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396~p407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105. 알패오의 마리아의 집에 가시어 사촌형 시몬과 화해하시다
1945. 2. 12.
해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꺼져가는 불처럼 점점 더 어두워지다가 붉은 자주색이 되어 가라앉고 있다.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색깔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천천히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어두운 코발트색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동쪽 하늘에서 별과 반달이 점점 떠오른다. 달은 하현달이 되어간다. 농부들은 낮은 지붕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나자렛의 자기 집들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읍내에 도착하시기 직전인데, 그분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는 달리 누군가를 그분의 어머니께 보내 알려드리기를 원치 않으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터인데, 왜 그분께 미리 걱정을 끼쳐드리겠느냐?”
그분께서 말씀하신다.
지금 그분께서는 길거리에 계신다. 몇몇은 그분께 인사드리고, 몇몇은 그분의 등 뒤에서 속삭이고, 몇몇은 사도들의 무리가 지나갈 때 무례하게 등을 돌리고 대문을 꽝 닫는 사람도 있다.
베드로의 무언의 몸짓은 참으로 볼만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다소 불안해한다. 알패오의 아들들은 유죄선고를 받은 두 죄수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예수의 양쪽에서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을 살피면서 이따금씩 예수를 염려하는 겁에 질린 시선을 자기들끼리 교환한다. 예수께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느 때처럼 친절하게 인사에 답례하시고, 몸을 숙여 어린이들을 쓰다듬어주신다. 그들은 순진하기 때문에 누구의 편을 들지 않고 자기들을 항상 사랑해주시는 예수를 항상 사랑한다.
그들 중 하나, 기껏해야 네 살쯤 되어 보이는 통통한 꼬마가 붙잡고 있던 자기의 엄마의 치맛자락을 놓고 예수께로 달려와 그 작은 팔들을 내밀면서 말한다.
“나를 안아줘!”
예수께서 그를 만족시키느라고 그를 들어 올리시자 그 꼬마는 무화과를 먹고 있던 지저분한 입으로 예수께 입 맞춘 다음 그분께 무화과 조각 하나를 드릴 정도로 자기의 사랑을 표현하며 말한다.
“이것을 먹어봐! 이건 맛있어!”
예수께서는 그 선물을 받으시고, 그 꼬마가 먹여드릴 때 웃으신다.
이사악이 물동이들을 들고 샘에서 오다가 예수를 보고는 물동이를 내려놓고 예수께로 달려오며 외친다.
“오! 나의 주님! 당신의 어머니께서는 방금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동서의 집에 계셨었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편지를 받으셨습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 왔다. 지금은 내 어머니께 아무 말씀도 드리지 마라. 나는 먼저 알패오 아저씨의 집에 다녀오겠다.”
이사악이 조심성 있게 대답한다.
“저는 당신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자기의 물동이들을 들고 집으로 간다.
“우리는 지금 가겠다. 내 벗들아, 너희는 여기서 우리를 기다려라. 나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래 걸리지 않으시겠지요! 저희는 상가에는 들어가지 않고, 저기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야겠지?”
베드로가 말한다.
“베드로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는 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 가까이에 있겠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바람에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들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을 믿어라. 그들은 악하지 않다. 그들은 그저 인간적으로 정열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가자.”
나는 그들이 집 앞의 길에 있다가 텃밭 입구에 있는 것을 본다. 예수께서 앞장서시고, 유다와 야고보가 뒤따른다. 예수께서는 지금 부엌의 문지방에 계신다. 화덕 옆 부엌 안에서 알패오의 마리아가 음식을 만들며 울고 있다. 시몬과 요셉이 한쪽 구석에서 소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다. 그들 중에는 사라의 알패오도 있다. 그들은 마치 조상들처럼 말없이 앉아 있다. 아마도 이것이 그들의 관습인 것 같은데, 나는 모르겠다.
“이 집에 평화, 그리고 이 집을 떠난 영혼에게도 평화.”
