있기도 하였다. 벳파게와 베다니아는 예루살렘 지역에 함께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과월절 어린 양을 먹을 수 있었다.
니산월(유다력으로 30일까지 있는 7월. 니산월 14, 15일부터 21일까지가 과월절 축제 기간 – 역자 주) 15일이 시작된 저녁에 사람들은 과월절 어린 양을 먹었다. 그들은 모두 소매를 걷고 있었으며, 새 실내화를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먼저 그들은 찬미의 노래를 불렀다.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 찬양받으소서!” “주여, 찬미받으소서!” 그들은 손을 높이 들고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두 사람씩 서로 마주 섰다.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앉아 계시던 식탁에는 당신의 친척인 헤브론 출신의 가장 헬리가 앉아 있었다. 라자로는 친구들이 모인 식탁에 함께 있었다. 제자들이 앉아 있는 세번째 식탁에는 헬리아킴과 글레오파의 아들이 착석하고 있었다. 유다 바르사바는 네번째 식탁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예수를 따르던 서른여섯 명의 제자들이 과월절 음식을 먹었다. 기도가 끝난 후 가장에게 포도주 잔이 건네졌고 그는 그것을 그것에 강복과 함께 마시고 나서 손을 씻었다. 식탁 위에는 과월절 어린 양 고기, 과월절 빵이 놓여진 그릇, 갈색 잼과 수프가 담긴 접시들, 작은 묶음의 쓴 채소가 담긴 접시와 마치 자라나는 잔디처럼 똑바로 촘촘하게 담긴 녹색 야채 접시가 놓여 있었다. 가장은 과월절 어린 양을 잘라서 나누었다. 그들은 그것을 매우 빨리 먹었다. 그들은 빽빽한 채소에서 잘라 낸 것을 수프에 담갔다가 먹었다. 가장은 과월절 빵을 잘라서 그 한 조각을 식탁보 아래에 놓았다. 모든 일들은 매우 빨리 진행되었고 여러 차례의 기도와 잠언 낭독이 함께 이루어졌으며, 그들은 이때에 정좌하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잔이 차례로 돌았고 가장은 다시 손을 씻었다. 그리고 나서 작은 다발로 된 쓴 채소를 얇은 빵조각 위에 놓고, 그것을 다시 수프에 담갔다가 먹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렇게 했다.
과월절 어린 양은 완전히 먹어 치워졌다. 뼈는 상아로 만든 칼로 깨끗이 긁어 내고 씻은 후에 불에 태워졌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다시 찬미가를 불렀으며 의례적으로 식탁에 앉아서 먹고 마셨다. 그 식탁에는 여러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장만되어 있었다. 그들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예수께서는 가르침을 주셨고 식사 중에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셨다. 그분은 특히 포도나무 줄기에 대해 아주 훌륭한 가르침을 남겨 주셨는데, 그것은 포도나무의 개량, 나쁜 나뭇가지의 제거, 귀한 포도나무의 식목 그리고 각각 성장한 후에 그 넝쿨을 잘라내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너희는 포도나무 가지이고 사람의 아들은 참 포도나무 줄기이며 너희들은 내 안에 머물러야만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참 포도나무인 예수 자신을 널리 전파해서 포도즙을 짜게 될 때에는 모든 포도원들이 함께 경작되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함께 했으며, 큰 감동을 받고 기뻐하였다.
성전에서의 축제는 오늘 매우 일찍 시작되었다. 자정이 지나자 성전은 벌써 문이 열려져 있었다. 성전은 온통 램프 등으로 차 있었다. 동이 트기 전에 사람들은 벌써 살 수 있는 갖가지의 짐승과 새들을 감사의 제물로 가지고 왔다. 사제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제물들은 검사를 받았다. 그들은 또한 여러 종류의 제물들, 곧 금, 천, 곡물, 기름 등을 가져왔다. 날이 새었을 때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라자로, 라자로의 친척들 그리고 여인들과 함께 성전으로 가셨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군중들 속에 계셨다. 성전에서 시편의 여러 대목들이 찬미가로 불리어졌으며 음악의 연주와 제물 봉헌이 있었다. 또한 모두들 무릎을 꿇고 축복의 기도를 받았다. 사람들은 매번 두 사람씩 들어가서 제물을 바치고 나왔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 방해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문을 닫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 특히 이방인들이 강복 후에 예루살렘의 회당으로 들어갔으며 그곳에서 찬미가와 성서 봉독이 있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조용해질 때까지 묵묵히 서 계셨다. 모든 입구가 다시 열렸을 때에 그분은 성전 안의 앞쪽 회당을 통해 성소 앞의 커다란 강론대로 가셨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있었다. 베짜타 연못에서 치유를 받았던 사람도 그들 중에 끼어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예수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으며, 그 같은 일을 한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이 틀림없다고 자주 말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금지시켰으나 그것은 소용 없는 것이었다.
오늘 예수께서 바로 가르침을 시작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주위에 몰려와서는 온갖 반박과 비난을 퍼부어 가르침을 중단시켰다. 그들은 예수께서 과월절 어린 양을 그들과 함께 성전에서 먹지 않은 이유를 다그쳤고 오늘 그분이 감사의 희생 제물을 가져왔는지를 캐물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위해 감사의 제물을 바쳤던 가장들을 가리키셨다. 그들은 다시 예수의 제자들은 관례를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으며, 길에서 이삭과 열매들을 훔쳐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예수가 제물을 가져오는 것을 전혀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일하기 위한 날이 6일간이었고 제7일은 쉬는 날인데도, 예수께서 안식일에 그 남자를 고쳐 주었기 때문에 안식일을 범한 자라고 말했다. 예수께서는 매우 엄격히 그들에게 제물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다시 사람의 아들이 바로 희생 제물이며 그들이 인색과 이웃 사람에 대한 비방으로 제물을 더럽힌다고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번제가 아니라 회개하는 마음을 원하신다. 그들의 제물은 끝이 날 것이나 안식일은 계속될 것이다. 안식일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것이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여러 번 중단되면서도 많은 것을 가르치셨다. 그들은 끝내 화가 나서 그에게로 몰려 닥쳤으며 소란을 피우고 경비병을 부르러 보냈다. 그들은 예수가 체포되는 것을 원했다. 이날은 날씨가 흐려 있었다. 소동이 커지자 예수께서는 위를 바라보시며 “아버지! 당신의 아들을 증거하소서!”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하늘에서 어두운 구름이 몰려왔고, 천둥 같은 것이 일어났다. 나는 회당을 통해 들려 오는 장엄한 음성을 들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그러자 예수께 대적하던 자들은 완전히 당황한 채 하늘을 바라보며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예수 뒤에 반원형으로 둘러서 있던 제자들이 자리를 움직였다. 제자들 사이에 계시던 예수께서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무리들 사이에 생긴 공간을 통해 성전의 서쪽 편으로 나가셨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라자로 집의 옆문을 통해 도시 밖으로 나갔으며 세 시간 동안 북쪽으로 계속 걸었다. 내 생각에는 라마로 가신 것 같았다. 제자들은 이 음성을 듣지 못했으며, 다만 천둥소리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아직 그들의 때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단지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바리사이파 사람들만이 그 음성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주위가 다시 밝게 되자, 그것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둘러 예수를 추적했고 그분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를 찾지 못했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사실과 예수를 체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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