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371~p381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101. 그분의 어머니께 그분의 제자들에 대하여 물으시다
1944. 2. 13. 저녁
위의 환상을 본 지 약 두 시간 후인 지금 나는 나자렛의 집을 본다. 나는 작은 텃밭 쪽으로 나 있는 작별의 방을 알아본다. 거기 있는 나무들은 잎들로 가득 덮여 있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와 함께 계신다. 그분들께서는 벽에 기대 있는 돌 의자 위에 나란히 앉아 계신다. 그분들께서는 저녁식사를 이미 마치신 것처럼 보인다. 모자는 즐거운 대화에서 기쁨을 누리고 계시고, 다른 사람들이 혹시 여기 있다 해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들은 이미 물러간 것 같다.
나의 내적 목소리(my internal voice)는 이번이 예수께서 그분의 세례, 광야에서의 그분의 단식, 특히 사도단을 모으신 후에 나자렛으로 돌아오셨던 처음 몇 번들 중의 하나라고 나에게 알려주신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어머니께 그분의 복음전도의 초기의 일들과 그분께서 얻으신 최초의 사람들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마리아께서는 그분의 예수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계신다. 마리아께서는 요사이 고통당하신 것처럼 더 창백하시고 더 야위셨다. 그분의 눈 아래에 많이 울고 깊이 생각한 사람처럼 두 개의 다크 서클이 생겨 있다.
그러나 지금 그분께서는 행복하시고, 미소 짓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예수의 손을 쓰다듬으시며 미소 지으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아들과 함께 계시며, 다가오는 저녁의 고요 속에서 그분의 아들과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것을 기뻐하신다.
처음 익은 무화과나무 열매들이 집까지 뻗쳐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은 여름철임이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발꿈치를 들고 일어서서 그 중 몇 개를 따서 가장 잘 생긴 것들을 골라 그것들의 껍질을 정성스레 벗겨서 아래쪽으로 젖혀 그분의 어머니께 드리는데, 그 껍질은 마치 안쪽은 희고 바깥쪽은 보랏빛이 도는 꽃잎을 가진 꽃받침 속에 있는 붉은 줄이 쳐진 흰 봉오리들인 것처럼 화관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분 자신의 손바닥에 놓아 그것들을 드리며 그것을 맛보시는 그분의 어머니를 향하여 미소 지으신다.
그러다가 그분께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으신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제자들을 보셨지요? 당신께서는 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번째 무화과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시던 마리아께서는 손을 멈추신 채 머리를 들고 예수를 바라보신다.
“제가 그들 모두를 당신께 보여드린 지금 당신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수께서 계속 물으신다.
“나는 그들이 너를 사랑하고, 네가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한은… 네가 사랑하는 법을 아는 대로 그를 사랑해라. 그는 천사다. 베드로도… 착하다. 그는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에 다소 더 거칠지만, 솔직하고 확신에 차 있다. 그의 동생도 마찬가지고. 지금 그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대로 너를 사랑하는데, 나중에 그들은 너를 더 사랑할 것이다.
네 사촌들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지금 너에게 충실할 것이다. 그러나 가리옷의 사람은… 아들아,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눈은 맑지 않고, 그의 마음은 훨씬 더 맑지 않다. 나는 그가 무섭다.”
“그는 당신께 아주 공손한데요.”
“너무 공손하다. 그는 너에게도 대단히 공손하다. 그러나 선생인 너에게가 아니라 미래의 왕인 너에게 공손하다. 그는 자기에게 부와 영광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미래의 왕인 너에게 공손하다. 그는 가리옷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더 나았을 뿐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가 네 옆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 예수야! 나는 매정하기를 원치 않는다마는, 내가 그것을 믿기를 원치 않는데도, 나는 생각하게 된다. 즉 네가 그를 실망시킬 경우 그는 서슴지 않고 네 자리를 빼앗거나, 빼앗으려고 애쓸 것이다. 그는 야심만만하고, 탐욕스럽고, 악하다.
