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의 예언의 영(靈)과 예견(豫見)
26.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는 날로 성령의 위로와 은총으로 충만하였다. 그는 조심과 염려를 다하여 새 아들들을 새로운 가르침으로 바로잡아 나아갔다. 그는 그들에게 거룩한 가난과 축복된 단순의 길을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가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하루는 그에게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와 자비하심에 놀라면서 주께 간구하기를, 자기 자신 및 형제들이 살아 갈 길을 보여 주시기를 소원하였다. 그는 자주 그랬듯이 기도할 곳을 찾아 내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주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머물렀다.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 하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비참하게 보낸 지난 여러 해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였다. 그랬더니 차츰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즐거움과 대단히 큰 감미로움이 마음 깊은 곳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초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마음 안에 죄의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억누르던 어두움이 밀려남에 따라서 그의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은총에로 다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몸이 위로 들어올려져서 어떤 빛에 흡수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음이 넓어지면서 장래의 일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마침내 이 즐거움이 빛과 더불어 사라지자 그는 그 빛에 마음이 새로워져서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버린 듯하였다.
27. 그리고 돌아와서 형제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 “사랑하는 여러분, 굳세어지십시오. 그리고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형제들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침통해하지 마십시오. 저나 여러분들의 우둔함에 낙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이 세상 방방곡곡에 크게 퍼져나갈 만큼 우리를 증가시키시어 큰 무리가 되도록 하시리라는 것을 주께서 실제로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하여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생각 같아서는 침묵하고 싶습니다만 사랑 때문에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큰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거룩한 생활양식과 복된 수도규칙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거룩한 순명의 명령에 따라 그들이 오가며 내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합니다. 이를테면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이 지방에 밀려오는 많은 사람들로 해서 거리가 꽉 채워져 있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불란서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사람들이 뛰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 말들을 쓰는 매우 큰 다른 무리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형제들이 이 말을 듣고 구원의 기쁨에 넘쳤다. 그 까닭은 주 하느님께서 거룩한 사람들에게 은총을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리하여 구원받을 사람들이 나날이 늘기를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8. 거룩한 사람이 또 형제들에게 말했다 “ “형제들이여, 우리 주 하느님께 그분의 모든 은혜에 충실하고 열심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또 지금과 장래에 있어서 형제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의 진면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생활의 초기이기 때문에 아주 맛있고 먹기 좋은 과일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는 맛도 없고 달지도 않은 것들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마침내 먹을 수 없이 써서 모두 입에도 댈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주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어떤 외적인 향기와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께서는 우리를 큰 민족이 되게 늘려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마지막엔 마치 바다나 호수에 그물을 쳐서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 모두를 자기 배에 실으려 해도 너무 많아 끌어 옮길 수 없어 맛있고 큰 것들만 추려 자기 그릇에 담고, 나머지는 놓아 보낼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예언한 일들을 진리의 정신에서 생각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예언들이 진실성으로 빛나고 있으며 분명히 실현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성 프란치스코에게는 이렇게 예언의 영(靈)이 깃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가 형제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내보냄,
그리고 얼마 후에 그들이 돌아와 모임
29. 같은 시기에 한 착한 형제가 입회하자 형제들의 숫자는 8명으로 증가하였다. 그때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모든 형제들을 자기에게 불러모아 그들에게 하늘 나라와 세상의 질시에 대하여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육신을 굴복시키는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둘씩 네 무리로 나누고 난 다음 그들에게 말하였다 : “자,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 둘씩 짝지어 세상 곳곳으로 떠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전하고 회개로 죄를 용서받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환난 중에 인내하십시오. 주님께서 당신의 목적과 약속을 이룩해 주시리라고 확신하십시오. 질문하는 자들에게 겸손하게 대답하시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을 해치고 중상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십시오. 왜냐하면 이러한 일들이 여러분에게 영원한 나라를 준비해 주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은 순명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매우 즐겁게 성 프란치스코 앞에 나아가 스스로 땅에 무릎을 끓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몸소 그들을 껴안고 부드럽고 애정에 찬 목소리로 각자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의 생각을 주께 맡기십시오. 그러면 몸소 당신이 해 주십니다.” 그는 형제들을 파견할 때마다 언제나 순명으로 이 말을 하였다.
