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3권 공생활 둘째 해 1 p213~p223

175. 산 밑에서 고쳐진 나병환자
1945. 5. 30.
나는 땅을 향기롭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수없이 많은 꽃들의 한 가운데에서 무서운 유령처럼 끔찍하고 마디마디가 떨어져 나간, 헌데로 전신이 온통 뒤덮여 있는 나병환자를 본다.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소리 지르며 산비탈이 시작되는 곳으로 물러선다. 어떤 사람들은 그 무모한 병자에게 던지려고 돌들을 모으기까지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두 팔을 완전히 벌리신 채 돌아서시며 외치신다.
“침착하시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시오, 두려워하지 마시오. 돌들을 내려놓으시오. 한 가엾은 형제를 불쌍히 여기시오. 이 사람도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선생님의 권위에 압도되어 복종한다. 그분께서는 꽃이 피어 있는 키 큰 풀들을 헤치고 나병환자에게서 몇 발짝 떨어진 곳까지 나아가시고, 그 사람도 예수께서 자기를 보호해주신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가온다. 그는 예수께 이르러 땅바닥에 꿇어 엎드리는데, 꽃이 피어 있는 풀들은 그를 받아들여 마치 향기롭고 시원한 물처럼 그를 감싼다. 물결치는 꽃들은 베일을 만들어서 불행한 사람을 감춰주는 것 같다. 거기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목소리만이 거기 불쌍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목소리가 말한다.
“주님, 만일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당신께서는 저를 고쳐주실 수 있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당신의 얼굴을 들고 나를 쳐다보시오. 하늘을 믿는 사람은 그것을 쳐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은총을 청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확실히 믿고 있소.”
풀이 흔들리며 다시 갈라진다. 나병환자의 얼굴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파선당한 사람의 머리처럼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머리카락과 수염이 없다. 그의 두개골에는 피부가 약간 남아 있을 뿐 나머지는 해골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헌데가 없는 부분의 피부를 망설임 없이 그분의 손가락들의 끝으로 만지시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 부분의 피부는 잿빛이고, 비늘로 덮여 있고, 두 군데의 화농하는 짓무른 곳들 사이에 있는데, 그 두 군데의 짓무른 곳들 중의 하나는 두피를 파괴했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눈이 있던 곳에 구멍 하나를 만들어놓았는데, 그의 관자놀이에서 코에 걸쳐 파여 광대뼈와 코의 연골이 드러나 보이게 하고 오물이 잔뜩 들어 있는 저 커다란 안와 속에 여전히 안구가 들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분의 아름다운 손의 손가락들의 끝을 거기 대시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것을 원한다. 깨끗해져라.”
그러자 마치 그가 나병으로 문드러지지 않았고, 종기로 뒤덮였던 것이 아니라 마치 오물로 덮여 있었는데 그 위에 세척액이 부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즉시 나병이 사라진다. 맨 먼저 상처들이 아물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다신 생겨난 눈꺼풀 사이로 오른쪽 눈이 다시 나타나고, 누르스름한 이빨 위로 입술이 다시 덮인다. 그의 머리카락과 턱수염만은 아직 없는데, 표피가 아직 성한 채로 있던 곳에 성긴 털 무더기가 있을 뿐이다.
군중은 놀라 소리 지르고, 그는 이 기쁨의 외침을 듣고 자기 병이 고쳐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그때까지 풀 속에 가려져 있었던 자기의 양손을 치켜들고 커다란 구멍이 있었던 곳에 있는 자기의 눈을 만져본다. 그는 커다란 헌데가 두개골을 드러내고 있던 곳의 자기의 머리를 만져보고, 새로 생긴 자기의 피부를 만져본다. 그는 일어서서 자기의 가슴을 보고, 허리를 본다. 모든 것이 건강하고 깨끗하다. 그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꽃이 피어 있는 풀밭 위에 다시 털썩 주저앉는다.
“울지 말고 일어나 내 말을 들으시오. 의식에 따라 다시 삶으로 나오시오. 당신이 그 절차를 마칠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가능한 한 빨리 사제에게 당신 자신을 보이시오. 당신의 기적적인 치유의 증거로 모세가 명한 제물을 바치시오.”