얘야, 그는 네 사도보다 세상의 왕의 신하가 되기에 알맞은 사람이다. 나는 그가 무섭다!”
어머니께서는 그분의 창백한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두 눈으로 예수를 바라보신다.
예수께서는 한숨을 쉬시고 곰곰 생각하시다가 그분의 어머니를 바라보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어머니를 격려하시려고 미소 지으신다.
“어머니, 그것도 필요합니다. 만일 그것이 그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일 것입니다. 제 사도단은 세상을 대표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 모두가 천사 같지는 않고, 그들 모두가 베드로, 안드레아와 같은 성품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만일 제가 완전한 사람들만을 선택했다면, 가엾은 병든 영혼들이 어떻게 감히 저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까?
어머니, 저는 잃어버린 영혼들을 구원하러 왔습니다. 지금 요한은 이미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나는 레위가 무섭지는 않다. 그는 구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자신을 구속했다. 그는 자신의 세금 징수대와 동시에 죄를 버렸고, 너에게 오기 위하여 새 영혼을 얻었다. 하지만 가리옷의 유다는 그렇지 않다. 반대로 교만이 점점 더 그의 추하고 낡은 영혼의 주인 노릇을 한다. 그러나 아들아, 너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나에게 묻느냐? 나는 너를 위하여 기도하고 울 수밖에 없다. 너는 선생이다. 네 가엾은 어미에게도.”
환상이 여기서 끝난다.
102. 카나 근처에서 쿠자의 요안나의 병이 치유되다
1945. 2. 8.
제자들은 집 뒤쪽에 있는 요셉의 큰 작업실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큰 작업대는 식탁용으로 쓰이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나는 작업장이 공동침실로도 쓰이는 것을 본다. 목수의 다른 두 탁자 위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어 간이침대들로 변해 있고, 작고 낮은 침대(널빤지로 궤짝처럼 만들어 돗자리를 깐 것)들이 벽 쪽에 놓여 있다. 사도들은 자기들끼리 대화하거나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당신께서는 정말로 레바논으로 올라가실 겁니까?”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나는 결코 내가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하여 나는 두 번 약속했다. 목자들에게와 쿠자의 요안나 유모에게 말이다. 나는 내가 그녀에게 말했던 닷새를 기다렸고, 신중을 기하느라고 오늘 하루를 더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 나는 갈 것이다. 달이 뜨는 대로 떠나자. 설사 우리가 벳사이다까지 배로 간다 해도, 갈 길이 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벤야민과 다니엘과도 인사하여 내 마음을 기쁘게 하고 싶다. 너도 목자들이 어떤 영혼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았다. 오! 그들은 우리가 가서 경의를 표하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도 그분의 종들 중의 한 사람을 명예롭게 하심으로써 그분 자신을 낮추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분의 정의를 증가시키시기 때문이다.”
“이 더위에요? 당신께서 하고 계시는 일에 조심하십시오. 저는 당신을 위하여 당신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이미 밤에는 덜 무덥다. 지금 태양은 짧은 시간 동안에만 사자자리에 있을 것이고, 폭풍우들이 더위를 완화해준다. 내가 다시 한 번 너에게 말하는데, 나는 아무에게도 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내 안과 내 주위에서는 모든 것이 자발적이어야 한다. 만일 너희가 돌보아야 할 일이 있거나 피로하다면, 여기 머물러 있어라. 나중에 다시 만나자.”
“좋습니다,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몇 가지의 가정사를 돌보아야겠습니다. 포도 수확기가 다가오는데, 제 어머니는 저에게 어떤 친구들을 만나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당신께서도 아시다시피 결국 저는 가장입니다. 제 말씀은 저도 한 가족의 남자라는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투덜댄다.
“저 사람이 아버지 다음에는 항상 어머니가 우선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군.”
유다는 그가 못 들은 것인지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가 그 불평을 들었다는 표를 나타내지 않는다. 어찌됐든 예수께서는 눈짓으로 베드로를 제지하시고, 베드로의 곁에 앉아 있는 제베대오의 야고보는 그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그의 옷을 잡아당긴다.
