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51, <수난의 시간들> 기도의 가치와 효과.
예수님의 사랑은 악을 태워 없애고 선에 생명을 주어 완전하게 하는 불이다.
1913년 4월 10일
1. 오늘 아침에는 언제나 사랑하올 내 예수님께서 오시어 나를 품에 꼭 껴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내 수난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 안에 샘을 형성하고 있어서, 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샘도 더욱 확장된다.
3. 그리고 샘솟는 물이 사람들에게 공동으로 쓰이는 것과 같이, 이 마음의 샘도 그 사람 자신의 선익과 나의 영광과 다른 사람들의 선익을 위해 쓰여진다.”
4. 그래서 나는 그분께 “저의 선이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이 ‘수난의 시간들’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상급을 주시렵니까?” 하고 여쭈었다.
5. 그분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딸아, 네가 이 ‘시간들’을 묵상하며 기도할 때, 나는 이를 너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내가 행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마치 내가 수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처럼 나의 공로와 같은 공로를 준다.
6. 이와 같이 이 기도를 바치는 이들에게도 그 지향에 따라 같은 효과를 거두게 하겠다.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그렇게 해 주리니, 내가 이보다 더 큰 상급을 줄 수 없을 것이다.
7. 뿐만 아니라, 천국에서도 그들이 내 ‘수난의 시간들’을 기도한 횟수만큼 사랑과 기쁨의 불화살을 쏘면서 내 앞에 자리하게 하겠고 그들 역시 내게 그렇게 할 것이다. 모든 복된 이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참으로 달콤한 황홀이 될 것이다!”
8. 그리고 그분은 또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셨다. “내 사랑은 불이다. 그러나 이 불은 사물을 태워 잿더미로 만드는 물질적 불이 아니다.
9. 내 불은 생기를 주며 완전하게 한다. 태워 없애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거룩하지 않은 것들, 이를테면 좋지 못한 욕망과 애정과 생각들이다. 이것이 내 불의 능력이니, 곧 악을 태워 없애고 선에 생명을 주는 것이다.
10. 그런즉 악에 대한 경향을 내적으로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내 불이 자기 안에 있다고 확신해도 좋다. 하지만 마음속에 악과 뒤섞인 불이 느껴진다면 그것이 진짜 내 불인지 십분 의심할 여지가 있다.”
11권-52, 예수님과 그분 엄마와의 불가분적 관계.
어머니께서 모성적 소임을 수행하신 방법.
1913년 5월 9일
1.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에 들어가시기 전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께 작별 인사를 하신 순간을 생각하면서, “예수님께서 당신 엄마와 어떻게 헤어지실 수 있었을까? 어머니께서는 또 어떻게 예수님과 헤어지실 수 있었을까?”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2.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확실히 나와 내 자애로우신 엄마 사이에는 이별이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단지 의견상의 이별이 있었을 뿐이다.
3. 그분과 나는 서로 안에 함께 녹아들어 있었고, 이는 너무나 강렬한 융합이어서 나는 그분과 함께 남아 있었고 그분은 나와 함께 가셨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것은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4. 이러한 현상은 영혼들이 진실로 나와 하나 되어 있을 때에도 일어난다.
5. 이들이 기도하면서 기도가 생명이 되어 자기네 영혼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면 일종의 융합 내지 두 장소 동시 공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내가 있는 곳에 그들을 데려가고, 또한 내가 그들과 함께 남아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6. 딸아, 내 사랑하올 엄마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네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땅 위에 내려와서도 하늘이 없었다면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있었다. 내 엄마가 바로 내 하늘이었다.
7. 내 엄마와 나 사이에는 강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으니, 그분께서 단 하나의 생각도 내 마음에서 당신께로 끌어당기지 않고 그냥 놓쳐버리신 일이 없었을 정도였다.
8. 내 말과 의지와 열망과 행위와 발걸음, 요컨대 내 모든 것을 나에게서 끌어당기는 그 행위가 이 하늘의 태양과 별들과 달을 이루었고, 동시에 한 피조물이 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기쁨을 이루었으며, 이는 그분 자신도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9. 오, 이 하늘 안에서 나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오 얼마나 큰 위로와 보상을 - 모든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는지! 내게 해 주신 엄마의 입맛춤들마저 온 인류의 입맞춤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것이 모든 피조물의 입맞춤을 내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10. 나는 어디서든지 내 다정하신 엄마를 느꼈다.
11. 나 자신의 숨결 속에서 그분을 느꼈으니, 그것이 가쁜 숨결일 때에는 그분께서 고르게 해 주시곤 하였다. 내 마음속에서도 그분을 느꼈으니, 그것이 쓰디쓴 상태일 때는 그분께서 감미롭게 해 주시곤 하였다. 내 발걸음 속에서도 그분을 느꼈으니, 그것이 지친 발걸음일 때는 그분께서 활기와 안식을 주시곤 하였다...
12. 내 수난 중에도 내가 얼마나 많이 그분을 느꼈는지, 누가 너에게 말해 줄 수 있으랴?
13. 그 모든 채찍질과 가시들과 상처들마다, 내 피의 모든 방울마다, 도처에서 나는 그분을 느꼈다. 내 참 어머니로서 당신의 소임을 다하고 계신 그분을.
14. 아아, 영혼들이 그렇게 나와 일치한다면, 나에게서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면, 내가 땅에서도 얼마나 많은 하늘들과 어머니들을 가지게 되랴!”
11권-53, 단순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자기 소멸 방법.