과부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본능적으로 예수를 떠밀다시피 하며 예수와 다른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나선다. 시몬과 요셉은 침울한 얼굴로 당황해하며 일어선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적대적인 그들의 태도를 모르는 체 하시며 그들 두 사람에게로 다가가신다(시몬은 이미 50세나 그 이상으로 보인다). 그분께서는 친근감을 나타내시는 몸짓으로 그들에게 양손을 내미신다. 두 형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당황해하지만, 감히 무례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사라의 알패오는 극도로 불안해하며 눈에 띄게 괴로워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몬 형님, 지금 당신은 가장이신데(알패오의 장남은 시몬이 아니라 요셉이다.), 왜 나를 영접하지 않으세요? 나는 당신들과 함께 애도하려고 왔어요. 저는 슬픔의 시간에 형님들과 함께 있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제가 멀리 있었던 것은 제 탓이 아니에요. 시몬 형님, 당신은 의인이시니 그 사실을 인정하셔야 해요.”시몬은 여전히 거리감을 둔 채 서 있다.
“그리고 나에게 지극히 소중한 이름을 가진 요셉 형님은 왜 내 입맞춤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형과 함께 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작정이에요? 죽음은 참된 애정들을 결합시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데, 지금 왜 불화가 있어야 해요?”
“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울분을 품으신 채 돌아가셨어.”
요셉이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시몬이 말한다.
“너는 여기 머물러 있어야 했다. 너는 그분이 돌아가시게 된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런데 너는 왜 여기 머물러 있지 않았니? 그분은 너를 보고 싶어 하셨어…”
“나는 내가 이미 해드린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없었어요. 형님들은 그걸 알고 있어요…”
더 공정한 시몬이 말한다.
“그건 사실이다. 나는 네가 왔었고, 그분이 너를 쫓아내셨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분은 병자였고, 우울한 상태에 계셨었다.”
“나도 압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분에게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 위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이 고통을 원하셨습니다. 나는 참으로 그 때문에 내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아저씨는 그 고통을 통하여 그분의 일생 동안 그분에게 감추어져 있었던 위대한 진리를 이해하시게 되셨습니다. 형님들은 이 고통을 통하여 수송아지를 제물로 바치는 것보다 더 유익한 제물을 바칠 가능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몬 형님, 지금은 당신처럼 성숙하게 된 야고보와 유다에게도 이 고통은 그들의 가장 무거운 짐이었고, 맷돌처럼 그들을 갈아 어른이 되게 했고, 하느님의 눈에 완전한 나이에 이르게 했습니다.”
“내 아버지가 무슨 진실을 보셨을까? 단 한 가지, 자신의 혈육이 마지막 시간에 그분에게 적대적이었다는 진실만을 보셨어.”
요셉이 거칠게 대답한다.
“아니에요, 그분은 피 위에 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셨어요. 그분께서는 아브라함의 고통을 깨달으셨어요. 그것으로 인하여 그분은 아브라함의 도움을 받으셨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나는 그랬기를 바라! 하지만 누가 우리에게 그것을 보장할 수 있을까?”
“시몬 형님, 내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보다도 아저씨의 죽음 자체가 그것을 보장합니다. 그분이 나를 찾지 않으셨어요? 당신은 그렇게 말했어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분은 예수를 보고 싶어 하셨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최소한 내 영혼이 죽지는 않기를 바란다. 예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그를 쫓아냈으니 그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오! 예수 없이 죽다니! 도대체 너는 얼마나 지독한 놈이냐! 왜 나는 그를 쫓아냈지?’ 그래,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도 말씀하셨어. ‘그는 여러 번 ‘제가 가야합니까?’ 하고 물었었는데 나는 그를 쫓아냈다… 지금 그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그분은 너를 보고 싶어 하셨다. 네 어머니는 너를 찾으러 사람을 보냈지만 카파르나움에서 너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많이 우셨다. 그분은 그분의 마지막 힘을 모아 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어렵게 말씀하실 수 있었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약간은 자기의 아들이기도 하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예수의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 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 불쌍한 아버지!”
그 다음에 울부짖고 고통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는 동방적인 광경이 연출되는데, 그들 모두가 거기에 동참하고, 감히 안으로 들어왔던 야고보와 유다도 함께 한다. 예수께서 가장 조용하신데, 그분께서는 단지 울기만 하신다.
“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니? 그렇다면 너도 그분을 사랑했니?”
시몬이 묻는다.