“유다야, 너는 가도 된다. 아니 너는 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 어머니들에게 순종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럼 당신께서 저에게 허락하신다면, 저는 즉시 떠나겠습니다. 저는 숙소를 찾아낼 수 있을 만한 시간 내에 나인에 도착할 것입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친구들이여, 잘 있게.”
“평화의 친구가 되어라. 그리고 항상 하느님을 모시기에 합당하게 되어라. 잘 가거라.”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그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함께 인사한다.
사람들은 그가 떠나는 것을 섭섭해 하지 않는다. 반대로… 베드로는 아마도 유다가 마음을 바꿀까봐 염려해서인지 그의 배낭의 끈들을 졸라매주고, 그것을 그의 등 뒤로 비스듬히 메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그는 정원 쪽으로 나 있는 다른 문처럼 이미 열려 있는 작업장의 문까지 유다를 배웅한다. 그 문은 분명히 몹시 더운 낮 시간 후에 무더운 방의 공기를 환기시키려고 열어놓았을 것이다.
베드로는 유다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출입문에 서 있다가 그가 정말로 떠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몸짓을 하고, 빈정거리는 작별인사를 보내고는 양손을 비비며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미 모든 것을 말한 셈이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몇몇 제자들이 소매로 입을 가리고 킥킥거린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지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사촌 야고보를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야고보는 올리브를 먹다 말고 얼굴이 상기된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예수께서 그에게 물으신다.
“무슨 일이냐?”
“당신께서는 ‘우리는 우리 어머니들에게 순종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책을 느끼지 마라. 일반적인 규칙은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단지 한 사람이고, 한 아들일 뿐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그가 다른 본성과 다른 부성(父性)을 취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 그는 더 높은 이 부성의 명령들과 갈망들에 따라야 한다.
유다는 너와 마태오보다 먼저 왔지만… 아직 아주 멀리 뒤쳐져 있다. 그는 자신을 형성해야(form) 하는데, 아주 느리게 할 것이다. 너희 모두는 그에게 자비심을 가져라. 너 베드로도.
나는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사랑하라고 말한다. 성가신 사람들을 관용하는 것은 쉬운 성덕이 아니다. 그 기회를 활용해라.”
“그러겠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제가 그 사람이 그런 것을… 그런 것을 보게 될 때… 됐다, 베드로야, 침묵해라. 왜냐하면 선생님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이해하시니까… 저는 바람으로 너무 팽팽해진 돛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로 삐걱거리고, 제 안에서 항상 무언가가 부서집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도 아시다시피, 아니 당신께서는 뱃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시니 잘 모르시겠지요. 그래서 제가 당신께 말씀드리겠는데요. 만일 돛이 너무 팽팽해져서 돛의 천들이 끊어지면, 돛이 멍청한 뱃사람을 세게 후려쳐서 그의 정신을 멍하게 한다고 저는 당신께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도 그런 것을 느낍니다… 저도 모든 천들이 끊어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그가 가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바람이 없으니 돛이 늘어지고, 그래서 저는 돛의 천들을 강화시킬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예수께서 미소 지으시며 성품이 대쪽 같고 불같은 베드로에 대한 동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거리에서 쇠 편자를 박은 말발굽의 요란한 소리와 어린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분께서는 여기 계신다! 그분께서는 여기 계신다! 멈춰라.”
예수와 제자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바깥 문 입구에 땀에 젖어 김이 나는 말의 검은 몸체가 나타나고, 거기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리더니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와 예수의 발 앞에 엎드리며 경의를 가지고 그 발들에 입 맞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저는 요나탄입니다.”
요셉이 큰 소리로 응답한다. 그는 높은 작업대 뒤에 앉아 있었는데, 요나탄이 전광석화처럼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가 자기의 동료를 알아보지 못하였었기 때문이었다.
