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권-23, 하느님의 뜻은 생명의 씨앗이다.
온 천국이 기다려 마지않는 기적 중의 기적.
1926년 5월 23일
1. (겟세마니) 정원에서 고뇌에 잠겨 계신 예수님을 동반하였다. 특히 우리 죄의 모든 무게가 생피를 흘리게 할 정도로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인성을 짓눌러댈 때였다. 오! 그 지독한 고통에서 그분을 빼낼 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내가 그렇게 측은해하고 있었을 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나의 뜻은 죽음을 주기도 하고 생명을 주기도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내 인성은 내 거룩한 뜻의 생명 말고는 다른 생명이 없으므로, 죄들이 내게 떼 지어 밀어닥치자, 내 뜻이 나로 하여금 그 하나하나의 죄에 대하여 독특한 죽음을 느끼게 하였다. 내 인성이, 내 지고한 뜻이 주는 진짜 죽음의 고통에 눌려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3. 그러나 이 거룩한 뜻은 내게 준 바로 그 죽음 위로 사람들을 위한 은총의 새 생명이 다시 솟아오르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얼마나 악하고 나쁜 사람이건 내 뜻의 행위가 자기 안에 들어오게 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록 죽음의 순간에 처해 있더라도 내 뜻이 그 영혼 안에 생명의 씨를 뿌린다. 내 뜻은 생명인 까닭이다.
4. 그 영혼은 이 생명의 씨앗을 소유하고 있기에 구원의 큰 희망이 있다. 내 뜻의 능력은 그 영혼 안에 들어간 자신 생명의 이 행위가 썩어 죽음으로 바뀌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뜻은 실제로 죽음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지만 내 뜻 자신과 내 뜻의 모든 행위들은 아무도 손댈 수 없고 어떤 죽음도 겪을 수 없다.
5. 한데 내 뜻의 한 행위에만도 생명의 씨앗이 내포된다면, 자기의 영혼 안에 내 뜻의 행위 하나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행위들을 품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큰 행운의 사람이겠느냐? 이 사람은 생명의 씨앗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의 충만을 받고, 성덕 안에 무사히 안착하게 될 것이다.”
6. 그 뒤 나의 하찮은 정신은 늘 하던 대로 거룩하고 신성하신 뜻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나의 것인 듯하였다. 창조된 만물 사이를 두루 다니면서 어디서나 나의 ‘사랑합니다.’와 나의 흠숭, 나의 ‘영광이 내 창조주께’ 인장을 찍었는데, 그렇게 하면서 하느님께서 피조물을 위하여 해 오신 일과 그분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에 대하여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다.
7. 지고하신 뜻이 당신 사랑의 새로운 선물들에 대해 알려 주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시는 것 같았으니, 그것은 내가 이 뜻의 행위들을 따라가게 하면서 이 창조적인 뜻에서 나오는 것을 소유할 권리를 내게 주시기 위해서였다. 나의 작음이 따라서 이 뜻의 무한히 많은 재산들 가운데를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8. 그때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 안에서 나오시어 이르셨다.
“딸아, 여왕이신 내 엄마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모든 사람이 그분을 향하였다. 모든 눈동자들이 마치 단 하나의 시선을 가진 것처럼 그분을 보았으니, 그분께서 ‘대망의 구원자’의 생명을 그들에게 가져다줌으로써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9. 모든 피조물이 그분 안에 집중되었고, 그분의 원의에 순종하는것을 영예로 여겼다. 바로 하느님 자신이 그분의 전 재산이었고, 하느님께서도 그분에게 전념하셨다. 그분을 준비시켜 그분 안에 놀라운 은총들과 함께 ‘영원한 말씀’이 내려와 인성을 취할 공간을 마련하시기 위해서였다.
10. 그런데 우리 (성삼위)는 한 사람을 대하거나 그 사람과 더불어 발하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 역시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만약 그런 능력이 없다면, 모두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11. ‘저희는 다 내버려 두시고 이 동정녀에 대해서만 생각하십시오.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주시고, 그 사람 안에 집중시키십시오. 그리하여 그 사람이 우리의 희망, 우리의 생명, 우리의 모든 선을 품고 계신 분을 모셔오시게 하십시오.’
