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1-15권

천상의책 (11권-56-60)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 참되고 영속적이고 완전한 열매가 있는 영성체.

Skyblue fiat 2015. 1. 16. 20:40

11권-56,  하느님의 뜻 안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

참되고 영속적이고 완전한 열매가 있는 영성체.

1913년 8월 20일


1. 기도 중에,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 계시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2. 그들은, “주님, 주님께서는 이 영혼 안에 모든 것을 넣어 주셨습니다!” 하였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손을 내민 채, “예수님께서 그대 안에 계시고, 그분과 함께 모든 선이 있으니, 저희에게 그걸 좀 집어 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3. 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으나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그런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나의 뜻 안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선이 있으니,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신뢰를 가지고 이 뜻 안에 머물면서 나와 함께 주인으로 행세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 영혼에게서 모든 것을 기대하기에, 기대한 것을 받지 못하면 속은 기분이 된다.

 

5. 그런데 그가 만일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나와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들에게 선을 베풀 수 있겠느냐?

 

6. 그러므로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 꼭 필요한 것은 신뢰단순성자기 자신에 대한 무관심이다.

신뢰는 선을 베풀기 위해서, 단순성은 자기 자신을 모든 이에게 내주기 위해서, 자신에 대한 무관심은 온전히 나와 이웃을 위해서다. 과연 그렇다.”

 

7. 그 다음에 그분은 이렇게 말씀을 덧붙이셨다. “딸아, 진실로 내 뜻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접목(接木)에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나무에 접을 붙일 경우 접지(接枝)는 그 바탕이 되는 밑나무의 생명을 없애는 힘을 가지고 있다.

 

8. 그러므로 밑나무가 접지에게, ‘나도 작으나마 나 자신의 가지 하나는 갖고 싶어. 그러면 열매 몇 개는 맺을 수 있을 테고,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릴 수도 있을 거야.’ 하고 말한다면, 접지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네가 내 접(?)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이제는 너에게 존재 이유가 없다. 생명은 전적으로 나의 것일 뿐이다.

 

9. 내 뜻을 행하는 영혼도 그와 같이, 내 생명은 끝났다. 나의 일과 생각과 말은 내게서 나오지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 뜻이 내 생명인 분의 일이요 생각이며 말씀이다. 하고 말할 수 있다.

 

10. 그러면 나는 그런 영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내 생명이요 내 피며 내 뼈다.’

 

11. 성체 성사에서 참되고 실제적인 성변화는 사제가 하는 말의 힘이 아니라 내 뜻의 힘에 의해 일어난다.

 

12. 영혼이 나의 의지로 살기로 작심하면, 나의 뜻은 그 영혼 안에 곧 바로 나 자신을 창조하고, 영혼의 뜻과 일과 발걸음 안으로 흘러든다. 그러기에 영혼은 나의 창조들을 그 수만큼 다 경험하게 된다.

 

13. 말하자면 영혼이 성체가 가득 담긴 성합과 같아진다. 각각의 성체가 저마다 다 예수이니 그 수만큼 많은 예수들을 담고 있는 성합 말이다.

 

14. 이와 같이 영혼은 내 뜻에 의해 자신 존재의 각 부분과 존재 전체 안에 나 자신을 포함할 수 있다. 내 뜻을 행하는 영혼은 참되고 영속적인 영성체 - 완전한 열매가 있는 영성체를 실현하는 것이다.”

 

 

 

11권-57,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영혼에게는 악마도 직접적으로 범접하지는 못한다.

1913년 8월 27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으면서 현재의 내 난처한 입장에 대해 사랑하올 예수님께 투덜거렸다. 영혼의 모든 괴로움을 토로하며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린 것이다.

 

2. “제 생명의 생명이시여, 당신께서는 이제 더 이상 저를 불쌍히 여기실 마음이없으신가 봅니다. 제가 왜 살아야 합니까? 당신께서 도구로 쓰시려고 하지 않으시니, 저에겐 모든 것이 끝난 셈입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이 괴로움 때문에 돌처럼 굳어 아무 감각도 없는 느낌입니다.

 

3. 더욱 괴로운 것은, 제가 저의 큰 불행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않은 듯이 당신 팔에 온전히 맡기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 그들이 누구인지 당신은 아십니다 - 제 귀에 대고 이렇게 수군거리는 일입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이유가 무엇이오? 어쩌면 그대가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겠구려? 이다지도 얼빠진 상태가 되었다니!'