“요나탄 아저씨, 요나탄 아저씨로군요!…”
“그래. 나는 사랑하는 내 주님을 경배하고 있다! 30년 동안의 희망, 오!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는지요! 그 세월이 지금 고독한 용설란 꽃처럼 복된 황홀함으로 갑자기 활짝 피었습니다. 오래 전의 꽃보다 훨씬 더 복되게요! 오! 나의 구세주님!”
여자들, 어린이들, 몇몇 남자들도 입구에 몰려와서 방안에까지 들어와 있다. 그 가운데에는 사라의 착한 알패오가 여전히 손에 빵조각과 치즈를 든 채 서 있다.
“요나탄, 일어나시오. 나는 당신과 벤야민과 다니엘을 막 찾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압니다…”
“내가 당신의 친구들에게 입 맞춘 것처럼 당신에게도 입 맞추도록 일어나시오.”
예수께서는 일어나라고록 그에게 강권하시고, 그에게 입 맞추신다.
“저도 압니다…”
건강하고 옷을 잘 차려 입은 건장한 노인이 되풀이하여 말한다.
“저도 압니다. 제 여주인이 옳았습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오! 주 하느님! 당신께서 영혼을 부르실 때 그 영혼은 정말로 당신의 말씀을 잘 듣고 감지하는군요!”
요나탄은 감격해 있다.
그러나 그는 정신을 차린다. 그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는 전적인 흠숭을 바치면서도 대뜸 정곡을 찌른다.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메시아이신 예수님, 저는 저와 함께 가주십사 하고 당신께 간청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에스테르와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요안나가 당신께 말씀드렸는데, 그녀는 그것을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오! 내 말을 듣고 계시는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을 비웃지 마시오. 저는 ‘나는 가겠다’는 당신의 말씀을 듣기까지는 행복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있으니까요. 당신께서는 제가 죽어가는 제 여주인을 모시고 여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시지요.
그것은 어떤 여행이었습니까! 티베리아스에서 벳사이다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저희는 배에서 내려 마차를 탔는데, 비록 제가 최선을 다하여 장비를 갖추었다 해도 그것은 고문이었습니다. 저희는 밤에 천천히 여행했습니다만, 그분은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분은 필립보의 카이사리아에서 각혈하며 임종 직전까지 갔습니다. 저희는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일주일 전 셋째 날 아침에 그분은 저에게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분은 어찌나 창백하고 기진맥진했는지 이미 죽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그분을 불렀더니 그분은 죽어가는 영양의 눈처럼 유순한 눈을 뜨고 저에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분은 얼음처럼 차디찬 손으로 저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하더니 작은 소리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요나탄, 나를 집으로 도로 데려다주게. 지금 즉시.’
평소에는 얌전한 어린이보다 더 온순한 그분이 저에게 명령할 때 어찌나 힘을 썼는지 그분의 두 뺨은 홍조를 띠고 그분의 눈들은 한 순간 반짝 빛나기까지 했습니다. 그분은 계속 말했습니다. ‘나는 꿈에 티베리아스에 있는 내 집을 보았네. 안에 어떤 분께서 계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별 같았고, 키가 크고 금발이고, 그분의 눈은 하늘처럼 파랗고, 그분의 목소리는 하프 소리보다 더 부드러웠어. 그분께서는 나에게 말씀하셨어. ‘나는 생명이다. 오너라. 돌아오너라. 나는 너에게 생명을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나는 돌아가고 싶네.’
