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권-31, 종들의 종노릇을 하게 된 왕의 비유.
인간이 매사에 하느님 뜻의 도움을 받을 때.
1926년 11월 29일
1. 늘 하듯이 흠숭하올 뜻에 계속 나 자신을 맡기고 있노라니, 모든 조물이 눈앞에 나타나 보였다. 큰 것이든 더없이 작은 것이든 그 모든 조물 안에는 지고하신 뜻이 승리자로 개선하시어 빛과 원초적 생명으로서 다스리고 계셨다. 너무나 큰 매력과 질서, 드문 아름다움과 조화가 그들 가운데에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을 다스리는 뜻이나, 그들 안에 들어가서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그들을 묶는 뜻이나, 하나의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2. 내가 그 광경을 보며 놀라워하고 있었을 때,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경탄을 중단시키며 이르셨다.
“딸아, 내 뜻은 각 조물 안에 활동적인 생명으로 남아 있었다. 완전한 승리를 거두어 아무 거리낌 없이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내 뜻은 태양의 빛과 열의 활동적 생명을 가지고 있고, 하늘에서는 내 뜻의 무한성의 활동적 생명과 내 뜻이 만든 다양한 작품들의 활동적 생명을 가지고 있고, 바다에서는 내 뜻의 능력과 정의의 활동적 생명을 가지고 있다.
3. 사실, 내 뜻은 피조물의 뜻과 같지 않다. 피조물은 일을 하고 싶어도 손이 없으면 못하고, 걷고 싶어도 발이 없으면 못 걷는다. 또 벙어리이거나 소경이면, 말을 못하거나 아무것도 못 본다. 그 대신 내 뜻은 모든 행위들을 단일 행위로 한다. 이를테면 일을 하면서 걷는다. 또 정신을 집중해서 보는 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말하는 것에 온통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데 어찌나 유창한 능변인지 이에 필적할 만한 이는 아무도 없을 정도다.
4. 내 뜻은 또한 요란한 천둥소리로, 번쩍 하는 번갯불로,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내는 바람으로, 바다의 드센 파도소리로, 작은 새의 지저귐으로 말한다. 어디서나 말한다.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천둥소리 같은 내 뜻의 목소리를 모든 이가 듣게 하려는 것이다.
5. ‘내 뜻아, 너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구나! 누가 너만큼 피조물을 사랑해 왔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 점에 있어서는 내 인성마저 너보다 한참 뒤처진다! 나는 네 안에 가려져 있고, 너는 시작도 끝도 없는 네 활동 안에 남아 있다. 너는 언제나 네 자리에 있으면서 모든 조물에게 생명을 준다. 인간에게 너의 생명을 가져다주게 하려는 것이다.
6. 오, 모든 사람이 만약 내 뜻이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며 그들 모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안다면, 또 내 뜻이 생기 넘치는 숨이 어떻게 그 모두에게 생명을 주는지를 안다면, 그들은 정녕 내 뜻을 사랑하며 모두가 거기 내 ‘영원한 피앗’ 둘레에 빽빽하게 모여 있으련마는! 그리하여 그것이 그들에게 주고자 하는 생명을 받게 되련마는!
7. 하지만, 내 딸아, 내 지고한 의지가 모든 조물 안에 남아 다스리면서 그들 각자의 생명으로서 내 뜻 특유의 일을 해 온 까닭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것은 내 뜻이 그 자신에게, 즉, 사람 안에서 생명과 통치권을 가질 내 뜻 자신에게 봉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 뜻이 사람을 위하여 모든 조물을 창조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8. 내 뜻은 왕궁을 지어 그 안에서 거처하며 나라를 통치하려고 여러 개의 방을 만드는 왕처럼 행동하였다. 왕은 수많은 등불을 달아 어둠이 궁 안에 깃들지 않게 하고, 생수가 솟는 작은 샘구멍들을 파고, 그 자신의 즐거움을 위하여 음악이 흐르게 하고, 쾌적한 정원들이 궁을 에워싸게 한다. 요컨대 왕은 자기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놓아두는데, 이는 그의 왕권에 어울리는 행동이다.
9. 왕인 그에게는 이제 종들과 대신들과 군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들은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왕이 지배자가 되는 대신, 종들과 대신들과 군사가 주권을 잡는다. 그러니 그가 만든 것들이 그에게 봉사하지 않고 부당하게도 그의 종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보면서 왕은 너무나 큰 비통에 빠지지만 어쩔 수 없이 자기 종들의 종으로 처신하게 된다. 그가 만들거나 한 일이 그 자신에게 봉사하면 그를 종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만 말이다.
