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 복되신 동정녀의 복되신 별세
1951. 11. 21.
마리아께서는 그분께서 혼자 계시는 높은 옥상 위의 작은 방 안에서 온통 흰옷을 입고 계신다. 그분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도, 그분의 목덜미에서 채워져서 등으로 흘러내린 겉옷도, 그분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아주 얇은 베일도 모두 희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옷들과 그분께서 항상 보존해 오신 예수의 옷들을 정리하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가장 좋은 것들을 고르시는데, 그것들은 거의 없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옷들 중에서는 그분께서 칼바리아에서 입으셨던 옷과 겉옷을 꺼내시고, 그분의 아드님의 옷 중에서는 예수께서 여름날들에 입곤 하셨던 아마포 튜닉과 겟세마니에서 발견된 겉옷을 꺼내시는데, 그것에는 예수께서 그 무서운 시간에 흘리셨던 피와 피땀의 얼룩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분께서는 이 옷들을 정성스럽게 개키시고, 예수의 피로 얼룩진 겉옷에 입 맞추신 다음 궤를 향하여 가신다. 그 안에는 최후의 만찬과 수난의 유물들이 수집되어 수년 동안 보관되어 있다. 그분께서는 이 모든 것들을 한 칸, 즉 위 칸에 모아놓으시고, 옷들은 아래 칸에 넣으신다.
그분께서 궤를 닫고 계시는 동안에 요한은 옥상으로 소리 없이 올라와 그분께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보고 있다. 그는 그분께서 주로 아침나절을 보내시는 부엌에 여러 시간 동안 오시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가셔서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세요?”
요한이 갑자기 묻자 그분께서는 돌아보신다.
“나는 보존되어야 할 것들을 정돈했다. 모든 기념품들을… 그의 무한한 사랑과 고통을 증언하는 모든 것들을…”
“어머니, 당신께서는 왜 이 마음 아프게 하는 것들을 다시 보셔서 당신의 마음의 상처들을 다시 건드리십니까? 당신께서는 얼굴이 창백하고 손을 떨고 계시는군요… 당신께서는 그것들을 보시고 고통당하시는 겁니다.”
요한은 마치 그분께서 그렇게 수척해지시고 떨고 계시기 때문에 바닥에 쓰러지실까봐 그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분께로 다가가며 말한다.
“오! 아니다. 내가 수척해지고 떨고 있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다. 이것들이 내 상처들을 덧나게 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것들은 결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안에는 평화와 기쁨도 있는데, 그것이 지금처럼 완전한 적은 결코 없었다.”
“지금과 같은 적이 결코 없었다고요? 저는 알아듣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끔찍한 추억들로 가득한 이 물건들을 보기만 해도, 그 시간들의 고뇌가 되살아납니다. 그런데 저는 일개 제자에 지나지 않지만, 당신께서는 어머니신데요…”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어머니인 만큼 더 괴로워할 것이라는 뜻이지. 인간적인 관점으로는 네 말이 옳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는 그와 헤어져 있는 고통을 참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항상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의 존재와 그가 나와 가까이에 있는 것은 나의 지상낙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기꺼이, 평온하게 고통당했다. 왜냐하면 그의 모든 행동은 그의 아버지께서 원하신 것이었고,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항상 나에 대한 하느님의 뜻과 계획들에 순종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예수가 나를 떠날 때마다 나는 분명히 괴로웠고, 외로움을 느꼈었다. 그가 소년이었을 때 그가 성전의 박사들과 토론하려고 몰래 나를 떠났을 때 내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하느님만이 헤아리실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어머니인 나는 그가 나를 그렇게 떠난 것에 대하여 당연한 질문을 한 것 외에는 그에게 다른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가 선생이 되기 위하여 나를 떠났을 때에도 나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미 과부였었고, 몇 사람들만 빼놓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읍내에 혼자 있는 처지였다.
그리고 나는 카나의 혼인잔치에서의 그의 대답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것을 하도록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감히 제안하거나 부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제자들에 대한 의견과 어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한 부탁을 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가 자기에게 적대적이고, 죄 많은 세상에서 사는 것이 그에게 큰 고통이었기 때문에 나를 떠나 세상 안으로 갈 때 나는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돌아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 기쁨은 참으로 강렬하여 이별의 고통을 일곱 번씩 일흔 번 보상해주었다. 그의 죽음에 이어진 이별의 슬픔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죽은 자들로부터 일어나 나에게 나타났을 때 내가 느꼈던 기쁨을 내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그가 그의 아버지께로 승천했을 때 그 이별의 고통은 참으로 엄청나서 그것은 나의 지상생활이 마감될 때에야 끝날 것이다.
