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59, 한없이 감미로운 폭력. 하느님 뜻 안에서 받는 고통의 효과.
1918년 8월 12일
1. 평소와 같이 지내면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님께서 내게 어떤 것을 바라신다면 사제의 방문을 받아야 하는 고충을 면하게 해 주신다는 표를 주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2.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한손에 공을 드신 모습으로 나의 내면에 나타나셨는데, 그것을 막 땅으로 던지시려는 참이었다. 그러다가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나의 뜻에 의해 네가 처해 있는 고충을 면하는 것 - 이것이 너의 주된 수난이다. 나는 온 세상을 위하여 너를 이 상태로 있게 한다. 세상을 통째로 멸하지 않으려고 너를 쓰고 있는 것이다. 너는 이것 말고 다른 선을 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하나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4. 그 말씀에 아연해진 나는 “예수님,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고통을 받지 않고 지내도록 하시니 산 제물의 상태를 정지시키신 듯한데, 그럼에도 세상을 멸하지 않기 위해서 저를 쓰고 계시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였다.
5. "하지만 네가 고통을 받고 있지 않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나를 완전히 무력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받고 있지 않을 뿐이다. 또한 때때로 정지된 상태로 있다고 해도 거기에는 너의 일부가, 곧 너의 뜻이 들어 있지 않다. 너의 뜻은 오히려 그 반대쪽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6. 과연 너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기다림으로, 산 제물의 상태가 정지된 것을 통감하는 것으로, 이전처럼 나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그럼에도 변동 없이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 것으로, 네가 나에게 얼마나 감미로운 폭력을 쓰고 있는지를!
7. 나는 너에게 자유롭게 행동하고자 한다. 마음이 내키면 너의 상태를 정지시켜 둘 것이고, 내키지 않으면 너를 묶어둘 것이다. 네가 너의 뜻을 가지지 않고 내 뜻의 처분대로 내맡기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이것이 네 마음에 든다면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할 수 없을 것이다.”
8. 또 다른 날은, 먹은 것을 계속 토했기 때문에 속이 메슥메슥하였다. 그래서 다정하신 예수님께
“제 사랑이시여, 저는 음식을 먹으면 토하지 않을 수 없으니, 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은총을 주셔도 무방하지 않으십니까?” 하였다. (이는 사제의 명령에 순명하기 위하여 드린 말씀이었다).
9.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딸아, 무슨 소리냐? 조용히, 조용히 있어라. 그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마라. 너는 알아야 한다. 네가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 내가 사람들을 굶어 죽게 하리라는 것을.
10. 하지만 네가 필요로 하기에, 따라서 네 필요에 소용될 수 있기에, 내가 너에 대한 사랑으로, 너 때문에, 피조물에게 필요한 것을 주게 된다. 그런즉 내가 네 말을 들어주면, 네가 다른 이들을 해치는 격이 된다. 그 대신 네가 음식을 먹고 그 다음에 토하면, 다른 이들에게 선을 행하고 네 고통으로 나를 찬양하게 된다.
11. 게다가 네가 토하면서 고통 받는 것을 내가 얼마나 자주 보겠느냐!
네가 내 뜻 안에서 고통을 겪기에, 내가 피조물의 유익을 위하여 너의 그 고통을 손에 들고 더욱더 많아지게 하며 쪼개는 것이다. 그리고 기뻐하면서 ‘이는 내 딸의 빵이다. 내가 내 자녀들의 유익을 위하여 내어 주는 빵이다.’하고 혼잣말을 하게 된다.
12권-60, 가장 흉측한 죄.
1918년 8월 19일
1. 일상적인 상태로 있는데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마치 원형의 빛에 싸이듯 내 내면 안에 계신 모습을 보여 주셨다. 나를 보시면서 “어디 보자. 오늘은 우리가 어떤 선을 행했더라?” 하셨다. 그리고 보시고 또 보셨다...
2. 나는 그 원형의 빛이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거룩하신 뜻에 나도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3. 그러고 나서 그분은 이렇게 부언하셨다.
“어쨌든 나는 사제들의 사악이 지긋지긋하다. 더는 참고 봐 줄 수가 없다. 완전히 끝장내고 싶다.
4. 오, 황폐해진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 중 다수는 얼마나 꼴사납게 변질되어 있는지! 우상숭배에 빠진 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5. 나를 모욕하기 위해서 거룩한 것을 사용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고통이고, 가장 흉측한 죄이며, 전반적인 파멸의 표시이다. 더할 수 없이 큰 저주를 끌어당기면서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통교를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6. 그런 자들을 지상에서 뿌리째 없애 버리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래서 징벌은 계속될 것이고 갈수록 그 수가 증가할 것이다. 죽음이 도시들을 휩쓸어 수많은 집과 길이 사라지고 거기에 사는 사람도 없을 것이니, 어디든지 비탄과 황량함만이 감돌 것이다.”
7. 나는 예수님께 거듭거듭 간구하였다. 그분은 밤 시간에 상당히 오래도록 나와 함께 머물러 계셨는데, 어찌나 괴로워하시는지 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분의 마음이 누그러지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12권-61, 사제들로 인한 예수님의 비탄.
1918년 9월 4일
1. 평소와 다름없는 상태로 있다 보니,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말씀하셨다.
“딸아, 피조물이 내 정의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들은 굴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 정의가 그들을 치려고 한다.
2. 이는 모든 계층의 피조물인데, 나의 성직자라고 하는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성직자들이 어쩌면 다른 이들보다 더하다. 이들은 너무나 해로운 독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에게도 그 해독을 끼친다!
3. 그들은 나를 영혼들 안에 있게 하지 않고 자기들이 거기에 있고 싶어 한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원하고,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를 원한다. 그 바람에 나는 뒷전으로 밀쳐진 신세가 된다. 그들과의 해로운 접촉은 영혼들로 하여금 마음을 모으기는 고사하고 나에게서 주의를 돌리게 한다.
4. 그들은 영혼들을 고요한 내적 생활로 이끄는 대신 더 분방하게 더 많은 과오를 범하게 한다. 그러므로 그들과 접촉하지 않는 이들이 더 선하고 더 수렴된 마음으로 있음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5. 그러니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인간을 더 악하게 만드는 그들과의 해로운 접촉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이 교회를 - 성사들을 멀리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6. 나의 비통이 크다. 내 마음의 상처들이 깊다. 그러니 기도하여라. 그리고 아직 주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선인들과 하나 되어, 나의 쓰디쓴 비통에 따뜻한 동정심을 표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