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 보속의 이익
복자 톨로메이의 여동생 안젤라 수녀는 연옥에서 고통받느니 현세에서 죄에 대한 보속을 하고자 했는데 병에 걸려 갑작스럽게 죽었다. 안젤라 수녀의 장례 때, 복자는 별안간 영감을 받아 여동생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어둠의 나라를 떠나라!" 하고 명했다. 그러자 신비하게도 수녀가 살아났다. 수녀는 하느님께서 무슨 이유로 이 기적을 허락하셨는지 알았기 때문에 삶의 마지막 날까지 여러 가지 고행을 하여 보속을 다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 잔인하게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으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고행을 멈추지 않았다. "현세에서 쉽게 범하게 되는 소죄 때문에 연옥에서 얼마나 괴로울 것인지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백배 더 고통스러운 고행도 기꺼이 행할 것이다."
연옥 박물관
로마의 주에 신부는 연옥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예수 성심께 대한 특별한 신심을 전파하고 있었다. 어느 날 소성당에 작은 불이 났다. 연옥 영혼의 수호자이신 성모님의 성화 둘레에 드리워져 있던 막은 타 버렸으나 성모님의 그림과 액자는 아무 탈이 없었다. 재를 털어 내고 보니 액자 위에 이상한 모양으로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자국은 슬픔에 잠긴 사람의 얼굴 형상이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주에 신부는 연옥 영혼이 다녀간 것을 보여 주는 기념품들을 모아서 소성당 옆방에 '연옥 박물관'을 열었다.
연옥 영혼은 자신이 이 세상에 왔다 간다는 증표로 손자국을 남기곤 한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어느 병사의 탄 손자국이 열여섯 페이지를 뚫고 들어간 기도서도 있었다. 그밖에도 소맷자락이나 종이 위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불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1731년 11월 1일, 판지니 신부는 이탈리아 페루지아 근처 토디 시의 성 클라라 수녀원장 이사벨라 포르나리에게 나타나 자신이 그녀의 기도와 고행으로 일찍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대(臺) 위에 십자가를 그은 뒤 손을 얹어 탄 흔적을 남겼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 흑점(點)이 남았는데 그것은 판지니 신부의 땀방울이 떨어져 탄 자국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연옥 박물관을 연 주에 신부는 1901년 7월 19일, 직접 클라라 수도원을 방문하여 이 진귀한 흔적의 사진을 찍었다. 판지니 신부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탄 자국은 틀림없이 판지니 신부의 손이라고 말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으니까..."라며 내세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 손바닥 모양으로 탄 자국을 보고 좀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꼬집힌 수녀
1896년, 프랑스 북부 파드칼레에 있는 수도원에 살고 있었던 한 수녀가 다른 도시에 있는 같은 수도회 주방 수녀를 돕기 위해 파견되었다. 수도원 원장은 헤어지면서 뜬금없이 수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기도해 주시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초순쯤 되어 원장이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6월 26일이 되었을 때, 이 수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지하실로 내려가서 음료가 든 통 앞으로 몸을 굽히다가 아래로 수녀로 보이는 어떤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수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수녀의 팔을 꼬집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두 달 전에 죽은 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지금 고통받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수녀는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다른 수녀들이 지하실에서 무슨 사고가 생겼는가 하고 놀라 지하실로 내려왔다. 얼마 동안 이 수녀는 눈물만 흘리며 말 한마디 하지 못하다가 잠시 후 자기 팔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꼬집혔어요."
팔 위쪽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벌써 벌 겋게 물집이 생겨 있었다. 릴시의 의사 티송은 수녀의 팔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 상처는 화상으로 인한 상처가 낫는 것과 비슷하게 나아갔다.
어느 귀족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16세기 도미니코회의 수녀였던 리치의 성녀 가타리나는 죄인의 회개와 연옥 영혼의 위로에 대한 분발심이 대단했다. 연옥 영혼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대신 고통받기를 청할 만큼 동정심이 깊었다. 하느님께서는 때때로 당신의 자비하심으로 성녀 가타리나의 기도를 굽어살펴 허락하셨다.
성녀는 어떤 귀족을 위하여 기도와 고행을 바쳤고, 그 덕으로 이 귀족은 죽기 전에 회개하고 큰 고통 없이 삶을 마친 뒤 연옥으로 갔다.
성녀 가타리나는 묵상 때에 이 귀족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그 대신 보속하기를 청했다. 그랬더니 즉시 기묘한 병에 걸려 40일 동안 고통이 멈추지 않았다. 성녀의 몸에는 여러 개의 물집이 생겨 불 위에 올려 놓은 것처럼 끓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성녀가 누워 있는 방 안이 뜨거워져서 방 안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살은 불에 탄 것 같았고 혀는 새빨갛게 단 쇠붙이 같았다. 끓어오르고 난 뒤의 살은 불에 덴 흉터처럼 보였으며 가라앉았나 싶으면 다시 물집이 생겨 먼저와 같은 열을 뿜었다.
이 고통 중에도 성녀의 얼굴은 언제나 안온했으며 마음은 평화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비상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사는 이것은 희귀한 병으로 의학적인 치료는 아무 효과도 없는 쓸데없는 짓이라면서 물집이 생긴 자리를 물로 잘 씻는 정도의 치료밖에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치료법은 고통만 더할 뿐이었지만 성녀는 순명으로 즐겁게 행했다.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는 만족감은 겸손을 위해 조심하여 감추고 있었다. 때때로 10분 또는 20분 동안은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하여 아예 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사랑 깊으신 하느님께 그렇게 지독한 고통을 청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성녀는 대답했다
. "부디 용서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연옥 영혼을 몹시 사랑하시어 그를 천국에 들여놓기를 가장 바라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고통을 견뎌야 합니다."
40일이 지나자 성녀의 몸은 전과 같이 되었다. 귀족의 친척이 수녀에게 귀족의 영혼은 지금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성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안심하십시오. 지금은 천국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로 연옥 불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어느 정도는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 2장. 연옥에서 받는 고통과 벌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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