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책상의책 1권-16,17) 마귀들과의 교전과 승리 / '마귀를 몰아내는 법'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

Skyblue fiat 2014. 6. 3. 22:11

 

1권-16, 교전과 승리

 

1. 그러자 내 마음속에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다. 정말이지 끔찍한 마귀가 나를 사로잡은 것 같았다! 랑하올 내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좀 전까지만 해도 아주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사랑이, 이글거리는 증오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이는 내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일으켰다. 참으로 다정하게 나를 대해 주셨던 주님을 이제 와서 마치 더없이 잔혹한 원수이기나 한 듯 증오하며 모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영혼이 갈기갈기 미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게다가, 그분의 모습마저 증오심이 북받쳐 올라 볼 수가 없었고, 거룩한 묵주를 손에 들거나 입을 맞출 수도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반발심 때문에 주를 산산조각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 하느님! 얼마나 기막힌 고통이었는지! 설사 지옥에 하느님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지는 고통 외에는 다른 고통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끔찍하고 영원한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지옥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때때로 악마는 주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총들을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으로 눈앞에 펼쳐 보였고, 그러니 더 안락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라고 부추겼다. 또 어떤 때는 그 은총들을 참된 것으로 제시하면서 나를 비난하기도 하였다.

 

4. "예수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보이느냐? 그러나 이제, 네가 그분의 은총들에 응답한 보답으로 어떻게 하셨는지도 보아라. 네가 보다시피, 그분은 너를 우리의 손에 넘겨주셨다. 지금 너는 우리의 것이다. 완전히 우리의 소유이다. 너는 끝장이 났다는 말이다. 우리의 노리개와 같이 되고 말았으니, 그분께서 너를 다시 사랑하시리라는 희망은 조금도 없다."

 

5. 사탄의 이 흉측한 말을 듣고 나는 주님께 대한 형언할 수 없는 분노구원을 얻을 수 없으리라는 극도의 절망감에 짓눌렸다. 이 상태가 때로는 너무 악화되어 손에 들고 있었던 상본을 갈가리 찢어버릴 정도로 드센 격분과 절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6.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내어 울었고, 거의 동시에 그 찢어진 상본 조각들을 주워 몇 번이나 거듭거듭 입맞추곤 하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누가 물었다면, 그 두 가지 행위를 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되고 있었다는 말밖에는 달리 무슨 말을 할지 몰랐을 것이다.

 

7.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상본을 찢은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윽박지르던 악마에게서 온 것이었던 반면, 입맞춤을 거듭한 행위는 내 안에서 작용하고 있었던 은총의 결과였다는 확신이 든다.

 

8. 그런 후 즉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서 내 영혼은 슬픔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지만, 마귀들은 내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을 보고 즐거워 날뛰며 나를 비웃는 것이었다.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럽게 야단법석을 떨면서, “네가 얼마나 우리 것이 되었는지 보이겠지? 이제 남은 일은 너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것 뿐이다. 몸이든 영혼이든 몽땅 말이지. 그것도 당장 해치우고 말겠다!” 하는 것이었다.

 

9. 가련한 족속들! 마귀들은 그러나, 내가 한없이 사랑하는 예수님과 언제나 결합되어 있는 내 마음을 보지는 못하였다. 그 찢어진 상본 조각들에 그렇게 거듭 입맞추며 울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10. 마귀들은 또 기도하는 것은 딱 질색이기 때문에, 내가 방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때마다 격분하여 내 옷을 잡아당기거나 기대고 있는 의자를 잡아당겼다. 어찌나 무섭게 구는지, 기도하기를 그만두면 시달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때때로 멈추곤 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특히 밤중에 일어났다. 잠을 청해 보려고 침상에 누워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있노라면, 이를 알아차린 그들은 담요건 깔개건 베개건 무엇이나 앗아가며 괴롭히는 것이었다.”

