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6-10권

천상의책 (9권-6-10)그무엇도 사랑을 능가하지 못한다/나에 대한 사랑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나의일로 변화된다

Skyblue fiat 2014. 11. 12. 11:27

  

9권-6,  그 무엇도 사랑을 능가하지 못한다.

1909년 5월 20일

 

1. 평상시와 같이 있는데 그분께서 빛이 번쩍 하듯 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모습을 보여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그 무엇도 사랑을 능가하지 못한다. 학식도 위계적 품위도 사랑을 능가하지 못하고, 하물며 출신 신분의 고귀함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못된다. 내 존재에 대한 탐구를 위하여 그런 것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건 적건 나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나를 자기의 목표로 삼는 이는 누구이겠느냐? 사랑이다. 누가 음식을 먹듯이 나를 먹겠느냐?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열심히 나를 먹기 마련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존재의 각 부분이 내 존재에 동화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3. 주변 상황이 어떠하고 신분이 어떠하건, 나를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나의 보물을 알고 그 진가를 높이 평가하며 존중하지만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과 자기 것으로 소유한 사람의 차이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4. 그 보물을 아는 사람과 그것을 소유한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하겠느냐? 물론 소유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학식을 보완하며 이를 뛰어넘는다. 사랑은 모든 계층의 품위를 보완하고 이를 뛰어넘으면서 인간에게 신적 품위를 부여한다. 이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보완하며 모든 것을 능가하는 것이다.”

 

 

 

9권-7,  사랑의 감미로운 가락

1909년 5월 22일

 

1. 오늘 아침 영성체 후에는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았다. 비몽사몽간에 오래오래 기다린 뒤, 시간이 흘렀으나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았음을 알고 깨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대로 있고 싶기도 하였다. 그분을 뵙지 못했을 때 마음에 이는 고통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자고 싶은데 억지로 깨어나야 하기 때문에 칭얼칭얼 보채며 울어대는 아기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깨어나려고 애쓰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2. “아아 얼마나 괴로운 별리(別離)입니까! 저는 숨이 끊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 있습니다.

죽음보다도 더 가혹한  삶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부재가 당신께 대한 사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빕니다.

이 쓰디쓴 감정도 당신께 대한 사랑을 위한 것이 되고, 이 미어지는 가슴도,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살아 있는 이 상태도 당신께 대한 사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빕니다. 그리고 이를 당신께서 더욱 기쁘게 받아들이실 수 있도록 이 고통을 당신의 뜨거운 사랑과 합쳐서 바칩니다.

제 사랑과 함께 당신 자신의 사랑을 당신께 바칩니다.”

 

3. 그러는 동안 그분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사랑의 가락이 내 귀에 너무나 감미롭고 즐겁게 울린다! 한 번 더, 한 번 더 읊어 보아라. 자꾸 읊어 보아라. 이 아름다운 사랑가로 내 귀를 즐겁게 해 다오. 내 마음 깊은 데로 내려와 온 존재를 감미롭게 하는지고!”

 

5. 그러나 누가 믿을 수 있으랴.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니!.....  실은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는 심통이 나서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께서는 감미로움을 느끼시지만 저는 더 죽을 맛이니까요.”

 

6. 그러자 내 감미로우신 예수님께서는 나의 그런 대답에 마음이 상하신 듯 침묵을 지키셨다. 그제야 나는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려서 그 사랑의 가락을 여러 번 읊조렸다. 그렇지만 그분께서는 진종일 말씀을 들려주시지 않았고 모습을 보여 주시지도 않았다.

 

 

9권-8,  사랑으로 영혼을 어리둥절하게 하시는 예수님

1909년 5월 25일

 

1. 일상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는 동안 복되신 예수님은 오시지 않았다. 그렇지만 온종일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면서 잠시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내 주의를 흩어 놓으려는 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주님께서 오시지 않을 때 네가 기도를 더 많이 하면서 더욱더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그분께서 오시지 않을 빌미를 너 스스로 드리는 셈이 될 거다. 주님께서 ‘얘는 내가 가지 않으면 더 훌륭하게 행동하니까 내가 없는 게 낫겠군.’하실 지도 모르니 말이다.”

 

2. 나는 그런 생각에 귀 기울이며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으므로 숫제 문전 박대를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그분께서 오시지 않을수록 더욱더 내 사랑으로 그분을 어리둥절하게 해 드릴 거다. 그분께 (그렇게 말씀하실) 겨를도 드리지 않고 (계속 기도하는) 것 - 이것이 내가 할 수 있고 또 하기를 원하는 것이니까. 그러면 그분도 원하시는 대로 자유로이 행동하시겠지.” 그리고 나의 이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내가 마땅히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그대로 계속하였다.

 

3. 저녁 무렵에는 그러나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어 거의 싱그레 웃으시는 표정으로 내게 “브라보! 브라보! ” 하고 외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4. “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으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너에게 (분명히) 말한다. 너는 결코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이따금 내가 사랑으로 어리둥절해진 듯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자유를 너에게 준 것은 바로 나다. 내가 피조물에게서 받는 유일한 위로요 가장 즐기는 것은 사랑까닭이다.

