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연옥의 존재
연옥 영혼의 부탁
1878년 벨기에 루뱅 시에서 예수회 소속 필립 쇼프 신부가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는 앙베르 시에서 전교를 시작하던 때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어느 날 두 청년이 열 살쯤 되는 파리한 아이를 데리고 신부를 찾아와서 물었다.
“이 아이는 저녁마다 환상을 보고 있어요. 그 때문인지 몇 주 전부터 쇠약해져서 이렇게 창백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부는 청년에게는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를 모시라고 권하고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 간절히 부탁드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저녁기도를 바치고 마음을 푹 놓고 자거라. 그래도 또 유령이 나오거든 나한테 다시 오거라."
보름이 지나서 두 청년이 또다시 찾아와서 말했다.
"신부님, 말씀대로 했습니다만, 그래도 유령이 보인답니다.” 그러자 신부는 말했다.
“그러면 오늘 밤부터 펜과 종이를 들고 아이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유령이 나타난 것 같거든 들어가 보시오.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유령에게 누구인지, 언제 죽었는지, 살아생전 어디서 살고 있었는지, 왜 나타나는지를 물어보시오.”
다음날 두 청년이 유령의 대답을 적은 종이를 들고 찾아왔다. 이 유령은 노인이며 상반신만 보였다고 했다. 청년들도 이 유령을 본 것이다. 유령은 1636년에 죽었고 앙베르 시에 살았으며 직업은 은행장이었다. 조사해 보니 그는 정말 존재했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지금 연옥에 있는데 아무도 자기를 위해 기도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었다. 유령은 이 집 사람들 모두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해 줄 것과 루뱅 시와 브뤼셀 시에 있는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을 순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신부는 이렇게 일렀다.
"그럼 당신들은 그 부탁을 들어주시오. 그런데도 또 나타나거든 유령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주님의 기도, 성모송, 사도신경을 외우게 하시오."
얼마 후에 청년들이 또 신부를 찾아왔다.
“신부님, 유령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믿음으로 정성을 다해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런 신심 깊은 기도를 우리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는 주님에 대한 겸허한 존경심을, 성모송을 바칠 때는 성모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사도신경을 바칠 때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확신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그날 기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저희가 바친 기도의 은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노인은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게 일을 보는 처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만일 모고해(冒告解)를 했다면 온전한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말을 처녀에게 해주었더니 그녀는 새파랗게 질려 자신이 범한 잘못을 우리에게 고백하고 즉시 신부님께 가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이때부터 유령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이 집에 살던 가족은 행복하게 되었다. 두 청년은 모범적인 신자가 되었고, 누이는 수녀가 되어 나중에는 수도원장이 되었다.
연옥 영혼을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
1891년 12월 6일 목요일, 오몽 시의 빈민구제소에서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한 수녀가 죽었다. 요세피나라는 이 수녀는 5년 전부터 이곳에 살면서 병자들을 돌봐 주고 있었다. 암 환자들을 간호하다가 수녀 자신도 병이 들었고 몇 해를 극심한 고통 속에 살다가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장례식 날 저녁 6시쯤, 프로스페르라는 절름발이가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 성당을 나섰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몸이 돌처럼 굳어지더니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곧 그의 손에 따스한 사람의 손길이 느껴졌고 귀에 익은 요세피나 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놀라고 당황한 프로스페르는 곧바로 성당으로 되돌아가서 수도원장에게 방금 겪은 일을 고스란히 전했다. 원장은 프로스페르에게 이 일에 대해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이르고 주임신부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다. 수도원장과 주임신부는 공연히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이틀 후인 12월 8일 오후 5시, 프로스페르는 보좌신부에게 고해를 하면서 이틀 전에 자기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보좌신부는 프로스페르 당신이 병자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가볍게 이야기하며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런데 보좌신부는 방으로 돌아와서 책상위 한가운데 종이 한 장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보좌신부는 너무 놀라 그길로 종이를 들고 건넌방에 있는 주임신부에게 갔다. 그는 주임신부에게 종이를 보여 주면서 프로스페르가 자신에게 한 이야기와 자기가 그 이야기를 듣고 비웃었던 것까지 모두 전했다. 종이 뒷면에는 로마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빈민구제소의 수녀에게 종이를 보여 주었더니 이 글씨는 틀림없이 요세피나 수녀의 글씨라고 했다.
4개월 후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날인 월요일 오후 3시경, 프로스페르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앞에 요세피나 수녀가 서 있었다. 수녀의 양쪽 어깨에는 성광이 걸려 있었다.
"안심하세요. 접니다. 저는 이제 연옥에 있지 않습니다. 천상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프로스페르는 감동하여 수녀님께 부르짖었다. "수녀님, 제발 저를 고쳐 주십시오.”
“아닙니다. 당신의 병은 당신의 구원을 위해 필요합니다. 복된 고통입니다. 한결같이 연옥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죄인을 위해 보속하십시오." 수녀는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결론
독자여, 여기까지 읽고도 아직도 연옥의 존재를 의심하는가?
물론 연옥은 꼭 믿어야 하는 교리는 아니다. 또 가톨릭 교회의 교리가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세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성인전에도 연옥 영혼이 나타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일화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의 가르침을 더 환하게 비추어 준다. 세계 곳곳에서 믿고 있는 유령 이야기는 주로 헛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연옥 영혼에 관한 진실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장. 연옥의 존재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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