 

11. 그래서 잠들 수 없어진 나는 계속 깨어 경계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흡사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목숨을 앗아가겠다고 맹세한 잔인한 적이 치명타를 가하기에 적절한 순간을 노리며 가까이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과도 같았다. 이와 같이 언제나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마귀들이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오는 순간을 알기 위함이었고, 그 순간에 최대로 격렬히 대항함으로써 그들의 악독한 음모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12. 영혼 상태가 그러했던 만큼, 머리카락은 온통 가시처럼 곤두서고, 온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혈관 속의 피가 얼어 그 냉기가 골수까지 사무치고, 신경은 공포로 수축되어 일종의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13. 그리고 다른 때에는 자살 유혹에 휘몰리기도 하였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예컨대, 우물 가까이에 있으면 서둘러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칼이나 다른 어떤 흉기를 보면 그것으로 자살함으로써 이와 같은 생활 상태를 끝장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마귀들의 간교한 술책임을 깨닫고 도망쳐서 그 아슬아슬한 위기를 모면하곤 하였다.

 

14. 그럼에도 악령들의 이 흉측한 말소리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으니, 계속 더 살아보았자 헛일이다! 네가 네 하느님에게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너를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말을 하면서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내가 실제로 더 많은 악을 저질렀다는 것, 그러므로 이제는 자비를 희망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믿게끔 하였다. 그리고 내 영혼 깊은 곳에서까지 이렇게 되풀이해서 말하는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15. “그토록 하느님의 원수가 되고서도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겠느냐? 너는 네가 수없이 모욕하고 저주하며 증오했던 하느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느냐? 너를 온통 에워싸고 있는 그 무한한 하느님을 어떻게 감히 모욕했느냐? 네가 바로 하느님 눈앞에서 감히 하느님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냐? 네 영혼의 하느님을 잃고 말았으니, 누가 다시 너에게 평화를 주겠느냐? 너의 원수이고 하느님의 원수인 우리들에게서 누가 너를 해방시켜 주겠느냐 말이다?”

 

16. 이 말을 듣고 나는 고통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울음을 터뜨리며 되도록 잘 기도하려고 애썼지만, 악령들은 나를 더 큰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려고 유난히 극성을 피우며 괴롭혔다. 사방에서 몸통을 마구 두들겨 패는가 하면, 무엇인지 모를 가시 돋친 무기로 팔다리를 쿡쿡 찔러 대고 숨이 막히도록 목을 조여대는 통에 이제는 정말 죽는구나 싶어질 지경이었다.

 

17. 한 번은 내가 방바닥에 누워 어지신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그래서 이 악마적인 시험을 견딜 수 있는 새 힘을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땅 밑에서 내 발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땅바닥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고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르면서 온 몸을 휩싸는 것이었다. 악령들은 나를 떼밀어 그 불구덩이 속에 처넣으려고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내 소리를 듣고는 조금도 해치지 못한 채 물러갔다.

 

18.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들과 또 이보다 더 심한 일을 겪은 후에, 너무나 심해서 거의 죽은 거나 진배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언제나 자비로우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새로운 생명의 힘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 주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그 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 속에서 나의 의지가 악을 극도로 지겨워해서 죄의 그림자만 생각해도 쓰디쓴 고통을 맛볼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시면서 위로해 주셨다.

 

19.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악마는 사악한 영이고 따라서 거짓말쟁이니까 절대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다. 그리고, 좀더 고통을 참고 견뎌라. 그런 후에는 완전한 평화를 받게 될 것이다." 하는 말씀과 함께 사라지셨다. 나는 홀로 남았지만, 영적으로 온전히 원기를 회복하여 새롭게 태어난 상태가 되었다.

 

20.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는 가끔 나를 찾아오셔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셨는데, 그러한 방문은 특히 곧 죽을 것 같은 처지에 있는 나를 보셨을 때, 혹은 앞으로 더 심하게 악마의 시달림을 받도록 하시려고 하실 때 일어나곤 하였다. 그럴 때면 그분은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거룩한 빛을 강물처럼 풍성히 사방으로 퍼뜨리시어, 이 빛을 받는 사람은 누구든지 진리를 온전히 깨닫지 않을 수 없게 하셨다.