“나의 주님, 제가 증언해야 할 분은 당신이십니다!”
“당신은 내 가르침을 사랑함으로써 내 증인이 될 것이오. 가시오.”
군중은 규정된 거리까지 다가와서 기적적으로 치유된 사람에게 축하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여행경비를 줄 필요를 느끼고 약간의 돈을 던져준다. 어떤 사람들은 빵과 음식물을 던져준다. 한 사람은 그 나병환자의 옷이 다 찢어진 누더기에 지나지 않아서 몸 전체가 노출된 것을 보고 자기의 겉옷을 벗어 큰 손수건처럼 노끈으로 묶어 그것을 그에게 던져준다. 그렇게 하여 그는 말쑥한 차림새가 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할 때 자비는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또 한 사람은 그에게 샌들을 주고 싶어 하는 욕망에 저항할 수 없어 자기의 샌들을 벗어 그에게 그것을 던져준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그의 행동을 보신 예수께서 물으신다.
“오! 저는 이 근방에서 삽니다. 저는 맨발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먼 길을 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과 우리 형제에게 도움을 베푼 모든 사람에게 강복하시기를. 여보시오, 당신은 이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시오.”
“예, 저는 기도하겠습니다. 저는 저분들과 당신을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세상이 당신께 믿음을 가지도록이요.”
“안녕. 평안히 가시오.”
그 사람은 몇 미터를 가다가 돌아서서 외친다.
“당신께서 저를 고쳐주셨다고 제가 사제에게 말해도 됩니까?”
“그것은 필요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기셨습니다’라고만 말하시오. 그것이 진실 전체이고, 다른 말은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은 선생님의 주위에 몰려들어 원형을 만들고는 결코 비켜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해가 져서 안식일의 휴식이 시작된다. 마을들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들의 마을들도, 먹을 것도,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사도들은 그것을 걱정하며 예수께 말씀드린다. 나이든 제자들도 걱정한다. 여자들과 어린이들도 있다. 밤 날씨는 온화하고 풀밭의 풀은 부드럽지만, 별들이 빵은 아니고, 돌들이 빵이 되지도 않는다.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예수뿐이시다. 그 동안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고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을 먹는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그분의 사도들에게 지적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이 사람들은 너희보다 낫다! 저 사람들이 얼마나 태평하게 자기들에게 남아 있는 것을 먹어 치우는지 보아라. 나는 그들에게 ‘하느님이 내일 당신 아들들에게 먹을 것을 주실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은 가도 좋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저 사람들은 머물렀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메시아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않으실 것이고, 그분께 바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실 것이다.”
사도들은 그들의 양어깨를 으쓱하고, 다른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붉은 저녁노을 후에 밤이 되고, 새들의 마지막 합창 후에 시골의 정적이 만상을 감싼다. 바람이 가볍게 분 다음 밤새 한 마리가 소리 없이 날아가고, 최초의 별이 보이고, 개구리가 운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다.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가 가끔씩 사람들이 선생님께 가서 어떤 것들에 대하여 설명을 청한다.
그렇기에 밀밭 사이의 오솔길로 옷차림과 나이로 보아 당당한 모습을 한 어떤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서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몇 명의 남자들이 그를 뒤따라온다. 모든 사람이 그를 보려고 몸을 돌리고 서로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킨다. 속삭임이 이 무리에서 저 무리로 번져가고 되살아나다가 사라진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리들이 호기심에 끌려 다가온다.
위엄 있어 보이는 그 사람은 어떤 나무 아래 앉아서 몇몇 사람들의 말을 듣고 계시는 예수께 다가가 그분께 정중하게 인사드린다. 예수께서는 즉시 일어서서 똑같은 경의를 가지고 정중하게 답례하신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저도 산 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굶주릴 것을 염려하여 떠나는 것 같이 보여서 아마 당신께서는 아마 제가 믿음이 없다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만, 저는 다른 이유로 떠났었습니다. 저는 형제들 중의 형제, 맏형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당신께만 따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제 말씀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율법학자지만, 당신의 원수는 아닙니다.”