12. 그런고로 여왕(이신 내 엄마)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시기를 내 엄마의 때라고 할 수 있다.
13. 그리고 딸아, 지금은 너의 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이가 너를 향해 있다. 그 모두의 소리가 단 하나의 소리처럼, 나의 뜻이 너에 대한 절대적 신권(神權)을 다시 얻기를 내게 간청하며 졸라 대고 있다. 그것은 전적인 지배권을 얻은 내 뜻이 좋은 것들을 - 피조물이 나의 뜻을 물리치지 않았다면 내 뜻이 그들에게 주기로 작정했던 좋은 것들을 네 안에 가득 쏟아 붓게 하려는 것이다.
14. 그러므로 온 천국과 천상 엄마와 천사와 성인들이, 곧 모든 존재가 내 뜻의 승리를 위하여 너를 향하고 있다. 내 뜻이 땅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그들의 영광이 하늘에서 완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15. 만물은 하느님의 지고하신 뜻의 완전한 성취를 위하여 창조되었다. 그러니 그들은 하늘과 땅이 영원하신 의지의 이 영역 안에 돌아오기 전에는 그들의 일과 영광과 지복이 반쯤밖에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뜻이 모든 피조물 안에서 그 완전한 성취를 보지 못한 까닭에 그들에게 주기로 작정했던 것, 곧 그 뜻의 풍부한 재산과 효과 및 그 뜻에 내포된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16. 이런 이유로 그들은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바로 내 뜻 자신이 너의 전부가 되어 너에게 전념하기를, 그리하여 어떤 은총도 빛도 거두어들임 없이 네 안에서 취하는 모든 것으로 기적 중의 기적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 기적은 내 뜻의 성취와 완전한 승리에 있다.
17. 너는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작은 빛이 태양 안에 들어 있는 것이냐, 아니면 태양이 작은 빛 안에 들어 있는 것이냐?"
18. “물론 작은 빛이 태양을 내포하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고 내가 대답하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피조물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하느님에게는 가능하다. 그 작은 빛은 영혼이고, 태양은 나의 뜻이다.
19. 이제 나의 뜻이 그 작은 빛에게 아주 많은 것을 주어, 그것으로 원형의 공간을 만들게 하여 내 뜻이 그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빛의 성질은 도처로 빛살을 퍼뜨리는 것이므로, 내 뜻은 이 둥근 공간 안에 승리자로서 머무르는 한편, 모든 사람에게 내 뜻의 생명을 주기 위하여 그 거룩한 빛살들을 퍼뜨릴 것이다.
20. 이것이야말로 온 천국이 기다려 마지않는 기적 중의 기적이다. 그런즉 너는 내 뜻에게 넓은 터를 제공하여 아무런 지장도 받지 않게 하여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창조사업을 통하여 제정하셨던 것이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19권-24, 만물은 하느님 뜻의 빛의 일치에 싸여 있다.
1926년 5월 27일
1. 지극히 높으신 의지 안에서 나의 일상적인 행위들을 하고 있노라니, 가까이 갈 수 없는 강렬한 빛이 내 작은 몸을 휩싸고, 창조주의 모든 업적을 눈앞에 가져온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각 조물에 대하여 나의 ‘사랑합니다.’를 발하였고, 각 동작에 대하여 보답하는 동작을 했으며, 모든 피조물을 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심경으로 경배를 드리며 '감사합니다.'를 발하였다.
2. 그렇지만 나로 하여금 각 조물에 대하여 ‘사랑합니다.’를 발하게 하고 저 동작과 저 경배를 하게 한 것은 바로 그 빛 자체임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그 빛의 먹이로 삼켜진 상태였고, 빛이 나를 더 크게 하거나 더 작게 하면서 내 작음을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었다.
3. 그런 상태로 있는 동안 다정하신 예수님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언짢았으므로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예수님께서 나를 떠나신 모양인데, 이 복된 빛 안에서 그 분을 찾아내려면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시작도 끝도 없는 빛이 아닌가. 오, 거룩한 빛이여, 나의 전 생명, 내 지고한 선이신 분을 찾아내게 해 다오!’
