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3 장 29세 때의 과월절부터 마지막 과월절 축제일까지’
3. 엿새 후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만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마태 17, 1)
예수께서는 오늘 아침 일찍 기슬롯 다볼을 향해 가셨다. 그곳은 약 세 시간 거리였는데, 다볼 산 아래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오후 두세시경에 예수께서는 가르침과 치유를 위해 제자들을 그 산 주위의 좌우편으로 보내셨다. 그분은 베드로, 요한 그리고 야고보를 데리고 산 위로 오르셨는데 산 위쪽으로 이리저리 굽이진 좁은 길로 가셨다. 그들은 더 빨리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길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예수께서 예언자들이 살았던 여러 장소들과 동굴 앞에 자주 멈추셔서 그들에게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시고, 함께 기도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음식도 갖고 가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것을 금하셨고 그들이 넘치도록 배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산의 정상에 이르니 아름답게 펼쳐진 전망이 보였다. 탁 트인 광활한 공간은 잔디 벽과 그늘진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바닥은 향기로운 채소와 꽃들로 덮여 있었다. 바위 속에는 물이 은닉되어 있었는데 막고 있는 돌을 뽑으면 맑고 매우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다. 제자들은 예수의 발을 씻어 드렸고, 그들도 원기를 돋구었다. 예수께서는 바위 앞에 있는 약간 깊숙한 곳으로 그들과 함께 가셨는데, 그 바위는 성문처럼 동굴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것은 올리브 산에 있는 기도하는 동굴과도 같았다.
예수께서는 이곳에서 가르침을 계속하셨으며, 무릎을 꿇고 하는 기도에 대해 그들과 말씀을 나누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이 이제 두 손을 높이 들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분은 그때 떠오르는 시편의 몇몇 구절들과 주의 기도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으며, 그들은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무릎을 꿇고 주의 기도를 바쳤다. 예수께서는 솟아 나온 바위를 뒤로 하시고 무릎을 꿇으셨다. 그분은 이번에는 창조와 구원에 관해 오묘하고 심오하며 감미로운 가르침을 반복해서 주셨다. 나는 그 가르침을 들었지만 아프고 숨이 차서 그에 대해 어느 것도 제시할 수가 없다. 예수께서는 매우 사랑 넘치는 모습으로 그리고 매우 감동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에 완전히 심취하였다.
그분은 가르침의 시작 부분에서 당신이 누구인지를 그들에게 보여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그로써 예수께서 사람들로부터 모멸과 박해를 받고 죽어 가는 가운데 모든 영광에서 버려지는 것을 볼 때 그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현존이 너무도 놀라운 것이었기에 해가 져서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그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빛을 발하셨으며, 나는 그분의 주위에 영체들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베드로도 역시 그 영체들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예수의 말씀 중에 불쑥 끼어 들어 이렇게 여쭈었다. “선생님,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들은 나를 시중 들고 있다”고 대답하셨다.
예수께서는 가르침을 계속하셨고, 영체들의 형상이 그분의 주위에 발현함과 함께 바뀌는 향기와 진기한 흔쾌함과 천국의 충만함이 제자들 위에 강림하였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점점 더 빛을 발하시어 마침내 온통 투명하게 되신 것처럼 보였다. 어두운 밤중인데도 그들 주위는 그 빛으로 인해 밝은 대낮과도 같았으며, 잔디위에 작은 푸성귀들까지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세 제자는 마음속이 너무도 뜨거워지고 원기가 북받쳤으므로 그 빛이 점점 더 광휘를 내며 휘황 찬란해지자 머리를 감싼 채 땅 아래로 엎드려 있었다.
이 영광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것을 내가 보았을 때는 밤 열두시경이었다. 나는 하늘로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광휘에 싸인 길을 보았고 계속해서 형상이 바뀌는 천사들의 움직임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사도들은 자고 있다기보다는 환희의 무아경 속에 있는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때 나는 빛나는 세 형상이 빛을 발하고 있는 예수께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들이 빛나는 원형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밤중의 어두운 곳으로부터 불이 켜 있는 곳으로 나오는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 중에 둘은 좀더 확연했고 육체를 지닌 것같이 보였다. 그들은 예수께 말을 건네었고 그분과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세번째 형상은 말을 하지 않았고 다른 두 형상보다는 좀더 가볍고 육체를 지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말라기였다. 나는 모세와 엘리야가 어떻게 예수께 인사를 드리고 구원과 고난에 대해 그분과 이야기하는지를 들었다.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은 아주 단순하고 자연스러웠다. 나는 이미 그 빛에 익숙해졌다.
