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1권-21~23)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으로 인한 고통 /사제의 권한에 종속되다

Skyblue fiat 2014. 6. 7. 07:37

 

1권-21, 남들에게 자신의 고통이 알려지는 것으로 인한 고통

 


1. 이와 같이 나는 여러 해에 걸쳐 늘 고통을 받으며 보냈다. 어떤 때는 마귀들에게서, 어떤 때는 사람들에게서, 또 어떤 때는 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자 하시는 예수님께로부터 오는 고통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때로는 수치감에 잠길때도 있었는데, 특히 내가 고통받는 광경을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였다. 몸이 건강할 때에 가족들과 더불어 이야기하는 것도 언제나 여간 큰 희생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이처럼 고통이 계속되는 상태에 있고 보니, 어느 때보다도 더 당황해서 얼굴이 달아올랐고, 얼이 둘러빠져 완전히 멍해지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2. 한편, 내 가족은 첫 의사의 치료 방법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음을 보고 나로 하여금 다른 의사들에게 검진을 받게 했는데, 그들 역시 내 건강을 향상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께 줄곧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말씀드렸다.

 

3. “주님, 저의 고통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가족들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까지도 제 일에 이러쿵저러쿵 끼여들곤 합니다. 이 모든 것으로 말미암아 저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저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제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거나 전염성이 강한 병을 앓고 있기나 한 것처럼 손가락질하는 것 같습니다.

 

4. 이로 인한 고통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곧바로 지적해 주시면 필경 잘못된 불안임에 분명한 헛된 걱정 때문에 저는 너무나 자주 당황하여 실제로 제 안에 일어난 일을 주님께 말씀드리지도 못합니다. 예수님, 당신만이 저의 고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이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저를 구해 주실 수 있습니다. 즉, 제가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받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간청하고 또 간청하오니, 당신의 어지심으로 모쪼록 제게 응답해 주십시오!”

 

5. 주님께서 처음에는 이 말을 못 들은 체하셨으므로 나는 더욱더 괴로웠다. 이윽고 그분께서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아주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6. 얘야, 내게로 오너라. 위로를 주마. 그것은 네게 고통을 안겨 주는 일이니, 네가 그렇게 하소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에 대한 사랑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나의 고통 역시 어떤 시기에 이르기까지는 사람들 눈에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이 나로 하여금 드러나게 고난을 받기를 원하시는 때가 되자,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고, 옷 벗김을 당하여 수많은 군중 가운데 알몸으로 있기까지 갖은 비웃음과 치욕과 무참한 일을 겪었다. 이보다 더 무참한 일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

 

7. 나의 인성 역시 이처럼 극도의 수모를 겪었지만, 그래도 내 눈은 아버지의 뜻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늘과 땅 앞에서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이 더없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의 모든 죄를 보속하려고 그 아픔과 고통을 봉헌한 것이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러한 짓을 마치 훌륭한 일이기나 한 듯이 자랑스러워하며 저지름으로써 다른 이들의 이목마저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

 

8. 거룩하신 아버지, 저의 이 무참한 수모를, 수치심도 자제력도 없이 드러나게 아버지를 모욕하는 모든 사람의 모든 죄에 대한 보속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들은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작은 자녀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중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들을 용서하시고, 죄가 얼마나 흉측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거룩한 빛을 주시며, 그들에게 회개의 은총을 베푸시어 덕행의 길로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9. 그런즉, 네가 나를 본받고자 한다면, 내가 모든 사람의 더 큰 선익을 위하여 참아 받은 이 고통에도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바로 내가 겪은 가장 내밀한 십자가와 아픔들이라는 것을 모르겠느냐? 너는 십자가의 길에서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니까 너 자신이 너무 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좀더 성장하여, 쓰라린 고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 그때에는 고통받고 싶은 갈망이 네 안에 증대할 것이다. 그러니 내게 기대어 쉬어라. 고통에 대한 힘과 사랑 안에 성장하기 위함이다.”