“약간 저쪽으로 갑시다…”
그리하여 그들은 밀밭으로 들어간다.
“저는 순례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를 원했기에 많은 군중들을 위하여 빵을 만들도록 빵 굽는 사람에게 말하려고 내려갔었습니다. 이 밭들은 제 소유이니 당신께서는 제가 율법이 규정하는 거리 안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여기서 산꼭대기까지는 안식일에 걸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저는 하인들을 데리고 내일 올라오려고 했습니다만, 당신께서 군중과 함께 여기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안식일 동안에 군중이 먹을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쓸데없이 당신의 말씀을 듣는 것을 포기한 것에 대하여 저는 몹시 유감스러울 것입니다.”
“쓸데없다니요. 아닙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분의 빛으로 당신께 보상해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만, 군중의 수가 아주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모든 화덕에 불을 때게 했고, 심지어 식료품을 말리는 데 쓰는 것까지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모두가 먹을 만큼 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아니라 빵의 양을 말한 것입니다…”
“그것은 저에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작년에 저는 많은 수확을 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올해도 이삭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셨습니다. 제가 그것을 하게 해주십시오. 이것이 제 밭들을 위한 가장 좋은 보호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 오늘 당신께서는 저에게 그런 빵을 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정녕 영혼의 빵이십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합시다. 순례자들에게 가서 그렇게 말합시다.”
“아닙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셨으니 됐습니다.”
“당신은 율법학자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당신의 마음에 합당한 곳으로 데려가주시기를.”
“저는 당신께서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뜻하시는 바를 알아듣겠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진리로 데려가주시기를… 바라신다는 뜻이지요. 왜냐하면 저희의 오류들은 많고… 저희의 악의도 많으니까요.”
“당신께서는 누구십니까?”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나를 위하여 아버지께 기도해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평화가 당신과 함께.”
예수께서는 그가 자기의 하인들과 함께 가는 동안 그분의 사도들에게 천천히 돌아오신다.
“그는 누굽니까? 그의 용건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가 당신께 불쾌한 무언가를 말했습니까? 그에게 병자들이 있답니까?”
예수께서는 질문공세를 받으신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아니 나는 그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는 율법학자 요한입니다.”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말한다.
“좋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지금 나는 알겠습니다. 그는 하느님과 그분의 자녀들에게 종이 되기를 원할 뿐이었습니다. 내일 우리 모두가 그의 선행으로 인하여 음식을 먹게 되었으니 그를 위하여 기도하시오.”
“그는 정말로 의인입니다.”
한 사람이 말한다.
“예, 정말입니다. 저는 그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세심한 가책과 규칙의 붕대로 갓난아기처럼 칭칭 감겨 있기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세 번째 사람이 결론을 내린다.
“이 밭들은 그의 것입니까?”
이 고장 사람들이 아닌 많은 사람이 묻는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그 나병환자가 그 사람의 하인들이나 소작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 병자가 이 근처에 있도록 허락했고, 그래서 저는 그가 그 병자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논평이 계속되는데,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신다. 그분께서는 열두 사도를 그분의 가까이로 부르셔서 그들에게 물으신다.
“나는 지금 너희의 불신에 대하여 뭐라고 말해야 하겠느냐? 아버지께서는 파당으로는 내 원수인 사람의 손에 우리 모두를 위한 빵을 두시지 않았느냐? 오!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푹신한 건초로 가서 자거라. 나는 아버지께서 너희의 마음을 열어주시도록 기도하고, 그분의 선하심에 대하여 그분께 감사드리기 위하여 그분께 기도하러 가겠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분께서는 산의 낮은 비탈들로 가신다. 그분께서는 거기 앉아 마음을 모아 기도하신다. 그분께서는 눈을 들어 하늘에 가득한 별무리를 보신 다음 풀밭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신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시지 않는다. 그러나 그분의 마음이 얼마나 기쁘신지 그분의 얼굴은 빛으로 변모하시는 것 같다…
176. 설교 후의 안식일. 산 밑에서
1945. 6. 1.