30. 즈음하여 베르나르도 형제와 에지디오 형제는 꼼뽀스뗄라의 성 야고보 읍 쪽으로 여행을 하였고, 성 프란치스코는 한 동료와 다른 곳을 택하였다. 나머지 네 형제들도 둘씩 다른 곳을 택하여 갔다. 얼마 후 성 프란치스코는 그들 모두가 보고 싶어서 형제들을 인자로이 모아 주십사고 흩어진 이스라엘을 모으시는 주님께 곧 기도드렸다. 사람이 부른 것도 아닌데 그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져 그들은 조금 후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하나씩 모여들고 있었다. 한데 모여서 인자한 목자를 보자 큰 기쁨에 싸였다. 이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게 된 것에 스스로 놀래고 있었다. 조금 후 형제들은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자기들에게 하신 좋은 일들을 보고하였다. 만약 얼마큼이라도 게을렀다든가 감사할 줄 모르는 생활을 했었다면, 그들은 거룩하신 사부님께 겸손되이 시정(是正)과 보속을 청하여 기꺼이 받아들였다.
성 프란치스코에게 오면 언제나 이처럼 행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조그만 생각이나 마음에 스치는 충동까지도 도무지 숨기지를 않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하고 나서는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종이라고 여겼다. 이리하여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그러한 첫 번째 수련이 순수한 정신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유익하고 거룩하고 옳은 일을 할 줄은 알았지만, 스스로 자만심에 부풀어 기뻐할 줄은 도무지 몰랐다. 그러나 복되신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을 큰사랑으로 감싸며 그들에게 자기의 뜻을 알려 주기 시작했으며, 또한 주께서 당신에게 계시하신 바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
31. 곧 착하고 적합한 다른 네 형제가 그들에 가담하여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따랐다. 그러자 파다한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일어 하느님의 사람의 이름이 더 멀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열심하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고귀하든, 천하든, 멸시할 만한 사람이든, 사랑스럽든, 현명하든, 수수하든, 사제이든, 평신도이든, 문맹자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나 믿음을 지닌 사람이 성령의 인도로 찾아와서 거룩한 수도원의 수도복을 받아 입을 때마다 성 프란치스코와 형제들은 대단한 희열과 굉장한 기쁨을 갖곤 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무척 감탄하였고 형제들의 겸손의 모범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고치게 하였고 죄를 뉘우치도록 하였다. 어떠한 천한 출생이나 어떠한 가난한 조건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완전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방해를 못하였으니, 하느님께서 세상에 버림받은 자들이나 소박한 마음을 지닌 자들과 더불어 즐거워하시기 때문이다.