“오! 시몬 형님, 당신은 왜 나에게 그것을 물으세요? 만일 내가 고통을 피하게 할 수 있었다면, 내가 그분이 고통당하시도록 놔두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아버지(the Father)와 함께 있지 아버지 위에 있지 않습니다.”
“너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고쳐주지만, 그분을 고쳐드리지는 않았다.”
요셉이 신랄하게 말한다.
“그분은 나를 믿지 않으셨어요.”
“요셉 형, 그건 사실이에요.”
그의 아우 시몬이 지적한다.
“그분은 믿지 않으셨고, 그분의 악감정도 버리지 않으셨어요. 나는 불신과 미움이 있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형들에게 당신들의 동생들을 미워하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여기 그들이 있습니다. 형들의 악감정으로 이들의 고통이 더 커지게 하지 마세요. 형들의 어머니는 그 자체 안에서 끝나는 죽음보다 이 살아 있는 증오로 인하여 더 가슴이 미어지십니다.
형들의 아버지의 경우에 그것은 평화 속에서 끝났습니다. 나를 보기를 원하셨던 그분의 갈망으로 인하여 그분은 하느님의 용서를 얻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고, 나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해 있지는 않습니다. 내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랑은 세상이 나에게 거절하는 것을 나에게 보상해줍니다. 나는 내 인성으로는 고통당하지만, 내 영을 땅 위로 들어 올려 천국의 일들 안에서 몹시 기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과 혈연의 법을 어기지 마세요. 서로 사랑하세요. 야고보와 유다에게는 그들의 혈육에 대한 원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설혹 있다 해도 형님들은 용서해주셔야 합니다. 사물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직시하세요. 그러면 형님들은 그들이야말로 하느님께 사로잡힌 그들의 영혼의 필요성을 가족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가장 모욕당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고, 사랑에 대한 갈망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내 말이 맞지요, 사촌형들?”
그들의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유다와 야고보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몬 형님, 당신이 맏이이니 모범을 보이세요…”(시몬과 요셉 중 누가 형인지에 관하여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 발또르따의 착각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에 보면 요셉이 맏이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나는… 나에 관한 한… 그러나 세상은… 그러나 너는…”
“오! 세상! 그것은 해가 뜰 때마다 망각하고, 바뀝니다… 그리고 나는! 오세요. 그리고 당신의 우애의 입맞춤을 나에게 주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도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아십니다. 당신을 냉혹하게 만드는 편견을 떨쳐버리세요. 그것들은 원래 당신의 것이 아니고, 당신보다 덜 의로운 사람들이 당신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당신의 올바른 마음으로 판단하세요.”
시몬은 아직 내키지는 않지만, 자기의 양팔을 벌린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입 맞추시고, 그를 그의 동생들에게로 데리고 간다. 그들은 울고 신음하며 서로 입 맞춘다.
“요셉 형님, 이제는 당신의 차례야.”
“아니다. 우기지 마라. 나는 내 아버지의 고통을 기억한다.”
“정말로 당신은 원망하는 태도로 그 고통을 영속시키는군요.”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충실하다.”
예수께서는 고집하지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시몬에게 말씀하신다.
“저녁이 늦었습니다만, 형님이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우리 마음은 아저씨의 유해를 공경하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알패오 아저씨는 어디 계십니까? 당신들은 그분을 어디에 모셨습니까?”
“집 뒤 올리브 밭이 끝나는 바위가 있는 곳이다. 훌륭한 무덤이다.”
“부디 저를 그리로 안내해주세요. 아주머니, 용기를 내세요. 아저씨는 그분의 아들들이 그분의 품에 있는 것을 보기 때문에 몹시 기뻐하십니다. 여기 머물러 계세요. 저는 시몬 형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나는 요셉 형님에게는 당신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던 말을 하겠어요. ‘나는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아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보기를 원한다면, 나를 부르세요. 나는 와서 당신과 함께 울겠어요.’ 안녕.”
예수께서는 시몬과 함께 나오신다…
사도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쳐다보는데, 두 사람의 사이가 원만히 회복된 것을 보고 기뻐한다.
“너희도 오너라.”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형님, 이 사람들은 제 제자들입니다. 이 사람들도 아저씨께 경의를 표하기를 원합니다. 가자.”