 

 

 

1권-22, 일정 기간 음식을 먹지 못한 채 누워서만 지냄

사제의 첫 방문으로 마비 상태에서 풀려나다

 

1. 이렇게 괴로운 상태로 예닐곱 달을 지낸 후에, 고통이 한층 더 심해진 나는 자리에 누운 채 일어나지를 못했다. 자주 의식 불명 상태가 되는데다가 입술이 거의 완전히 붙어버려서 전연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간신히 몇 방울의 액체를 입속으로 흘려 넣을 수는 있었지만 위장이 받아들이지를 않아 곧바로 토하곤 하였는데, 이는 고통이 더심해진 이래 줄곧 나를 떠나지 않았던 계속적인 구토증 때문이었다.

 

2. 그 사이에 가족들은 18일 이상 계속 약물 치료를 해도 실제적인 효과가 전혀 없음을 보고, 사람을 보내어 고해사제를 모셔오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고해성사를 보게 하려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는 결정이었다. 고해사제는 거의 돌덩이처럼 굳어 있는 나를 보고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그 죽음의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라고 내게 명령했다. 그리고 마비된 신경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나를 도와주었다. 내가 충분히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 그 사제는, “말해 주시오. 대관절 어찌된 일이오?” 하고 물었다.

 

3. 나는 모든 일을 감춘 채 다만 이렇게 대답하였다. 신부님, 이건 아무래도 악마가 한 짓임에 틀림없습니다.”

 

4. 그러자 고해사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주저 없이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악마의 소행은 아니니 두려워하지 마시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대에게서 악마를 쫓아낼 것이오.”

 

5. 그런 다음 그는 내 팔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입도 정상적으로 열 수 있게 하여, 약간의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6. 고해사제가 나간 후, 내게 일어난 이 모든 것이 그 경건한 사제의 성덕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기적적인 일로 여겨져서, 충만한 기쁨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이다. “좀 생각해 봐. 그런 상태가 더 연장되었다면 틀림없이 나는 죽었을 텐데, 이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니 말이지.”

 
7. 하느님께서 이처럼 당신 사제의 성덕으로 내 건강을 회복해 주신 데 대해서 지금도 감사하고 앞으로도 늘 감사할 것이다.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그 죽음의 상태에 완전히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기에 이미 거기에서 풀려난 뒤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아쉽더라는 점이었다.

 

8. 주님께서 내 죽음을 허락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것은 내게 대해 이루고자 하신 당신의 계획을 다 이루셔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분께서는 내가 지속적인 산 제물이 되기를 원하신다는 표를 그날 중으로 주셨고, 나로 하여금 앞서 언급한 상태 속으로 떨어지게 하셨다. 그러나 이때에는 사제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나 혼자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9. 그 후 나는 건강을 회복하였고, 신앙상의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성당에 계속 나갈 수 있는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10. 그런 어느 날, 성체를 받아 모시고 나자, 예수님께서 당신의 아픔과 고통을 나와 함께 나누고자 하시는 시간을 말씀해 주셨다. 그것을 나눌 시간을 몇 번이나 미리 알려 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예수님께로부터 받게 된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나는 영적 지도자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11. 그 사제의 성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 일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만 해도 내가 더없이 교만한 인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는 예수님의 고통에 참여한 후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던 시기까지 얼마 동안 계속되었다. 예수님께서 일체를 다 해 주셨던 것이다.

 

12. 그러나 그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종전처럼 혼자서 깨어날 수 없는 때가 왔다. 따라서 어느 날 가족들이 다시 고해신부를 모셔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내 정신이 깨어나게 한 후 이렇게 말하였다.

 

13. “이제부터 성당에 오는 날은 영성체 전이든지 감사기도를 마친 후든지 고해실로 오시오. 그러면 내가 여기 오지 않아도 이 고통의 상태에서 늘 혼자 깨어날 수 있도록 강복해 주겠소.”

 

 

 

1권-23,  새롭고 무거운 십자가.

산 제물로서 사제들의 권한에 종속되다

 

1. 어느 날 아침, 다른 날들과 똑같이 영성체를 한 후에, 주님께서 악인들의 모욕 때문에 겪으신 고난에 참여하면서 당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초대하셨고, 내가 그 날 중으로 완전한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 나는 마침 고해사제가 출타 중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주님께 즉시 말씀드렸다.

