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권-33, 예수님과 하느님 뜻 안에 사는 영혼 사이의 계약.
모든 것을 포괄하는 완전한 행위의 성립 조건.
1926년 12월 6일
1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내가 심히 애를 태우지 않아도 오시기로 하신 것 같았다. 게다가 그분은 한참이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셨는데, 참 오래간만에 그렇게 하신 것이다.
2 사실 요즘은 오시긴 해도 항상 잠시만 머무르시고, 내게는 입을 열 틈도 주시지 않으며, 그분 홀로 내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시거나, 당신 의지의 끝없는 빛으로 말씀하시고, 말씀하시고, 또 말씀하시기 일쑤이다. 그 바람에 예수님 자신이 그 빛 안에 가려지고 나도 그분과 함께 그렇게 되곤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한다. 그 빛이 너무나 강하고 눈부셔서 나의 약하고 변변찮은 시력으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모든 것을 시야에서 놓친다. 예수님마저 놓친다.
3 그런데 이제 그분께서 나와 함께 머무르시게 되자, 초조와 불안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그분의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고 있었다. 그분은 그런 당신의 가슴을 내 가슴에 붙여 내가 그 격렬한 박동을 느끼게 하셨고, 입술을 내 입술 가까이에 대고 당신을 태우고 있는 그 불같이 뜨거운 것의 일부를 내 안에 쏟아 부으셨다.
4 그것은 액체였는데, 뜨거울 때에는 아주 달아서 그 단맛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여러 개의 작은 샘들 같은 그분의 입에서 나와 내 입 속으로 흘러드는 그 작디작은 시내들 가운데에는 쓴맛이 나는 것들도 있었다. 인간의 배은망덕이 다정하신 예수님의 성심 깊숙한 곳으로 보낸 것들이었다.
5 아무튼 예수님께서는 오랜만에 그렇게 하셨다. 이전에는 거의 매일 그러시곤 했지만 -.
6 그런데 그분은 당신 자신을, 곧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마음 안에 있는 것을 그렇게 내 안에 쏟아 부으신 다음, “딸아, 우리 계약을 맺자. 이 계약은, 너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도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6 “저의 사랑이시여, 좋습니다. 저는 이 계약이, 곧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계약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오시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어야 하는데, 당신께서 당신 뜻을 제 안에 넣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당신이 원하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늘 이기실 것이고,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실 것입니다. 저 없이도 말입니다.” 하고 내가 말씀드리자, 예수님은 더 할 수 없이 인자하게 다시 말씀하시기 시작하셨다.
8 “딸아, 내가 오지 않았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어선 안 된다. 안 되고말고! 너는 우리가 함께 했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내가 너에게 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일 말이다. 그것은 이미 나와 너 사이를 통과한 일이기에, 네가 나와 함께 항상 하고 있는 일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9 게다가, 너는 내가 언제나 이기기를 원치 않느냐? 네 예수가 이기는 것은 너에게 득이 되지만, 네가 이기는 것은 너에게 실(失)이 된다. 너로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확신하여라. 나는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10 이런 이유로 나는 네 안에 내 뜻을 넣어 두었고, 내 뜻과 함께 내 빛과 내 성성과 내 사랑과 내 힘을 넣어 두었다. 네가 내 빛과 성성과 사랑과 힘을 원하면, 이들 안에서 다스리면서 네가 원하는 빛을 가지고, 이 성성과 사랑과 힘도 소유하게 하려는 것이다.
11 네가 그렇게 통치권을 소유하고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지! 그 때문에 내가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가 된다. 이 계약은 따라서 내가 내 뜻이 그 안에서 지배하며 다스리는 사람과 더불어서만 맺을 수 있는 계약이다.”
12 나중에 나는 ‘지고한 피앗’ 안에서 나의 일상적은 행위를 하다가, 나의 작은 사랑과 변변찮은 흠숭 및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담이 하느님 뜻의 빛과 일치를 누리던 시기에 했던 첫 행위들 안에, 그리고 전부가 완전했던 여왕이신 엄마의 행위들 안에 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13 “딸아, 한 행위가 그 자체 안에 다른 모든 행위들을 포함할 때, 오직 그때에만 완전한 행위라고 칭할 수 있다. 그런데 내 뜻만이 이 완전한 행위를 내포한다. 그러므로 내 뜻이 단 하나의 행위를 하는 동안, 하늘과 땅에 존재하는, 상상 가능한 모든 행위들이 그 단일한 행위에서 세차게 흘러나온다.
14 내 뜻의 그 단일한 행위는 그래서 사물의 원천으로 상징된다. 원천은 하나이지만 여기에서 바다와 강, 불과 빛, 하늘과 별, 꽃과 산과 땅이 분출된다. 그 모든 것이 그 하나의 원천에서 나오는 것이다.
