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교훈
오히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니 기뻐하십시오
1베드 4,13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나는 너에게 내 수난과 죽음에서 세 가지 교훈을 깨닫게 하려 했다.
첫째는, 죄의 무서움과 비극이다. 나의 십자가 수난에서 최고조에 달한 잔인함과 괴롭힘, 야만성, 증오를 세상에 가져온 것은 죄다. 죄는 악의 차꼬를 풀었다. 죄는 죽음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너도 내 뜻을 거스르고 네 뜻대로 끔찍한 죄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너에게서 돌아서서 자의적으로 가장 비참한 삶을 선택한다면 네 심정이 어떻겠느냐? 그것이 바로 한 영혼이 나를 거부한 채, 인간의 마음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완전하고 풍요로운 행복을 뒤로하고 비참한 삶을 선택할 때의 내 심정이다.
내가 예루살렘에 관해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얘기다.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 루카 13,34
둘째 교훈은, 죄가 저질러지는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기를 원하셨다. 사람들의 자유가, 나에게 쓰라린 고통을 가한 죄 때문에 왜곡되었을지라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담은 교만한 마음만 버리면 되는 문제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르기를 거부했다. 사람의 아들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 문제에서 하느님의 뜻에 따랐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나의 또 다른 자아여, 결코 사람들의 죄로 네가 받는 피해 때문에 하느님을 원망하지 마라.
나를 처형한 사람들은 내가 그들에게 준 힘을 오용함으로써 나를 십자가에 못 받았다. 그러나 나 스스로 그들이 망치를 두드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을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여야 하는 겸손과, 그분이 너에게 주신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그분께 의탁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통찰이 생기지 않느냐?
셋째 교훈은 너를 나에게 믿고 맡길 때에만 죄가 너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들은 순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너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함으로써 순교를 받아들일 수 있다.
고통은 몸과 마음을 복종케 하는 데 필요하다. 너는 네 고난의 노예가 될 수도 있고 주인이 될 수도 있다. 고난을 잘 참으면 자유로워지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겪었다. 사지와 모든 관절에 가해진 고통, 등과 머리에 가해진 고통, 고통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예상하는 정신적 고통, 한때 나의 동료이던 이의 배신에 슬퍼하는 정신적 고통, 옷 벗김을 당한 때의 수치스러움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십자가 위에 버려졌을 때 받은 정신적 고통, 내 어머니의 순교를 보면서 느낀 극도의 정신적 고통.
나의 또 다른 자아여, 나는 온갖 슬픔을 당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 그러니 너에게 약속한다. 내가 너에게 어떤 고난을 요구하든, 너 또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다. 너의 고난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서 인류가 최초의 죄 때문에 잃어버린 온전함을 되찾을 수 있다.
이 교훈들을 깨닫고 잘 간직하여라.
내 아버지께 이 잔을 거두어 달라고 청할 정도로 내 영혼이 심한 슬픔에 잠겼지만 나에게는 달콤한 위안도 있었다. 그것은 내 어머니와 성인들과 너에 대한 생각이었다. 너는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충성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워했기 때문에 더욱더 나를 사랑하고, 내 제자들이 나를 떠났기 때문에 나를 더욱 가까이 따르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내가 선택한 세 명의 제자가 자을 잤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깨어 기도할 것이다. 너는 내 사랑의 성사 안에서 더 자주 나에게 올 것이다. 너는 내 안에서 나를 위해 살 것이다.너는 아버지의 희생제물인 나와 함께 있을 것이고, 속죄와 영광스러운 구원이 이루어지는 미사를 통해 갈바리아에서의 내 수난에 동참할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위안을 얻었다.
이것을 알면서 네가 나를 실망시킬 수 있느냐? 이것을 잘 생각해 본다면 또다시 죄를 지을 수 있겠느냐?
- 나를 닮은 너에게 / 클래런스 J. 엔즐러 /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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