지금 나는 환호하고 있다. 내 고통이 엄청났던 것처럼 내 기쁨도 엄청나다. 왜냐하면 나는 내 삶이 완성되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나는 지상에서의 내 사명을 완수했다.
다른 사명, 즉 하늘에서의 사명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도 내 예수처럼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을 완수할 때까지 땅 위에 남겨두셨다. 그리고 나도 내안에서 은밀한 기쁨을, 예수가 그의 쓰라림으로 가득한 극도의 고통들 가운데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 때 느꼈던 그 은밀한 기쁨, 단 한 방울의 향유를 느꼈었다.”
“예수 안의 기쁨이요? 그 순간에요?”
“그렇다, 요한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하느님의 빛 속에서 살고, 영원하신 분께서 왕으로서의 그분의 비밀들 위에 덮으시는 베일들 아래 숨겨진 깊은 것들을 보는 영혼들은 이해할 수 있는 기쁨이다. 그 사건들로 인하여 가슴아파하고, 깜짝 놀라고, 내 아들과 함께 아버지께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나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시간에는 빛을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던 온 세상에서 빛이 꺼졌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꺼졌었다. 정당한 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공동 구속자(the Co-Redeemer)가되어야 하므로 나도 하느님의 위로들을 받지 못한다는 고뇌, 암흑, 황망함, 그가 말해왔던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가 더 이상 믿지 못하게 하려는 사탄의 유혹과 그가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의 영혼 안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을 나도 겪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는 이해했다. 영원히 부활한 빛이 나에게 나타났을 때 나는 이해했다. 모든 것을. ‘나는 아버지께서 내가 완수하기를 원하셨던 것을 다했다. 나는 나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위하여 죽을 정도로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의 한도를 채웠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내가 비록 죄 없는 내 육체 안에서는 갈기갈기 찢겼지만, 나는 내 영혼 안에서는 기쁘게 죽어가고 있다’고 그가 말할 수 있었을 때의 그리스도의 은밀한 극도의 기쁨도 느꼈다.
나도 영원으로부터(ab aeterno)내가 성취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던 모든 것을 성취했다. 구세주의 출산부터 그의 사제들인 너희의 완전한 형성을 위하여 너희를 도와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지금 교회는 형성되어 있고, 강하다. 성령께서 그것을 비추시고, 최초의 순교자들의 피가 그것을 결속시키고, 증식시키시며, 내 도움이 그것을 하느님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이 기르고 점점 더 강하게 하고, 그 안에서 증오, 악감정들, 질투, 중상, 사탄의 악한 식물들이 뿌리내리지 않는 거룩한 유기체로 만드는 데 협력해 왔다.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기뻐하시고, 너희가 그것을 내 입술로부터 듣기를 원하신다.
그분께서는 너희가 완전 안에서 자라고,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의 수와 가르침의 힘에 있어 자라기 위하여 사랑 안에서 계속 자라도록 내가 너희에게 말하기를 원하신다. 왜냐하면 예수의 가르침은 사랑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고, 예수의 생활과 내 생활도 항상 사랑에 의하여 인도되었고, 독려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도 물리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용서했다. 우리는 단 한사람만을 용서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증오의 노예가 되어 한없는 우리의 사랑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는 그가 죽기 전 마지막 고별사에서 너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너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너희가 서로에게 가져야 할 사랑의 척도를 주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해온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해라. 이것으로 너희가 내 제자들이라는 것이 알려질 것이다.’
교회가 살고 자라려면, 사랑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그 사제들 안에 사랑이 필요하다. 만일 너희가 너희의 온 힘을 다하여 서로 사랑하지 않고, 이와 마찬가지로 너희 형제들을 주님 안에서 사랑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열매 맺지 못할 것이고, 사람들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들과 하늘나라의 공동 상속자들의 지위로 회복시키는 것, 사람들의 초회복(超廻復, superrestoration))은 어렵고 빈약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임무수행을 돕기를 그치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시다. 그분의 모든 활동은 사랑의 활동이다. 창조로부터 강생(the Incarnation)에 이르기까지, 강생으로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 구속으로부터 교회의 설립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마침내 그것으로부터 모든 의인들이 주님 안에서 환호하도록 그들을 모아놓을 천상의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내가 너에게 이것들을 말하는데, 그 이유는 네가 사랑의 사도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이 그분의 말씀에 끼어든다.