열 한 제자들을 데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회칙을 쓰심,
그것을 인노첸찌오 교황께서 인준하심,
그리고 나무를 본 환시
32. 복되신 프란치스코는 주 하느님께서 매일 형제들의 수를 늘려 주시는 것을 보고 자신과 형제들을 위하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단순하게 몇 마디 말로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 주로 인용하여 오로지 그가 갈망했던 완덕을 위해서 생활양식과 회칙을 썼다. 그리고 다른 사항들은 거룩한 생활에 필요한 것들만 조금 삽입하였다. 그후 교황 인노첸찌오 3세에게 써놓은 이 글을 인준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미 말한 형제들과 함께 로마에 갔다. 그 당시 아씨시의 공경하올 주교는 귀도라는 분이었는데, 로마에 있었으며, 그는 프란치스코와 그의 형제들에게 모든 점에 있어서 경의를 표했고 특별한 애정으로 그들을 위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는 성 프란치스코와 그의 형제들이 온 것을 보고 왠지 꺼림칙해하였다. 주님께서 이미 당신의 그 종들을 통하여 큰 일을 하신 그 고향에서 이젠 그들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교구에 그런 장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크게 기뻐하였으며 그들의 생활과 행실을 크게 신뢰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유를 듣고 그들의 목적을 이해하고는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뻐하였고 그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다. 이리하여 성 프란치스코는 사비나 지방의 성 바오로의 요한 주교님을 알현하게 되었다. 그분에게서는 로마 교황청의 모든 추기경과 고위 성직자들 중에서도 지상적인 것을 경멸하고 천상적인 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코를 친절하고도 자애롭게 맞이하였고 그의 뜻과 목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33. 주교는 참으로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성품이었으므로 프란치스코에게 많은 것을 묻기 시작하였고 수도원 생활이나 은둔 생활에 들어갈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성 프란치스코는 주교님의 권고를 되도록 겸손하게 사양하였다. 그러한 권고를 하찮게 여겨서가 아니라 경건하게 또 다른 생활을 향하는 마음에서 그는 보다 높은 바람으로 고무되었기 때문이다. 주교님은 그의 열의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큰 뜻에서 물러날까 염려한 나머지 그에게 보다 쉬운 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국 프란치스코의 한결 같은 마음에 압도되어 그의 청을 따랐으며, 그로부터는 교황님 앞에서도 프란치스코의 다른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힘써 주었다. 당시 하느님 교회의 영도자는 인노첸찌오 3세로서, 훌륭한 분으로 교의(敎義)에 해박하였고 강론으로도 이름이 나 있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길이 필요로 하는 일들에 있어서 불타는 정의감이 있는 분이었다. 이 하느님의 사람들의 소원을 알게 되자 교황님은 먼저 문제를 검토한 다음 그들의 청원에 동의하였으며 일이 되도록 결재하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에 관하여 권고도 하고 그들을 깨우쳐 주기도 하였으며, 성 프란치스코와 그의 형제들에게 강복도 주신 다음 말씀하셨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과 함께 떠나십시오. 주께서 계시하신 대로 모든 사람에게 회개를 설교하시오. 그리고 전능하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형제들의 수도 늘려 주시고 은총도 풍성히 내리실 때에 나에게 기쁨에 넘쳐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더 많은 것을 보태드릴 것이며, 더욱 믿는 마음으로 더 큰 일들을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어디를 가든지 그와 함께 계셨고, 계시로 그의 신명을 돋우셨으며 은총으로 그를 격려해 주셨다. 어느 날 밤 깊은 잠이 들었을 때 그는 자기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 듯하였다. 그런데 길가에는 대단히 큰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는 아름다웠고 튼튼했으며 무성했고 매우 높았다. 그는 나무 가까이에 갔다. 그리고 그 밑에 서서 아름다움과 크기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인 자신이 그 높이만큼 커져서 나무의 꼭대기를 만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손으로 그것을 휘어잡고 구부려 간단히 땅에 닿게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높고 고귀한 나무라 할 수 있는 인노첸찌오 성하께서 프란치스코의 청원과 뜻에 황공하옵게도 몸을 굽히셨으니 말이다.
로마에서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옴.