10. 내 뜻은 원래 사람들 안에 있는 그 자신에게 봉사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내 뜻은 모든 조물 안에 그 자신을 고결한 여왕보다 더 고결한 것으로 남겨 두어, 사람 안에 있는 이 여왕의 왕권에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게 하였다.
11. 사실, 내 뜻 외에는 내 뜻을 합당하게 섬길 수 있는 것이 달리 없었을 것이고, 내 뜻이 종들에 의해 섬김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내 뜻 자신의 고결하고도 거룩한 방식으로 내 뜻을 섬길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2.이제 내 지고한 뜻의 크나큰 고통에 대하여 들어 보아라. 내 뜻의 딸인 네가 너의 어머니요 여왕이며 생명인 존재의 고통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상 내 뜻은 창조된 만물 안에서 종들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인간의 뜻을 섬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내 뜻의 다스림을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들을 섬기는 것, 그것도 오랜 세기에 걸쳐 그렇게 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13. 영혼이 자기 뜻을 행하려고 내 뜻에서 물러가면, 그때 그는 내 뜻으로 하여금 만물 안에서 종살이를 하게 한다. 그러니 여왕의 신분에서 추락하여 종노릇을 하고 있는 그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느냐? 그처럼 모진 고통은 덜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14. 그럼에도 내 뜻이 종들을 섬기며 창조된 만물 안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내 뜻의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 뜻이 만든 것들이 그 ‘영원의 피앗’의 자녀들에게 봉사하게 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내 뜻으로 하여금 그들의 영혼 안에서 다스리게 할 그 자녀들은 내 뜻이 내 고결한 뜻 자신을 섬기게 할 것이니 말이다.
15. 아! 오로지 이 자녀들만이 그처럼 모질고 오랜 고통을 덜어 주리니, 오랜 세기에 걸친 종살이의 눈물을 닦아 주고, 내 뜻의 왕권을 되돌려 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내 뜻을 알릴 필요가 있다. 내 뜻이 행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 내 뜻이 전부이며 모든 선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리고, 내 뜻의 끊임없는 고통도 알려야 한다. 이 끊임없는 고통은 사람들이 내 뜻으로 하여금 다스리게 하지 않는 데서 오는 고통이다.”
16. 그 말씀을 듣고 나자, 내 마음에 지고하신 뜻의 고통이 매우 깊이 파고든 상태가 되었다. 그래선지 모든 조물이 계속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지극히 슬프게도 각각의 조물마다 그 고결하신 여왕이, 곧 지고하신 뜻이 베일로 가려진 채, 모든 인간의 종노릇을 하고 계신 것이었다.
17. 이를테면, 그 지고하신 뜻은 태양 안에서 종으로 활동하면서 빛과 열을 주는 것으로 인간에게 봉사하시고, 샘물 속에서 종으로 활동하면서 인간의 목마름을 풀어 주려고 그들의 입술에 물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그들에게 봉사하시고, 바닷물 속에서 종으로 활동하면서 인간에게 물고기를 주시고, 땅 속에서 종으로 활동하면서 열매와 갖가지 먹을거리, 꽃들과 다른 많은 것들을 주는 것으로 그들에게 봉사하시는 것이다.
18. 말하자면 나는 지고하신 뜻이 만물 안에서 슬픔의 베일에 가려져 계신 것을 볼 수 있었다. 피조물의 종노릇을 하시는 것은 아무래도 그 품위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고하신 뜻의 여왕다운 고귀성이 배은망덕하고 비뚤어진 피조물의 종노릇을 하는 셈이기도 하니 그 귀한 신분에 합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19. 타락한 피조물은 지고하신 뜻의 종살이를 이용할 뿐, 이 뜻을 바라보거나 한 번이라도 ‘감사합니다.’ 하거나 그 어떤 보답도 한 적이 없었다. 종들에게는 적으나마 품값을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영원한 피앗’이 겪고 있는 그리도 모질고 오랜 고통에 대하여 내가 이해한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20. 그러나 내가 그 고통에 잠겨 있는 동안,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어 나를 껴안으시고, 정이 가득 서린 음성으로 이르셨다.
“딸아, 내 지고한 의지가 자기 안에서 다스리기를 거부하는 피조물의 종노릇을 하는 것은 정녕 비통하고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 의지는 다스려 주기를 원하는 사람들 안에서 훨씬 더 큰 영광과 행복을 느낀다.
21. 네 안에 있는 나의 의지를 보아라. 너에게 봉사하게 되어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느냐! 그것은 네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네 안에 임해 있다. 내 의지에 대하여 알리는 글을 쓰도록 네 손을 잡고 인도하는 것으로 봉사하면서 이를 영예와 행복으로 여기는 것이다.