“다른 사도들도 사랑하고, 서로 사랑합니다.”
“그렇다. 그러나 너는 출중하게 사랑하는 사도이다. 너희 각자는 그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너는 열두 사도들 중에서 항상 사랑이었고, 순결하고 초자연적인 사랑이었다. 아마, 아니다, 틀림없이 네가 그토록 순결하기 때문에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베드로는 항상 남자답고, 솔직하고, 충동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동생 안드레아는 자기의 형과는 반대로 과묵하고 소심했다. 네 형 야고보는 예수가 그를 천둥의 아들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충동적인 사람이었다.
예수의 형제인 다른 야고보는 의롭고 영웅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동생 알패오의 유다는 항상 고상하고 충실한 사람이었다. 다윗 가문의 특성이 그의 안에서 분명했다.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는 전통주의자들이었고, 열성당원 시몬은 신중한 사람이었고, 토마스는 평화로운 사람, 마태오는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고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쓰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가리옷의 유다는 아아! 그리스도의 양떼의 검은 양이었고, 예수의 사랑의 온기를 받은 뱀인 그는 항상 악마적인 거짓말쟁이였다.
그러나 온전히 사랑인 너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멀리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에게 나의 이 마지막 충고를 말해줄 수 있다. 너는 그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그들의 박해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사랑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라.
내가 영원한 사랑(the Eternal Love)의 정배로 선택되어 그리스도를 잉태할 자격을 얻을 정도로 하느님과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것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이 나에게 올지 즉시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제한 없이 하느님께 바쳤다. 예언자들이 내 마음 안에 있었고, 하느님의 빛은 그들의 말들을 나에게 매우 분명하게 만들어주었다.
따라서 나는 나의 천사에 대한 최초의 ‘피앗’1) ‘그대로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의 라틴어)부터 한 어머니가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에 나 자신을 봉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내 사랑에 한계를 만들어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랑이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힘, 빛, 위로 끌어당기는 자석이고, 그것이 불태우는 것을 정화시키고, 아름답게 만드는 불이어서, 그것이 끌어안는 사람들을 인간적인 것을 변화시키고 초인화한다는(transhumanising)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렇다. 사랑은 참으로 불꽃이다 그것은 썩을 것이 잔해이든, 쓰레기이든, 불쌍한 인간이든 그것을 파괴하여 그것으로 하늘에 어울리는 정화된 영으로 만드는 불꽃이다.
너희는 얼마나 많은 잔해들, 얼룩지고, 부식되고, 닳아빠진 사람들을 너희의 복음전도자들의 길들에서 만나겠느냐! 그들 중 아무도 업신여기지 말고 사랑하여, 그들이 사랑에 이르게 하고, 구원받게 해라. 그들 안으로 사랑을 부어주어라.
많은 경우에 아무도 그를 전혀 사랑하지 않거나 잘못 사랑했기 때문에 사람이 악하게 된다. 부디 그들을 사랑해라. 그리하여 성령께서 정화 후에 많은 것들이 비우고 더럽힌 그 성전 안에서 다시 와서 사실 수 있게 해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는 데 있어 천사나 엄선된 물질들을 취하지 않으셨다. 그분께서는 가장 무가치한 물질인 진흙을 취하셨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그것 안으로 그분의 입김을, 즉 그분의 사랑을 다시 불어넣으시어 무가치한 물질을 하느님의 양자의 숭고한 신분으로 고양시키셨다.
내 아들은 그의 길에서 오욕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잔해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들을 경멸적으로 짓밟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모으고 받아들여 하늘의 선택된 영혼들로 만들었다.
항상 그것을 너희 정신들 안에 간직해라.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해라. 내 아들의 모든 것, 행동들과 말들을 기억해라. 그의 친절한 비유들을 기억해라. 그것들을 살아라. 그것은 그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써라. 그리하여 그것들이 미래의 세대들을 위하여, 시간의 끝까지 남아 있게 하고, 그래서 그것들이 선의의 사람들이 생명과 영원한 영광을 얻는 데 길잡이로 이바지하게 해라. 분명히 너는 생명과 진리의 영원한 말씀의 빛나는 모든 말씀들을 되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그것들을 기록해라.