 

2. “좋으신 예수님, 당신 고통을 나누어주시고자 하시면 모쪼록 당신께서 친히 저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고해사제가 시골에 가 계시니, 가족이 그분을 모셔올 수 없을 것입니다.”

 

3. 주님께서는 매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는 오로지 나에게만 신뢰를 두어야 한다. 전적인 신뢰와 맡김 속에서 평온히 있어라. 나에 대한 신뢰와 맡김은 영혼을 빛나게 하고 다른 모든 격정들을 바로잡아 준다. 그러면 나는 내가 나누어 준 빛살에 이끌려 그 영혼을 차지하고, 그에게 나 자신의 형상을 부여한다. 나 자신의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4. 나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 반대할 수 없었으므로 그분의 거룩하신 뜻에 스스로를 맡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이미 받아 모신 성체를 내 삶의 마지막 영성체로 봉헌하고, 감실 안에 계신 예수님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린 후에 성당에서 나왔다.

 

5. 그렇게 자신을 주님께 맡겼건만, 내게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종일, 주님께 새로운 힘을 주시기를, 즉 의식 불명이 될 경우 혼자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주시기를 울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6. 과연 바로 그날 너무도 고통스러운 죽음의 상태에 들어갔는데, 이는 새롭고 극도로 무거운 십자가여서, 내가 판단하기에 지금까지 짊어져야 했던 모든 십자가들 중에서 가장 괴롭고 무거운 것이었다.

 

7. 그 임종 고통의 상태 속에 다시 들어가 있는 동안, 나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긴 채 선종 준비를 하였다. 그 사이 가족은 내가 예의 그 상태에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나를 소생시켜 줄 어떤 다른 사제를 모셔오려고 애썼다.

 

8. 그러나 거의 모두 이런 저런 이유로 집에 오기를 거절했으므로, 나는 꼬박 열흘 동안 시체처럼 굳어버린 상태로 있었는데, 그럼에도 숨은 붙어 있었다. 마침내, 열 하루째 되는 날, 유년 시절의 나에게 첫 영성체 준비로 고해성사를 주었던 사제의 방문이 있었다. 이 사제 역시 내 고해사제가 얼마 전에 해 주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를 회복시켜 주었다.

 

9. 의식이 돌아온 나는 다음의 두 가지 점을 깨달았다. 첫째, 나의 의식을 회복시키는 것은 제의 성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당신 사제에게 주신 권한에 의한이라는 점이고, 둘째, 내게 대한 하느님의 계획은 나를 당신 사제들의 주관(主管)하에 두려고 하신다는 점이었다.

 

10. 이는 한편, 사제들이 나를 적대시하는 기나긴 싸움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사실, 어떤 사제는 이른바 나의 죽음 상태라는 것은 내가 성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꾸며낸 자작극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였고, 또 다른 사제는 내가 다시는 그런 속임수를 쓰지 않도록 혼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나를 마귀 들린 자로 간주하는 사제도 있었다. 이 밖에도 여러 다른 말들이 있었지만 언제나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었다.

 

11. 단,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 것은, 나의 그 죽음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가족은 사제를 찾아 모셔오는 것을 의무로 여긴 한편, 아무도 그 까닭을 모를 거절들을 받고 있어서 사제를 찾아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궁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12. 가족들 중 특히 내 가련한 어머니는 나 때문에 쓰라린 눈물을 얼마나 많이 쏟았는지! 그러나 나로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오로지 주님께 나의 고통을 증대시키는 모든 이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그리고 나와 함께 고통받는 이들에게, 특히 내 어머니에게 백 배로 갚아 주시기를 간청할 따름이었다.

 

13. 그러므로,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게 있어서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 상황이었겠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수도 없이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당신 사제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놓여나게 해 주시기를 빌고 또 빌었던 것이다!

 

14. 게다가, 하느님께서 나로 하여금 당신의 가장 큰 고통들을 겪게 하시고자 산 제물이 되는 상태를 받아들이기를 요구하셨을 때에, 얼마나 여러 번 반항하기도 했는지! 그런 순간에는 평소와는 달리 나 자신에게 해로울 정도로 반항하면서 어지신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던 것이다.