예수께서는 밤에 산 위로 올라가 밤새 거기 계셨다. 그래서 새벽이 되자 그분께서 절벽 끝에 계시는 것이 보인다.
그분을 본 베드로가 자기의 동료들에게 그분을 가리키자 그들은 그리로 올라간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왜 저희와 함께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나에게는 기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당신께는 푹 쉬실 필요도 있습니다.”
“나의 벗들아, 밤에 하늘에서 착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요청하는 한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왜요? 당신께서도 기도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 내 힘은 기도로 자양분을 얻고 내 기쁨은 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는 데서 생긴다. 내 아버지께서는 두 사람의 이름과 내 고통 하나를 나에게 가르쳐주셨다. 그분께서 언급하신 세 가지는 아주 많은 기도를 필요로 한다.”
예수께서는 매우 침통하시다. 그분께서는 무언가 애원하시거나 부탁하시는 듯한 표정으로 그분의 사도들을 바라보신다. 그분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머물렀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고 마지막으로 가리옷의 유다 위에 머물러 그를 응시하신다.
유다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묻는다.
“당신께서는 왜 그렇게 저를 보십니까?”
“나는 너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관조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한 제자의 본성(nature)을 보고 있었다. 한 제자가 자기의 선생에게 할 수 있고, 줄 수 있는 모든 선과 모든 악을 말이다. 나는 예언자들의 제자들과 요한의 제자들, 그리고 내 제자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요한과 제자들과 나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당신께서는 침통하시고 피로해보이십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걱정거리를 말씀해주십시오.”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간청한다.
“예, 저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만일 저희가 당신의 근심을 덜어드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저희는 그것을 하겠습니다.”
그분의 사촌 유다가 말한다..
베드로가 바르톨로메오와 필립보와 말하는데, 나는 그들이 무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착해라. 착하고 충실하도록 힘써라. 그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다른 것은 없다, 베드로야. 알아들었느냐? 네 의심은 잊어버려라. 나를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해라.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너희를 유혹하도록 허용하지 말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을 사랑해라.”
“예! 만일 모든 것이 하느님의 말씀의 통제 안에 있다면, 저희의 잘못들도 그 안에 있겠지요!"
토마스가 철학적인 어조로 외친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여기를 쳐다보고 있다. 내려가자. 그리고 이 거룩한 날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거룩하게 하자.”
그들이 내려오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어린이들은 참새들처럼 신나게 풀밭에서 달리고 뛰면서 재잘거리다가 이슬로 옷을 적셔서 매 맞고 운다. 그 다음에 어린이들은 예수께로 달려오고, 예수께서는 그들을 쓰다듬으시며 마치 어린이들의 무구한 기쁨을 반영하시듯 다시 미소 짓기 시작하신다. 어린 소녀가 풀밭에서 꺾은 꽃으로 만든 작은 꽃다발을 예수의 허리띠에 꽂아드리려 하며 말한다.
“이렇게 하면 이분의 옷이 더 예쁘니까.”
예수께서는 그 소녀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시고 사도들이 투덜거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시며 말씀하신다.
“이 아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기뻐해라! 이슬이 꽃에 묻은 먼지를 씻어주는 것처럼 어린이들의 사랑은 내 마음에서 모든 슬픔을 없애준다.”
산에서 내려오시는 예수와 많은 하인을 데리고 자기의 집에서 출발하여 오는 율법학자 요한이 동시에 순례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한다. 많은 하인들이 빵, 올리브, 치즈, 선생님께 드릴 구운 어린양 또는 새끼 염소가 들어 있는 바구니들을 가지고 온다. 모든 것이 예수의 발 앞에 놓이자, 그분께서는 각 사람에게 빵 한 개, 치즈 한 덩어리와 올리브 한 줌씩이 돌아갈 수 있도록 분배과정을 돌보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젖니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통통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에게는 빵과 함께 구운 어린양고기 한 덩이를 주신다. 그분께서는 특별히 보살필 필요가 있다고 여기시는 두세 사람에게 그렇게 하신다.
“선생님,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몫입니다.”
율법학자가 말한다.