내가 구세주를 세상에게 주게 하려고 내 위에 내려오셨고, 너희에게도 첫 번째와 두 번째 내려오셨던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너희가 기억하도록 도우실 것이고, 너희가 군중들을 참 하느님께로 돌이키기 위하여 그들에게 말할 때에도 그렇게 해주실 것이다.
너희는 내가 칼바리아에서 시작했던 영적인 모성(spiritual maternity)을 지속하여 주님께 많은 자녀들을 낳아드릴 것이다. 또한 같은 성령께서는 재창조된 주님의 자녀들 안에서 말씀하시어 그들을 굳세게 해주실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스테파노와 야고보, 내 야고보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했듯이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하여 하늘나라에 있는 그와 합류하기 위하여 고통들 가운데에서 죽고, 귀양살이와 박해들을 겪는 것이 유쾌할 것이다… 네가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될 때 이 궤를 보존해라.”
요한은 마리아께서 그분의 사명이 성취되었다고 느꼈다고 말씀하신 이래 그가 얼굴이 하얘졌던 것보다 훨씬 더 창백해지고, 심란해하며, 소리 질러 그분의 말씀에 끼어들며 묻는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당신께서는 몸이 편찮으십니까?”
“아니다, 나는 건강하다.”
“그럼 당신은 저를 떠나시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다. 나는 땅 위에 있는 한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요한아, 너는 네가 혼자 있을 것을 준비해라.”
“그럼 당신께서는 몸이 편찮으신데, 그것을 저에게 숨기기를 원하시는군요!”
“아니다. 내 말을 믿어라. 나는 지금처럼 건강하고 평화롭고 기쁘게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큰 환희와 너무 충만한 초자연적인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나는 내가 계속 사는 동안에 그것을 견디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나는 영원하지 않다. 너는 이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내 영혼은 영원하다. 내 몸은 그렇지 않다. 내 몸은 모든 사람의 몸처럼 죽게 되어 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당신께서는 돌아가실 수 없고, 돌아가셔도 안 됩니다! 당신의 티 없는(immaculate) 몸은 죄인의 몸처럼 죽을 수 없습니다!”
“요한아, 네 생각은 틀렸다. 내 아들은 죽었다! 그리고 나도 죽을 것이다. 나는 질병, 임종의 고통, 죽음의 경련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한 나는 죽을 것이다.
어쨌든 아들아, 만일 내가 소원을 가지고 있다면, 전적으로 내 소원이고, 나만의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내 첫 번째 강력한 소원이고, 전적으로 나만의 것인 소원이다. 나는 이것이 최초의 내 뜻(My first will)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다른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대한 내 뜻의 동의에 불과했다. 동정녀로 있겠다는 뜻도 하느님께서 어린 소녀인 내 마음에 넣어주신 하느님의 뜻이었고, 요셉과의 내 결혼도 그분의 뜻이었고, 내가 동정녀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것도 그분의 뜻이었다. 내 일생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의하여, 그리고 그분의 뜻에 대한 내 순종에 의하여 행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 소원, 예수와 결합하기를 원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뜻이다. 땅을 떠나 하늘로 가서 영원히 그리고 끊임없이 예수와 함께 있는 것 말이다! 이것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의 내 소원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바야흐로 그것이 실현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다.
요한아,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고, 내 마지막 소원들을 들어라. 내 몸이 생명을 주는 영혼을 잃고 평화롭게 누워 있을 때 나에게 히브리인들의 관례적인 방부처리를 하지 마라. 왜냐하면 잘 생각해보면 나는 더 이상 유다 여인이 아니고, 그리스도인, 최초의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안에 그리스도를, 그의 살과 피를 가졌던 최초의 사람이었고, 그의 첫 번째 제자였고, 그와 함께 공동 구속자였고, 여기서 그의 종들인 너희 가운데에서 그의 계승자였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와 내 출생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빼놓고는 어떤 살아 있는 사람도 내 몸을 보지 못했다. 너는 자주 나를 ‘하느님의 말씀이 들어 있는 살아 있는 궤’ 라고 불렀다.
