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51, 선을 행하려는 지속적인 심적 태도는, 은총이 항상 영혼과 함께 있게 한다
1908년 10월 3일
1. 아침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 아주 잠깐이었지만 -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영혼이 끊임없이 선을 행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있기만 하면 은총이 함께하면서 그의 모든 활동에 생명을 준다. 그런데 선을 행하는 것에 무관심하거나 악을 행하고 있으면 은총은 물러간다. 악은 은총에 속하지 않는 것이어서 함께 할 수도 없고 은총 자신의 생명을 줄 수도 없으므로 몹시 언짢아하고 슬퍼하며 떠나버리는 것이다.
3. 너는 은총이 항상 너와 함께 있어 바로 나의 생명이 너의 생명을 이루기를 원하느냐? 그렇다면 선을 행하려는 지속적인 자세로 머물러 있어라. 이와 같이 하면 네가 나의 온 존재를 네 안에 드러나게 하리니, 간혹 내 현존을 누리지 못하게 되더라도 네가 그토록 가슴 아파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를 보지는 못해도 너의 모든 행위로 내게 닿을 것이고, 그러면 부분적으로나마 나를 잃은 고통이 완화될 것이니 말이다.”
8권-52, “선한 사람은 선한 만큼 자기 안에 신적 지식을 지니고,
올바른 사람에게는 올바른 만큼 선한 것들이 나온다.”
1908년 10월 23일
1. 보통 때와 같은 상태로 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올바른 활동에는 신적 지식 전체가 내포된다. 사실, 올바른 것은 있을 수 있는 아름답고 선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질서와 유용성과 아름다움과 빼어난 지식을 내포하는 것이다.
3. 하나의 작품은 질서가 잘 잡혀 있는 한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루는 선들이 비뚤어진 듯 하거나 그릇된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면 도무지 종잡을수 없고 무질서한 것만이 보일 뿐, 유익하지도 좋지도 않기 마련이다.
4. 이런 연유로, 내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은 가장 큰 것에서 가장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질서 정연하게 보이고 다 유익한 목적에 사용된다. 그들의 기원이 바로 나의 올바른 활동에 있는 까닭이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만큼 자기 안에 신적 지식을 지니고, 올바른 사람에게서는 올바른 만큼 선한 것들이 나온다. 그의 활동 안에 비뚤어진 부분이 한 가닥이라도 있으면 그에게서 나오는 작품들만이 아니고 그 자신도 무질서한 상태가 되어 자기 안의 신적 지식을 흐리게 하기에 족하다.
5. 올바른 것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의롭고 거룩하고 아름답고 유익한 것에서 벗어나서 하느님께서 자리하게 해 주신 영역의 경계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나감으로써 흙이 별로 없는 곳에 뿌리를 내린 풀과 같아진다. 어떨 때는 태우는 듯한 태양 광선이, 또 다른 때에는 서리나 바람이 그 안의 신적 지식을 말라죽게 한다. 이런 서리와 바람과 태우는 듯한 태양 광선과 같은 것이 비뚤어진 활동이니, 신적 지식이라는 흙이 부족한 그 영혼은 자신의 무질서 안에서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8권-53, 사랑을 음식으로,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영혼
1908년 11월 20일
1. 여느 때와 같이 , 그러나 복되신 예수님을 잃은 괴로움이 가득 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그분께서 잠시 오셨다. 나는 그런 나의 상태에 대하여 말씀드리며 푸념했지만 그분께서는 나의 그런 말에 응대하지 않으신 채 나를 더 가까이로 끌어당기셨다. 그 뒤에도 역시 아무런 응답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딸아, 참으로 사랑 깊은 영혼은 애타는 열망과 설레는 감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사랑을 자기의 음식으로, 일용할 양식으로 삼게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만족한다. 그러면 그 사랑은 견실하고 진지해지기에 인간이 자칫 빠지기 십상인 경박함이 전무한 사랑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사랑을 음식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것이 온 몸의 지체로 퍼져 나가고, 그렇게 사랑이 온 몸에 퍼져 있으므로 그를 불태우며 또 생명을 주는 사랑의 불꽃을 견딜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된다.
3. 이와 같이 자기 안에 사랑을 내포하고 소유함으로써 영혼은 더 이상 저 강렬한 갈망이나 열망을 느끼지 않고 오직 자기가 소유한 사람을 더욱더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 있는 복된 이들의 사랑이다. 곧 나 자신이 사랑이다. 이 복된 이들도 (사랑으로) 불타지만 애타는 갈망으로 울부짖으며 불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냐 하면 견실함과 탄복할 만한 진지함으로 불타는 것이다.