제가 말했습니다. ‘주인마님!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십니다! 당신은 몸이 편치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좀 나아지시면 생각해보십시다.’ 저는 그 말이 죽어가는 사람의 헛소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울었습니다. 그 다음에…―오! 제가 제 여주인을 모신 6년 동안에 그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분은 움직이지도 못했었는데 화내며 일어나 앉기까지 했습니다―그분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하인, 나는 가고 싶네. 나는 자네의 여주인이네. 복종하게!’ 그 다음에 그분은 피를 토하며 뒤로 쓰러졌습니다. 저는 그분이 임종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분을 기쁘게 해드리자. 이래도 저래도 이분은 돌아가실 것이다!… 나는 내가 항상 이분을 기쁘게 해드리다가 마지막에 이분을 언짢게 했다는 가책은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어떤 여행이었습니까! 그녀는 오전 세시부터 여섯시까지의 사이를 빼놓고는 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더 빨리 가려고 말들을 혹사시켰습니다. 저희는 오늘 아침 세시(오전 9시)에 티베리아스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에스테르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그분을 부르신 분이 당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가 당신께서 에스테르에게 기적을 약속하시고, 제 여주인의 영혼에 나타나셨던 날의 그 시각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아홉시 후에 즉시 다시 떠나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녀는 먼저 저를 보냈습니다… 오! 내 구세주여, 가십시다!”
“나는 즉시 가겠습니다. 믿음은 보상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은 나를 가질 것입니다(Who wants Me, will have Me). 갑시다.”
“기다리십시오. 저는 조금 전에 어떤 젊은이에게 돈주머니를 던져주며 말했습니다. ‘말들이 없다면 나귀들을 자네가 원하는 대로 세 마리든 다섯 마리든 구해서 즉시 예수님의 집으로 오게.’ 그놈들이 곧 올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 빨리 갈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카나 근처에서 그분을 만날 것 같습니다. 만일 최소한…”
“요나탄, 뭐라고요?”
“최소한 그분이 아직 살아 있다면 말입니다.”
“그녀는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녀가 죽었다 해도, 나는 생명입니다. 저기 내 어머니께서 오십니다.”
동정녀께서는 틀림없이 누군가로부터 소식을 듣고 그들을 향해 뛰어오고 계신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그분을 뒤따른다.
“얘야, 너는 떠나려느냐?”
“예, 어머니, 저는 요나탄과 함께 갈 것입니다. 그가 왔습니다. 저는 제가 당신께서 그를 만나시게 해드릴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를 더 기다렸습니다.”
요나탄은 먼저 팔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고 몸을 깊이 숙여 인사드린 다음 지금 무릎을 꿇고 마리아의 옷자락 끝단을 약간 쳐들고 거기에 입 맞추며 말한다.
“저는 내 주님의 어머니께 문안드립니다!”
사라의 알패오가 신기해하는 구경꾼들에게 말한다.
“오! 자네들은 지금 뭐라고 말하려는가? 우리만 믿음이 없는 자들이니 부끄럽지 않은가?”
수많은 발굽들의 소리가 거리에서 들려온다. 나귀들의 발굽소리다. 나자렛의 나귀들이 전부 온 것 같은데, 그놈들이 어찌나 많은지 기병중대 하나를 만들기에도 충분할 것 같다. 요나탄은 가장 훌륭한 놈들을 골라서 흥정한 다음 인색하지 않게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도중에 어떤 나귀가 편자가 빠져 나갈까봐 염려하여 몇 마리를 더 데려가고, 이 시끄러운 나귀 떼를 나중에 되돌려주게 하려고 두 명을 고용한다. 그 동안 두 분 마리아는 보따리와 배낭 묶는 것을 돕는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그녀의 아들들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의 침대들을 여기 그대로 놔두고 그것들을 어루만지겠다… 그러면 나는 마치 너희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아들들아, 착하게 지내고 예수에게 합당한 사람들이 되어라. 그러면 나는… 나는 행복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굵은 눈물을 흘린다.
마리아께서는 예수를 돕고 어루만지시며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예수께서 레바논 산의 다른 목자 두 사람을 찾아보고 돌아오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들에게 안부를 전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들이 떠난다. 저녁이 되고, 지금 상현달이 뜬다. 예수께서는 요나탄과 함께 앞서가시고, 다른 사람들 모두는 뒤따라간다. 시내에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몰려들기 때문에 그들은 평보로 간다. 그러나 그들이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데, 발굽들과 방울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에스테르와 함께 마차 안에 있습니다.”