지금 너는 궤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대사제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너는 사제이고, 성전의 대사제보다 훨씬 더 거룩하고, 더 깨끗하다. 그러나 나는 영원한 대사제만이 적시에 내 몸을 보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내 몸을 건드리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알겠느냐? 나는 이미 나 자신을 깨끗하게 했고, 깨끗한 옷을, 영원한 혼례식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너는 왜 울고 있느냐, 요한아?”
“왜냐하면 고통의 폭풍우가 제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당신을 막 잃으려 한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당신 없이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 생각에 제 가슴이 조각조각 찢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이 슬픔을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너는 그것을 견뎌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도와주셨던 것처럼 너를 도와서 살게 해주실 것이고, 오랫동안 살게 해주실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그분께서 나를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골고타와 올리브 동산에서 예수가 죽었을 때와 승천했을 때 나는 이사악이 죽었듯이 죽었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너를 도와서 살게 해주실 것이고, 내가 전에 너에게 말해준 것을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기억하게 해주실 것이다.”
“오! 저는 기억하겠습니다. 모든 것을요. 그리고 저는 당신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당신의 몸에 대해서도요. 저는 히브리 의식들이 그리스도인이신 당신께는, 지극히 깨끗하신 당신께는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당신께서는 육체의 부패를 겪지 않으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당신께서는 원죄로부터 면제되셨고, 더군다나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신 것 외에도 당신께서는 은총 자체이신 말씀(the Word) 당신 안에 모셨던 까닭에, 그 두 가지 이유 모두로 인하여 당신께서는 그분의 가장 참다운 유물이시기 때문에 당신의 몸은 어떤 죽을 몸과도 달리 신성화되어 모든 죽은 육체의 분해(the decomposition), 부패(the rottenness)를 경험하실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당신에게, 당신 안의 하느님의 마지막 기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당신의 현재의 모습으로 보존되실 것입니다…”
“그럼 울지 마라!”
마리아께서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사도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시며 외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 덧붙이신다.
“만일 내가 지금 내 모습대로 보존된다면, 너는 나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근심하지 마라!”
“설사 당신께서 부패하지 않고 남아 계신다 해도, 저는 똑같이 당신을 잃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마치 제가 슬픔의 폭풍우에 붙들려 있는 것처럼 느낍니다. 저를 부수고 쓰러뜨리는 폭풍우 말입니다.
당신께서는 저의 모든 것이셨습니다. 특히 제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혈육과 사명에 의한 다른 형제들이 멀리 떠나가고, 사랑하는 마르지암마저 베드로가 데려갔을 때부터는 더 그렇습니다. 지금 저는 혼자 남겨질 터인데, 가장 강력한 폭풍우에 휘말려 있습니다!”
요한은 훨씬 더 비통하게 울며 마리아의 발 앞에 엎드린다.
마리아께서는 그의 위로 상체를 숙이시고 흐느낌들로 인하여 흔들리는 그의 머리에 그분의 한 손을 얹으시며 그에게 말씀하신다.
“아니다. 그러는 게 아니다. 너는 왜 나를 슬프게 하느냐? 너는 십자가 아래서도 참으로 굳세었었다. 그것은 예수의 순교의 잔혹함으로 인해서도, 그리고 백성들의 악마적인 증오로 인해서도 비할 데 없이 끔찍한 광경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너는 그때 그와 나를 위로해주는 데 있어 그토록 강인했었는데, 오늘은 반대로 이토록 평화롭고 고요한 이 안식일 저녁에 내가 예감하고 있는 임박한 행복으로 환호하고 있는 내 앞에서 그렇게도 어지러워하느냐?
진정해라. 우리 주위와 내 안에 있는 것을 훨씬 더 본받아라. 모든 것이 평화롭다. 너도 평화로워져라. 올리브나무들만이 그것들의 부드러운 살랑거림으로 이 시간의 절대적 고요를 깨고 있다. 그러나 이 부드러운 소리는 참으로 유쾌하여 집 주위에서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마도 그들은 실제로 여기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내 생애의 특별한 순간에 있을 때 한 명이나 여러 명의 천사들이 항상 내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내 동정의 태에 아기를 잉태하게 하셨을 때 그들은 나자렛에 있었고, 요셉이 내 상태로 인하여, 나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지러워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그들은 그와 함께 있었다.
