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뜻의 나라 동정 마리아
제21일
하느님 뜻의 나라의 천상 여왕.
떠오르는 태양.
한낮 - 우리 가운데 계신 영원한 ‘말씀’.
여왕이신 어머니께 바치는 기도
1 지극히 자애로우신 엄마, 제 가련한 마음은 엄마의 무릎 위로 가서 저의 작은 비밀들을 털어놓고 이를 엄마의 모성적인 마음에 맡겨야 할 극도의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2 오, 엄마, 들어 보십시오. 하느님의 ‘피앗’이 어머니 안에 이루신 그 놀라운 기적들을 보면서, 저는 작고 나약한데다 삶의 무서운 투쟁이 저를 짓눌러 간신히 목숨만 남겨 두는 형국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머니를 본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오, 저의 엄마, 얼마나 제 마음을 엄마의 마음 안에 쏟아 붓고 싶은지! 이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할 수 없도록 저를 비참하게 하는 쓰라림과 몹시 괴롭히는 두려움을 어머니께서도 느끼실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 천상 어머니,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저를 어머니 마음 안에 숨겨 주십시오. 그러면 잊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 뜻으로만 살기 위하여 저의 죄악들에 대한 기억은 지워 버리겠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천상 여왕님의 훈화
4 극진히 사랑하는 아기야, 두려워하지 말고, 네 엄마를 신뢰하여라. 모든 것을 내 마음에 쏟아 부으면 내가 다 생각하며 헤아려 주겠다. 정녕 네 엄마로서 너의 고통을 빛으로 바꾸고, 이를 사용하여 네 안에 있는 ‘하느님 뜻의 나라’의 경계를 넓혀 줄 작정이다.
5 그러므로 지금은 모든 것을 제쳐놓고 내 말을 들어라. 아기 임금이신 예수님께서 내 모태 안에서 무엇을 하셨는지, 또 이 엄마가 어떻게 아기 예수님의 숨결 하나도 놓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겠다.
6 얘야, 예수님의 작은 인성은 신성과 실체적인 결합을 이루면서 자라고 있었다. 내 모태는 몹시 좁고 캄캄하였다. 단 한 가닥의 미광마저 없었다. 그러니 아기가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그 캄캄한 암흑에 싸여 계신 것이 보였다.
7 너는 아기 예수님께 이 짙은 암흑을 만들어 드린 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그것은 바로 인간의 뜻이었다.
인간의 뜻(이라는 암흑)에 인간이 자진해서 덮싸여 있었으니, 죄를 지을 때마다 그 수와 같은 수의 암흑의 구렁을 만들어 그 자신의 내부와 주변을 둘러쌌고, 이 때문에 선행을 할 수도 없는 부동(不動) 상태에 떨어졌던 것이다.
8 내 사랑하는 예수가 당신 어머니의 (태라는) 아름다운 감옥을 택하시어 아홉 달 동안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고통에 자원해서 몸 바치신 것은 그 때문이니, 인간이 자신의 음침한 뜻의 포로가 되어 선행 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갇히고 만 그 칠흑 같은 밤의 어둠을 몰아내시기 위해서였다.
9 얘야, 내 태중에 계신 작은 예수님이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한 채 울며 탄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를 네가 안다면!
10 그분의 뜨거운 심장은 세차게 고동치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얻으시려고, 그리하여 그들을 당신 신성의 빛으로 감싸 안으시려고, 그 모든 마음으로 하여금 (넘치는) 사랑으로 열떠 있는 당신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게 하셨다.
11 그분은 그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원해서 빛 대신 어둠을 취하셨으니, 모든 사람이 참 빛을 얻어 무사히 (구원에) 이르게 하시기 위함이었다.
12 극진히 사랑하는 아기야, 아기 예수님이 내 태중에서 겪으신 고통에 대해서 누가 너에게 말해 줄 수 있겠느냐! 그것은 일찍이 들은 적 없고 말로 형용할 수도 없을 만큼 큰 고통이었다.
13 그분은 -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사람이셨기에 – 완전한 이성을 타고 나셨지만, 그분의 사랑 또한 너무나 큰 나머지 기쁨과 행복과 빛의 끝없는 바다들을 제쳐놓고, 인간이 그분에게 마련한 암흑과 고통과 불행과 비참의 바다들 속에 당신의 작은 인성을 내던지실 정도였다.
그리고 마치 자기 것인 듯 그 모든 것을 당신의 그 작은 어깨에 짊어지셨던 것이다.
14 얘야, 참 사랑은 결코 “이제는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통 자체를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고통의 힘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생명을 돌려주기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바칠 때, 그때에야 비로소 만족을 느낄 따름이다.
