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영광

613. 부활

Skyblue fiat 2024. 4. 1. 11:29

 

613. 부활

1945. 4. 1.

 

나는 다시 그리스도의 기쁘고 힘찬 부활을 본다. 텃밭은 고요하고, 이슬로 반짝이고 있다. 그 위의 하늘은 밤 동안 세상을 살펴보고 있었던 별들이 총총 박힌 암청색에서 벗어나 점점 더 선명한 사파이어 색으로 바뀌고 있다. 새벽은 마치 밀물이 점점 더 전진하며 축축한 모래와 바위의 암회색을 푸른 바닷물로 바꾸어놓는 동안의 파도처럼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여전히 어두운 영역들을 밀어내고 있다.

몇몇 작은 별들은 아직은 죽기를 싫어하며 새벽의 희부연 연초록색, 회백색 빛의 파도 사이로 점점 더 희미하게 훔쳐보고 있다. 그러다가 한 별은 마치 물이 넘쳐흐르는 땅처럼 새벽빛에 가라앉아 파선하고 만다. 그 다음에 별 하나가 줄어들고… 또 하나… 또 하나가 줄어든다. 하늘은 그 별들의 무리를 잃고, 단지 저기 먼 동쪽에 셋, 그러다가 둘, 그 다음에 하나만이 남아 떠오르는 새벽이라는 매일의 이 경이를 본다.

그러다가 장밋빛 실이 동쪽 하늘의 터키옥색 비단에 줄 하나를 그을 때 한 줄기 바람이 나뭇잎들과 풀들 위를 지나가며 말한다.

“일어나라. 날이 밝았다.”

그러나 그것은 풀들과 나뭇잎들만을 깨울 뿐이다. 그것들은 떨어지는 이슬방울들이 아르페지오처럼 소리 내며 떨어지는 동안 그들의 금강석 같은 이슬들 밑에서 몸을 떨며 부드럽게 바스락거린다.

새들은 자기 나라에 있는 영주처럼 군림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주 키 큰 사이프러스 나무의 우거진 가지들 사이에서나 북풍을 막아주는 월계수 산울타리의 빽빽하게 얽혀 있는 가지들 사이에서 아직 잠을 깨지 않는다.

경비병들은 피로에 지치고, 춥고, 졸려 다양한 자세로 무덤을 지키고 있는데, 무덤의 돌문은 마치 그것이 부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가장자리에 석회가 두껍게 발라져 보강되어 있고, 그 불투명한 흰 빛 위에 갓 바른 석회에 직접 다른 도장들과 함께 찍힌 성전의 관인의 큰 장미 모양 리본의 붉은 밀랍이 도드라진다.

간밤에 경비병들이 작은 불을 피웠음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땅바닥에 재와 반쯤 탄 나뭇가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놀음을 하고 음식도 먹은 모양이다. 왜냐하면 이곳 주위에 음식물의 찌꺼기와 몇 개의 작고 깨끗한 뼈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도미노놀이나 어린이들의 구슬놀이처럼 길바닥에 거친 말판을 그려놓고 그 위에서 하는 모종의 놀이에 쓰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 다음에 그들은 피로에 지쳐서 모든 것을 지금 보이는 대로 내버려두고, 자거나 지키는 데 다소간 편한 자세를 찾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맑은 하늘의 동녘에는 지금 완전한 장밋빛 구간이 있고, 그것은 점점 더 넓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햇살들은 없는 가운데 아주 밝은 유성이 나타나 미지의 깊은 곳들로부터 오는데, 그것은 번쩍거리는 꼬리가 달린 지속 불가능한 밝기의 구체처럼 내려온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망막들에 남아 있는 그 유성의 광채의 잔상일 것이다.

그것은 땅을 향하여 초고속으로 내려오는데, 그것이 어찌나 강렬한 주마등같은 깜짝 놀랄 만한 아름다운 빛을 뿌리는지 새벽의 장밋빛이 이 백열하는 눈부신 흰빛에 가려 사라지고 만다.

경비병들은 놀라 고개를 든다. 그 빛과 함께 온 우주를 가득 채우는 힘차고, 조화롭고, 장엄한 우르릉거리는 포효하는 소리도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천상의 심연들로부터 온다. 그것은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육체로 돌아오시는 그분의 영을 따라오는 알렐루야이고, 천사들의 영광송이다.

그 유성은 무덤의 쓸데없는 잠금장치에 부딪쳐 그것을 떼어내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이 주님의 영이 땅으로부터 빠져나가실 때 일으키셨던 것처럼, 우주의 주재자가 땅으로 돌아오시며 새로운 지진을 일으킴으로써 그분의 간수들로 배치된 경비병들을 공포와 굉음으로 친다. 그것은 어두운 무덤 속으로 들어가 형언할 수 없는 빛으로 무덤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잠잠한 공기 중에 떠 있는 동안 성령(the Spirit)께서는 장례용 붕대들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몸 안으로 다시 들어가신다.

이 모든 것이 일분 동안이 아니라 일분의 몇 분의 일 동안에 이루어진다. 그만큼 하느님의 빛의 출현, 하강, 침투 사라짐이 빨랐다…

하느님의 영의 그 차가운 몸에 대한 ‘나는 원한다’는 말씀에는 소리가 없다. 그것은 본질(the Essence)에 의하여 움직이지 않는 물질에 발해진다. 그러나 사람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육체(the Flesh)는 그 명령을 받고, 긴한숨과 함께 그것에 복종한다… 몇 분 동안 다른 것은 전혀 없다.