베들레헴에서는 예수가 태어났을 때와 우리가 이집트로 피난해야 했을 때 첫 번째와 두 번째 왔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팔레스티나로 돌아오라고 명령했을 때, 그리고 천사들의 왕 자신이 부활하자마자 나에게 왔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안식일 다음날 아침 경건한 여인들에게 나타나 그들에게 너와 베드로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라고 명령했다. 천사들과 빛은 항상 나와 예수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들에 함께 했다.
빛과 열렬한 사랑이 하느님의 어좌로부터 그분의 여종인 나에게로 내려오고, 내 마음으로부터 내 왕이시자 주님이신 하느님께로 올라가 나를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그분을 나에게 결합시켜, 이루어져야 한다고 쓰인 것이 이루어지게 했고, 하느님의 비밀들 위에 펼쳐진 빛의 베일을 만들어, 사탄과 그의 종들이 강생의 숭고한 신비의 성취를 적절한 때 전에 알지 못하게 했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비록 그들을 보지는 못하지만, 천사들이 내 주위에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한 빛(a Light)이, 지속 불가능한 빛이 내가 그리스도를 잉태했을 때, 그를 세상에 낳아주었을 때 나를 감쌌던 것과 같은 빛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느낀다. 여느 때보다 더 강렬한 사랑의 충동으로부터 오는 빛이. 나는 이와 비슷한 사랑의 힘을 통하여 때가 되기 전에 말씀(the Word)을 하늘로부터 낚아채 그가 사람(the Man), 구속자가 되게 했다.
나는 오늘 저녁에 나에게 엄습해오는 것과 비슷한 사랑의 힘을 통하여 하늘이 나를 붙잡아 내가 내 영과 함께 가기를 갈망하는 곳으로 데려가 그분께서 그분의 여종인 나에게 해주신 일들에 대하여 그분께 내 불멸의 '마니피캇'2)magnificat::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루카1,46―55)을 성인들과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란다.”“아마 당신께서는 당신의 영혼으로만 가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땅도 그 민족들과 나라들과 함께 당신께 화답하고, 세상의 끝까지 당신을 찬미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비록 은밀하지만 토비야가 당신에 대하여 예언하였듯이 말입니다. 왜냐하면 지성소가 아니라 진정 당신께서 당신 안에 주님을 모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당신 혼자서 시대들을 통틀어 모든 대사제들과 성전의 다른 모든 사제들이 드리지 못했을 만큼 많은 사랑을 그분께 드리셨습니다. 열렬하고 지극히 깨끗한 사랑을요. 그것으로 인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지극히 복되게 만드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내 유일한 소원, 내가 원하는 유일한 것을 만족시켜주실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것이 내 아들이자 하느님이신 분의 사랑처럼 거의 같은 완전할 정도로 온전할 때에는 모든 것을, 인간적인 관점으로는 얻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얻어내기 때문이다.
요한아, 그것을 기억하고 네 형제들에게도 말해주어라. 사람들은 너희를 몹시 거스를 것이다! 너희는 갖가지 장애물들로 인하여 실패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될 것이고, 박해자들에 의한 학살들과, 가리옷 사람 같은 도덕성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의 배교들이 너희의 영혼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사랑해라.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비례하여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도우실 것이고 너희로 하여금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이기게 하실 것이다. 세라핌처럼 되면 모든 것을 얻게 된다.
그때 하느님에 의하여 우리 안에 불어넣어진 그분의 숨결인 이 기묘하고 영원한 것, 즉 영혼은 하늘을 향하여 돌진하여 불꽃처럼 하느님의 옥좌의 발치에 떨어져서 말하고, 하느님께 그 말이 수용되게 하여, 그것이 원하는 것을 전능하신 분에게서 얻어낸다. 만일 사람들이 옛 율법에 의하여 규정된 것처럼 내 아들이 사랑했고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가르친 것처럼 사랑할 줄 안다면, 그들은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사랑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내가 땅 위에 있기를 멈출 것이라고 느낀다. 그가 고통이 지나쳐서 죽었던 것처럼 나는 사랑이 지나쳐서 죽을 것이다. 좋다! 내 사랑의 수용능력의 정도는 가득 찼다.
