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5권 11장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며 이 뜻 안에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비유.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
1928년 12월 5일
1 하느님의 의지 안에 완전히 잠겨 있는 느낌이었다. 나의 가난하고 작은 정신이 극히 높고도 경계 없이 펼쳐진 빛의 일점에 묶여 있는 것 같아서, 이 빛의 높이가 어디까지 닿는지 그 깊이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빛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빛으로 가득 차고 빛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2 하지만 주위에 그토록 많은 빛이 있어도 내 정신이 수용할 수 있는 빛의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로 치면 몇 방울에 불과한 양이었다. 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빛 한가운데서 사람은 얼마나 만족스러운 기분이 되는지 모른다! 이 빛이 곧 생명이요 말이며 행복이다!
3 그것은 영혼이 자기 창조주의 모든 반영이 자기 안에 있음을 느끼고, 또 하느님의 거룩한 생명이 자기 가슴 속에 태어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4 -오! 하느님의 뜻이시여, 당신은 진정 칭송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 당신만이 홀로 피조물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낳아 주실 수 있고, 번성하게 하시며, 보존해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5 내 정신이 그렇게 '지극히 높으신 피앗'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무렵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이동하시며 이르셨다.
6 "딸아, 내 거룩한 뜻 안에서 사는 영혼과 함께라면 내가 태양을 땅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태양을 내려오게 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겠느냐? 땅에서 밤이 내쫓기고 언제나 햇빛이 가득한 낮이 될 것이다.
7 땅이 늘 태양과 닿아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둡지 않는 광체가 될 것이니, 태양 빛의 효과를 구걸하기는커녕 그 효과의 본질 자체를 자기 안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태양과 땅은 공통적인 생명을 살고 있고, 서로 함께 단 하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8 그러나 저 높이 떠 있는 태양과 이 아래에 있는 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 가련한 땅은 밤의 지배를 받고 계절의 영향을 받기에, 꽃의 아름다운 개화와 색채, 그 열매들의 당도와 숙성을 이루어주기를 태양에게 간청한다.
9 그런데 땅이 스스로를 내놓지 않으면 태양은 그 자신의 효과 전체를 땅 위에 펼쳐 보일 수 없다. 그러기에 땅 위의 어떤 지역은 햇빛이 늘 비치지 않고, 다른 지역은 풀 한 포기 없이 바짝 메마르는 것이다.
10 그것은 내 거룩한 뜻을 실행하며 이 뜻 안에서 사는 사람과 자신의 인간적인 뜻이라는 땅에서 사는 사람의 비유이다.
11 전자는 내 '거룩한 뜻이라는 태양'을 그 자신의 영혼 안으로 내려오게 할뿐더러 온 천국을 내려오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고로 그는 이 태양과 더불어 영구한 낮을, 결코 저물지 않는 날을 소유한다. 빛은 어둠을 패주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12 그러기에 나쁜 격정의 밤, 나약과 비참의 밤, 추위와 유혹의 밤 따위는 이 태양과 함께 있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이 영혼 안에 계절(의 구분)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 가까이 오려고 하면, 태양이 모든 밤들을 강한 빛살로 내리쳐 쏜살같이 달아나게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13 '내가 여기에 있고, 이것으로 충분하다. - 내가 바로 빛의 계절, 평화의 계절, 행복의 계절, 영원한 개화의 계절이다.' 그러니 이 영혼은 하늘을 땅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14 그 반면 내 거룩한 뜻을 실행하지 않고 이 뜻 안에서 살지도 않는 사람은 그 영혼이 낮보다는 밤에 속해 있어서 계절에 따라 그 영향을 받는다. 긴 장마철에는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허덕이며 나아가고, 오랫동안 가뭄이 들면 제 창조주를 사랑할 생기마저 잃고 만다. 그래도 내 거룩한 뜻의 태양이 자기 소유의 온갖 좋은 것을 그에게 줄 수 없는 것은 이 태양이 그 영혼 안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5 너는 내 거룩한 의지를 소유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그것은 생명의 원천, 빛의 원천, 모든 선의 원천을 소유하는 것이다. 반면에 내 의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땅과 같다. 빛의 효과를 누리는 땅이 있는가 하면, 빛이 거의 비치지 않아서 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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