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뇨 시의 불에 탄 손자국
데레사 마르가리타 제스타 수녀는 이탈리아 폴리뇨 시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지원자들을 감독하며 수녀원의 가축을 돌보던 착실한 수녀였다. 그런데 그녀가 1859년 11월 4일, 갑자기 졸도로 죽게 되었다. 데레사 수녀는 1797년 바스티아의 코르소에서 출생하여 1826년 2월 프란치스코 수녀원에 입회하였고 훌륭하게 선종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 수녀가 죽은 지 열이틀이 지난 11월 16일, 죽은 데레사 수녀를 대신해 혼자 가축을 돌보고 있던 조수 안나 페리시 수녀가 축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탄식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수녀가 놀라 급히 문을 열어 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또다시 탄식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안나 수녀는 두려워서 부르짖었다.
"예수님, 마리아님, 이 소리가 무슨 소리입니까?"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아아, 하느님은..." 하는 슬픔에 찬 탄식 소리가 또 들렸다. 그것은 열이틀 전에 죽은 데레사 수녀의 목소리였다. 안나 수녀는 깜짝 놀라 말했다.
"그토록 청빈하셨던 수녀님이 어떻게...?"
그러자 데레사 수녀는 말했다.
“예... 이건 나 때문이 아닙니다. 내가 너무 큰 자유를 주었던 수녀들 때문입니다. 안나 수녀도 스스로 살펴 생활하십시오."
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방 안에 연기가 꽉 차고 벽면에 데레사 수녀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벽을 따라 문 쪽으로 서서히 움직여 갔다. 데레사 수녀는 한층 더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여기 하느님의 자비하심의 증거를 남겨 둡니다.”라고 말하고는 문의 맨 위쪽을 손바닥으로 땅 하고 때렸다. 그러자 때린 자리에 데레사 수녀의 오른손바닥 모양으로 탄 자국이 새겨 놓은 것처럼 남았다. 그러고는 데레사 수녀는 사라졌다.
안나 수녀는 거의 정신을 잃었으나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다른 수녀들을 불렀다. 모여든 수녀들은 나무 탄 냄새가 난다면서 냄새가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는데 곧 문 위에서 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데레사 수녀의 손바닥 자국이었다. 데레사 수녀는 손이 남다르게 작았기 때문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손자국을 본 수녀들은 모두 무서워져서 곧바로 성당으로 가서 식사하는 것도 잊고 밤을 새워 기도했으며 다음날은 데레사의 죄 보속을 위해 모두가 성체를 영했다.
소문은 곧 널리 퍼졌다. 그리하여 프란치스코회 수사들과 신부, 동네 사람들까지 다 함께 마음을 모아 데레사 수녀를 위하여 기도와 희생을 바쳤다. 안나 수녀는 충격이 컸기 때문에 다음날 어떻게든 자신이 겪은 일을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데레사 수녀는 또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남긴 손자국을 지워 버리고 싶지요? 그러나 그건 당신의 힘으로는 안됩니다. 이 일은 모든 이의 회개를 위해 하느님께서 명하신 일입니다. 나는 내가 다른 수녀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으로 40년 동안 연옥에서 무서운 불의 고통을 받도록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여러분의 기도 은혜로 하느님께서 제 영혼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또 제 영혼에 아주 큰 위로가 되는 일곱 성시(詩)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나서 데레사는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행복하다, 가난한 사람, 참으로 청빈을 지키는 사람은 크나큰 기쁨을 얻는다."
그 다음날 밤, 안나 수녀가 자리에 들어 잠들려는데 또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 수녀는 깜짝 놀라 튀어오르듯 일어났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 밖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환한 광채가 침대 발치 쪽에서 나타나더니 방 안이 낮처럼 밝아졌다. 곧 데레사 수녀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마치 월계관을 쓴 승리자와도 같은 힘찬 목소리였다.
"나는 금요일, 즉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신 날 죽었습니다. 오늘, 또다시 금요일에 나는 천국에 갑니다. 부디 인내하고 십자가를 지십시오. 용기로써 고통을 견디십시오."
그러고는 정다운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 천국에서..."
그런 다음 수녀는 하얗고 부드러우며 눈부신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얼마 뒤 이 기적적인 사건에 대해 폴리뇨의 주교와 심사관이 조사를 시작했다. 11월 23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레사 수녀의 무덤을 열어 손바닥의 크기를 재보니 수녀원에 남 은 손바닥 모양의 탄 흔적과 그 크기가 정확히 일치했다.
손바닥 모양의 탄 자국이 남은 이 문은 오늘날까지도 소중히 보존되어 있다. 이 기적적인 사건을 글로 남겨 널리 알린 사람은 이 사건의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아 탄 자국에 직접 손을 대보았다고 한다. 그런 다음 이렇게 확언했다.
"사람의 영혼은 내세에서 한때 혹은 영구히 불의 벌을 받는다.
그 불은 데레사 수녀가 남긴 불과 똑같은 불로 타오를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떤 이유에서든 연옥 영혼에게 이승에 나타나기를 허락하실 때에는, 그 영혼이 닿는 곳에 영혼을 괴롭히는 불의 흔적이 남게 하신다. 불과 영혼은 숯이 불이 되는 것처럼 한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그 신비를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옥의 불은 영혼을 괴롭힌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지 말아야 한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 2장. 연옥에서 받는 고통과 벌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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