그리고 도중에 지체함
34. 성 프란치스코는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이며 주인이신 교황님의 그러한 배려와 은총에 크게 기뻐하며, 낮은 자를 높이시고 신음하는 자를 낫게 하여 위로를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즉시 성 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거룩한 곳을 방문하여 기도를 마친 다음 로마를 떠났다. 그리고 스뽈레또계곡을 향하여 동료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지극히 어지신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얼마만한 선물을 내려주셨으며, 또 그것이 어떤 성질의 것이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그리스도교인의 아버지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 황공하옵게도 받아들여 주신 일이며, 그분이 주신 권고와 훈계를 이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그들이 받은 회칙을 성실하게 지키며 변함없이 그것을 간직해 나가는 방법과, 지존하신 하느님의 면전에서 모든 청정함에 그리고 수도생활에 몸을 담고 살아 나가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끝으로 거룩한 덕행이 커짐에 따라서 그들의 생활과 행실이 이웃사람들의 표양이 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나누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겸손의 수련에 대한 이러한 사항들을 충분히 토론하는 동안에 이미 하루가 퍽 저물어 때가 늦었다. 외딴곳을 지날 즈음해서 그들은 여행에 너무 탈진하여 지친 나머지 허기졌지만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곳은 민가(民家)에서 너무 떨어진 곳이었다. 곧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돌보아 주셨으니, 어떤 사람이 손에 빵을 들고 그들을 맞이하여 그 빵을 주고는 가버렸다. 그러나 형제들은 그 사람을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상히 여기면서도 하느님의 섭리의 자비를 더욱 믿도록 하자고 경건하게 서로 다짐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 기운이 솟아나자 그들은 오르떼 읍 근처의 어떤 곳으로 가서 그곳에 거의 15일을 머물렀다. 그들 중 어떤 형제들이 읍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음식들을 얻었으며 문전걸식(門前乞食)하여 얻은 약간의 음식들을 다른 형제들에게 가지고 와서 감사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먹을 것들이 남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전(全)에 시체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였던 무덤에 음식을 두었다가 다음에 꺼내 먹었다. 그곳은 후미지고 인적이 끊어진 곳이었기에 거의 아무도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35 허망한 즐거움이나 육적인 즐거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도무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갖지도 않았을 때에 그들에게는 큰 기쁨이 있었다. 그리하여 거기에서 그들은 거룩한 가난과 교제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상 적인 것이 없는 것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에 거기서와 마찬가지로 이제 어디에서나 항상 가난에 의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치워놓았기 때문에 오직 천상적 위로만이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떤 고난에 시달리고 어떤 유혹에 충동을 받아도 풍성한 가난의 품에서 물러나지 않기로 정하고 결심하였다. 마음의 순수한 힘을 파괴하는 데에 적지 않은 구실을 할 수가 있었던 그곳에 사는 재미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경우에는 겉으로라도 소유욕이 나타나 그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할까 염려되어, 그들은 결국 그곳을 떠나 복되신 사부님을 따라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진실한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자들로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하든 아니면 한적한 곳으로 가야 하든지간에 서로 상의했다.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않았으며 일이 있을 때마다 거룩한 기도에 호소하였던 성 프란치스코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서 죽으신 그분을 위해서 살려고 했으니, 악마가 채 가려고 하는 영혼들을 하느님 편에 서서 구하기 위해서 자기가 파견되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명성과 많은 사람들의 회두 ;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게 된 경위와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입회한 형제들을 길러낸 방법
36. 이리하여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의 가장 용감한 기사로서 도시와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인간적 지혜에서 나오는 그럴 듯한 말로써가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지식과 힘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평화를 설교하였으며 죄를 없애기 위하여 구원과 회개를 가르쳤다.
그는 그에게 허락된 사도적 권위로 말미암아 모든 일에 매우 용감하게 행동하였고 결코 간교한 말투라든가 유혹적으로 아첨하는 말 따위는 사용치 않았다. 그는 남이 잘못할 때 아첨할 줄을 몰랐으며 다만 그 나쁜 점들을 질타하였다. 또한 그는 죄인의 생활을 방치하지 않았을 뿐더러 꾸짖어 그들을 엄하게 대했다. 왜냐하면 자기의 말로써 남에게 행하도록 설득하고자 한 바를 먼저 스스로 실행하여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난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것을 매우 신념있게 말함으로써 가장 유식한 사람들이나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사람들도 그의 설교에 놀랐고, 성인 앞에서는 경외심(敬畏心)으로 감명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딴 세상 사람으로만 비쳤던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만나 뵙고 말씀을 듣기 위하여 사내들도 달려갔고 아낙들도 달려갔으며, 성직자들도 서둘렀고 수도자도 지체하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님께서 당신 종을 통하여 이 세상에서 새롭게 일하시는 놀라운 일들을 보기 위하여 서둘렀다. 성 프란치스코라는 존재 때문이었는지 혹은 그의 명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하늘에서 땅으로 새로운 빛이 비쳐와 당시 아무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도처에 퍼져 있었던 어두움을 몰아내는 듯하였다. 그들은 하느님을 잊고 하느님의 계명을 등한히 하는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이 심각한 잠은 모든 사람을 압박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들은 해묵은 그리고 깊이 뿌리 박힌 죄를 조금이나마 깨치기란 매우 어려웠었다.