 

21. 그 뒤 나는 다시 새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시험에 붙여졌다. 마음이 온통 의심으로 가득 차 되었으니 이로 말미암아 매우 슬프고 비참한 상태 빠져든 것이다. 더구나, 영성체를 몹시 증오하는 악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겠는가? 아무튼 그는 성체를 영하지 못하게 하려고 교활한 술책을 총동원하는 것이었다.

 

22. 하느님을 미워하는 죄를 그렇게 많이 짓고도 이 성사의 하느님을 받아 모시는 것은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짓이라고 설득하려고 기를 썼고, 그래도 내가 감히 성체를 받아 모시면 내 안에 예수님이 오시는 것이 아니라 더없이 사악한 악마가 와서 마구 사납게 나를 괴롭히다가 결국은 영원한 죽음에 떨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23. 그런데 과연 성체를 모시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죽음의 고통이 덮쳐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몸이 완전히 마비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리고 이런 상태에 머물러 있지 말라고 하신 명령에 순명하겠다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즉각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이었다.

 

24.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순명이 내 안에 승리를 가져왔고, 그 처참한 고통 속에 휴식과 큰 위안을 주었다. 그럼에도 고해사제에게 성체를 모시지 않게 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 이후의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제는 거룩한 순명의 이름으로 반드시 성체를 모시기를 명했지만, 악령들이 내게 공세를 취하려는 조짐이 미리 보일 때는 번번이 성체를 모시지 않았고, 때때로 모실 때에도 이후의 그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아무 준비 없이 모시고 감사기도도 거의 바치지 않았다.

 

25. 그리고 밤이 되어 내가 기도나 묵상을 하고자 하면, 악령들은 우선 등잔불부터 꺼버렸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섬뜩해져서 기도를 못하게 하려고 비명을 질러대거나 죽어 가는 사람처럼 쇠잔한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 힘든 시험을 치르는 동안 이 지옥의 개들이 행한 온갖 짓거를 다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6. 그들은 내게 공포를 안겨 줄 목적으로, 그보다도 더욱, 내가 모든 영적 선업을 소홀히 하게 할 목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는 (싸움이 완전히 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상당히 소강<小康> 상태로 접어들었던 몇 주간을 제외하고는) 삼 년 가량 지속된 시험이었다.

 

 

 

 

1권-17,  마귀를 몰아내는 법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

 

1. 주님께서 악령들과의 투쟁을 겪게 하시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시련들을, 불행히도 내가 겪어 온 시련들을 틀림없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말을 믿고 그 시련이 어떻게 끝났는지 알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 성체 안에 계신 주 예수님을 받아 모신 어느 날, 그분께서는 내게 악령들을 퇴치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것은 악령들을 하찮은 벌레이기나 한 듯 무시하면서 무슨 말을 하든지 전연 귀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나를 유혹할 의욕조차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특히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상처 속에 나 자신을 집어넣고 그분의 정신에 나의 정신을 일치시키면서 기도와 묵상을 통하여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 안에 집중하는 것이다.

 

3.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 인성으로 고난을 받으신 것 인간이 스스로 잃어버린 은총을 회복시켜 주시려는 목적 외에도, 그분의 인성을 통하여 영원하신 아버지 대전에 사랑과 속죄와 배상과 대속의 산 제물이 되시어 아버지의 의노를 풀어 드림으로써 세상과 육신과 마귀를 쳐 이기신 당신 승리의 영초자연 생명에로 인간을 드높여 주시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묵상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지극히 고귀하신 당신 피로 모든 자녀들을 속량하시고 은총의 새 생명을 되돌려 주셔서 사랑으로 고동치는 마음들이 되게 하시려고, 그 모두를 품어 안으신 당신 마음을 아버지께 봉헌하셨기 때문이다.