22. 또한 내 의지 자신의 거룩함을 네 정신 안에 두어, 네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내 지고한 의지에 관한 개념과 용어와 가장 좋은 예(例)를 주려는 것이요, 사람들 가운데에 길을 내어 내 의지의 나라를 세우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의지는 너의 시력을 도와 네가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너의 입을 도와 말씀을 먹여 주고, 너의 심장을 도와 바로 내 의지로 고동치게 한다.
23. 그런즉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느냐! 너에게 봉사하는 것은 내 의지의 행복이다. 왜냐하면 내 의지가 (네 안의) 내 의지에게 봉사하고, 그 자신의 생명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그 자신에 대한 지식과 그 자신의 거룩함에 봉사하고, 그 자신의 나라를 세우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4. 내 뜻은 또 네가 기도하는 동안에도 네 안에 임해 있으면서 너로 하여금 내 뜻 안을 날아다니게 하고, 내 뜻의 행위를 하게끔 하며, 내 뜻의 재산을 소유하게 하는 것으로 네게 봉사한다. 내 뜻의 그와 같은 봉사 방식에는 영광과 승리와 지배력이 있다. 내 뜻은 따라서 영혼이 이 뜻의 봉사를 모든 일 속에서 완전히 받고자 하지 않을 때에만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20권-32, 영혼 안에서 예수님의 인성을 가리시는 하느님 뜻.
인간 뜻의 감옥을 상징하는 감옥에 갇히신 예수님.
1926년 12월 3일
1. 평소처럼 흠숭하올 ‘지고한 피앗’ 안에 나를 온전히 맡기고, 내 가장 높은 선이신 예수님을 애타게 기다렸다. 시작이든 끝이든 그 경계가 보이지 않는 영원하신 의지의 빛 안에서, 내가 이리도 열망하는 분을 찾아낼 수 있을지 보려고 정신을 집중하여 주시하면서 -.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 밖으로 나오시어, 나의 그 초조를 진정시켜 주시고자 하셨다.
2. 나는 그러나 그분을 뵙자마자 볼멘소리로 부르짖었다.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께서는 저로 하여금 탄식하며 애타게 당신을 기다리게 하십니다. 정말이지, 제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보면, 당신께서 이전만큼 저를 사랑하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3. 하지만 당신은 저를 더욱더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고, 저 없이는 지내실 수 없을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찌 이리도 온 종일 저를 홀로 내버려두시어, 당신 부재의 압착기에 짓눌린 고통의 희생물이 되게 하십니까!”
4. 예수님은 나의 말을 가로막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용기를 내고, 낙담하지 마라. 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내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며 언제나 너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네가 나를 못 볼 때도 있는 것은, 모든 행위들을 한꺼번에 내포하는 내 뜻의 저 단일 행위를 따를 공간을 내가 너에게 주기 위한 것이다.
5. 너는 내 지고한 뜻의 빛이 너의 심장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너의 입과 눈과 손과 발에서, 말하자면 너의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이 지고한 뜻이 네 안의 나를 가릴 경우, 네 눈에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 뜻은 끝없이 무한하기에 - 내 인성은 그렇지 않다. - 나를 가릴 힘이 있는 까닭이다. 나는 그러나 내 지고한 뜻의 이 가림을 즐긴다. 가려진 채 네 안에서 네가 ‘거룩한 피앗’ 안에서 날아다니며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6. 만약 내가 언제나 나타나 보인다면, 너는 나와 함께 지내면서 나의 감미롭고 사랑스러운 현존을 즐기려고 내 인성에 몰두할 것이다. 너의 사랑을 내게 쏟아 붓고 나 또한 그렇게 하리니, 너는 나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창조된 만물 안에서, 또 구원사업을 통하여 내 인성이 행한 바로 그 행위들 안에서 날아다니는 내 뜻의 이동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7. 그러므로 너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게 하기 위해서, 너를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나는 숨은 듯이 네 안에 남아 있으면서 네가 ‘영원한 피앗’ 안에서 하는 모든 행위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8. 너는 기억나지 않느냐? 이는 바로 내 사도들이 들었던 말이니, 내 인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 인성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이 인성 없이는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지상에 살아 있는 한 그들은 나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할 수도 내가 지상에 온 것을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9. 내가 성령에 휩싸여 하늘로 올라간 후에야 그들은 자기네 고장을 떠날 힘을 받았고, 구원사업의 열매를 알리며 나에 대한 사랑으로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내 인성(이 세상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내 사도들의 사명 수행에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10. 그러나 이는 너에게 일어나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너와 나 사이에는 그런 방해란 것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방해는 두 존재가 서로 떨어질 수 있을 때에 일어난다. 긴밀한 일치를 이루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 안에서 살기에 방해가 일어날 수 없다. 한 사람이 가면 나머지 사람도 가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함께 있으므로 이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가려고 저 사람이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으면서 어디로 가든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11. 나는 다만, 가리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내 뜻의 강렬한 빛으로 말미암은 현상이다. 이 빛이 너와 네 안에 있는 나의 인성 자체도 지배하면서 우리를 가리고, 우리가 그 빛의 행위들을 따라가게 한다. 이것이 내가 너를 이전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든가 너 없이 지낼 수 있다든가 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12. 그 반대로, 내 뜻은 너에게 영원하고도 완전한 네 예수의 사랑을 준다. 그 빛으로 벽처럼 나를 둘러싸고, 내가 너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13. 너는 무엇이 하느님과 영혼 사이의 간격을 만드는지 아느냐? 그것은 곧 인간의 뜻이다.