요나탄이 설명한다.
“오! 나의 여주인님!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니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당신께 모셔다드리다니! 오, 나의 주님! 당신을 여기 제 곁에 모시다니요! 당신을 모시다니! 그분이 보신 것처럼 당신의 얼굴은 별처럼 빛나고, 당신의 머리카락은 금발이고, 당신의 눈들은 하늘과 같고, 당신의 목소리는 정말로 하프의 소리와 같습니다… 오! 하지만 당신의 모친께서는! 당신께서는 어느 날 그분을 제 여주인에게 모시고 오시겠습니까?”
“당신의 여주인이 그분께 올 것입니다. 두 분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
“그분들이요? 오!… 예, 그분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안나는 결혼하여 아기를 가졌었습니다만, 그분의 영혼은 동정녀의 영혼처럼 깨끗합니다. 그분은 복되신 마리아의 곁에 계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명랑한 웃음소리로 인하여 뒤돌아보신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 웃고 있다.
“선생님, 저 때문에 모두들 웃고 있습니다. 저는 배에서는 고양이보다 안정감 있게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놈을 타고 있자니! 저는 서남풍에 앞뒤로 흔들리는 배의 갑판 위에서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통과 같습니다!”
베드로가 말한다.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금방 구보가 끝날 것이라고 약속하시며 그를 격려하신다.
“오! 괜찮습니다. 젊은이들이 웃어도 좋습니다. 가서 이 착한 여자를 기쁘게 해주세.”
예수께서는 또 다시 터져 나오는 폭소에 뒤돌아보신다. 베드로가 외친다.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이것을 당신께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니 말씀드리지 못할 것도 없지요. 예, 저는 말했습니다. ‘우리 총리대신은 자기가 귀부인 앞에서 거들먹거릴 기회를 놓친 것을 알면 자기 손가락들을 깨물 거야.’ 그래서 이 사람들이 웃고 있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만일 그가 이것을 상상했다면, 그는 자기 아버지의 포도밭들을 돌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신다.
튼튼한 나귀들을 타고 가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된다. 그들은 청명한 달빛 아래에서 카나를 지나친다.
“만일 당신께서 저에게 허락하신다면, 제가 앞서가서 마차를 멈추게 하겠습니다. 마차의 흔들림 때문에 그녀를 몹시 힘들어 합니다.”
“좋소, 가시오.”
요나탄은 자기의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한다.
그들이 달빛 아래서 꽤 먼 거리를 달려가자 길가에 멈춰 서 있는 큰 포장마차의 시커먼 형체가 나타난다. 예수께서 그분의 나귀를 자극하시자 나귀는 구보로 달린다. 그분께서는 마차 곁에 이르러 나귀에서 내리신다.
“메시아님이십니다.”
요나탄이 알린다.
늙은 유모가 마차에서 길로 뛰어내려 먼지 속에 엎드린다.
“오! 요안나를 살려주십시오! 그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여기 있소.”
예수께서는 마차 위로 올라가신다. 한 무더기의 쿠션들이 깔려 있고 그 위에 가냘픈 육체가 눕혀져 있다. 한구석에는 등불과 컵들과 암포라들이 있고, 젊은 하녀가 울며 죽어가는 사람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있다. 요나탄은 서둘러 마차의 등불들 중 하나를 가져온다.
예수께서는 의식이 없는 여자 위로 몸을 기울여 들여다보신다. 그녀의 아마포 옷의 흰색과 야윈 손과 얼굴의 흰색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색이 약간 더 파르스름할 뿐이다. 다만 숱이 많은 그녀의 눈썹들과 새까만 긴 속눈썹들만이 백설 같은 얼굴에 약간의 색채감을 준다.
그녀의 두 뺨에는 결핵환자들의 불길한 징조인 뺨에 나타나는 밝은 주홍빛조차 없다. 그녀의 입술만이 보랏빛 도는 분홍빛을 띠고 있는데, 그 입술들은 호흡 곤란으로 인하여 반쯤 벌어져 있다.
