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 베드로가 요한과 대화하다
1951. 11. 4.
베드로와 요한은 중천에 높이 떠 있는 보름달이 환히 비추는 시몬의 집 옥상에 있다. 그들은 모든 문들이 닫혀 있고 조용한 라자로의 집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들은 옥상 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토론은 더 활발해지고, 처음에는 억제되었던 그들의 목소리들이 더 높아지고 아주 분명해진다.
베드로가 주먹으로 난간을 치며 외친다.
“그런데 자네는 우리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나? 나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네에게 말하고 있네. 그러니 내 말을 듣고 고집부리지 말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좋아. 이건 비겁하고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교회에 해가 될 몰살을 피하기 위해서야. 지금 그자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네. 나는 그것을 알아챘어.
그리고 니코데모도 내 말이 맞는다고 확인해주었어. 우리가 왜 베타니아에 남아 있을 수 없었나?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어. 이제 이 집이나 니코데모의 집이나 니까의 집이나 아나스타시카의 집에 머무르는 것이 어째서 더 신중하지 못한가? 항상 똑같은 이유 때문이야. 지도자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교회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심지어 지옥도 교회를 멸망시키지 못할 것이고,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여러 번 확언하셨어.”
요한이 그에게 대답한다.
“그것은 사실이야. 지옥이 그리스도를 이기지 못했던 것처럼 그것은 교회를 이기지 못할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이길 거야. 그자들이 사람-하느님을 이긴 것처럼 말이야. 그분께서는 사탄을 이기셨지만, 사람들에게 승리를 거두실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이기기를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야. 그분께서는 구속하셔야 했고, 그래서 돌아가셔야 했어. 그런 죽음으로 말이야. 그렇지만 만일 그분께서 그들을 이기기를 원하셨다면! 그분께서 얼마나 여러 번 그들이 그분께 쳐놓은 온갖 종류의 덫들을 피하셨나!”
“교회에게도 덫들은 놓일 거야.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을 거야. 만일 우리가 아주 신중하게 처신하여 그분의 모든 계급의 사제들을 그분의 첫째 사제들인 우리가 많이 만들어내고, 그들의 직무를 위하여 준비시키기 전에 현재의 지도자들의 몰살을 막는다면 말이야.
자네 자신을 속이지 말게, 요한!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사제들, 산헤드린 위원들은 목자들을 죽여서 양떼를 흩어지게 하려고 모든 것을 다하고 있네. 아직은 약하고 겁 많은 양떼를 말이야. 특히 팔레스티나의 이 양떼를.
많은 어린양들이 목자들이 될 때까지 우리는 이 양떼를 목자들 없이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네. 자네도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는지 보아왔네. 세계의 얼마나 큰 부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그분의 명령은 분명했네. ‘가서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것을 지키도록 그들을 가르쳐라.’
그리고 그분께서는 호숫가에서 세 번 나에게 그분의 양들과 그분의 어린양들을 치라고 명령하셨고, 내가 늙었을 때에만 내 피와 내 목숨으로 그리스도를 고백하기 위하여 묶여서 끌려갈 것이라고 예언하셨어.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일 내가 라자로의 죽음 전의 그분의 말씀들 중의 하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나는 로마로 가서 그곳에 불멸의 교회를 세워야 하네.
그리고 그분 자신께서도 그분의 복음전파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프라임으로 물러가는 좋겠다고 판단하지 않으셨나? 그분께서는 정확한 순간이 되어서야 유다로 돌아와 체포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어. 그분을 본받세. 아무도 라자로, 마리아, 마르타가 겁 많은 사람들이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어. 그들은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도 여기서는 유다인들에 의해서 질식했을 그분의 하느님의 말씀을 다른 곳에서 전하려고 이곳으로부터 떠난 것을 자네도 알지.
주님께서 그분의 대사제로 선택하신 내가 결정했네. 그리고 나와 함께 다른 사람들, 사도들과 제자들도 똑같이 결정했어. 우리는 흩어질 거야. 어떤 사람들은 사마리아로 어떤 사람들은 큰 바다 쪽으로, 어떤 사람들은 페니키아로, 시리아로, 섬들로, 그리스로, 로마제국으로 점점 더 멀리 가야 하네.