내 영혼과 내 육체는 더 이상 그것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사랑은 그것으로부터 넘쳐흐르고, 그것은 하늘을 향하여, 하느님을 향하여, 내 아들을 향하여 나를 가라앉히고, 동시에 들어올린다.
그의 목소리는 나에게 말한다. ‘오세요! 나오세요! 우리의 옥좌를 향하여, 우리 삼위의 포옹을 향하여 올라오세요!’
땅과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하늘로부터 나에게로 오는 밝은 빛 안에서 사라진다! 소음들은 이 하늘의 목소리에 눌려서 들리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요한아, 내가 하느님과 포옹할 순간이 왔다!”
요한은 여전히 약간 불안해하면서도 마리아의 말씀을 들으며 다소 진정되었었다. 그분의 말씀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분을 넋을 잃고 쳐다보며, 그분의 얼굴처럼 창백해져 그도 거의 탈혼 상태인 것 같다. 마리아의 창백함이 천천히 지극히 하얀 빛으로 변하자 그는 그분에게 달려가 그분을 부축하며 외친다.
“당신께서는 예수께서 타보르 산 위에서 변모하셨을 때의 그분과 같으십니다! 당신의 육체는 달처럼 빛나고 있고, 당신의 옷들은 아주 하얀 불꽃 앞에 놓인 금강석 판처럼 밝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십니다! 육체의 무거움과 불투명성은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빛이십니다! 그러나 당신은 예수가 아니십니다. 그분께서는 사람이실 뿐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저기 타보르 산 위에서도, 이곳 올리브 동산에서 하늘로 올라가실 때에도 그분 홀로 서계실 수 있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서계실 수 없습니다. 오십시오. 제가 당신을 도와 당신의 지친 복되신 몸을 당신의 작은 침대에 눕혀드리겠습니다. 쉬십시오.”
그가 다정하게 초라한 침대를 향하여 그분을 모시고 가자, 마리아께서는 겉옷도 벗지 않으시고 침대에 누우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양팔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 얹고 그분의 다정한 두 눈을 감으며 그분에게로 상체를 숙이고 있는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계신다. 내가 그분을 관상하고 그분의 포옹을 느끼는 동안, 특히 이 시간에 나에게 어울리는 시편들과 성경의 다른 어떤 페이지들을 읽어라. 지혜의 성령께서 그것들을 너에게 가리켜주실 것이다.
그 다음에 내 아들의 기도를 암송하고, 알리는 대천사의 말들과 엘리사벳이 나에게 했던 말들을 되풀이해주고, 내 찬미의 노래도 되풀이해다오… 나는 땅 위에서 아직 나에게 남아있는 힘을 가지고 너를 따라하겠다…”
요한은 그의 마음에서 올라오는 울음과 싸우고, 그를 어지럽히는 감정을 제어하려고 애쓰며, 여러 해가 흐르는 동안 예수의 목소리와 아주 흡사하게 된 매우 아름다운 자기의 목소리로 시편 118편 3)시편 119편)을 암송하기 시작한다. 마리아께서는 그것을 알아차리시고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나는 내 예수를 옆에 두고 있는 것 같구나!”
그는 시편 제118편을 거의 다 암송하고, 그 다음에는 제41편의 처음 세절과 38편의 처음 여덟 절, 제22편과 제1편을 암송한다. 그 다음에 그는 주님의 기도, 가브리엘과 엘리자벳의 말들, 토비야의 찬미가, 집회서 24장 11절부터 34절까지를 암송한다. 그는 끝으로 ‘마니피캇’을 암송한다.
그러나 9절에 이르렀을 때 그는 마리아께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마치 그분께서는 생명이 멈추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신 것처럼 미소 지으시며 평화롭게 그분의 자연스러운 자세와 모습을 지니고 계신다.
요한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외치며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침대 가에 기대어 마리아를 부르고, 또 부른다. 그는 그분께서는 더 이상 자기에게 대답하실 수 없다는 것, 그분의 몸에는 지금 생명을 주는 영혼이 없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증거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는 여전히 초자연적인 기쁨의 표정으로 굳어지신 그분의 얼굴 위로 몸을 숙인다. 그의 두 눈으로부터 그 다정한 얼굴과 부드럽게 십자 모양으로 가슴에 포개진 깨끗한 손들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것은 마리아의 몸을 씻는 유일한 목욕이다. 사랑의 사도이자 예수의 뜻에 따라 그분의 양자인 사도의 눈물이.