15 그런데 무죄한 상태의 아담과 고귀하신 여왕은 내 뜻을 소유했으므로, 그들이 사랑을 하면 그 사랑 안에 흠숭과 영광과 찬미와 축복과 기도를 함께 담고 있었다. 그들의 가장 작은 행위 안에도 그 모든 것이 있었다. 내 지고한 의지의 그 단일한 행위의 다양한 특성들이 그 안에 흘러들고 있었고,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싸안게 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의 행위로 그들의 창조주께 합당한 모든 것을 드렸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흠숭하고, 흠숭하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식이었다.”
16 이와 같이 모든 행위들을 한꺼번에 포괄하지 않는 별개의 고립된 행위들은 완전한 행위라고 칭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뜻에서 쏟아지는 천한 행위들이다.
영혼은 오로지 ‘피앗’ 안에서만 행위의 진정한 완전성을 발견할 수 있고, 거룩한 행위를 자기 창조주께 바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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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마리아
제7일
왕홀을 가진 하느님 뜻의 나라의 천상 여왕.
성삼위 하느님께서 여왕을 비서로 삼으시다.
하느님의 비서이신 어머니께 바치는 기도
1 여왕이신 엄마, 제가 여기 엄마의 발치에 꿇어 엎드려 있습니다. 그리고 천상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아기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오늘은 영광스러운 왕홀을 쥐시고 왕관을 쓰신 모습으로 오셨지만, 제게는 언제나 엄마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두려워 떨면서도 엄마의 팔 안에 몸을 던집니다.
저의 악한 뜻이 이 가련한 영혼에 끼친 상처들을 엄마가 치유해주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2 존귀하신 엄마, 들어 보십시오.
엄마가 기적적인 놀라운 일을 하지 않으시면, 즉, 엄마의 왕홀로 저를 인도하시며 제 뜻이 살아나지 않도록 저의 모든 행위를 다스리지 않으시면, 아아, 슬프게도, 저는 하느님 뜻의 나라에 들어가는 아름다운 운명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천상 여왕님의 훈화
3 사랑하는 얘야, 와서 이 엄마의 팔에 안겨 주의를 기울이며 들어라. 이는 하느님의 ‘피앗’이 네 천상 엄마에게 행하신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놀라운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4 (지금까지 말해 왔듯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피앗’은 내 안에 여섯 단계의 조처를 취하셨다. 그런데)
이 여섯 단계는 바로 천지 창조의 여섯 날을 상징한다.
하느님께서 날마다 한 가지 조처를 내리시는 것처럼 ‘피앗!’을 발하시면서 한 조물의 창조에서 다른 조물의 창조로 넘어 가신 것이다.
5 여섯째 날이 되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마지막 단계의 조처를 취하셨다.
“피앗!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그리고 일곱째 날에는 빚어내신 작품들 안에서 쉬셨다. 그토록 훌륭하게 창조하신 모든 것을 즐기시려는 것 같았다.
6 그분께서는 쉬면서도 당신 작품들을 보시며, “내 작품들은 과연 아름답다! 모든 것에 질서와 조화가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뜨거운 사랑으로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시면서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하지만 네가 가장 아름답구나! 너야말로 우리 모든 작품의 극치이다!”
7 그런데 나의 잉태는 창조 전반에 걸친 그 모든 놀라운 일들을 능가하는 일이었고,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피앗으로 내 안에 그 여섯 단계에 이르는 일을 수행하고자 하셨다.
내가 하느님 뜻의 나라를 소유함에 따라 그 일은 다 끝났고 그리하여 내 영혼 안에 그분 뜻의 충만하고 전적이고 완전한 생명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8 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나를 얼마나 신성의 높이에까지 들어 올리셨는지! 하늘도 나의 높이에는 다다를 수 없고, 나를 내포할 수도 없었다. 햇빛도 내 빛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빛이었으니, 창조된 만물 중에서 나에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9 나는 하느님의 바다들을 마치 내 것인 듯 넘나들었다.
나의 천상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서는 그분들의 작은 딸인 나를 보며 즐기시려고 품에 안기기를 원하셨으니, 내가 그분들을 사랑하고 그분들께 기도하며 그분들의 지고하심을 흠숭할 때면 그 나의 사랑과 기도와 흠숭이 내 영혼 안에서, 곧 하느님 뜻의 중심에서 나오는 것임을 느끼시면서, 오, 얼마나 흐뭇해 하셨는지 모른다!
10 그분들은 거룩한 사랑과 순결의 향기와 희한한 기쁨이 물결치듯 내게서 발산하는 것을 느끼셨고, 그 모든 것이 그분 자신들의 거룩하신 뜻이 나의 작음 안에 형성하신 하늘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계셨으므로, 되풀이해서 계속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11 “우리의 작은 딸은 온전히 아름답고, 온전히 깨끗하고 온전히 거룩하다. 이 딸의 말은 우리를 묶는 사슬이요, 그 눈길은 우리를 아프게 하며 와서 박히는 화살이며, 그 심장 고동은 우리를 관통하며 사랑의 광희(狂喜) 속으로 몰아넣는 화살이다!”