그들은 올리브 밭 사이로 걸어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1944년 2월 13일에 본 세 번째 환상과 네 번째 환상을 여기 삽입해라.
네가 보다시피 덜 완고한 시몬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거룩한 민첩함으로 정의에 복종했다. 알패오의 문상 때의 만남 후에도 그는 내 제자가 되지 않았고, 1년 전에 네가 무지로 인하여 그를 사도로 호칭한 것과 달리 그는 결코 사도가 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비적대적인 관찰자가 되었다.
그는 또한 그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를 남자가 보호해주어야 하거나 사람들의 풍자에 대하여 그분들을 옹호해야 했을 때 그분들의 보호자도 되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람들과 맞설 정도로 강하지는 못했고, 나를 약간 부끄러워했고, 여러 당파들을 거스르는 내 사도직으로 인하여 전체 가문의 위험을 걱정할 만큼 여전히 지나치게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올바른 길 위에 있었다. 그는 나의 제헌 후에 점점 더 견고해져서 자기의 피로 나에 대한 자기의 믿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은총은 때로는 순간적으로 작용하고, 때로는 천천히 작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의롭게 되겠다는 뜻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작용한다.
평안히 가거라. 네 고통들 가운데 평화롭게 있어라. 부활절을 준비하는 때가 시작되고 있는데, 너는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져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의 마리아야, 너를 축복한다.”
106. 나자렛에서 쫓겨나시고, 그분의 어머니를 위로하시다
1944. 2. 13. 저녁
나는 커다란 정사각형의 방을 본다. 나의 내적 조언자께서 나에게 말씀해주시듯 나는 그것이 나자렛의 회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옅은 노란색 칠을 한 아무 장식도 없는 벽과 구석에 놓인 일종의 책상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큰방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키 큰 독서대도 있는데, 그 위에 몇 개의 두루마리들이 놓여 있다. 독서대건, 책장이건 여러분이 좋아하는 대로 부르기 바란다. 요컨대 이것은 다리 하나로 지탱되고, 위에는 두루마리들이 정리되어 있는 일종의 기울어진 탁자다.
기도드리는 사람들이 여기 있는데, 그들은 우리가 기도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 그들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있고, 그들의 두 손을 합장하지 않고 거의 제대에 서 있는 사제처럼 하고 있다.
책상과 독서대 위에는 등잔들이 놓여 있다.
나는 이 환상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가운데 이 환상은 얼마동안 일종의 정지화면처럼 바뀌지 않고 그대로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예수께서 기록하라고 나에게 말씀하시기에 나는 기록한다.
나는 다시 나자렛의 회당 안에 있다. 지금 라삐가 글을 읽고 있다. 나는 그의 단조로운 비음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그는 내가 모르는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다.
예수님께서도 그분의 사촌 사도들과 친척들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 가운데 계시는데,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독서가 끝난 후에 라삐는 무언의 초청을 하며 청중을 바라본다.
예수께서는 앞으로 나아가시어 그분께서 오늘의 모임을 주재하실 것을 요청하신다.
나는 예수께서 그분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복음서에 인용된 이사야의 구절을 읽으시는 것을 듣는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려오시고…”(루카4,18, 이사61,1)
나는 그분께서 그 구절을 해설하시고 그분 자신을 ‘과거의 엄격함을 자비로 대체하는 사랑의 법인 복음의 선포자’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아담의 죄로 인하여 영혼이 병들었고 간접적으로 육체도 병든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이 허락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죄는 항상 악덕을 낳고, 악덕은 육체의 병을 낳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악령의 포로들인 모든 사람들이 해방될 것입니다. 나는 그들의 사슬들을 끊고 하늘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주고, 눈먼 영혼들에게 빛을 주고 귀먹은 영혼들이 듣게 하려고 왔습니다.
