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24-25권

천상의책 25권10장. 성체 감실과 하느님의 뜻 감실

Skyblue fiat 2022. 12. 22. 00:03

 

 

천상의책 25권 

10장

 

성체 감실과 하느님의 뜻 감실

1928년 12월 2일


 

1 예수님의 부재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나는 그분 없이 혼자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저 '하늘'을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다.
- 오! 하늘이시여, 언제 저에게 문을 열어 주시렵니까? 언제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렵니까? 귀양살이 중인 이 작은 자를 언제 다시 아버지의 나라로 데려가시렵니까?

2 아! 그렇다! 오직 거기에서만 예수님 없이 지내는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분께서 나타나실 때에도 -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그분을 모시고 있으리라 싶어질 때에도 - 번갯불이 번쩍하듯 그 모습을 감추신다. 그러니 그분 없이 먼 길을 혼자 가지 않을 수 없어진다.

 

3 한데 예수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내게는 모든 것이 비통으로 바뀐다. 그분 없이는 매우 거룩한 일들, 곧 기도와 성사들도 순교적인 심한 고통이 된다. 그러므로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4 '이처럼 서로 침묵 중에 머무른다면, 예수님께서 나를 당신 사랑의 감실 가까이에 와 있도록 허락하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거룩하신 피앗'에 대한 가르침을 더 이상 주시지 않고 되레 더 깊이 숨어 계신 것 같지 않은가?

5 이전에는 내 마음 깊은곳에서 가르침을 주시고, 가르치고 또 가르쳐도 언제나 또 가르칠 것이 있어 보이시더니, 지금은 깊은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나의 내면에 들리는 소리는 다만, '영원하신 의지의 빛의 바다'가 내는 계속적인 소리뿐인데, 이는 사랑과 흠숭과 영광에 대해 말하면서 만물과 만인을 싸안는 소리다.'

6 그러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무렵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 아주 잠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마음 깊은 데서 내 '거룩한 뜻의 빛의 바다' 의 물을 움직이는 것은 나다. 내가 언제나 언제나 소리를 내고 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에게서 내 뜻의 나라를 얻어 내어 땅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7 너는 나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따르지 않으면 나 혼자 그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하지 않고 나를 혼자 있게 할 때가 올 것이다. 내 '피앗'이 몸소 너를 그 자신 안에 가라앉아 있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8 아! 너는 너 자신이 '거룩한 뜻의 감실'임을 알지 못하느냐? 이 나의 감실을 만들려고 내가 네 안에서 너무나 많은 일을 하지 않았느냐? 또 너무나 많은 은총을 네 안에 쏟아 붓지 않았느냐? 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감실이니 그렇게 불려도 무방하다.

9 성체 감실이 꽤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내 뜻의) 감실에서는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 뜻의 무한대한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데다 영구한 동반자도 있으니 말이다.

10 나는 (그 동반자인) 너에게 어떤 때에는 선생으로서 하늘의 가르침을 주고, 어떤 때에는 내 사랑과 고통을 토로하고, 어떤 때에는 잔치를 베풀어 너와 함께 즐긴다. 그러니 기도하든 고통을 겪든 흐느껴 울든 잔치를 베풀든 혼자 있는 법 없이 늘 내 '거룩한 뜻의 작은 딸'과 함께 있다.

11 그리하여 나는 큰 영예와 더없이 아름다운 것을 차지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복이 이것이니, 내게 온전히 바쳐진 사람의 뜻을 내 거룩한 뜻의 발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감실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이 감실 안에 있는 것이 어찌나 즐거운지 성체 감실과 교환할 마음이 전혀 없다.

12 왜냐하면 성체 감실에서는 내가 혼자 있는데다, 너와 내 안에 동시에 공존하기에 내가 네 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하느님의 뜻이 제병(hostia) 안에는 없기 때문이다. 제병은 이 뜻을 지닐 능력이 없으며 나의 행위들 안에서 나를 동반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언제나 나 홀로 있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싸늘하다. 즉, 감실도 성합도 제병도 다 생명이 없는 것들이어서 함께 다닐 수도 없는 것이다.

13 이런 이유로 나는 성체 감실 옆에, 바로 네 안에 만들어진 내 거룩한 뜻의 감실을 두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어찌나 기쁜지 너를 보기만 해도 나의 외로움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이는 내 거룩한 뜻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 안에서 다스리게 하는 사람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순수한 기쁨이다.

14 나의 의도와 돌봄과 관심이 내 거룩한 뜻을 알리는 일과 이 거룩한 뜻이 피조물 가운데에서 다스리게 하는 일에 온통 쏠려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피조물이 저마다 나의 살아 있는 감실이 - 벙어리가 아니라 말을 하는 감실이 되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영원한 동반자를 얻을 것이니 말이다.

15 내가 그렇게 그들 안에도 있는 내 거룩한 뜻으로 말미암아 내 거룩한 동반자를 얻게 되면, 그들 각자 안에서 나의 하늘도 얻게 될 것이다. 내 거룩한 뜻의 감실은 땅에서도 내 하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