 

4. 실제로,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실천하기 시작하자, 며칠만에 모든 공포가 사라졌을 만큼 내 안에 큰 힘과 용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악령들이 시끄럽게 난동을 부리면 나는 그들을 멸시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5. "하찮고 가련한 족속인 너희가 일삼아 하는 짓이라고는 고작 이것뿐이겠지. 이처럼 어리석고 멍청한 짓을 해대면서 시간을 보내는 꼴이라니! 얼마든지 계속해 보라고. 하다가 지치면 쉬어가면서 말이지. 이 불쌍한 자들아, 나는 너희에 관해서 마음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상처 속으로 들어가서, 고통에 대한 더욱 큰 사랑을 얻으려고 하니 말이다.”

 

6. 그러자 그들은 화가 치밀어 더 크게 소리를 질러대었다. 내게로 다가와서 아무 소용없는 폭력을 휘두르면서 짐짓 나를 멀리로 끌고 갈 기세였다. 렇게 하는 동안 그 악독한 입에서 끔찍한 악취와 질식할 뜻한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어 나의 온 몸을 휩싸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나는 마음 속으로 어떤 전율을 느꼈지만 용기를 내어 그것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면서 힘차게 말하였다.

 

7.나를 멀리로 끌고 갈 힘이 있기나 한 것처럼 굴지만, 너희는 어쩔 수 없는 거짓말쟁이들이다! 말 그럴 힘이 있다면 첫날부터 그렇게 했을 것 아니냐? 너희가 하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니, 증오와 분노가 터져 길길이 뛸 때까지 언제나 같은 소리를 되풀이할 따름이다 …….

 

8. 알겠느냐? 지고하신 하느님께서 너희가 그런 짓을 하도록 허락하시는 것은 나에게 더욱 큰 선을 주시기 위해서라고. 그러므로, 너희가 나를 괴롭히는 동안 나는 되도록 많은 수의 죄인들이 회개할 수 있도록 그 고통을 이용한다. 너희가 알다시피, 내가 하느님의 뜻에 내 뜻을 일치시키고 영혼들을 위하여 내 고통을 봉헌하는 것이 목적을 위한 것이었고, 오직 이 조건하에서 내 어지신 예수님께로부터 고통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9. 내가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들은 사슬에 묶여 있는 개들이 가까이 오는 도둑에게 덤벼들기 위해서 사슬을 끊어버리려고 할 때처럼 사납게 으르렁대며 짓기 시작했다. 나는 앞서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10. 무엇이라고? 달리 할 짓이 없다고? 하긴, 너희의 장부는 수지(收支) 결산에 착오가 생겼겠지? 물론 그럴게다. 빼앗긴 영혼들 즉 회개하여 어지신 예수님의 품으로 돌아간 영혼들이 꽤 있으니까 계산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밖에! 흥, 투덜거릴 만도 하겠는걸!”

 

11. 그런데도 그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식식거리면 (나는 마치 불쌍히 여기기나 하는 것처럼) 조롱하면서 "이런, 이 가엾은 것들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게로군…그런 중병에 듣는 진짜 약을 주고 싶은 걸."하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당장 꿇어 엎드려 가장 완고한 죄인들을 위하여 뜨겁게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을 위하여 자비로우신 예수님께 사랑의 동작을 여러번 하면서 그 대가로 가장 타락한 영혼들을 주십사고 청한 것이다.

 

12. 악령들은 이를 알아차리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나로 하여금 기도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기를 썼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고통을 써서 우리의 어지신 하느님을 거슬러 끊임없이 저질러지는 많기도 많은 모욕을 보상하려고 힘썼고, 마귀들에게 코웃음치며 말하였다.

 

13. “이 비열한 족속아, 나는 순전한 허무요, 허무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아무것도 아닌 자인데, 이 나를 겁먹게 하여 기도를 못하게 하려고 그런 상스러운 방법까지 쓸 정도로 타락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 따위로 구니, 가소롭고 멍청한 족속으로 간주될 수밖에!”