모세와 엘리야는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처럼, 그렇게 늙거나 노쇠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원기 왕성하고 젊었으며, 모세가 엘리야보다 더 위대하고 진지하고 위엄이 있었다. 그는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이마 위에는 마치 큰 젖꼭지 같은 것이 두 개 있었다. 그는 매우 건장했으며, 엄격한 계율의 수행자와도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매우 정결하고 의롭고 순박했다. 그는 자신과 그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고 이제 다시 백성들을 구원하시려는 예수를 뵙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모세는 그의 시대에 있었던 많은 징조들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과월절의 어린 양과 하느님의 어린 양에 관해 매우 뜻깊게 말씀드렸다. 엘리야는 아주 달랐다. 그는 더 섬세하며, 사랑스럽고, 온화해 보였다. 그러나 그 둘은 모두 말라기의 형상과는 아주 상이했다. 왜냐하면 그 둘의 얼굴과 형상에서는 어떤 체득할 수 있는 것, 곧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둘의 얼굴에서는 가족의 얼굴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말라기는 아주 다르게 보였다. 그는 마치 천사처럼 인간적인 면을 벗어나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마치 단순한 힘과 사명의 형상과도 같았다. 그는 다른 형상들보다 더욱 고요하고 영적이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이 지금까지 겪으신 고통과 앞으로 있게 될 모든 일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분은 전체적인 고난의 역사를 각각 요점별로 설명해 주셨으며 엘리야와 모세는 자주 그것에 대해 자신들의 감동과 기쁨을 표현했다. 그것은 구세주께 대한 동감의 연민, 위로, 그리고 흠숭이었으며, 영원으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긍휼히 여기신 하느님께 대한 끊임없는 찬양이었다. 그러나 말라기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때 깨어나 있던 제자들은 머리를 들고, 오랫동안 그분의 영광을 보았고, 모세와 엘리야를 목격하였다(나는 그들이 말라기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베드로만은 그를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그전에 영체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당신의 수난을 설명하시는 과정에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때 그분은 양팔을 펼치시어 사람의 아들이 십자가에 그렇게 달리게 될 것을 알려 주셨으며, 그분의 얼굴은 남쪽을 향한 채로 계셨다. 그때 그분의 모습은 빛으로 완전히 관통 되신 것 같았다. 그분의 옷은 청백색으로 빛났고, 나는 예수와 선지자들, 그리고 세 사도가 땅에서 들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에 선지자들은 예수를 떠나갔는데, 엘리야와 모세는 동쪽으로 그리고 말라기는 서쪽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쁨으로 정신이 없던 베드로가 말했다. “선생님, 이곳은 참 좋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세 개의 초막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께, 하나는 모세에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엘리야에게 드리겠습니다.” 베드로는 자신들에게 다른 천국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의 모든 것들이 그토록 복되고 감미로웠던 것이다. 베드로는 그 초막을 평안과 영광의 장소인 거룩하신 하느님의 처소로 이해했다. 그가 온통 기쁨에 겨워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황홀경에 몰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말할 때, 나는 마치 아침 이슬이 초원을 적시듯이 희고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예수 위에서 하늘이 열리는 것과 삼위 일체 거룩하신 하느님의 형상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여러 번 뵈옵던 그 모습대로였다. 곧 성부 하느님께서 마치 대제사장처럼 왕좌에 앉아 계신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그분의 발 아래에 온갖 형태로 질서 있게 배치된 천사들과 형상들의 무리가 있었다. 그때 빛이 물줄기처럼 예수께로 쏟아져 내리면서 감미롭고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 사도들 위로 내려왔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그때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던 사도들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 순간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가련하고 연약한 인간인가를 다시 깨닫게 되었으며, 자신들이 어떤 영광을 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 앞에서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천국의 성부께서 친히 증거하신 것을 들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곧 그들에게 다가가시어 그들을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러자 사도들은 땅에서 일어나 예수께서 홀로 계신 것을 보았다. 그때는 새벽 세시경이었다. 하늘에서 그들 아래로 이슬을 머금은 구름이 떠 있었다. 그들은 매우 두려워하였고 또한 진지하였다. 예수께서는 여전히 그들에게 말씀해 주셨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 사람의 아들이 변모하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그로써 당신이 세상의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악한들의 손에 넘겨지는 것을 그들이 보게 될 때 그들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자 함이었다. 또한 그로써 그들이 굴욕 가운데 그분의 증인이 될 때 그분께 성내지 않고 약한 자들을 강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예수께서는 또한 일찍이 하느님을 통해 깨닫게 된 베드로의 믿음과 그 반석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대해 다시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또다시 기도했으며 아침놀과 더불어 산의 북서쪽으로 내려갔다.
산을 내려오는 동안 예수께서는 그들이 본 것에 대해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는 사람의 아들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할 때까지 당신의 변모되었던 모습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셨다. 그들은 이 명령을 명심했으며, 감동을 받은 그들은 어느때보다도 경건하였다.
출처:
3. 엿새 후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만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마태 17, 1) | CatholicOne (wordpress.com)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3장/ 5.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마태 18, 1) (0) | 2021.04.08 |
---|---|
제3장/ 4.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마태 17, 20) (0) | 2021.04.05 |
제3장 / 2.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이 달 10일에 사람마다 한 가문에 한 마리씩, 한 집에 한 마리씩 새끼양을 마련해 놓아라… 이스라엘 온 회중이 모여서 해질 무렵에 잡도록 하여라”(.. (0) | 2021.03.14 |
제3장/ 1. 그때에 비로소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다(마르 8, 31) (0) | 2021.03.14 |
제2장/ 44.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 하느냐?”(마르 8, 29) (0) | 2021.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