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성체를 모신 사람들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도(나를 닮은 너에게)

Skyblue fiat 2015. 11. 12. 02:06

 

성체를 모신 사람들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도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요한 6,58

 

 

 

나의 인성이 하느님과 한 여성의 '예'가 결합한 결실이듯이, 곧 인간 마리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의 결합이 낳은 결실이듯이, 네 안에서 너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에 대한 너의 사랑이 결합하여 새로운 그리스도를 탄생시킬 수 있다. 너는 성체성사를 통해 나로 변화될 수 있다.

 

조각가가 대리석이나 돌 위에 자신이 생각한 형상을 새기듯 나는 네 영혼을 조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조용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일을 하며 더 풍부한 결실을 맺는다.

 

너에게서 너도 모르는, 그리고 흔히 네 가장 가까운 친구들도 보지 못하는 나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인간의 눈으로는 그것을 보지 못할 수 있지만, 내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시며 너에게 은총을 쏟아주시고 사랑으로 안아주신다.

 

때로 네가 전혀 기대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너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마 너는 시무룩하고 잠을 더 자고 싶을 것이다. 옷을 입는 일도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미사에 참례해서도 분심으로 가득 차고, 기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갑자기 제대 위에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로 성체가 나이고, 포도주처럼 보이는 것이 정말로 너를 위해 흘린 나의 피라는 것을 깨닫는다. 너는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안다. 나를 직접 본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잘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온 마음으로 나에게 말하지만 한마디도 소리 내지 않는다. 나를 흠숭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감사하지만 꼼작도 하지 않은 채 수동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제 나를 받아 모신다!

 

그리고 무언의 흠숭과 감사와 사랑을 드리면서 사도 바오로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20

 

나의 존재가 너의 전체에 스며든다. 어떤 면에서 너는 껍데기일 뿐이다. 너를 다스리는 자는 나다. 그러나 우리는 한마음, 한 영혼, 한 뜻을 가지고 있다. 너를 인도하고 지도하고 격려해주는 나는 네 인생의 모든 과정을 지배한다. 나는 너를 단련시킨다. 너의 상상, 기억, 이해, 의지를 나의 것과 조화되도록 만든다. 나는 네가 생각과 갈망과 기준을 형성하도록 영향을 끼친다. 나는 네가 하느님의 선물이 아닌 하느님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너는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게 된다. 네 뜻이 아닌 내 뜻이 너를 이끌어 주는 원칙이고, 네 뜻을 버리고 오직 내 뜻만 추구한다.

 

내가 네 안에 살면 너는 진정으로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된다. 그러며 너는 내가 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내가 주거나 허락하는 것은 어떠한 것도 거부하지 않는다. 너의 삶이 온전히 나의 손안에 있는 것이다. 너는 내 손안에 네 삶을 두었고 내 손안에 네 삶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스도가 네 안에 사시기에 너는 삼위일체의 세 위격에게 마땅히 받으셔야 할 영광을 드린다. 너의 창조주, 너의 구세주, 너의 성령께 마땅히 받으셔야 할 흠숭과 감사와 사랑을 드리게 된다.

 

그러나 너는 네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일을 인지하지 못한다. 성체성사에서 나는 혼자서 너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곳에 나의 아버지 또한 계신다. 아버지와 내가 있는 곳에 반드시 성령도 계신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계신 곳에 천국이 있다.

 

성부께서는 끊임없는 활동속에서 말씀(성자, 나 자신)을 하시고, 성부와 나는 서로의 사랑을 보여주며, 그 사랑이 바로 성령이다.

 

이러한 삼위일체의 활동이 네 영혼 안에서 일어나 천국을 미리 맛보게 된다. 너는 '승리교회'의 성인들처럼 우리의 얼굴을 맞대고 볼 수는 없지만, 믿음에 의해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

 

네 믿음이 완전하다면 너에게 영성체는 거의 천국이 될 것이다. 실제로 어떤 성인들에게 영성체는, 그들이 지상에 있었을 때에도 거의 천국이었다.

 

네가 빵의 모습을 지닌 성체인 나를 받아 모신 후에 나는 네 안에서 성사적으로 존재한다. 너에게 넘쳐흐르는 은총을 주고 네 영혼을 생명과 힘으로 채운다. 나는 네 영혼으로부터, 네가 후회하며 더 이상 애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로 인해 지은 모든 소죄를 씻어낸다. 나는 네 영혼을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강하게 해준다. 내가 네 안에서 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러나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겠느냐? 내가 너에게 머물다가 그 다음날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성체성사를 통한 이 귀한 일치의 순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놀랄 만큼 가깝게 결합되어 있다. 나의 신성이 네 안에서 너와 함께 머무른다. 인성을 지닌 나의 영혼 안에 거하시는 성령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너와 함께 계시면서 네 생각과 열망과 성향이 내 생각과 열망과 성향을 닮도록 유도하신다.

 

성부와 성령과 나는 계속해서 네 안에서 산다. 우리는 네 안에 머문다. 우리가 서로의 안에서 사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 안에서 산다. 너는 성부와, 또한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고 있다. 네 영혼은 천국에 있다. 하느님께서 네 영혼 안에 계시기 때문이다.

 

네가 교회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우리 셋은 특별한 방법으로 네 안에 머문다.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너는 삼위일체와 함께 걸음으로써 '생명' 자체를 갖게 된다. 내 활동으로 나의 관상 시간이 결코 줄어들지 않았듯이 너의 활동도 그러해야 한다.

 

네 가족이나 고용주나 고객들을 위해 일할 때, 네 직원이나 아랫사람이나 자녀들을 대할 때, 친구나 친지나 이웃들과 교제할 때, 네 ‘하느님께서 네 안에 계시고, 너는 특별한 방식으로 나의 또 다른 자아임을’ 기억하여라.

 

너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네 안에서 일한다.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할 때 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네 안에서 봉사한다. 네가 고통당할 때 나도 네 안에서 고통당한다. 네가 웃을 때 나도 네 안에서 웃는다.

 

너는 나와 함께 희생제물이 되고 나와 함께 흠숭을 드린다. 나와 함께 감사하고 나와 함께 사랑한다. 지금 너는 너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네 안에서 산다. 너는 나의 또 다른 자아다.

 

 

- 나를 닮은 너에게/ 클래런스 J. 엔즐러 지음/ 바오로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