4. 그러므로 영혼이 사랑을 먹고살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는 이것이니, 인간적 사랑의 성격이 갈수록 더 사라진다는 것이다. 실상 오로지 갈망과 열망과 고조된 감정만을 느낀다면 사랑이 아직 그의 음식이 되어 있지 않다는 표이다. 단지 자기 존재의 얼마 안 되는 부분만 사랑에 바쳤다는 표인 것이다. 따라서 온 존재가 사랑이 되어 있지 못한 관계로 사랑(의 불꽃)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없고, 따라서 인간적 사랑의 저 요동치는 물결에 휩싸이고 마는 것이다.
5. 그러한 영혼들은 변하기 쉽고 그들의 활동도 불안정하다. 반면에 앞서 말한 저 영혼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산들처럼 안정감이 있다."
8권-54, 하늘에도 땅에도 같거나 비슷한 것이 없는 고통
1908년 12월 16일
1. 몹시도 괴로운 날들을 보내면서 우리 주님께 이렇게 슬피 하소연하였다. “어쩌면 이토록 잔인하게 저를 떠나 계십니까! 당신께서는 저를 당신의 작은 딸로 택하셨다고, 그래서 늘 팔에 안고 계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 작은 딸이 아니라 작은 순교자로 바꾸셨습니다. 저는 비록 작지만 이 순교적 고통은 그만큼 잔혹하고 가차없으며 쓰디쓰고 격렬한 고통입니다.”
2. 그렇게 말씀드리고 있노라니 그분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네 말에 틀린 데가 있다. 너를 작은 순교자가 아니라 큰 순교자로 만드는 것이 나의 뜻이니 말이다. 나의 부재는 있을 수 있는 가장 괴롭고 모진 고통이어서 하늘에도 땅에도 이와 같거나 비슷한 고통이 달리 없을 정도인데, 내가 너에게 인내와 맡김으로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영웅적인 참을성이요 가장 높은 단계의 사랑이 아니겠느냐? 이 사랑에 비하면 다른 모든 사랑들은 저만큼 뒤처져 있거나 거의 아무것도 아니어서 숫제 마주 세우거나 견주어 볼 수 있는 것이 없으니, 큰 순교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4. 네가 작은 순교자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고통을 덜 느끼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네가 고통스럽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부재의 순교적 고통이 다른 고통들을 흡수하면서 사라지게 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사실, 네가 나 없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다른 고통들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그것에 주의를 기울일 겨를조차 없어지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그 고통들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네가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5. 그리고 나는 너를 땅바닥에 내동이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더 꼭 껴안고 있었다.
더욱이, 분명히 말하지만, 바오로의 개종 초기에 내가 그에게 주었던 효과적인 은총을 너에게는 거의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표는 이것이니, 네가 나와 함께 있었을 때에 거의 지속적으로 실행하곤 했던 모든 일을 아직도 내적으로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너 혼자서 하는 것처럼 여기면서 말이다.
6. 그러나 네가 온전히 내 안에 잠겨 있고 내게 묶여 있다고 느끼는 것. 나를 보지 못할지라도 언제나 내 생각을 하는 것 - 이는 너 자신의 것이 아니요, 보통 은총도 아니다. 특별하고 효과적인 은총이다. 또한, 내가 너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는 것이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표이고 너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는 표이기도 한 것이다.”
8권-55, 마음속에 예수님이 태어나 자라나시게 하는 방법
1908년 12월 25일
1. 평소와 다름없이 머물러 있으면서 아기 예수님을 간절히 열망하였다. 무척 애를 태우고 나니 그분께서 과연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내 내면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 나를 태어나게 하는 최상의 방법은 모든 것을 비우는 것이다. 그렇게 빈 공간을 보면 내가 그 안에 나의 모든 재산을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의 소유인 그 모든 것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내가 그 안에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집에 살러 간다면 자기의 소유물을 전부 옮겨다 놓을 공간을 보아야 기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쁠 턱이 없다. 나도 그렇다.
3. 나를 태어나게 하고 내 기쁨을 증대시키기 위한 둘째 방법은 영혼이 지닌 모든 것이, 내적이고 외적인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이 되는 데에 있다. 모든 것이 나를 공경하고 내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것에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직 하나의 일, 하나의 생각, 한마디 말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면 나는 기쁨을 느낄 수 없다. 그런 것은 마땅히 주인이 되어야 할 나를 종으로 만드는 것이니 내가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느냐?