15 얘야, 이 엄마의 말을 잘 들어라. 네 뜻을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악인지를 이제 알겠느냐?
그것은 네가 예수님과 너 자신에게 암흑의 밤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고통과 불행과 비참의 바다들도 만들어,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짓눌린 상태로 있는 것이다.
16 그러니 주의를 기울여라. “저는 항상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자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으로 나를 기쁘게 해 다오.
17 또 들어 보아라, 얘야. 작은 예수님은 사랑의 세찬 열정에 싸여 세상에 태어나시려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인간을 포옹하고 그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며 그를 바라보고 홀로 당신으로 황홀하게 해 주고 싶은 열망과 뜨거운 탄식과 대망으로 하여, 더 이상 가만히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신 것이다.
18 이제 그분은, 어느 날 하늘 문간에서 유심히 땅을 살펴보신 후 내 태중으로 내려오셨던 것과 꼭 마찬가지로, 하늘보다 더 소중한 내 모태의 문간에서 땅을 살펴보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태양이신 영원한 ‘말씀’께서 이 세상에 떠올라 한낮을 이루실 것이니, 가련한 인류에게는 이제부터 밤이나 여명이나 일출 무렵이 아니라 언제나 태양이 한낮보다 더 밝게 빛나는 때가 올 것이었다.
19 너의 이 엄마도 그분을 더 이상 자기 안에 품고 있을 수 없음을 느꼈다. 빛과 사랑의 바다들이 엄습하고 있었으니, 내가 빛의 바다 속에서 내 모태로부터 나오신 것이다.
사랑하는 아가야, 이와 같이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일체가 빛이고, 일체가 빛으로 바뀐다.
20 그 빛 안에서 황홀경에 잠긴 나는 내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게 되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내게서 나온 순간 그 사랑스러운 첫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주님의 천사가 아기를 내 팔에 안겨 주었다. 나는 아기 예수님을 가슴에 꼭 껴안고 첫 입맞춤을 하였다. 그러자 아기도 내게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21 지금은 이쯤 하자.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서 내일 또 너를 기다리겠다.
영혼의 응답
22 거룩하신 엄마, 오, 당신께서는 얼마나 복되신지! 과연 모든 여인 중에 복되십니다!
23 간청하오니, 예수님을 가슴에 안고 첫 입맞춤을 드리며 느끼신 그 기쁨들을 생각하시어, 제 팔에도 잠시나마 아기 예수님을 안겨 주십시오.
언제나 항상 사랑하겠다는 맹세와 그분의 거룩하신 뜻 외에는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그분께 만족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작은 희생 : 오늘 나를 공경하려면, 와서 아기 예수님의 작은 발에 입 맞추어라.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작은 손에 네 뜻을 맡겨, 가지고 놀며 미소를 지으시게 하여라.
환호 : 저의 엄마, 아기 예수님을 제 마음 안에 넣어 주시어, 제 마음을 온통 하느님 뜻으로 변화시켜 주시게 하소서.
천상 여왕님께 바치는 기도
원죄 없는 여왕이신 천상 어머니,
어머니께 바쳐진 이 달에
아기처럼 어머니 무릎 위에 올라와서
저 자신을 어머니 팔에 맡기며 뜨거운 갈망으로 청하오니,
저에게 '하느님 뜻의 나라'에서 사는
더없이 큰 은총을 허락해 주소서.
거룩하신 엄마,
하느님 뜻의 나라의 여왕이신 엄마께서
하느님 뜻의 나라 안에 저를 받아들이시어
엄마의 아기로 살게 하시고,
엄마의 자녀들이 다시는 떠나지 않고
이 나라에서 함께 살게 하소서.
지고하신 여왕님, 여왕님께 저 자신을 맡기오니
하느님 뜻의 나라 안으로 제 발길을 이끄소서.
여왕님의 모성적인 손에 매달리는 저의 온 존재를 이끄시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하소서.
여왕님께서는 또한 저의 엄마가 되어 주시어,
제 엄마이신 당신께 맡기는 제 뜻을
하느님의 뜻으로 바꾸어 주소서. 그리하여
제가 결코 그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소서.
그러므로 청하오니, 저를 비추어 주시어,
'하느님 뜻'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게 하소서.
(성모송)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도 저를 사랑하시니,
제 영혼에 하느님 뜻을 한 모금 주십시오.
그리고 엄마의 축복도 주시어,
제가 무슨 활동을 하든지
엄마의 모성적인 눈길 아래에서
하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 뜻의 나라의 동정 마리아 (p15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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