37. 프란치스코는 어두운 밤에 나타난 밝은 별처럼 또는 어둠 위에 펄쳐지는 아침처럼 빛났다. 그래서 단시일 내에 그 지역의 면모가 일신되었고 일단 그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치워지자 어디를 가나 즐거운 양상이 나타났다. 전에 그 지역에 있었던 황폐함은 사라지고 손길이 닿지 않았던 들에서는 농작물이 쑥쑥 자랐다. 또한 돌보지 않던 포도나무에도 하느님 향기의 싹이 돋기 시작했고 감미로운 꽃들이 피어나 영예와 풍요의 열매를 함께 맺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감사의 표시와 찬미의 소리가 울려 퍼져 많은 사람들이 세상사에서 오는 걱정을 떨쳐 버렸고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의 생활과 가르침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했으며 창조주를 사랑하고 흠숭하기를 갈망하였다.
귀족이건 천민이건,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많은 사람들이 거룩한 영광에 힘입어 프란치스코의 가르침과 이끌음으로 영원한 영신전쟁을 치르려고 그에게 오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사람은 마치 천상 은총의 풍성한 강처럼 이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의 물줄기를 대주었다. 그는 미덕의 꽃으로써 그들의 마음의 밭을 아름답게 꾸몄으니 그가 훌륭한 솜씨를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펄쳐진 그의 생활양식과 회칙과 가르침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남녀 할 것 없이 쇄신되고 있었으며, 성 프란치스코의 구조를 받은 세 겹의 군대는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생활의 규범을 보여 주었고, 진실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38. 그러나 우선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사랑과 허원으로써 그가 택했고 또한 지켜 나갔던 수도회에 관해서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이 무엇인가? 작은 형제회는 그 자신이 처음으로 세웠고, 따라서 그가 수도회에 이 이름을 붙였다. 사실 회칙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 “작은 자가 되십시오. ”그는 이 말을 듣자 불현듯 “나는 이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사실 그들은 모든 이에게 속해 있는 낮은 자들이었고 항상 낮은 자리를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기를 원하였다. 이렇게 참된 겸손을 튼튼한 기초로 하였기에 잘 정리된 모든 덕행의 영적 건물이 그들 안에 솟게 되었다.
항심(恒心)의 토대 위에 사랑의 고귀한 조직체가 형성되었고,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살아 있는 돌들이 세워져서 성령의 거처가 되었다. 오, 얼마나 큰사랑의 정열로 이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타올랐던가! 얼마나 큰사랑이 이 경건한 단체 안에서 피어올랐던가! 어디에 가든지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면 사랑이 솟구쳐 올랐고, 다른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실한 애정의 씨앗인 사랑을 서로 뿌렸다. 이 사랑은 어떠한 사랑이었는가? 우아한 포옹, 부드러운 애정, 거룩한 친구(親口), 즐거운 대화, 품위 있는 웃음, 즐거운 모습, 단순한 눈매, 순종의 정신, 온화한 말씨, 부드러운 대답, 목적의 단일성, 기꺼운 순종,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등등을 우리는 그들에게서 볼 수가 있었다.
39. 참으로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을 가볍게 보고 절대로 이기적인 사랑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온 사랑을 공동체에 쏟았고 형제들의 필요에 서로 응하기 위하여 각자가 헌신하려고 힘썼다. 그들은 큰바람으로 서로 모여들었으며 기쁨 가운데 머물렀다. 동료들과 헤어짐을 서로 슬퍼했으니 그것은 쓰라린 이별, 참혹한 적조(積阻)였던 것이다.
그러나 순종을 매우 잘 하는 이 기사들은 거룩한 순종보다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명령을 수행할 채비를 차렸다. 그들은 명령 앞에서 좌지우지하는 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모든 방해물을 치우고 명령받은 바를 서둘러 수행했다.