처음의 격렬한 고통이 지나간 다음에 요한은 마리아의 소원을 기억하고, 작은 침대의 가장자리들에 흘러내린 그분의 넓은 겉옷 자락들을 집어 들고, 베개로부터 흘러내린 베일의 자락들도 집어 들어 겉옷 자락은 그분의 몸 위에 펼쳐놓고, 베일 자락은 그분의 머리 위에 펴놓는다.
마리아께서는 지금 석관의 덮개 위에 놓여 있는 흰 대리석상과도 같으시다. 요한은 한참동안 그분을 들여다보는데, 그가 그렇게 보고 있는 동안 그의 두 눈으로부터 더 많은 눈물이 떨어진다.
그 다음에 그는 모든 불필요한 가구를 옮겨 방을 재배치한다. 그는 침대와 벽에 기대 있는 작은 탁자만을 그대로 두고, 탁자 위에 유물들을 얹어놓는다. 그는 스툴 하나를 옥상 정원 쪽으로 나 있는 문과 마리아께서 누워 계시는 침대 사이에 놓는다. 지금 어두워지기 시작하므로 그는 선반 위에 놓여 있는 등잔에 불을 켠다.
그러고 나서 그는 서둘러 겟세마니 동산으로 내려가 가능한 한 많은 꽃들과 올리브 열매가 맺혀 있는 올리브 가지들을 꺾는다. 그는 작은 방으로 다시 올라가 등잔 불빛을 받으며 꽃과 가지들을 마리아의 시신 주위에 늘어놓는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화관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는 동안에 그는 마치 마리아께서 여전히 그의 말을 들으실 수 있는 것처럼 침대 위의 몸에게 말한다.
“당신께서는 항상 골짜기의 백합꽃, 우아한 장미꽃, 아름다운 올리브나무, 열매 맺는 포도원, 거룩한 밀 이삭이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당신의 향기들을 주셨고, 생명의 기름과 건강한 사람들의 포도주, 그것을 합당하게 먹는 사람들의 영혼을 죽음으로부터 보존해주는 빵을 주셨습니다.
이 꽃들은 당신처럼 소박하고 깨끗하고, 당신처럼 가시들로 장식되어 있어 여기 당신의 주위에서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지금 이 등잔을 더 가까이 놓읍시다. 이렇게 당신의 침대 가까이요. 그래서 이것이 당신을 보살펴드리게 하고, 제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제가 바라고 있는 기적들 중 적어도 하나와 제가 기도하는 당신의 성취를 기다리는 동안에 제 친구가 되게 하겠습니다.
첫째 기적은 베드로의 소원대로 그와 다른 사도들이 당신을 다시 한 번 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니코데모의 하인을 시켜 그들에게 기별하겠습니다.
둘째 기적은 당신께서는 모든 면에서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운명을 가지셨으니 저를 두 번 고아로 내버려두시지 않기 위하여 그분처럼 셋째 날 안에 일어나시는 것입니다.
셋째 기적은 저는 당신과 같지 않았던 라자로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당신께도 일어나기를 바라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저에게 평화를 주시라는 것입니다.
왜 그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습니까? 야이로의 딸도, 나인의 젊은이도, 테오필로스의 아들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때는 선생님께서 행하셨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분께서는 비록 보이시지는 않지만,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그리스도에 의하여 다시 일어난 사람들처럼 병으로 돌아가시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정말로 돌아가셨습니까? 모든 사람이 죽는 것처럼 돌아가셨어요? 아닙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느낍니다. 당신의 영혼은 더 이상 당신 안에, 당신의 몸 안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면에서 우리는 그것이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별세(passage)가 일어난 방식으로 보아 저는 이것은 죄 없고 은총이 가득한 당신의 영혼과 지극히 깨끗하고 동정인 당신의 몸의 일시적인 이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림없이 그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리고 언제 그 재결합이 이루어지고, 생명이 당신께 돌아올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저는 참으로 이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분의 말씀으로나 그분의 행동으로 당신의 운명에 대한 진실을 저에게 보여주실 때까지 저는 여기 당신 곁에 남아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정리한 요한은 등잔을 작은 침대 가까이 바닥에 내려놓고 스툴에 앉아 그 위에 누워 계시는 몸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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