주님의 은총의 때가 왔습니다. 은총(the Grace)이 여러분 가운데 있고,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조들은 이 날을 보기를 갈망했는데, 이 날의 존재는 지극히 높으신 분에 의하여 선포되었고, 그 때는 예언자들에 의하여 예언되었습니다. 성조들과 예언자들은 이 날의 새벽이 지금 임박해 있고, 그래서 하늘나라의 시민들이 되는 데 있어 내 축복만을 필요로 하는 그들은 초자연적인 영감에 의하여 자기들이 낙원(Paradise)에 들어갈 때가 가까웠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영 안에서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봅니다. 이미 떠오른 빛으로 오시오. 그리스도를 재빨리 따르기 위하여 정열들을 버리시오. 믿고, 자신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얻겠다는 착한 뜻을 가지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건강을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내 손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얻겠다는 착한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그것을 줍니다. 왜냐하면 맘몬을 계속 섬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주는 것은 은총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회당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예수께서는 둘러보신다. 그분께서는 얼굴들과 마음들을 읽으시고 계속하신다.
“나는 여러분의 생각들을 이해합니다. 내가 나자렛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특권적인 은총을 바랍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믿음의 힘이 아니라 이기심으로 인하여 그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어떤 예언자도 자기 자신의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다른 고장들은 나를 받아들였고, 장차 더 큰 믿음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이름을 들으면 분개할 고장들에서도 말입니다. 나는 그곳들에서는 많은 신자들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땅은 나에게 닫혀 있고, 나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엘리야와 엘리사를 환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전자는 한 페니키아 여인에게서(1열왕17,8―24), 후자는 한 시리아인에게서 믿음을 발견했습니다.(2열왕5,1-19)그리하여 그들은 그녀와 그를 위하여 기적을 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과 나병환자들은 빵과 깨끗함을 얻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예언자들이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있었던 좋은 진주인 착한 뜻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께 적대적이고, 그를 믿지 않는 여러분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군중이 분노하여 예수를 저주하고 해치려 한다. 그분의 사촌 사도들인 유다와 야고보 그리고 시몬이 그분을 지켜드린다. 그러자 분노한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를 마을 밖으로 쫓아낸다. 그들은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그분을 위협하며 산등성이까지 그분을 따라간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돌아서서 그분의 위압적인 눈길로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시고, 아무 상처 없이 그들 사이를 걸어 산길을 따라 사라지신다.
나는 몇 채의 집들만이 있는 작은, 아주 작은 마을을 본다. 이 마을은 나자렛보다 더 높은 곳에 있어 나자렛이 내려다보이는데, 나자렛은 이곳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다. 이곳은 아주 가난한 작은 마을이다.
예수께서는 어떤 오막살이 옆 낮은 담 위에 앉아 마리아와 말씀하고 계신다. 이 집은 아마도 친구들의 집이거나 환대에 관한 동방의 가르침에 따라 그분께 숙소를 제공하는 집인 모양이다. 예수께서는 나자렛에서 쫓겨나신 후 이곳에 피신하셔서 그분의 어머니와 함께 계시며 틀림없이 여기저기 인근에 흩어져 있을 그분의 사도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분의 세 명의 사촌 사도들(저자는 알패오의 아들 시몬도 사도가 된 것으로 착각한 것. 예수께서는 저자의 착각을 지적하신 바 있다. 71장 참조.)은 지금 당장은 그분과 함께 있지 않다. 그들은 지금 부엌에 모여서 한 나이든 여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타대오는 그 여인을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는 그 여인이 클레오파의 마리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꽤 나이 들어 보이는데, 그래서 나는 그녀가 카나의 혼인잔치에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와 함께 있었던 여자인 것을 알아본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들은 분명히 예수와 마리아께서 자유롭게 대화하실 수 있도록 그곳으로 물러난 것이다.마리아께서는 의기소침하시다. 그분께서는 회당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들으셨고, 그래서 슬퍼하신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모친을 위로하신다. 마리아께서는 그분의 아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그분에게 악의를 품고 있고, 심지어 다른 친척들도 그분을 악감정과 말다툼을 일으키려고 안달하는 미치광이로 여기는 나자렛을 떠나 계시라고 애원하신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손짓하신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려는 것 같다.