지극히 거룩한 가난의 추종자들은 가진 것도 애착할 것도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투니카 한 벌로 만족하였고 때때로 그것을 안팎으로 기워서 입었다. 옷차림은 사치스럽기는커녕 초라하고 값싼 것이었으며 그럼으로 해서 그들은 세상에 대해서 철저히 죽었음을 보였다. 띠 하나를 둘렀으며 초라한 바지를 입었고 더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으며, 이러한 생활에 머물도록 경건한 걸식을 하였다.
그러므로 어디에서나 그들은 안전하였고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었다. 마음 쓸 일이 사라지고 없었으므로 내일을 걱정 없이 맞이하였다. 또한 여행 중에 자주 큰 불편함을 겪는 처지였으면서도 어디에서건 밤의 거처를 걱정할 줄을 몰랐다. 가끔 혹한 중에 마땅한 거처가 없을 때면 가마솥의 보호를 받았으며,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작고 큰 굴에 숨어 겸허하게 밤을 보냈다. 막일을 할 줄 아는 형제들은 낮에는 나환자들의 숙소나 적당한 곳에 머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되이 헌신적으로 봉사하였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직(職)을 거절하였으며 언제나 거룩하고 옳고 성실하고 유익한 일만을 행하였고, 상종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겸허와 인내와 본보기를 따르도록 인도했다.
40. 그들의 거룩함이 알려지고 칭찬 받게 되어 세간에 좋은 소문이 퍼져 지위가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인내의 덕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그런 곳보다는 오히려 육신의 박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곳을 찾았다. 여러 차례 모욕을 당하고 조롱 받고 벌거벗겨지고 얻어 맞고 묶이고 투옥되었어도, 그들은 어떤 후견인을 내세워 보호받은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용기있게 모든 것을 감수인내하여 그들의 입에 담는 것은 오직 찬미와 감사의 소리뿐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기도를 거의 또는 절대로 그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행실을 끊임없이 검토하여 되돌아봄으로써 잘한일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으며, 그들이 등한히 했거나 부주의하게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한숨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신심의 정신 안에서 평상시와 같은 경건한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 자신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기도할 때는 잠에 빠질까 두려워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였다. 어떤 형제는 살그머니 스며드는 잠에 의해 기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늘어뜨린 밧줄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떤 이는 쇠로 된 도구를 몸에 둘렀으며, 또 어떤 이는 나무로 만든 회개의 띠를 몸에 둘렀다. 더러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만약 과식이나 과음에 의해서, 또는 여행하느라 지쳐서 절도를 잃게 될 경우에는 꼭 필요한 것조차 다소 억누르며 지냈고, 여러 날을 단식하여 쓰라린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했다. 마침내 그들은 육(肉)에서 이는 충동을 억누르려고 추운 날씨에도 벌거벗고 지내는 고행을 서슴치 않았으며, 피가 흐를 지경에 이르도록 뽀족한 가시로 온몸을 찌르곤 했다.
41.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들을 강하게 멸시하여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겨우 취하였고 육적인 위안과는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떨어져 있었기에 어떠한 궁핍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그들은 누구하고나 평화롭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도록 힘썼고, 신중하고 평화롭게 처신함으로써 모든 불미스러운 일들을 애써 피했다. 그들은 필요한 때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생활이나 대화 중에 점잖지 못한 면이나 품위 없는 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상스럽고 부질없는 말은 도무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질서가 있었다. 거동은 점잖았으며, 모든 감각은 절제를 받아 그들의 목적에 합당한 것이 아니면 듣거나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즉, 눈은 땅에 고정시켰고 마음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어떤 시기심도 악의도 그리고 원한이나, 악담도, 아니면 의심이나 유감도 그들에게서는 머물 여지가 없었다. 다만 큰 화목과 끊임없는 침묵과 감사와 찬미의 소리만이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새로 입회한 자녀들을 말이나 혀로 써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행동과 진실로써 키우신 사랑 깊으신 사부님의 가르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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