“나도 몇 개를 맛볼 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보십시오… 여러 사람이 당신의 호의를 누리는 것을 보면, 나는 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분배가 끝나고 사람들은 자기들이 받은 빵을 조금씩 먹으면서 나중에 먹으려고 일부를 남겨둔다. 예수께서도 하인 한 사람이 들고 있는 작은 주전자처럼 보이는 병에서 율법학자가 값진 잔에 따라드리는 양젖 약간을 드신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저에게 당신의 말씀을 듣는 기쁨을 주어 저를 만족시켜주셔야 합니다.”
율법학자 요한이 말한다. 헤르마가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스테파노는 더 정중하게 인사한다.
“나는 당신을 만족시켜드리기를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예수께서는 산에 기대어 앉으시어 말씀을 시작하신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를 이곳에 머물러 있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길을 걸은 다음 다시 더 멀리 갔다면 우리는 율법을 어기게 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을 분개하게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새 계약(the New Pact)이 쓰일 때까지는 피해야 합니다.
축제들을 거룩하게 하고, 기도의 장소들에서 주님을 찬미하는 것은 옳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아버지께로 올려 자기가 있는 곳을 기도의 장소로 만들 줄 알게 된다면, 모든 피조세계가 기도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도 기도하는 곳이었고, 요나가 들어가 있었던 고래의 뱃속도 기도하는 곳이었습니다. 요셉이 살았을 때는 파라오의 집도 기도하는 곳이었고, 순결한 유딧에게는 홀로페르네스의 천막도 기도하는 곳이었습니다.(유딧12,5 이하) 그리고 예언자 다니엘이 노예로 살았던 타락한 곳도 주님의 종의 성덕으로 인하여 현시대와 미래의 비밀의 열쇠인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에 관한 고귀한 예언을 받기에 합당할 정도로 그 곳을 거룩하게 만듦으로써 거룩하게 되지 않았습니까?(다니 6장 이하) 색깔, 향기, 깨끗한 공기, 풍성한 곡식, 진주 같은 이슬과 함께 더 많은 모든 이유로 거룩한 이곳은 우리에게 아버지시고 창조주이신 하느님에 대하여 말해줍니다. ‘나는 믿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증인들이니 여러분도 믿으십시오.’ 그러므로 이곳이 이 안식일을 위한 우리의 회당이 되게 합시다. 그리고 해를 등불로 삼아 꽃부리와 이삭 위에 쓰인 영원한 책을 읽읍시다.
나는 다니엘을 언급하며 여러분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이 우리의 회당이 되게 합시다.’ 이곳은 큰 불가마의 불꽃 속에서 거룩한 세 소년이 부른 ‘주님을 찬미하라’는 기쁜 노래를 우리에게 연상시킵니다.(다니3,19―97)
하늘과 바다, 이슬과 서리, 얼음과 눈, 불과 빛깔, 빛과 어둠, 번개와 구름, 산과 언덕, 싹트는 모든 것, 새와 물고기와 들짐승들아, 겸손하고 거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주님을 찬미하고 축복하라. 어디서나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하늘에 합당하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버지의 뜻을 행할 때 우리는 하늘을 얻을 자격을 얻습니다.
오늘 동틀 무렵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만일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에 의하여 통제된다면, 사람들의 잘못들도 그 뜻이 원한 것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오류인데, 널리 퍼져 있습니다. 어떤 아버지가 자기 아들이 비난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한 순간이라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가정들에서 행해야 할 선과 피해야 할 악을 가르쳐주는 의로운 아버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난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어떤 아들들이 있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어떤 의로운 사람이라도 아버지가 자기의 아들들에게 악을 행하라고 부추겼다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이시고, 사람들은 아들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선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십니다. ‘보아라, 나는 너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 너를 이 상황에 놓아둔다.’
또한 그분께서는 악마와 그를 섬기는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줄 때에 말씀하십니다. ‘보아라, 이 고통스러운 시간에 이렇게 행동해라. 그렇게 하면 이 불행이 영원한 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권고하시지만, 여러분을 강제하지는 않으십니다. 그렇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그와 정반대되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 정반대의 것을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사랑하시오. 하느님의 뜻을 여러분 자신의 뜻보다 더 사랑하고, 세속과 육신과 마귀의 유혹과 힘을 거슬러 하느님의 뜻을 따르시오. 그것들도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그러한 뜻들에 굴복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불행합니다.