“이것은 약과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고집하신다.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어머니, 만일 사람의 아들이 그가 사랑받는 곳에만 가야 한다면, 그는 이 땅을 떠나 하늘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모든 곳에 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진리를 미워하는데, 저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쉬운 사랑을 찾으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사람을 구속하려고 왔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사랑이십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모든 것을 보상해주시는 제 사랑이십니다. 당신과 이 작은 양떼가 제 사랑입니다. 이 작은 양떼는 제가 정열이라는 늑대에게서 빼앗아 하느님의 양 우리로 데려오는 몇 마리 양들인데, 날마다 그 수가 불어납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의무입니다. 저는 그 의무를 완수하려고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에 굴복하지 않는 돌 같은 마음에 부딪혀 부서질 정도까지 그것을 완수해야 합니다. 아니 제가 쓰러져서 제 피로 그들의 마음들을 적실 때에야 비로소 저는 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그들에게서 원수의 인호를 지워버릴 제 인호(My Sign)를 찍을 것입니다.
어머니, 저는 그것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저는 제가 이것을 성취하기만을 바랄 수 있을 뿐입니다.”
“오! 아들아! 내 아들아!”
마리아의 목소리는 가슴을 저민다. 예수께서는 어머니를 어루만지신다. 나는 마리아께서 그분의 머리에 베일 이외에 겉옷도 쓰고 계시는 것을 본다. 그분께서는 마치 여사제처럼 그 어느 때보다 더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계신다.
“저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얼마 동안 떠나 있겠습니다. 제가 이 근처에 오게 되면, 저는 누군가를 보내 당신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요한을 보내라. 나는 요한을 볼 때 약간 너를 보는 것 같다. 그의 어머니도 나와 너에게 더없이 경의를 표한다. 그녀가 자기의 아들들을 위하여 특권이 있는 자리들을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수야, 그녀는 여자이고 어머니이니 너는 그녀를 관대하게 보아주어야 한다.
그녀는 너에게도 그것에 대하여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참으로 다정하다. 그녀가 자기의 아들들과 다른 사람들 안에서처럼 자기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인성에서 해방될 때 그녀는 위대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에게서 인간적인 이익, 또는 비록 그것이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이기적인 이익을 얻기를 바란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죄가 그 욕망과 함께 그들 안에 있다. 나는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그것을 갈망하지만, 그지없이 두려운, 네가 원죄(Sin)를 없앨 복된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 그 시간! 네 어미의 마음은 그 시간으로 인하여 전율한다! 아들아, 그들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하겠느냐? 예언자들이 참혹한 순교를 예언한 구속주인 내 아들에게.”
“어머니,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마세요. 하느님께서는 그 시간에 당신을 도와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와 당신을 도와주실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평화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당신께 말씀드립니다.
이제 가보세요. 날이 저물어가고 있고, 당신께서 가실 길은 멉니다. 저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작은 요한아, 오늘 너는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를 지체했기 때문에 천천히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늘 나는 너에게 힘을 주었다. 나는 내 수난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고통들과 내 고통들에 대하여 말하기 위하여 네 번의 관상(觀象, contemplation)을 너에게 주었다. 나는 내 어머니께 봉헌된 날인 어제 토요일에 그것들을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불쌍히 여겨 말하지 않았는데, 오늘 우리는 지체한 시간을 만회해야 한다. 내가 너에게 알려준 고통들 후에 마리아께서는 이 고통들도 당하셨다. 그분과 함께 나도.
내 눈은 가리옷의 유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하느님의 지혜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가 내 어머니께 말씀드린 것처럼 그는 필요했다. 배반자가 된 것이 그에게는 불행했다! 그러나 배반자는 필요했다. 기만적이고, 교활하고, 탐욕스럽고, 음란하고, 부정직하고, 영리하고, 대중보다 더 똑똑하고, 교양 있는 그는 모든 사람들의 일에 주제넘게 나설 줄 알았다. 그는 대담하여 나를 위하여 길을 평탄케 할 줄을 알았는데, 그 길이 어려운 것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두각을 나타내는 것 즉 내 측근으로서 신임 받는 자기의 위치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가 남을 도와주는 것은 본능적인 사랑의 발로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가 너희가 ‘협잡꾼’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인하여 그는 돈주머니를 맡을 수 있었고, 여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것들은 그가 한없이 좋아하는 두 가지였다. 사람들 가운데서의 자기의 위치는 그가 세 번째로 좋아하는 것이었다.