 

4. 그런데 가장 나쁜 것은 그들이 그런 말을 할 때에 저는 듣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신께서 저로 하여금 당신 뜻의 품안에서 자게 하신 잠을 그들이 방해하려고 드는 것 같으니까요.

 

5. 아! 예수님, 그럼에도 당신께서는 이 고통이 제게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 관심을 기울일 마음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를 도와주러 오시지 않았겠습니까?”

 

6. 이 밖에도 여러 가지로 덜떨어진 소리를 자꾸 주워대니가,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7. “딸아, 가엾은 내 딸아, 그들이 너를 슬프게 한 게로구나. 아 딸아, 나는 너를 평화 속에 있게 하려고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건만, 저들이 원하는 것이라고는 네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니, 원!

 

8. 아니다. 아니다. 너는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네가 감히 내게 죄를 지으려고 한다면 내가 가장 먼저 슬퍼할 것이고, 가장 먼저 너에게 말해 주리라는 것을.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걱정일랑 도무지 하지 마라.

 

9. 그러나저러나 이런 일을 실제로 일으키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겠지? 바로 악마다. 악마가 격분으로 불타고 있어서, 너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네가 내 뜻의 효과에 대해 말할 때마다 길길이 날뛰는 것이다.

 

10. 그래도 그는 내 뜻을 행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범접할 능력은 없으니까 간접적인 방식을 쓴다. 선의 탈을 쓴 채, 네 가까이에 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내가 즐겨 거처하는 영혼의 고요한 하늘을 교란시키려는 비열한 목적이나마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11. 그러므로 멀리서 천둥 번개를 치면서 제물에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 얼마나 하잘것없는 자냐! - 내 뜻의 능력이 그자의 다리를 분지르고, 그 천둥 번개가 되레 저를 치게 한다. 그러면 성이 나서 전보다 더 사납게 날뛰는 것이다.

 

12. 더군다나 네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 신분의 목적이 어디에 있습니까?’ 라니?

 

13. 너는 알아야 한다. 참으로 내 뜻을 행하는 영혼에게는 내 뜻의 능력이 너무나 크게 작용하므로, 내가 징벌을 내리려고 그 영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면, 그리하여 거기에서 내 뜻과 나 자신의 사랑을 보면, 그 영혼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벌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정도 된다는 것을.

 

14. 오히려 나 자신이 상처받고 실신한 상태가 되어, 징벌을 내리는 대신 내 뜻과 사랑을 지닌 그 영혼의 품에 가서 안긴다. 여기에서 쉬면서 기운을 차리는 것이다.

 

15. 아! 네가 나를 얼마나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속박 속에 있게 하는지를 안다면, 또 나 때문에 네가 좀이라고 슬퍼하거나 심란해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지를 안다면, 너는 더욱 만족해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너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짓을 삼가게 될 것이다.”

 

16. “그러니까, 오 예수님, 제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습니까! 당신을 그토록 괴롭히다니!” 하고 내가 탄식하자 예수님은 곧바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17. "딸아, 그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마라. 영혼의 사랑에서 내게 오는 고통은 큰 기쁨도 함축하고 있다.

참된 사랑은, 설령 고통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큰 기쁨과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과 결코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11권-58,  하느님의 뜻 안에 있는 영혼은

예수님처럼 누구에게든지 베풀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1913년 9월 3일

 

1. 기도 중이었는데...

 

2. (하지만 나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나에 대해서건 내 큰 비참에 대해서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죄인들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보속하고 예수님을 위로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 여기에 어쩌면 나의 미묘한 자부심이 깃들여 있을 지도 모르지만, 기도 전에 그렇게 하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없다마다! 뭐랄까, 기도를 시작하기만 하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3. 이 점에 대해 마음을 쓰면서 염려하고 있노라니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무슨 소리냐? 그렇게 되는 것이 염려스럽다는 거냐? 알아들어라. 내가 영혼을 내 뜻 안에 두면 그는 내 의지 안에서 안정된 거처를 잡게 된다.

 

5. 그런데 내 뜻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선을 포함하고 있다. 영혼은 그러므로 모든 것이 풍부함을 느껴 알고, 나와 같은 상태에 있게 된다. 즉, 받기보다는 주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무엇이든지 원하기만 하면 청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신은 아무것도 아쉽지 않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6. 그처럼 주고 싶어하는 힘을 - 억누를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내 뜻이니까, 그는 오직 줄 때에만 행복감을 느낀다. 또한, 주면 줄수록 더 주고 싶은 목마름을 느낀다. 그토록 주고 싶은데 주어야 할 사람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얼마나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겠느냐!