여러분은 나를 메시아이자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를 찬양합니다. 여러분은 나를 따라다니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여러분 모두가 나와 함께 하늘나라에 들어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가장 오래된 내 제자들과 가장 최근의 내 제자들 중에도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사람이 있을 터인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뜻이나 육신과 세속과 마귀의 뜻을 행하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는 사람들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들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들만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유일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목자(the Shepherd)였다가 재판장(the Judge)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현재의 내 모습을 보고 속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나는 내 목양 지팡이가 흩어진 모든 영혼들을 모으고, 진리의 목장으로 오라고 친절하게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나중에는 내 지팡이는 재판장인 왕의 홀과 대체될 것이고, 내 능력은 판이하게 다를 것입니다. 그때 나는 친절이 아니라 준엄한 정의를 가지고, 진리를 먹고 자란 양들을 진리와 오류가 섞인 것을 먹거나 오류만을 먹고 자란 양들로부터 갈라놓을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처음에 할 것이고, 그 다음에 다시 한 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판장 앞에 첫 번째 나타날 때와 두 번째 나타날 때 사이에 자신을 정화시키지 못한 사람들은 불행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그들의 독으로부터 정화시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정화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고통도 그들을 정화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오류만을 원했으니 오류 안에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도 신음하며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주님, 뭐라고요, 저희는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나는 아주 분명하게 말할 것입니다.
‘맞다. 너희는 실제의 너희와 다르게 보이려고 감히 내 이름으로 옷 입었다. 너희는 너희의 악마주의(satanism)가 예수와 함께하는 삶으로 여겨지기를 원했다. 그러나 너희 행위들의 열매가 너희를 고발한다. 너희가 구원한 영혼들이 어디 있느냐? 너희의 예언들이 언제 성취되었느냐? 너희의 구마들의 결과가 무엇이었느냐? 너희의 일탈행위들의 공범자가 누구였느냐? 오! 내 원수는 참으로 강력하다! 그러나 나보다 강력하지는 않다. 그는 더 많은 영혼들을 약탈하기 위하여 너희를 도와주었을 뿐이고, 너희로 인하여 이단에 휩쓸려간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다, 너희는 놀라운 일들을 행했다. 그것들은 겉보기에는 참된 하느님의 종들의 기적들보다 훨씬 더 크게 보였다. 참된 하느님의 종들은 군중을 놀라게 하는 배우가 아니라 겸손과 순종으로 천사들을 놀라게 한다. 진정한 내 종들인 그들은 자기들의 희생으로 환상들을 만들어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환상들을 몰아낸다.
그들은 주제넘게 나서지 않고 사람들의 영혼들에게 하느님을 보여준다. 그들은 오로지 아버지의 뜻만을 행하고, 마치 앞에 가는 물결을 밀어주고, 뒤따라오는 물결을 끌어당기는 물결처럼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아버지의 뜻을 행하게 하고, 옥좌에 스스로 앉아서 ‘나를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참된 내 종들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들에게 말한 것을 행하고, 그들의 행동은 분명한 나의 평화, 친절, 질서의 표지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말할 수 있다. ‘내 종은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너희를 모른다. 죄의 일꾼들인 너희 모두는 나에게서 떠나라.’
이것이 그때 내가 할 말인데, 그것은 무서운 말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그리고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안전한 순종의 길을 따라 하늘나라의 영광을 향하여 나아가시오.
여러분의 전존재로 하느님을 찬미하며 여러분의 안식일 휴식을 즐기시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예수께서는 군중이 그늘을 찾아 흩어지기 전에 그들에게 강복하신다. 군중은 무리를 이루어 말하며 그들이 방금 들은 말씀에 대하여 논평한다.
예수께서는 그분의 사도들과 율법학자 요한과 함께 남아 계신다. 요한은 말하지는 않지만, 예수의 모든 몸짓들을 관찰하며 깊은 묵상에 잠겨 있다.
산상 설교가 모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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