만일 여기 이 지방들에서 가라지와 유다인들의 독이 주님의 밭들과 포도밭들을 열매 맺지 못하게 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밭들과 다른 포도밭들에 다른 씨들을 뿌려, 수확이 있을 뿐만 아니라 풍성한 수확이 있게 하세. 만일 이 지방들에서 유다인들의 증오가 물들을 중독시키고, 그것들을 감염시킨다면 영혼들의 어부인 나와 내 형제들이 주님을 위하여 영혼들을 낚을 수 없게 된다면, 다른 물들로 가세. 우리는 신중함과 동시에 영악해야 하네. 내말을 믿게, 요한.”
“자네의 말이 옳아. 그러나 나는 마리아를 위하여 고집할 거야. 나는 그분을 내려둘 수도 없고, 내버려두어서도 안 돼. 우리 둘 다 너무 괴로울 거야. 그리고 그것은 내 편에서 악한 짓일 거야…”
요한이 대답한다.
“자네는 남아 있게. 그리고 그분께서도 남아 계시게 하고. 왜냐하면 그분을 여기서 억지로 떼어내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마리아께서는 결코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나는 나중에 자네들과 합류하겠네. 그분께서 더 이상 땅 위에 계시지 않을 때.”
“자네는 올 거야. 자네는 젊어… 자네에게는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아 있어.”
“그리고 마리아께서 사실 날은 아주 짧게 남아 있고.”
“왜? 혹시 그분께서 병드시고, 고통당하시고, 연약하신가?”
“오! 아니야! 세월과 고통들은 그분에게는 아무런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분께서는 모습과 영혼이 항상 젊으셔. 훨씬 더 평온해지셔서 나는 복되시다고 말하겠어.”
“그렇다면 자네는 왜 그렇게 말하나…”
“왜냐하면 그분의 아름다움과 기쁨이 활짝 피어나는 것은 그분께서 그분의 아드님과 재결합하실 때가 이미 임박했음을 느끼고 계신다는 징표라는 것을 내가 깨닫기 때문이야. 완전한 재결합 말이야. 왜냐하면 영적인 재결합은 결코 멈추지 않았으니까.
나는 하느님의 신비들의 베일을 들추지는 않겠네. 그렇지만 나는 그분께서는 날마다 영광스러운 모습을 하고 계시는 그분의 아드님을 보신다고 확신하네. 그런데 그것은 그분의 지복이야. 나는 아드님을 관상하심으로써 어머니의 영혼이 비추어지고, 그래서 그분께서는 하느님께서 미래를 아시듯이 모든 미래를 아실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분 자신의 미래도 말이야.
그분께서는 여전히 그분의 육체를 가지고 땅 위에 계시지만, 나는 실수한다는 두려움 없이 그분의 영혼은 거의 언제나 하늘에 있다고 거의 말할 수 있네. 그분의 하느님과의 결합은 참으로 강해서, 나는 내가 그분께서 그분의 태중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을 때처럼 그분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한다 해도 내가 불경스러운 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그보다 훨씬 더하네. 말씀(the Word)께서 예수 그리스도가 되시려고 마리아와 결합하신 것처럼, 지금 마리아께서는 참으로 그리스도와 긴밀하게 결합하여 새 인성, 예수 자신의 인성을 취하심으로 인하여 제2의 그리스도가 되실 정도야. 만일 내가 말하는 것이 이단이라면, 하느님께서 내 실수를 알려주시고, 그것을 용서해주시기를.
그분께서는 사랑 안에서 살고 계시네. 이 사랑의 불이 그분을 불타오르게 하고, 그분에게 영양을 공급해주고, 그분을 비추어주네. 그리고 그 사랑의 불은 정해진 순간에, 그분께 어떤 고통도 드리지 않고, 그분의 육체의 부패 없이 그분을 우리에게서 유괴해가시기도(abduct) 할 걸세… 우리만이 슬퍼할 거야… 특히 내가…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선생님, 우리의 인도자, 우리의 위로자를 가지지 못할 거야… 그러면 나는 정말로 외톨이가 될 거야…”
그리하여 울음을 참느라고 이미 목소리가 떨리고 있던 요한은 그가 십자가의 발치 아래서와 무덤에서도 결코 경험해보지 않았을 만큼 가슴이 미어지는 흐느낌의 발작에 사로잡힌다. 베드로도 더 조용하기는 하지만 울기 시작한다. 그는 울먹이는 소리로 그분께서 임종하실 때나 아니면 적어도 장례식에는 자기가 참석하게 해줄 수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한에게 애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하겠어.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많이 의심스러워. 무언가가 내 안에서 마치 엘리야가 불 수레에 태워져 하늘의 소용돌이에 의하여 유괴되었던 것처럼 그분께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해. 내가 그분의 임박한 별세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분께서는 이미 그분의 영혼과 함께 하늘에 계실 거야.”