12 하느님 성삼위께서는 또한 그분들 뜻의 힘과 능력이 내게서 솟아나와 그분들과 나를 서로 떨어질 수 없게 하고 있음을 느끼시면서 나를 일컬어, “거룩한 하느님인 우리마저 이길 수 있는 무적의 딸”이라고도 하셨다.
13 그러니 얘야, 들어 보아라. 지나칠 정도로 나를 사랑하신 성삼위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사랑하는 딸아, 우리의 사랑은 억누를 길 없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너에게 우리의 비밀을 맡겨 두지 않으면 숨 막힘을 느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를 우리의 충실한 비서로 선정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우리의 고충과 결정을 너에게 맡겨두려는 것이다.
13 보아라, 인간이 얼마나 낭떠러지를 향해 내닫고 있느냐! 반역을 일삼는 그들의 뜻이 그들을 끊임없이 죄악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 거룩한 뜻의 생명과 힘과 지지가 없기 때문에 창조주의 길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나약하고 병들고 온갖 악습에 뒤덮인 채, 기는 듯 느릿느릿 땅 위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14 그러니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영원한 말씀’이 지상에 내려가서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그들의 비참과 죄를 떠안으며 그들의 형제가 되는 것, 그리고 사랑의 힘과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고통의 힘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우리의 부성적인 품으로 데려올 수 있을 만큼 큰 확신을 주는 것 - 그런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15 오, 인간의 운명이 우리를 얼마나 큰 비탄에 잠기게 하는지!
이 큰 고통을 지금껏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배하는 하느님 뜻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서 우리의 고통도, 인간이 죄 속에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악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6 너는 우리의 ‘피앗’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비서인 너에게 우리의 비밀을 알려 주고 네 손에 왕홀을 쥐어 준다.
네가 만물을 지배하며 다스리게 하려는 것이요, 너의 통치권으로 하느님도 인간도 이기게 하려는 것이며, 그리하여 네가 네 모성적인 마음 안에 새롭게 태어난 아기들인 우리 자녀들을 우리에게 데려오게 하려는 것이다.”
17 사랑하는 얘야, 하느님의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내 마음이 느낀 바를 누가 너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느냐?
내 안에 극심한 고통의 혈관이 터지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하느님과 인간을 이겨 그들을 하나로 결합시킬 책임을 맡기로 하였다.
18 그러니 얘야, 이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내가 하느님 뜻의 나라를 차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네가 몹시 놀라는 것을 보았는데, 이러한 운명은 너에게도 주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네가 결코 네 뜻을 행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하느님 뜻이 네 영혼 안에 그 뜻의 하늘을 이루기 마련이다.
19 그러면 너는 신성한 불가분성, 곧 하느님 뜻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너 자신과 너의 격정을 지배할 왕홀도 받게 된다. 더이상 너 자신의 노예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20 인간의 뜻만이 가련한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자기를 창조하신 분에 대한 사랑의 날개를 잘라버리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품으로 몸을 던질 수 있는 힘과 지주와 신뢰를 인간에게서 앗아간다.
따라서 인간은 아버지의 비밀도, 인간을 사랑하시는 그분의 큰 사랑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21 인간은 그러므로 자기의 거룩하신 아버지의 집 안에서 낯선 이방인처럼 살아간다. 인간의 뜻이란 것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을 만들어내는지!
22 그런즉 너는 내 말을 여겨듣고, 나를 기쁘게 해 다오. 이제는 네 뜻에 생명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내가 너를 온전히 하느님 뜻으로 채워 주겠다.
영혼의 응답
23 거룩하신 엄마, 도와주십시오. 제가 얼마나 나약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니의 아름다운 가르침이 제 눈물을 자아냅니다. 제가 창조주의 뜻에서 벗어나 제 뜻의 실행이라는 미궁속으로 추락하곤 했던 순간들의 큰 불행을 한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24 오, 저를 홀로 버려두지 마시고, 모쪼록 저의 엄마로 계셔 주십시오. 엄마의 능력으로 제 뜻을 하느님 뜻에 결합시켜 주시고, 저를 엄마의 마음 안에 가두어 주십시오. 여기서는 결코 제 뜻을 실행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작은 희생: 오늘 나를 공경하려면, 내 망토 아래 머물러 내 눈길을 받으며 사는 법을 배워라.
‘성모송’을 세 번 바치고,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뜻을 알게 해 달라고 내게 청하여라.
환호: 천상 엄마, 엄마의 마음 안에 저를 가두시어, 하느님의 뜻으로 사는 법을 엄마에게 배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