 ​

7. 딸아, 나는 내 뜻을 행하는 영혼을 나와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 나의 큰 기쁨과 괴로움을 나와 함께 나누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영혼이 하는 모든 것에는 아무런 사욕이 없음을 확증하는 도장이 찍힌다.

 

8. 과연 그렇다! 내 뜻을 행하는 영혼은 만물에게 빛과 열을 주는 진정한 태양이요, 이 빛과 열을 줄 필요를 느끼기도 하는 태양이다.

 

9. 그리고 이는 모두에게 빛과 열을 주기만 할 뿐 누구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일이 도무지 없는 태양이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만물을 능가하므로, 그가 지닌 빛과 위대한 불에 있어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지상 어디에도 없는 까닭이다.

 

10. 아! 사람들이 내 뜻을 행하는 영혼을 볼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는 그의 행위를 보고 그를 찬란한 태양 보다 더욱 찬란한 태양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 태양 안에 있는 나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11. 따라서 영혼이 내 뜻을 이룰 정도로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나타내는 표징은, 그 자신이 베푸는 상태에 있음을 스스로도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알아들었느냐?"

 

 

11권-59,  바로 예수님의 기도인 <수난의 시간들>

1913년 9월 6일

 

1. 이제 글로 쓰여진 ‘수난의 기도’를 보면서 어째서 여기에는 대사(大赦)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가 풍성히 붙어 있는 기도들이 많이 있는데, 이 기도에는 그것이 없으니 이를 바치는 이들은 얻는 것이 없지 않겠는가? 하며 의아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2. 그러자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매우 다정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대사가 붙어 있는 기도를 바침으로서 사람들은 하나의 대사를 얻는다. 그 반면에, 수난의 시간들은 바로 나 자신의 기도요 보속이며 온통 사랑이기 때문에 내 성심 깊은 데서 솟아난다.

 

4. 내가 너와 하나 되어 이 기도를 바치면서 얼마나 여러 번 세상에 내릴 징벌을 은총으로 바꾸곤 했는지, 너 혹시 잊어버린 것 아니냐?

 

5. 그토록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는 기도인 만큼, 나는 이 기도를 바치는 사람에게 하나의 대사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도록 무한한 가치의 부를 지닌 한 웅큼의 사랑을 준다.

 

6. 그 외에도, 순수한 사랑으로 이것이 실행되면 내 사랑이 자신의 분출구를 찾아 얻게 된다. 그런즉 피조물이 창조주의 사랑에 위로와 분출구를 제공한다는 것이 어찌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느냐?

 

 

 

11권-60,  루이사 이전에는 아무에게도 계시되지 않은 지식.

예수님께서 영혼 안에 당신 인성의 매력을 당신 뜻의 완전한 황홀로 대치하시는 까닭.

  1913년 9월 12일

 

1.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를 다루시는 방식이 아주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그분께서 오셔도 내가 전과 같이 돌덩이처럼 굳은 상태로 있지 않게 되었고, 떠나신 뒤에도 곧바로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니 말이다.

 

2.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더욱이, 나를 지도할 권한을 가진 이가 이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면 그 생각만 해도 그만 번거롭고 성가신 것이다.

 

3. 그런데 인자하신 예수님께서는 나의 모든 생각을 낱낱이 살피시며 그 중 하나라도 내 정신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거니, 그분께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4. “딸아, 너 혹시 아직도 내가 밧줄과 사슬로 너를 묶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기억나겠지만, 밧줄과 사슬이 필요했을 때에는 내가 온갖 애정을 다 기울여 그것으로 너를 묶곤 하였고, 그러면서도 너의 어떤 불평들에 대해서는 못 들은 체했다.

 

5. 하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근 이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가 너에게 더욱 고상한 사슬을 쓰고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나의 뜻이라는 사슬이다.

 

6. 내가 이 기간에 걸쳐 나의 뜻과 이 뜻이 지닌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숭고한 효력에 대하여 줄곧 너에게 말해 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는 여태껏 내가 아무에게도 나타내 보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7. 원한다면 마음껏 많은 책을 찾아보아라. 그 어느 책에서도 내가 내 뜻에 관해 너에게 일러준 바를 결코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네 영혼을 준비시켜 현재의 상태에 있도록 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8. 내가 너를 언제나 나와 함께 있게 한 뒤 나의 현존을 대신할 어떤 것 - 대신 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인 어떤 것을 주지 않고서는 네가 내 계속적인 부재의 고통을 견딜 수 없으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네 영혼 가득 들어가서 나의 현존 자체보다 더 나를 사로잡을 만한 것이어야 했다.