4. 예수님의 부재 고통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나의 속말을 털어놓고 있는데, 자애롭게도 바로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시어 다정하게 이르셨다.“딸아, 어째서 두려워하느냐? 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떠난다기보다는 차라리 나의 지고한 뜻이 네 안에 있는 나를 가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 뜻의 빛은 끝이 없다. 무한하다. 시작하는 데도 끝나는 데도 없어 그 경계를 볼 수 없다.
5. 이와 반대로 내 인성에는 경계 내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내 인성은 내 영원한 뜻보다 작고, 따라서 이 뜻에 싸여 가려진 것처럼 머물러 있다. 그리하여 나는 너와 함께 있으면서 내 뜻에게 활동의 터전을 제공하고, 네 영혼의 작음 안에서 작용하는 내 뜻의 거룩한 활동을 즐기고, 내 지고한 뜻의 놀라운 점들을 더욱 더 많이 알리기 위하여 너에게 줄 새로운 교훈을 준비한다.
6. 그러니 내 뜻 안에 잠겨 있을 때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을 확신하여라. 더군다나 나는 네가 하고 있는 것을 너와 함께 하기로 한다. 그리고 내 뜻에게 완전한 활동의 터전을 주기 위하여 네 안에 숨은 듯 머물러 있고, 마침내 내 뜻의 열매들을 즐긴다.
7. 그런데, 딸아, 참빛은 갈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보아라. 대기 중에 떠 있는 태양도 빛의 일치라는 이 특질을 소유하고 있다. 빛이 그 입자(粒子)하나도 잃을 염려가 없을 정도로 태양 안에 조밀하게 들어차 있는 것이다.
8. 햇빛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온 땅을 빛으로 채우지만, 결코 빛은 갈라지지 않는다. 빛이 그 자체 안에 서로 빽빽하고 결속력 있게 결합되어 있어서 어느 한 부분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한꺼번에 빛살들을 퍼뜨려 땅의 모든 곳에서 어둠을 몰아내고, 빛살들을 거둘 때에도 한꺼번에 거두어 그 입자들의 흔적조차 남기기 않는다.
9. 햇빛이 만약 갈라진다면, 빛이 약화되어 온 땅을 비출 힘이 없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것을 일컬어 ‘갈라진 빛’ - ‘황폐해진 땅’이라고 할 것이다.
10. 그러니 태양은 그 빛의 일치 덕분에 모든 힘과 효과를 가지며 승리를 구가할 수 있다. 땅이 샐 수 없도록 많고 놀라운 효과들을 태양에게서 받기에 태양이 땅의 생명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태양이 소유한 빛의 일치에서 그 모든 것이 오는 까닭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하느님께서 맡기신 빛을 그 입자 하나도 잃지 않은 일치에서 말이다.
11. 그러기에 태양은 언제나 당당하고 장엄하며 확고부동하고, 언제나 한결같이 그 빛을 비추고 승리의 찬가를 부르며 창조주의 영원한 빛을 찬양하는 것이다.
12. 딸아, 태양은 그러므로 내 영원한 뜻의 상징이다. 이 상징이 빛의 일치를 내포하고 있다면, 상징이 아니라 빛의 실재인 내 뜻은 얼마나 더 큰 일치를내포하고 있겠느냐? (이에 비하면) 태양은 내 뜻의 가까이 갈 수 없는 빛에서 돋아난 싹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13. 너는 내 뜻의 무한성을 보아 왔거니와, 사람은 태양과 같은 빛의 구체(球體)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광대함을 본다. 사람의 눈은 빛이 시작하는 지점이나 끝나는 지점이 어디인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14. 그렇다. 빛의 그 모든 무변성이 영원한 뜻의 단일한 현동(現動)이다. 영원한 뜻의 창조되지 않은 모든 빛이 가를 수도 나눌 수도 없도록 빽빽하게 얽혀 있다. 그러므로 이 빛은 태양 이상으로 영원한 일치를 소유하고 있다. 이 일치에 하느님의 승리와 우리 모든 사업들의 기초가 있는 것이다.