1913년 5월 21일
1. 평소와 같이 있는데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내가 원하는 것은 상상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소멸이 네 안에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말이다.
3. 이를테면 너에게 나를 위한 생각이 아닌 생각이 떠올랐다고 가정해 보아라. 너는 그 생각을 없애고 신적인 생각으로 대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인간적인 생각이 소멸되는 대신 신적 생각의 생명을 얻게 된다.
4. 같은 방식으로, 눈이 나를 불쾌하게 하거나 나하고 상관이 없는 것을 보려고 한다면 그런 너 자신을 억제하고 그 인간적인 눈을 죽임으로써 신적 생명의 눈을 얻게 된다. 네 존재의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5. 그러면, 오, 이 새로운 신적 생명들이 내가 행하는 모든 것에 참여하면서 내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 내게 얼마나 생생하게 느껴지겠느냐! 나는 이 생명들을 참으로 사랑하기에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내주게 된다.
6. 그런 영혼들이야말로 내 앞에서 첫째가는 영혼들이니, 내가 그들에게 강복하면 그들을 통해 다른 이들도 복을 받는다. 또한 은혜와 사랑을 받는 것에도 그들은 첫째가는 사람들이니, 그들을 통해 다른 이들도 은혜와 사랑을 받는다.”
11권-54, 성삼위께서 영혼 안에 현존하시게 하는 방법.
1913년 6월 12일
1.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바를 그분의 생각과 눈과 입과 마음 등등으로 하겠다는 지향을 가지고 나의 생각과 눈과 입과 마음 등등을 그분의 것에 일치시키고 있었다.
2. 그리하여 예수님의 생각과 눈 등등이 모든 사람의 선익을 위해 널리 퍼져나감에 따라, 예수님과 일치하여 모든 것을 같이함으로써 나 자신도 모든 사람의 선익을 위해 널리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3. 그런데 문득, “이게 무슨 묵상이람? 무슨 기도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나는 이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졌어. 성찰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다니, 원!”
4.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에 언제나 사랑하올 내 예수님께서, “딸아, 무엇이라고? 그래서 네가 괴로운 거냐? 아니, 괴로워하기는커녕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셨다.
5. “그 이유는 이러하다. 묵상하는 동안 여러 가지 훌륭한 성찰들이 네 생각 속에 떠오르곤 했지만, 너는 내게서 네 능력과 덕행들을 부분적으로 차례차례 얻어내는 일에 집중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나와 일치하여 무엇이든지 나와 같이하는 것만이 네게 남은 일이 되었으므로 끝내 나 전부를 얻어 내기에 이른 것이다.
6. 너는 과연 잘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렇더라도 나와 함께라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 그것은 네가 나와 함께라면 모든 사람의 선을 바라게 되고, 다만 선을 바라며 열망하기만 해도 영혼 안에 힘이 생겨, 이 힘이 영혼을 성장하게 하며 하느님의 생명 안에 자리잡게 하기 때문이다.
7. 그러면 나와 일치하여 모든 것을 나와 함께 하게 된다. 그러기에 영혼이 나의 정신과 하나 되면 피조물들의 정신 속에 거룩한 생각들을 많이 낳고, 나의 눈과 하나 되면 피조물들 안에 거룩한 눈길의 생명을 많이 낳게 된다.
8. 같은 모양으로, 영혼이 나의 입과 하나 되면 말에 생명을 준다. 나의 마음과 열망과 손과 발걸음과 하나 되면, 그의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열망과 활동과 발걸음에 생명을 - 거룩한 생명을 준다.
9. 나는 창조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나와 함께라면 영혼이 창조력을 발휘하면서 내가 행하는 모든 것을 하게 되는 것이다.
10. 그런데 나와의 이 일치, 즉 정신과 정신, 마음과 마음 등 존재의 각 부분에 따른 일치는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기까지 내 뜻과 내 사랑의 생명을 네 안에 낳는다.
11. 이 뜻 안에 성부께서 형성되시고, 이 사랑 안에 성령께서 형성되시며, 이 뜻과 사랑에서 나올 수 있는 역사(役事)와 말과 행위와 생각과 다른 모든 것을 통해 성자께서 형성되신다. 즉, 여기 영혼 안에 성삼위께서 현존하시게 되는 것이다.
12. 그러므로 우리가 역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것이 천상의 성삼위로서건 지상 영혼들 안에 성삼위로서건 개의하지 않는다.
13. 이런 이유로 나는 너에게서 하나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가져갔다. 좋고 거룩한 것들마저 남겨 두지 않았다. 가장 좋고 가장 거룩한 그 하나, 곧 나를 너에게 주어, 피조물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까지 너를 또 하나의 나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즉 더는 내게 불평하지 않으렸다.”
14. 그 말씀 끝에 나는 이렇게 탄식하였다. “하지만, 아아, 예수님, 예수님! 저는 어느 쪽인가 하면 오히려 상태가 몹시 나빠진 느낌입니다. 더욱 얄궂게도 저의 그 나쁜 점을 찾아낼 능력도 없습니다. 찾아낼 수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없애 버릴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15.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만, 그만 해라! 너 자신을 너무 깊이 생각하려고 드는구나!” 하셨다.
“나를 생각해라. 그러면 너의 그 나쁜 점도 내가 보살피마. 알아들었느냐?”
11권-55, 선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영혼.
선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영혼은 선 자체에 대해 일종의 역겨움과 반감을 가진다.
따라서 이러한 영혼들은 하느님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