영광스러운 몸이 수건(the Sudarium)1) 요한20,7)밑에서 영원한 아름다움 안에서 재조직되고,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고, 그것이 있었던 ‘무(無)’로부터 돌아오며, 죽었다가 다시 산다.심장은 분명히 깨어나 그 첫 번째 고동을 일으키고, 정맥들을 통하여 남아 있는 얼어붙은 피를 추진시키고, 즉시 비어 있는 동맥들과 움직이지 않는 허파들과 어두운 뇌에 필요한 전량의 피를 만들어 체온, 건강, 힘, 생각을 다시 가져다준다.

 

다음 순간 무거운 수의 밑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일어난다. 그분께서 포개져 있던 양팔을 분명하게 움직이시는 순간부터 그분께서 비물질적인 재료의 옷을 입으시고 위풍당당하고 휘황찬란하게, 그분을 정확히 그분 자신으로 남겨놓으면서도 그분을 변화시키고 고양시켜주는 장중함으로 인하여 초자연적으로 미남자이시고, 당당한 모습으로 선 채로 나타나시는 순간까지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워 눈이 그 전개를 따라갈 시간이 빠듯하다.

지금 눈은 경탄하며 그분을 쳐다본다. 생각이 기억하는 것과는 너무 다른, 상처들이나 피가 없고, 오로지 다섯 상처들에서 쏟아져 나오고, 그분의 피부의 모든 모공에서 나오는 빛으로 눈부시게 되신 그분을 말이다.

그분께서는 첫걸음을 떼어놓으신다. 그분께서 움직이실 때 그분의 두 손과 두 발에서 배어 나오는 빛살들이 그분을 빛살들로 에워싼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빛나기만 하는 가시관의 무수한 작은 상처들로 이루어진 면류관이 두르고 있는 그분의 머리로부터, 그분께서 그분의 가슴 위에 교차되어 있던 그분의 양팔을 벌리실 때, 그분의 심장의 높이에서 태양처럼 불타며 그분의 튜닉을 통하여 배어나오는 대단히 강렬한 광채를 내는 부위를 드러내실 때 그것은 정말로 육체를 취한 ‘빛’이다.

그것은 땅의 초라한 빛이 아니고, 별들의 초라한 빛이 아니며, 태양의 초라한 빛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빛이다. 오로지 한 존재 안에 모여 있고, 그분의 두 눈에 형언할 수 없는 푸른빛을 주고, 모발에는 황금빛 불을 주며, 그분의 옷과 얼굴과 존재하는 모든 것, 그렇지만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에는 천사의 흰빛을 주는 천국의 모든 광휘이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탁월한 작열로서 그 불타는 힘으로 낙원의 모든 불을 능가하는데, 영원의 매순간마다 그분과 그분의 피, 그분의 영적인 피의 무수한 방울들을 흡수했다 뿜어내는 천국의 심장을 그것 안으로 흡수했다가 다시 발산한다.

그분의 영적인 핏방울들은 복된 영혼들, 천사들, 천국에 있는 모든 것들 즉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다. 이 모든 것은 빛, 즉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분께서 움직여 출구를 향하여 나오시고, 눈이 그분의 광휘 너머를 볼 수 있게 될 때 매우 아름다운 광휘들이지만 태양에 비하면 별들과 같은 두개의 빛이 나에게 나타난다. 하나는 이쪽, 다른 하나는 입구의 반대쪽에서 그분의 빛에 둘러싸여 그분의 미소로 축복하시며 지나가시는 그들의 하느님에 대한 흠숭으로 꿇어 엎드려 있다.

그분께서는 무덤의 동굴을 버리고 나와 다시 땅을 밟으신다. 땅은 기쁨으로 인하여 깨어나 이슬들, 풀들, 장미꽃들의 빛 안에서, 기적으로 피어나는 사과나무의 수많은 꽃부리들 안에서 그들에게 입 맞추는 이른 해와 그것들 밑으로 지나가시는 영원하신 태양(the eternal Sun)을 향하여 빛난다.

경비병들은 충격을 받아 거기 그대로 있다…인간의 부패한 권력들은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 반면에 우주의 순수한 힘들인 꽃들, 식물들, 새들은 그분 자신의 빛의 후광과 태양빛의 후광 속에서 지나가시는 능하신 분을 보며 감탄하고 그분께 경배한다.

그분의 미소, 그분의 두 눈이 꽃들, 죽은 가지들 위에 멎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시자,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승리자의 머리 위에 꽃들의 거품을 형성하고 있는 수백만 개의 꽃잎들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장미들보다 더 부드럽고, 색채가 다양하며, 금강석과 같은 이슬들보다 더 영롱하다.

또한 그분의 빛나는 두 눈에 반사되는 하늘은 더 깊은 파란색이고, 여기저기 정원에서 빼앗아온 향기와 부드러운 꽃잎의 애무로 자기의 왕에게 입 맞추러 오는 미풍에 불려 가는 작은 구름을 기쁘게 그려놓는 태양은 더 기뻐한다.

예수께서 손을 들어 강복하시자, 새들이 더 크게 노래하고 바람이 그 향기들을 실어오는데, 그분께서는 내 눈앞에서 사라지시며, 나를 슬픔과 고통들과 내일에 대한 망설임의 가장 사소한 기억조차 지워버리는 기쁨 속에 남겨놓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