15. 그러니 지고한 의지와 이 승리의 일치 및 그 거처와 옥좌의 중심은 바로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중심이다. 이 거룩한 중심에서부터 더없이 찬란한 빛살들이 솟아나기 시작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 전역을 휩싼다.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이 내 뜻의 일치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16. 그들은 내 뜻의 수없이 많은 효과들을 받는데, 이 효과들을 내 뜻에게 내놓아 내 뜻의 지고한 일치와 단일한 일치를 이루게 한다. 그 빛살들이 온 피조물을 휩싸면서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과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17. 보아라. 성삼위 하느님의 중심에 있는 내 뜻의 이 빛의 일치가 네 안에도 벌써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빛과 행위가 하나이고, 뜻이 하나인 것이다.
네가 이 일치 안에서 하는 행위들은 저 중심의 단일한 행위 안에 벌써 통합된 것이니, 하느님께서 이미 너와 함께 네가 하고 있는 일을 하시는 것이다.
18. 천상 엄마와 성인들과 천사들, 그리고 모든 피조물이 일제히 합창하듯 너의 행위를 반복하면서 지극히 높으신 뜻의 효과들을 느낀다. 그러니 너는 지켜보며 귀를 기울여라.
일찍이 본 적 없는 기적 -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는 저 단일 행위의 놀라운 일이 일어나려 한다. 그것은 곧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피조물과 하나되시어 당신 자신을 그 피조물의 원초적 행위로 세워 두시려는 것이다.”
19. 그 순간 나는 영원한 빛이 내 안에 확실히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온 천국의 합창 소리와 모든 피조물의 소리 없는 합창을 들을 수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고하신 뜻의 빛의 일치에 관하여 깨달은 것을 어떻게 다 말로 옮길 수 있으랴?
20. 예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딸아, 각 행위가 선하고 거룩한 행위가 되려면 하나하나가 하느님에게 기원을 두고 있어야 한다. 한데, 보아라, 나의 뜻 안에서, 이 빛의 일치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는 그의 흠숭과 사랑과 활동 및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이 성삼위 하느님에게서 시작된다.
21. 그는 행위들의 시작을 하느님 자신에게서 받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의 흠숭은 성삼위 사이의 흠숭과 같고, 그의 사랑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사이의 상호 사랑과 같고, 그의 활동은 결코 멈추는 법 없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영원한 활동과 같다.
22. 이 빛의 일치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하게 한다. 즉,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영혼도 행하고, 영혼이 행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느님께서도 행하시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분 자신의 힘에 의하여, 영혼은 그를 휩싸고 있는 빛의 일치의 힘에 의하여 그렇게 한다.
23. 그러므로 내 뜻 안에서의 삶이라는 놀라운 일은 하느님 자신의 기적이요, 으뜸가는 기적이다. 이에 반하여 다른 모든 기적이나 활동들은, 아무리 좋고 거룩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빛의 일치 안에서 수행되는 행위들 앞에서는 본디의 색깔을 잃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24. 빛의 일치로 온 지상을 뒤덮으며 빛살을 퍼뜨리는 태양을 상상해 보아라. 그런 다음 - 전등이든 개인용 무슨 등불이든 - 이 아래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태양의 작열하는 빛 앞에 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아라. 아무리 많은 등불을 세워도 그 빛이 태양 앞에서는 언제나 빈약하거나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25. 그러니 아무도 걷기 위하여 그 모든 빛으로 자기 발길을 비추지 않을 것이고, 일하기 위하여 또는 보기 위하여 그 빛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가 태양을 이용할 것이니 말이다. 태양이 아닌 다른 모든 빛들은 따라서 아무에게도 좋은 일을 하지 못하는 무용지물로 남게 될 것이다.