 

5. 사실, 너에게 기도하라고 재촉하고 너와 함께 기도하면서 잠시도 휴식을 주지 않았던 이는 바로 였다. 그런즉 사랑으로 어리둥절해진 쪽은 내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너를 사랑으로 어리둥절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너는 사랑으로 충만한데다 어리둥절해지기도 했으므로 내 사랑이 그토록 풍성하게 네 안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네가 네 사랑으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거니와, 네가 나를 더욱더 사랑하려고 애쓰는 한, 너의 그런 착각도 나의 즐거움이 되기에 나는 이를 너와 나 사이의 재미있는 농담으로 여긴다.”

 

9권-9,  하느님만이 영혼 안에 평화를 부어 넣으실 수 있다

1909년 7월 14일

 

1. 그 동안 복되신 예수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매우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분께서는 기껏해야 그림자나 번갯불처럼 잠시 나타나셨고, 때로는 그 번갯불조차 홱 달아나는 듯한 형상이었다. 내 마음은 그러니 이런 생각으로 뒤숭숭해지곤 하였다. “예수님께서 너무도 잔인하게 나를 떠나시는구나! 그리도 선하신 분이..... 아! 그러니까 내게 오시곤 했던 것이 그분이 아닌지도 몰라. 그분의 선성으로는 내게 이렇게 하기를 원하셨을 턱이 없어. 그것이 악마였는지, 아니면 내 망상이나 백일몽에 불과했는지 누가 알랴?...”

 

2. 그럼에도 내 마음 깊은 곳은 나의 이런 생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평화 속에 있기를 원했으며, 그 무엇에도 교란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점점 더 깊이 하느님의 뜻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 숨고자 하였으니, 그분의 거룩하신 뜻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그것을 깨울 방도가 없을 정도였다.

마치 선하신 예수님께서 내 마음 깊은 데를 당신 뜻 안에 봉해 두시고 아무도 두드릴 문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신 것 같았고, 따라서 예수님께서 거기를 떠나셨다는 말도 듣지 못하게 하신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잠들어 평화롭게 있었다. (그러자)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한 (내) 정신도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나 혼자 언짢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차분하게 하느님의 뜻이나 행하고 싶다.

내가 그분의 거룩하신 뜻을 행하는 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일어날 테면 일어나라지.”

 이와 같은 것이 요즈음 나의 상태이다.

 

3. 그런데 오늘 아침, 내가 위에 적은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을 때 선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이것이 만약 망상이거나 백일몽이거나 악마라면 너로 하여금 평화의 후광을 소유하게 할 만큼 큰 힘을 지니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하루가 아니라 25년 동안이나 말이다. 아무도 그 감미로운 평화의 신령한 미풍이 네 존재 안팎에서 산들산들 불게 할 수 없다. 오로지 온전히 평화이신 분만이 그렇게 하실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다만 한 줄기라도 어수선한 기운에 허를 찔린다면 그분은 이미 하느님이 아닐 것이다. 그 존엄성이 궁지에 몰리고 위대성은 위축대며 권능은 약화될 것이고... 한마디로 그분의 신적 존재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다.

 

5. 너를 소유하고 있는 분, 또 네가 소유하고 있는 그분은 너를 능가하는 초월적 존재이다. 어떤 어수선한 기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너를 보살펴 주시는 분이다. 기억해 보아라. 내가 올 때마다 네 안에 좀이라도 어수선한 기미가 있으면 언제나 바로잡아 주지 않았더냐? 완전한 평화 안에 있지 않는 너를 보는 것보다 내 마음을 더 언짢게 하는 것은 도무지 없었으니, 그때에는 온전히 평화로워진 너를 다시 보게 될 때까지 너에게서 내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6. 망상이나 백일몽은, 더군다나 악마는 이 (평화라는) 덕성을 지닐 수 없다. 하물며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줄 수도 없다. 그러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내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되지 말 일이다.”

 

 

9권-10,  “나에 대한 사랑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의 일로 변화된다.”

1909년 7월 24일

 

1. 현재의 참담한 상태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정말이지 내게는 모든 것이 끝장났다! 선하신 예수님께서 어떻게 그 모든 일을 다 잊으실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침상에 붙박인 채 겪어 온 고생과 고통을 이제는 기억조차 하지 않으시다니!” 하고 혼자 탄식하였다. 그러니 이제껏 겪은 고통 중에서도 특별한 고통들, 가장 심각한 고통들 쪽으로 자꾸 생각이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2. 그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에 대한 사랑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의 일로 변화된다. 그런데 나의 일은 모든 사람들, 지상 나그네들과 연옥에서 단련 중인 영혼들과 이미 승리를 거둔 천상 영혼들의 선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나를 위하여 행하고 겪은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으면서 나의 일과 똑같이 만인의 선익을 위하여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네가 그것을 너 자신 안으로 도로 가져가고 싶다는 거냐?”

 

3. 나는 “오 주님,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빌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 생각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내가 날마다 행하는 내적인 일에 얼마간 분심이 껴들고 있었다.

 

4. 그러자 선하신 예수님께서 그래도 멈추지 못할까! (정 그러고 싶다면) 내가 너를 멈춰 세우겠다. 하셨다. 그리고 내 안에 자리를 잡으시고 큰 소리로 기도하셨는데 바로 내가 하기로 되어 있었던 기도들이었다. 이를 보면서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선하신 예수님을 따라 하였다. 그분은 내가 더 이상 딴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것을 보신 뒤에야 소리를 내지 않으셨고, 나는 늘 하던 그 일을 하면서 혼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