 

15. “주님, 사제의 방문 없이도 주님께서 친히 저를 소생시켜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실 때만 당신께서 부르시는 산 제물의 신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지 않으면 그처럼 무거운 멍에를 지고 싶지 않습니다.”

 

16. 이와 같이, 나는 (주님의 요구를 받고서도) 사흘째 날이 되기까지 버틸 수 있는 한 버텼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어떤 것을 꼭 하고자 하신다면, 대관절 누가 그분께 저항할 수 있겠는가? 그 사흘에 걸쳐 나는 하느님께 저항하면서 당신께서 약속을 지키시지 않으셨다고 곧잘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뜨겁고 쓰디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런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17. “주님, 제게 하신 약속을 지키지 않으시니, 어찌된 일이십니까? 음에는 말씀하시기를, 모든 일은 주님과 저만 알게 일어날 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주님 대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저의 의식을 회복시키게 하심으로써 제가 주님과 저 사이에 일어난 일을 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게 하십니다.

 

18.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저를 혼자서는 되살아날 수 없는 상태에 두실 때에, 저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이들은 방문을 꺼립니다. 사제들이 얼마나 야릇하고 부당한 이유로 거절하는지, 전연 믿지 않는 그들로 말미암아 제 가족이 얼마나 수모를 당했는지, 주님께서는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19. 그런 일이 없으면 주님도 저도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만큼 자주 주님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기뻐할 것이고, 동시에 주님께서도 좋으실 대로 아무 때나 저를 회복시킬 수 있으시니 한층 더 기쁘실 것입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주님께서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시지 않을 줄로 압니다. 제가 주님의 뜻을 따르면 기뻐하실 터이니 말입니다.”

 

20. 그러나 내가 무슨 말씀을 드리건 예수님은 잠자코 계셨다. 내 생각에는 올바르고 건전한 것이라고 여기고 말씀드린 것을 모두 허락해 주시려는 듯이 귀담아 듣고 계신 것이었다. 하지만 허락하시는 대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21. 얘야,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어둠도 주고 빛도 주는 하느님이 아니냐? 지금은 어둠의 때지만 머지않아 빛의 때가 올 것이다.

 

22. 더욱이, 나는 항상 사제들에 의해서 내 일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는 것을 네가 알기 바란다. 사제들에게 영혼을 속속들이 알고 판단할 능력과 모든 것이 신적 계시의 기준에 부합한 것이라면 확신을 가지고 정진하도록 영혼을 격려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반대로 계시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중지시키며 무시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이다.

 

23. 말할 것도 없이,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으며, 다시는 쓸데없는 투정을 부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분의 분명한 뜻에 순종하였다. 그러나, 순명의 이름으로 지난 모든 일을 글로 표현할 것을 요구한 사제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어진 지금에 와서는, 내가 4년 남짓 참아 받아야 했던 온갖 이상한 반대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다.

 

24. 그러니 이에 대해 서술하는 것은 그렇게 하라는 명을 받아서이지, 결코 그 기간 동안 내게 심히 힘든 시련을 치르게 한 사제들을 비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하기야, 돌덩어리처럼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고통스러운 죽음 상태로 18일간이나 방치된 적이 있었고, 그 길이가 18일보다는 짧은 경우들도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족하리라.

 

25. 숨은 붙어 있으나 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으니,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을 뿐더러 물 한 방울이나 신체적인 다른 무슨 요구도 채워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요컨대, 나는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상태로 사제들의 손에 넘어가 있었는데, 사제들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또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죽음과 진배없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했던 것이다.

 

26. 진정한 순교라고 말할 수 있는 그 4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오직 하느님께서만 아실 뿐이다. 그리고, 나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찾아온 사제도, “인내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시오.”라고 따뜻하게 말해 주기는커녕, 마치 못되게 굴며 순종하지 않는 자를 대하듯이, (따라서 무엇이나 제 뜻대로 함으로써 악의 길로 접어든 자를 대하듯이), 비난과 꾸중을 퍼붓곤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