예수께서는 그녀의 곁에서 무릎 꿇고 그녀를 살펴보신다. 유모가 그녀의 한 손을 잡고 그녀를 부른다. 그러나 이미 죽음의 문턱에 가 있는 그녀의 영혼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과 나자렛의 두 젊은이들이 도착하여 마차를 둘러싼다.
예수께서 죽어 가는 여자의 이마에 손을 얹으시자 그녀는 흐릿한 눈을 잠깐 동안 떴다가 다시 감는다.
“그녀는 더 이상 듣지 못합니다.”
유모가 탄식한 다음 더 크게 운다.
예수께서 손짓을 하신다.
“할머니, 그녀는 들을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세요.”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그녀를 부르신다.
“요안나! 요안나! 나요! 내가 당신을 부르고 있소. 나는 생명이오. 요안나, 나를 보시오.”
죽어가는 여자가 더 빛나는 시선으로 커다란 까만 두 눈을 뜨고 자기 위에 숙이고 있는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는 기쁨을 나타내며 미소 짓는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이며 말하려 해보지만,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소, 나요. 당신은 왔고, 나도 왔소. 당신을 구해주려고요. 당신은 나를 믿을 수 있소?”
죽어가는 여자가 머리를 끄덕인다. 그녀의 모든 생명력과 그녀가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모든 말들이 그녀의 시선에 모여 있다.
예수께서는 무릎을 꿇고 왼손은 그 여자의 이마에 얹으신 채로 몸을 꼿꼿이 펴시며 천상의 힘을 사용하실 때에 취하시는 자세를 취하시며 말씀하신다.
“나는 그것을 원한다. 고쳐져라. 일어나시오.”
그분께서는 손을 떼시고 일어서신다.
바로 그 순간 쿠자의 요안나는 아무런 도움도 없이 일어나 앉아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예수의 발아래 엎드린다.
“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제 생명은 영원히 당신의 것! 영원히 당신의 것입니다! 유모! 요나탄! 나는 나았어요! 오! 빨리! 달려가서 쿠자에게 알려요. 그이가 와서 주님께 경배하라고 해요! 오! 다시, 다시, 다시 저를 축복해주십시오. 오! 나의 구세주님.”
그녀는 예수의 튜닉과 양손에 입 맞추며 울고 웃는다.
“예,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위하여 무엇을 더 해주기를 원하시오?”
“주님, 아무것도요. 당신께서 저를 사랑해주시고, 제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허락해주시는 것만을 빼고는 저는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아기를 가지기를 바라지는 않소?”
“오! 아기!… 주님,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저는 모든 것을 당신께 맡겨드립니다. 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저는 당신께 모든 것을 빚졌으니 모든 것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께서 아시는 더 좋은 것을 당신의 여종에게 주십시오.”
“그럼 나는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행복하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나는 가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축복하고,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아닙니다, 나의 주님. 제 집에 들러주십시오. 지금 오! 지금 그것은 만발한 장미정원입니다. 제가 당신을 모시고 그리로 돌아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오! 저는 얼마나 행복한지요!”
“나는 가겠소. 그러나 나는 내 제자들을 가지고 있소.”
“주님, 그분들은 제 형제들입니다. 요안나는 당신께와 마찬가지로 그분들에게도 음식과 음료와 모든 요깃거리들을 드리겠습니다. 저를 기쁘게 해주십시오!”
“가자. 나귀들을 돌려보내고 걸어서 우리를 따라오너라. 지금은 갈 길이 짧다. 너희가 우리를 따라올 수 있도록 우리는 천천히 가겠다. 이스마엘, 아세르, 잘 가게. 내 대신 내 어머니께 인사드리게. 내 친구들에게도.”
나자렛의 두 젊은이는 어리둥절한 채 시끄럽게 우는 나귀 떼를 데리고 떠나고, 마차는 이제는 환호하는 승객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제자들은 소감을 나누며 무리지어 뒤따른다.
이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