순결하고, 겸손하고, 세상 재물에 초탈하신 동정녀께서는 그 뱀에게 혐오감을 느끼실 수밖에 없었다. 나도 혐오감을 느꼈다. 나와 아버지와 성령만이 내가 그를 내 가까이 두고 견디기 위하여 얼마나 극기해야 했는지를 안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너에게 말해주겠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사제들,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사두가이들의 적대감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갈기갈기 찢기 위하여 자기들의 소굴로 몰아넣으려고 애쓰는 교활한 여우들이었다. 그들은 내 피에 목말라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붙잡고, 나를 고소하고, 나를 제거하기 위하여 도처에 덫들을 놓으려고 애썼다. 그들의 음모는 3년 동안 지속되었고, 그것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야 진정되었다.
그날 밤에 그들은 달게 잤다. 고발자의 목소리가 영원히 잠잠해졌던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다. 그 목소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것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고, 천둥처럼 울리고 또 울리며 그들과 같은 오늘날의 사람들을 저주한다. 내 어머니께서 그들의 죄로 인하여 얼마나 많이 고통당하셨느냐! 나도 그 고통을 잊을 수 없다.
군중의 변덕스러움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채찍이 들려 있거나 그 허기를 채워주는 고기 덩어리를 들고 있는 조련사의 손을 핥는 맹수와도 같다. 그러나 만일 조련사가 넘어져 더 이상 채찍을 쓸 수 없게 되거나 그 허기를 채워줄 음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놈은 그에게 달려들어 그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진리를 말하는 것과 착하다는 것은 열광의 최초의 순간이 지난 후에 군중에게 미움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진리는 질책과 경고이다. 착함은 그에게 채찍을 버리게 만들고, 따라서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호산나’를 외친 후에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를 외친 것이다.
스승으로서의 내 생애는 이 두 목소리들로 가득 찼었는데, 마지막 외침은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였다. 호산나는 가수가 고음들을 내기 위하여 들이마신 깊은 숨과 같은 것이다. 마리아께서는 성금요일 저녁에 자기 아들의 죽음을 요구하는 외침들로 변한 모든 거짓 호산나들을 그분 자신 안에서 다시 들으셨고, 그래서 그 소리들로 꿰뚫리셨다. 나는 이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사도들의 인성! 그것은 얼마나 둔한 것이었느냐! 나는 땅으로 떨어지는 돌들 같은 그들을 하늘로 들어 올리려고 두 팔로 안고 있었다. 가리옷의 유다와 달리 세상의 왕의 대신들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 내 대신 옥좌에 오르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유다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영광을 열망하고 있었다. 내 요한과 그의 형도 천상의 일들에 있어서도 신기루처럼 너희를 현혹시키는 그 영광을 열망했던 적도 있었다.
너희가 가지지 않기를 내가 바라는 것은 낙원(Paradise)에 대한 거룩한 갈망이 아니라 너희의 성덕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갈망이다. 그뿐 아니라 너희는 너희 자신을 온전히 드려야 한다고 내가 말했던 그분에게 약간 드린 사랑의 대가로 하늘나라에서 그분의 오른쪽에 앉기를 주장하는 환전상이나 고리대금업자의 탐욕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아니다. 내 자녀들아, 그러지 마라. 너희는 먼저 내가 마셨던 잔을 다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증오에 대한 대가로 주었던 그 사랑의 잔, 관능의 유혹들을 거스른 순결의 잔, 시련들 가운데에서의 그 영웅적인 용맹의 잔,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을 위한 그 희생의 잔, 그 모든 잔을 마셔야 한다.
그리고 너희는 너희의 의무를 완수한 후에도 여전히 ‘저희는 무익한 종들입니다’ 하고 말하고, 나와 너희의 아버지께서 그분의 선하심으로 그분의 나라에서 너에게 한 자리를 주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내가 총독관저에서 벌거벗겨진 것을 네가 보았듯이 너희는 모든 인간적인 것을 벗어버리고, 오로지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에 대한 존중과 우리가 땅에서보다 하늘에 더 유용할 수 있는 너희의 형제들에 대한 존경이라는 필요불가결한 것만을 간직하고, 어린양의 피로 흠이 없어진 불멸의 옷을 너희에게 입히는 일은 하느님께 맡겨드려야 한다.
나는 내 수난을 준비하는 고통들을 너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너에게 더 보여줄 것이다. 비록 그것들이 고통들이지만, 네 영혼은 그것들을 보며 휴식했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평화 안에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