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44,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이는 자신을 천상 시민으로 여겨야 한다.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것은 창조주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그분의 모든 업적을 찬미하며, 그분의 크나큰 행위들에 대한 보답으로 피조물로서의 작은 행위들을 드리는 것이다.
1925년 5월 21일
1.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가,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고해 사제가 보는 앞에서 나를 고통 받게 하려고 오신 것을 보자 적잖이 언짢았다. 예수님께서 이따금 허락하시는 일이지만, 그럴 때면 의식을 잃고 고통속으로 들어가는 그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내게는 불가항력인 것이다. 그래서 속으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께서 저를 고통 받게 하려고 오시려면 지난밤에도 오늘도 그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해 사제가 여기 있으니 저를 그냥 두셨다가, 나중에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3.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불시에 나를 덮쳐 죽은 듯한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예수님께 그것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으며 제발 허락하시지 말아 달라고 청하면, 그분은 매우 인자하신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4. “딸아, 내가 그것을 허락하는 것은 고해사제의 흔들림 없는 간청 때문이다. 그는 너를 고통 받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언제나 나의 영광을 위해서 또 내 의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면 내가 네 안에 불명예스럽게 있는 셈이 되고, 너는 내가 너에게 내 뜻과 다른 덕행들에 관해 드러낸 진리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의심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5. 그들은 ‘산 제물의 순명은 어찌 되었나? 그의 본성마저 순명이 원하는 대로 변화되어야 할 것 아닌가?’ 하고 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네가 나를 불명예스럽게 하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네 안에서 말하고 활동하는 것이 나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6. 더욱이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내 뜻의 사명을 너에게 말하기 위해서, 내 사랑하올 엄마에게 한 것처럼 너의 원죄를 없애지는 않았지만, 너에게서 본능적인 욕망과 샘과 타락의 씨를 제거하였다. 내 뜻이 타락한 의지와 본성 속에 자리를 잡는 것은 그 품위와 거룩함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7. 내가 만약 그렇게 제거하지 않았다면 그 타락한 의지와 본성이 내 뜻의 태양을 가리는 구름장 같았을 터이니, 내 뜻에 대한 지식의 광선이 네 영혼 속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네 영혼을 소유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8. 그런데 내 뜻이 네 안에 있으니, 온 천국이, 곧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와 모든 성인과 천사들이 너와 하나로 맺어져 있다. 내 뜻이 그들 각자의 생명인 까닭이다. 따라서 네가 내 뜻에 대해 좀이라도 주저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충실히 따를지 말지를 생각만 해도 하늘과 땅이 그들의 기초 자체를 흔들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9. 왜냐하면 그들 모두의 생명인 그 뜻이 - 지극히 높은 선성에 의해 하늘에서와 같이 네 안에서도 다스리기를 원하는 그 뜻이 완전한 통치권을, 합당한 영예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에게 충고하거니와, 네 안에서 네 예수가 영예롭게 거처하며 내 뜻이 완전한 통치권을 가지기를 네가 바란다면, 다시는 너의 뜻에 생명을 주지 마라.”
10. 나는 예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바를 따를지 말지를 단지 생각만 해도 - 결국은 언제나 그분 뜻을 따르긴 하지만 -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것이 된다는 그 말씀을 듣고 덜컥 겁이 날 정도로 놀랐다. 내가 만일 예수님의 뜻대로 하지 않는다면 -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기를! - 어떻게 되겠는가? 어쩌면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 싶어지니 여간 두렵지 않은 것이었다.
11.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지 않을까 심히 두려워하는 것을 보시고 -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기를! - 측은한 마음이 드셨는지, 다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12. “딸아, 힘내고,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 말을 하면서 천국의 모든 시민들이 얼마나 네 안에서 다스리는 나의 뜻에 묶여 있는가를 알려 준 것은, 네가 절대로 너의 뜻을 따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뜻은 서로 상극(相剋)이고, 하느님의 뜻이 더욱 강력하고 거룩하며 무한하기에, 하느님 뜻의 원수인 인간의 뜻은 하느님의 뜻 발밑에 발판 노릇을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13. 사실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을 지상 시민이 아니라 천상 시민으로 여겨야 한다. 천상의 모든 복된 이들과 같은 뜻으로 사는 사람이 그 자신의 인간적인 뜻이 이 영역 안에 들어오게 할 수도 있는 생각을 하면, 이 때문에 그 모든 이들이 기초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다. 인간의 뜻은 천상계 안에 결코 들어온 적이 없는, 무질서의 화근(禍根)이기 때문이다.