26. 내 뜻의 빛의 일치 안에서 수행되지 않은 다른 모든 활동들도 그와 같다. 그것은 거대한 태양 앞에 있는 작은 빛들이어서, 어떤 것은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27. 하지만 태양이 있는 동안에는 쓸모없고 눈에 띄지 않으며 아무런 유익도 주지 못하는 이 빛들이, 태양이 사라지고 나면 작으나마 의미를 지니게 되고 좋은 일을 하며, 밤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 인간에게 봉사한다. 그렇더라도 결코 태양은 될 수 없고 태양만큼 위대한 선을 행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28. 그런데 창조의 목적은, 만물이 '지고한 피앗' 인 이 빛의 일치에서 나왔으니 만큼 마땅히 그 일치 안에 머무는 것에 있었다. 인간 편에서만이 목적을 인정하기를 원치 않았으니, 내 뜻이라는 태양의 빛의 일치 밖으로 나가고 말았고, 결국 이 빛의 효과들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흡사 땅이 자기의 배 속을 숨기고 있는 식물과 그 씨앗의 발육을 위해 태양에게 애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29. 딸아, 얼마나 비통한 광경이냐! 왕으로 (창조된) 인간이 거지가 되어, 자기를 섬기도록 만들어진 것들에게 비럭질을 하는 처지에 놓이다니!”
30. 예수님께서는 매우 큰 슬픔과 괴로움으로 인해 침묵을 지키셨고, 나는 그 모든 고통이 그분을 꿰찌르는 것을 느꼈다. 내 안에 계신 그분의 고통이 내 영혼 가장 깊은 데까지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31. 나는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예수님을 격려하려고 그분 뜻의 일치 안에서 나의 일상적인 (순례) 행위를 다시 시작하였다. 내가 알기로, 나의 작음이 그분 뜻의 근접할 수 없는 빛 속에 뛰어들면, 그분께서 슬픔에서 기쁨으로 쉽사리 넘어가시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나와 함께 사랑을 베푸셨고, 사랑이 그분의 괴로움을 숙지게 하였다. 그분은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32. “딸아, 나는 내 뜻 안에서 너를 기르고 있다. 부디 내게 이 사무치는 고통을 끼치지는 마라. 그것은 네가 '지고한 피앗'의 빛의 일치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내게 이것을 약속하여라. 언제나 내 뜻의 갓난아이로 있겠다고 맹세하여라.”
33. “저의 사랑이시여, 약속하며 맹세하오니, 안심하십시오. 주님께서도 저를 언제나 팔에 안고 계시며 주님 뜻 안에 잠겨 있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제가 언제나, 언제까지나 주님 뜻의 작은 딸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절대로 저를 떠나시면 안 됩니다. 저는 떨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주님께서 이 지고하신 의지에 관하여 말씀하시면 하실수록, 저는 저의 약함과 아무것도 아닌 허무성을 더 깊이 느낄 따름입니다."
34.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예수님은 한숨을 푹 내쉬시며 이르셨다.
“딸아,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더 깊이 느끼는 것은 내 뜻 안에서의 삶에 어긋나는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마땅히 그렇게 느껴야 한다. 나의 모든 작품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것’인 존재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35. 만일 태양이 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대는 어떤 선을 행할 수 있고? 그대가 낼 수 있는 좋은 결과들이란 무엇이오? 얼마나 많은 일과 빛을 그대 속에 품고 있소?’라고 하는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36.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오. 다만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빛이 지극히 높으신 뜻에 싸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따름이오. 그래서 나는 이 뜻이 원하시는 대로 하오. 원하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퍼져 나가고, 원하시는 효과라면 무엇이든지 내고 있소. 이처럼 많은 일을 하는 한편, 나는 언제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아 있고,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모든 것’을 하시는 것이오.'
37. 나의 다른 모든 작품들도 그렇다. 그들의 모든 영광은 그들의 '아무것도 아님' 안에 남아 있으니, 내 뜻에게 온 터전을 내 주어 활동하게 하는 것이다.
38. 오직 사람만이 자기 창조주의 뜻 없이 활동하기를 원하였다. 자기가 무엇인가를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움직이려고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인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 것' 마음에 놓여 있음을 알고 사람에게서 나가버렸다. 사람은 이 때문에 모든 것을 능가하는 탁월한 위치에서 모든 것보다 열등한 신세로 추락하였다.
39. 그런즉 내 뜻의 빛의 일치가 네 안에서 활동하면서 창조 목적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원한다면, 너는 아무것도 아닌 너를 늘 내 뜻의 처분에 맡겨 두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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