“그렇지만 적어도 그분의 육체는 여기 남아 있겠지. 선생님의 육체도 남아 계셨으니까! 그분께서는 하느님이신데도 말이야!”
"선생님께서 그렇게 되시는 것은 필요했어. 그렇지만 어머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선생님께서는 그분의 부활로 유다인들의 중상이 거짓이라고 논박하셔야 했고, 십자가 위에서의 그분의 죽음으로 인하여 의심스러워하거나 심지어 반대하게 된 세상을 그분의 발현들로 설득하셔야 했어.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그러실 필요가 없어. 그러나 만일 내가 할 수 있다면, 나는 자네에게 알려주겠네. 내 대사제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내 형제인 베드로, 잘 가게. 나는 어머니께로 돌아가겠네. 그분께서는 틀림없이 나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 말이야. 하느님께서 자네와 함께 계시기를.”
“그분께서 자네와도 함께 계시기를. 그리고 나를 위하여 기도해달라고 마리아께 말씀드리고, 재판이 있었던 날 밤에 내가 비겁했던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나를 용서해달라고 말씀드리게. 그것은 내 마음에서 지울 수 없고, 나에게 평화를 주지 않는 추억이야…”
베드로의 두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가 결론짓는다.
“그분께서 나에게 어머니가 되어주셨으면 좋겠네. 불행한 탕자에게 사랑의 어머니가 되어주셨으면…”
“내가 그분께 말씀드릴 필요도 없어. 그분께서는 혈육의 어머니보다 자네를 더 사랑하시네. 그분께서는 자네를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하느님의 어머니의 사랑으로 사랑하시네. 그분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죄를 지은 유다도 용서하려고 하셨는데, 자네를 용서하지 않으셨겠는지 생각해보게! 형제, 자네에게 평화 있기를. 나는 가겠네.”
“자네가 허락한다면, 나도 자네를 따라가겠네. 나는 다시 한 번 그분을 뵙고 싶어.”
“가세. 나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겟세마니로 들어가는 길을 알고 있네.”
그들은 길을 떠나 빠른 걸음으로 말없이 예루살렘을 향하여 간다. 그러나 그들은 시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쪽으로 올리브 동산에 이르는 위쪽 길을 따라 간다. 그들이 올리브 동산에 이르렀을 때 이미 동이 튼다. 그들은 겟세마니 안으로 들어가 작은 집 쪽으로 내려간다.
옥상에 계시는 마리아께서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시고 기쁨의 함성을 지르시며 그들을 맞이하러 내려오신다.
베드로는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려 얼굴을 땅에 대고 그분께 말한다.
“어머니,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무엇을 말인가? 자네는 혹시 무슨 죄를 지었나? 나에게 모든 것을 계시하시는 분께서는 자네가 신앙에 있어 그의 훌륭한 후계자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기만 하셨는데. 나는 자네가 때로 충동적이기는 하지만 의로운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네. 그러니 내가 자네의 무엇을 용서해주어야겠나?”
베드로는 울며 침묵한다.
요한이 설명한다.
“베드로는 성전의 마당에서 예수님을 부인했던 것으로 인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야. 그건 다 지워졌네, 베드로. 예수가 혹시 자네를 꾸짖었나?”
“오! 아닙니다!”
“그가 자네를 그전보다 덜 다정하게 대하던가?”
“아닙니다. 전혀요. 반대로!…”
“그가, 그리고 그와 함께 내가 어떻게 자네를 이해했고, 용서했는지를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저는 항상 똑같은 바봅니다.”
“그럼 가서 안심하고 있게. 내가 자네에게 말하겠는데, 우리 모두는, 자네들과, 나와, 다른 사도들과, 부제들은 함께 하늘에서 사람-하느님 가까이에 있게 될 걸세.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으로 자네를 축복하네.”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가말리엘에게 하셨던 것처럼 베드로의 머리에 그분의 양손을 얹으시고 그 위에 십자성호를 그으신다.
베드로는 몸을 숙여 그분의 발에 입 맞춘 다음에 일어서는데, 그는 전보다 훨씬 더 차분하다. 그는 여전히 요한과 함께 높은 대문으로 돌아와 그것을 지나 떠나간다. 그 동안에 요한은 출입문을 잠그고 마리아께로 돌아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 > 영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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