인간 뜻의 각 행위마다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거리를 한 걸음씩 더 떼어놓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뜻이 많이 활동하면 할수록 인간은 그만큼 더 멀리 자기의 창조주에게서 떠나간다. 그분을 시야에 놓치고, 그 자신의 기원으로부터 추락하고, 천상가족과의 모든 유대관계를 끊어 버린다.
14. 태양의 한 광선이 태양의 중심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가정해 보아라. 태양에서 멀리 떠나감에 따라 그것은 스스로의 빛이 흩어짐을 느낀다. 그러다가 태양이 전연 안 보일 정도로 멀어지면, 그 광선은 스스로의 모든 빛이 완전히 흩어지며 어둠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어둠으로 바뀐 그 광선은 어떤 움직임, 어떤 생명을 내적으로 느끼면서도 더 이상 빛을 줄 수 없다. 아무런 빛도 소유하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의 움직임, 그것의 생명은 짙은 어둠만을 퍼뜨릴 수 있을 뿐이다.
15. 그러한 것이 인간이기도 하니, 인간은 하느님이신 태양에서 나온 광선들이다. 이 광선들이 내 뜻에서 멀리 떠나가면, 그들 안에 빛을 보존하는 일이 내 뜻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빛이 사라진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둠으로 바뀐다. 오! 내 뜻을 실행하지 않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두가 안다면,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 모든 선의 파괴자인 인간 뜻의 독이 그들 안에 파고들지 않게 할 것이다.”
16. 그 후 나는 수난 중이신 예수님을 따라 비참한 감옥에 있었는데, 그분께서는 너무나 잔인한 방식으로 기둥에 묶여지셔서 똑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으셨다. 저 사람들이 그분을 기둥에 매달고 다리는 굽혀 기둥에 묶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분은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흔들리셨다.
17. 나는 그런 그분을 바로 세우려고 그분의 무릎께에 달라붙어, 온통 흩어져 그분의 흠숭하올 얼굴마저 뒤덮고 있는 머리털을 정돈하고, 저들이 뱉은 침으로 더럽혀진 그분의 얼굴도 닦아드렸다. 오! 그처럼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자세로 묶여 계신 그분을 자유롭게 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18. 그러자 수인(囚人)이 되신 내 예수님께서 매우 괴로워하시며 내게 이르셨다.
“딸아, 내가 수난 과정 동안 감옥에 갇히기를 허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그것은 인간을 그 자신의 뜻이라는 감옥에서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이 감옥을 보아라. 얼마나 끔찍하냐! 이는 쓰레기와 인간의 배설물을 받아 두는 좁은 공간이어서 참을 수 없는 악취가 나고 캄캄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내게 조그만 등불 하나도 남겨 주지 않았다.
19.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침으로 더럽혀진데다 머리털은 온통 흩어지고, 아픈 팔다리는 비틀린 채 기둥에 묶였으므로 똑바로 설 수도 없고, 그러니 내가 나 자신을 도울 수 있는 방도가 전연 없다. 흘러내려 자꾸 눈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길 수도 없는 것이다.
20. 나의 이 감옥은 인간의 뜻이 만드는 감옥을 여실히 상징한다.
끔찍한 악취가 진동하고 캄캄하기 그지없는데, 이성의 조그만 등불하나 남겨져 있지 않으니, 그들은 항상 불안하고 정신이 어수선하고 더없이 비참한 욕정으로 더러워지기도 한다.
21. 오! 정녕 통탄해 마지않을 인간 뜻의 감옥! 나는 그것이 인간에게 자행한 악을 이 감옥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느꼈다. 그리고 슬픈 나머지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내 천상 아버지께 이토록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감옥에서 사람들은 빼내 주시기를 기도하였다. 너도 나와 함께, 사람들이 그들의 뜻이라는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기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