14. 너는 나의 뜻으로 살아감에 의해 네 뜻의 생명은 끝났다는 것 - 네 뜻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내 뜻 안에서 사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것이다. 내 뜻을 행했다 말았다 하는 사람들은 지상 시민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 자신의 뜻을 자유로이 내놓을 수도 있고 도로 가져갈 수도 있지만,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영원한 지점에 묶여 있고 내 뜻과 함께 유동(流動)하며 난공불락의 성채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라.”
15.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 안에서 나에게 격려와 힘을 주시려는 듯 내 손을 잡으시고 이르셨다. “딸아, 와서 내 뜻 안을 두루 순례하여라. 보아라, 내 뜻은 하나이지만, 모든 피조물의 수효대로 나누인 것처럼 그들 각자 안에 흘러든다. 그러나 실제로 나누인 것은 아니다.
16. 별, 창공, 해, 달, 초목, 꽃, 열매, 들판, 땅, 바다와 같은 만물을 보고 또 만인을 보아라. 그들 하나하나 안에 내 뜻의 행위가 있다. 그리고 그 각 피조물 안에는 내 뜻의 행위뿐만이 아니라 바로 내 뜻이 그 행위의 보존자로서 남아 있기도 하였다.
17. 그런데 내 뜻은 그 행위 안에 홀로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고 네 행위의 동반을 받기를 원한다. 즉, 너의 보답을 원한다. 이것이 내가 너를 내 뜻 안에 둔 까닭이니, 네가 내 행위를 동반하면서 내 뜻이 원하는 것을 원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18. 이를테면 별들이 반짝이는 것, 해가 그 빛으로 땅을 채우는 것, 초록이 꽃을 피우는 것,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 새가 지저귀는 것, 바닷물이 철썩이는 소리를 내는 것, 물고기가 재빠르게 헤엄치는 것 - 요컨대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너도 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 뜻은 더 이상 피조물들 안에 홀로 있지 않고 네 행위의 동반을 받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19. 그런즉 너는 각 피조물을 하나하나 다 돌아보면서 너 자신이 내 뜻의 각 행위에 대한 (보답의) 행위가 되어라. 내 뜻 안에서 사는 것은 이것이니, 창조주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그분의 모든 업적을 찬미하며 그분의 크나큰 행위에 대한 보답으로 피조물로서의 작은 행위들을 바치는 것이다.”
20. 나는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그 빛의 무한대한 공간 속에 있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에서 나오는 모든 행위들을 찾아내어 이 행위들 안에 나의 흠숭과 찬미와 사랑과 감사의 행위들을 보답으로 넣어두었다. 그러자 어느새 나 자신 안에 들어와 있었다.
17권-45,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의 자유 의지.
지식은 그것이 알리는 선의 문을 열어 소유하게 한다.
1925년 5월 30일
1. 흠숭하올 예수님의 부재 고통에 짓눌리고 있었다. 오! 그분께서 돌아오시기를 얼마나 애타게 바랐던지! 이 상실감으로 잔뜩 예민해진 내 마음이, 음성이, 생각이 온통 그분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예수님과 함께 있지 않은 밤은 이리도 길고 길건만, 그분과 함께 있으면 한숨에 지나가고 말지 않던가! 그러므로 마음속에서 이런 호소가 터지고 있었다.
2. ‘저의 사랑이시여, 오소서.
저 혼자 버려두지 마십시오. 저는 너무 작아서 당신이 필요합니다.
이 작음 때문에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도 저를 떠나 계십니까?
아! 어서 돌아오십시오. 돌아오십시오, 오, 예수님!’
3. 그 순간 그분께서 한 팔로 내 목을 감으시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는데, 머리고 내 가슴 안쪽을 너무나 세게 밀며 떠받으시는 바람에 나는 가슴이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고, 무서워서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그러자 그분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더구나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것은 영혼으로 하여금 나와 나뉠 수 없는 관계에 있게 한다.
내 생명과 그 영혼의 관계는 영혼과 육신의 관계보다 더 밀접하다.