 

9. 그러한 것이 바로 나의 뜻이다. 나의 뜻이 너의 생각과 애정과 열망과 말을 하나하나 다 사로잡는 위치에 있게 되었으니, 네가 나의 뜻에 관해 말할 때면 그토록 웅변적이고 열정적인 어조가 되는 것이다. 네 혀가 나의 의지에 사로 잡혀 있는 까닭이다.

 

10. 또한, 예수님께서 이전처럼 오시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인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더럭 성가심을 느끼는 것도 네가 나의 뜻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이 내 의지의 감미로운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너의 황홀경을 깨뜨리려고 들고, 그러니까 네 영혼이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11. 나는, “예수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십시오. 가 버리십시오! 내 악함 때문에 내가 이 지경이 되었구나.” 하며 탄식했다.

 

12. 예수님께서는 가 버리십시오! 하는 내 소리를 들으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더욱더 조여 안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13. “나는 못 간다. 내가 내 뜻과 어떻게 떨어질 수 있겠느냐? 네가 내 뜻을소유하고 있으면 나도 늘 너와 함께 있기 마련이다. 나의 뜻과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 그건 그렇고, 내게 말해 보아라, 너의 악함이란 무엇이냐?”

 

14. “제 사랑이시여, 저는 모릅니다. 당신의 뜻이 저를 사로잡고 있다고 방금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15. “아, 네가 모른다고?”

 

16. “도저히 알 재간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항상 저 위 높은 곳에 있게하시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을 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17. 어쩌다 제 생각을 하려고 들면 당신은 나무라십니다. 그런 짓을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호되게 꾸짖으시는가 하면, 어떤 때는 저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힘주어 당신께 끌어당기시며 다정하게 나무라시고... 그러니 제가 어떻게 제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18.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나를 더 기쁘게 함을 뜻한다.

 

19. 내 뜻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는데 네가 네 생각을 하면 이 뜻이 자기 것인 무엇을 빼앗긴 상태가 될 이기 때문이다.

 

20. 이런 이유로 내 뜻이 네 위에 머물러 있으면서 네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것은 내 의지가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는 곳에는 어떤 악도 있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빈틈없이 파수를 서고 있는 것이다.”

 

21. 내가 “예수님,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것입니까?” 하자 그분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22. “딸아, 그게 아니고 네가 나로 하여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듣게 말해 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는 셈이다.

 

23. 들어 보아라. 너를 이리도 고상하고 거룩한 경지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 나는 너와 더불어 서로를 미친 듯이 사랑하는 두 연인처럼 처신하였다.

 

24. 네가 나를 몰랐다면 내 뜻을 끔찍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먼저 내 인성의 황홀한 기쁨을 너에게 주었다.

 

25. 내가 누구인지 알면 사랑하게 될 테니, 사랑의 온갖 책략을 다 동원하여 너의 모든 사랑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네가 다 기억할 그 책략들 말이다.

 

26. 그렇게 나 자신을 사랑하도록 너를 끌어당긴 다음 내 뜻에 사로잡히게 했고, 그래서 네가 지금 내 뜻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27.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마치 둘이 함께 사는 것처럼 산 끝에 내 현존을 거두면 너는 혼자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황홀 속에 잠기게 하는 나의 뜻이 네 안에서 나의 인성을 대신할 필요가 있었다.

 

28. 내가 전에 행한 모든 것이 너를 내 뜻의 이 황홀경에 대비시키기 위한 은총들이었다. 내가 영혼을 내 뜻 안에서 보다 고결하게 살도록 준비시킬 경우, 이 큰 은총을 부어 넣어 주기 위해 나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29. 나는 깜짝 놀라서, "오 예수님, 무슨,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의 뜻이 곧 황홀이라고 하셨습니까?" 하였다.

 

30. “그렇다. 의지야말로 참되고 완전한 황홀이다. 그러니 네가 네 생각을 하고자 할 때마다 이 황홀을 깨뜨리는 것이다.

 

31. 하지만 나는 네가 이기도록 두지 않겠다. 머지 않아 큰 징벌이 닥칠 것인데, 지금은 너도 믿지 않고 네 지도자도 믿지 않고 있지만 그 소식을 들으면 믿게 될 것이다.

 

32. 바로 이 때문에 내 인성의 황홀이, 완전히 다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중단되지 않으면 네가 도처에서 나를 묶어댈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