 

14. 그들은 입술을 깨물면서 불경스럽게도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욕설을 내게 퍼붓는 한편, 나로 하여금 어지신 하느님을 모독하며 미워하게 하려고 들었다. 나는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욕되게 하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성을 가진 모든 인간의 사랑을 받으실 자격이 있는 주님의 선하심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15. 그런 다음 그들이 내게 끼친 쓰라린 고통을 찬미로 바꾸어, 단지 모독의 말을 뱉을 때만 하느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독성죄에 대한 보속으로 그것을 봉헌하며 뜨거운 마음으로 그분께 말씀 드렸다.

 “사랑 부족과 배은망덕으로 당신께 무례한 언동을 하는 죄인들의 모욕에 대한 보상으로, 저의 이 사랑과 감사의 행위를 받아들여 주십시오…….”

 

16. 그러나 마귀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실상 그들은 나를 실망시키기 위해서 온갖 간계를 다 쓰고 있어서,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천국이나 지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내 좋으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그분께서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사랑 받으시게 하는 것만이 내 관심사일 따름이다. 현재는 미래를 생각하라고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선하심과 사랑으로 나를 앞서 가신 주님께 응답하여 그분으로 하여금 갈수록 더 큰 은혜를 내게 베푸시게 하기 위한 시간이다. 천국이나 지옥은 그분의 손에 맡길 뿐이다. 지극히 선하신 주님께서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셔서 언제나 더욱 큰 영광을 드릴 수 있도록 하실 것이다……."

 

17. 이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이는 내 좋으신 스승 예수 그리스도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알아두어라. 그분께서 내게 알려 주신 바에 의하면, 인간이 천국을 얻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자신의 의지로 하느님을 모욕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다짐하는 것이다.

 

18. 그분께서는 또한, 인간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은 경우, 악행을 저질렀다는 헛된 두려움에 싸이지 말고 아예 무시하 일러 주셨다. 오 불쌍한 자들아, 어리석은 사람들의 영혼 속에 의심과 공포라는 밀가루헐값으로 뿌려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완전한 절망에 빠지게 하려는 것이 너희의 술책이다 …….

 

19. 알아두어라. 나는 악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생각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마음이 없다. 그분을 항상 더 사랑하고자 하는, 물러설 줄 모르는 지향만으로 충분하다. 하느님께서 모욕을 받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나로서는 그 반대의 표현을 하는 것으로 넉넉하다.

 

20. 이로 인하여 참된 고요와 평화를 누리며 모든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러면 내 영혼은 내 유일하고 가장 큰 선이신 예수님을 찾기 위하여 더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21. 마귀들은 온갖 간계와 유혹이 되레 그들 자신을 해치며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 그래서 다 이긴 싸움이라고 여겼던 지점에서 패하고 말았다는 것을 알고, 형언할 수 없도록 격분을 터뜨렸다. 반면에 나의 영혼은 바로 그들의 유혹과 술책을 통하여 멸망하기는커녕,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더 강한 사랑을 얻게 되었다.

 

22.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서, 그들이 공세를 취할 때면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모든 고통을 내 죄에 대한 보속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것을 세상 사람들이 끊임없이 저지르는 모든 죄에 대한 보속과 사랑의 행위로 봉헌했기 때문이다. 종종 마귀들이 내게 자살하라고 유혹할 때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23. 너희에게도 나에게도 사람의 목숨을 끊을 권리는 없다. 너희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나를 괴롭히는 것이지만 목적은 나로 하여금 더 많은 이익을 얻게 하려는 데 있을 뿐이니, 너희가 내 목숨을 앗아갈 힘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가 얼마나 고약하게 굴건,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고 내 이웃에게 늘 영적인 유익을 줄 수 있도록 언제나 하느님 안에서 살기를 원한다. 너희가 내게 끼치는 모든 고통을 그들을 위하여 쓰는 것이다.”

 

24. 마침내 그들은 아무것도 얻을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얻기는 고사하고 많은 영혼들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들은 내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다시 맹렬한 공격을 개시할 목적으로 긴 휴전기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