5. 영혼이 없는 육신은 이를 지탱할 생명이 없기 때문에 흙으로 돌아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네 안에 나의 생명이 없다면, 내 뜻의 행위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네 영혼 깊은 곳에서 내 뜻의 임무를 수행할 방법을 속삭이듯 거듭거듭 말해 주는 내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할 것이다. 너에게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 소리를 내는 내 생명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6. 너는 툭하면 내가 너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네가 먼저 내 뜻을 떠난 다음에야 내가 너를 떠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 역시 내 뜻을 떠나기 어려울 것이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7. 너는 천상의 복된 이들과 거의 같은 상태에 있다. 그들은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내가 인간에게 선물로 준 것이고, 나는 한번 준 것은 절대 거두어들이지 않는다.
노예근성은 결코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 나는 자녀들의 하느님이지 노예들의 하느님이 아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다스릴 권한을 주는 왕이기에, 나와 그들 사이에는 분열이 없다.
8. 게다가 그들은 나의 재산과 나의 뜻과 나의 행복에 대하여 풍부하고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 지식이 그들을 가득 채우며 밖으로도 넘쳐흐를 정도여서 그들의 뜻이 활동할 여지가 없다. 즉, 그들은 자유롭지만, 하느님의 무한한 뜻에 대한 지식과 그들이 잠겨 있는 무한히 좋은 것들에 대한 지식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그들을 이끌어, 자기들의 뜻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질 수밖에 없어지고, 이를 최상의 행운과 행복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자유롭게, 온전히 그들 자신의 의지로 말이다.
9. 딸아, 너도 그렇다. 너에게 내 뜻에 대해 알려 준 것이 내가 준 최상의 은총이었다. 그러자 너는 너의 뜻을 행하거나 행하지 않거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데도, 너의 뜻이 나의 뜻 앞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느낌, 완전히 무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 네가 크나큰 선인 내 뜻에 대한 지식으로 말미암아 너의 뜻을 혐오하게 되었고, 강요하는 이가 없어도 내 뜻에서 너에게 오는 큰 선익을 보기 때문에 즐겨 내 뜻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10. 내가 내 뜻에 대해 너에게 표현한 그 숱한 지식들은 너를 에워싸는 거룩한 유대이며 영원한 사슬이고 천상적 재산의 소유이다. 만약 너의 뜻이 이 거룩한 유대와 영원한 사슬을 끊고 달아나려고 하고, 지상 삶에서도 소유한 이 천상적 재산을 잃어버리려고 한다면, 비록 자유롭긴 해도 달아날 길을 찾아내지 못해 당황할 것이고, 그 자신의 하찮음을 볼 것이며, 자신의 어떤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 아닐까 두려워할 것이고, 마침내 더욱 자발적인 사랑으로 내 뜻 안에 뛰어들어 잠길 것이다.
11. 지식은 그것이 알려 주는 선의 문을 연다. 내가 내 뜻에 대해 너에게 나타낸 지식이 많을수록, 그만큼 다양한 선의 문, 빛의 문, 은총의 문, 거룩한 재산의 문을 너에게 열었던 것이다. 이 문들은 너를 위해 열려 있다. 그리고 이 지식들이 사람들 가운데로 도달함에 따라 이 문들이 그들에게 열릴 것이다. 지식은 그것이 알리는 선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12.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열려고 하는 문은 다름아닌 내 뜻이다. 이는 사람들 뜻의 작은 문들을 닫기 위함이다. 내 뜻이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뜻을 혐오하게 하리니, 내 뜻 앞에서는 인간의 뜻이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뜻의 빛으로 인간의 뜻이 얼마나 무가치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인지를 보게 되고, 그 결과 그들 자신의 뜻을 제쳐놓게 된다.
13. 그 외에도 네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내가 너에게 내 뜻에 대해 하나의 지식을 드러낼 때면, 내가 드러낸 그것의 모든 선을 네 영혼 안에 들어오게 해야 하고, 그런 후라야 내가 또 다른 지식의 문을 너에게 열어 주기로 정해 두었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의 것은 다만 그 선에 대한 정보일 뿐 그것의 소유는 아닐 것이다. 나는 말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가 표현하는 그 선이 소유되기를 원한다.
14. 그런즉,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내 뜻을 실천하여라. 그러면 내가 더 많은 지식의 문을 너에게 열어 줄 것이고, 너는 그만큼 더 많은 신적 소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