4. 셋째 것은 영웅적 사랑, 드넓은 사랑, 희생적 사랑이다.
이 세 가지 사랑은 놀라운 방법으로 내 기쁨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랑은 영혼으로 하여금 자기 힘을 능가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그것은 이 영혼이 오로지 나 자신의 힘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또 영혼 자신뿐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나를 사랑하게 함으로써 그를 가슴이 넓은 사람이 되게 한다. 그래서 그는 무엇이든지 견디고 죽음까지도 견딜 정도가 되어 모든 일에서 승리를 거두며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저는 다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에 대한 사랑일 뿐입니다.’
5. 이런 방식으로 그는 나를 태어나게 할 뿐더러 자라나게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자기 마음 안에 아름다운 낙원을 이루는 것이다.”
6.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기이던 분이 한 순간에 부쩍 자라나셔서 내 마음이 그분으로 완전히 찰 정도가 되었다.
7. 다음 순간, 이런저런 모습이 다 사라지는 것이었다.
8권-56, 조물의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조물주의 “너를 사랑한다.”에 의해 보답을 받는다
1908년 12월 27일
1. 여왕이신 엄마께서 아기 예수님께 젖을 빨리시는 순간을 묵상하다가 “이 행위 중 지극히 거룩하신 엄마와 아기 예수님 사이에 무엇이 흘렀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이때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서 움직이시는 느낌이 들었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렸다.
2. “딸아, 내 지극히 감미로운 엄마의 가슴에서 젖을 빨면서 나는 이 젖과 함께 그분 마음의 사랑도 빨아먹었다. 아니 젖보다는 오히려 사랑을 더 많이 빨아 먹었다. 젖을 빨면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오 아들아.’ 하시는 그분의 소리를 들었고, 나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오 엄마’를 거듭하곤 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의 '사랑합니다' 안에는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와 성령과 모든 피조물이 함께 있었으니, 곧 천사와 성인들 및 별, 태양, 물방울, 식물, 꽃송이, 모래알 따위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나의 ‘사랑합니다’ 를 뒤따라 와서 ‘오 저희 하느님의 어머니, 저희는 저희 창조주의 사랑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를 되풀이하였다.
3. 내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보실 수 있었고 그 안에 잠겨 계셨다. 그분은 얼마나 작은 공간에서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분의 사랑은 뒤처져 거의 혼자인 상태로 ‘사랑한다. 사랑한다....’를 반복하였는데, 그러니까 나의 사랑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사랑은 창조되지 않은,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임에 반해 피조물의 사랑에는 그 한계와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4. 내게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모든 영혼에게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나 역시 그에게 '너를 사랑한다'를 반복하고, 나와 한 가지로 모든 피조물이 내 사랑 안에서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오, 다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내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막힌 선과 영예를 얻게 되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오직 그렇게만 해도,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거듭 말씀하시며 그들을 영예롭게 해 주시려고 하느님께서 그들 곁에 계시는 것이다!”
8권-57, “지진과 물과 전쟁으로.....”
1908년 12월 28일
1. 여느 때와 같이 있는데 땅이 흔들리며 발밑에서 스르르 꺼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걱정이 되어 “주님, 주님, 이게 무엇입니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분께서 내 안에서 “지진이다.” 하셨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셨다.
2. 그분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늘 하던 대로 내적인 일을 계속하다 보니 갑자기 그야말로 지진이 몸으로 느껴졌다.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다섯 시간쯤 경과된 후였다. 지진이 그치자마자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가 있게 되었고 거의 경황없이 괴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광경은 즉시 내게서 치워지고 나는 어느 성당 안에 있었다. 흰옷을 입은 한 젊은이가 제대에서 오고 있었는데 - 그가 우리 주님이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 내게로 다가와서 사뭇 당당한 표정으로 “오너라.” 하였다.
3.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바로 이 시각에 그분께서 (세상에) 징벌을 내려 파괴하고 계시리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분의 초대를 거의 거절하는 말투로 “주님, 저를 지금 데려가시겠다는 겁니까?!” 하였다. 그러자 젊은이는 내 팔에 와락 몸을 던졌고 그 음성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울리고 있었다.
4. “오너라. 오 딸아, 내가 이 세상을 끝장낼 수 있도록..... 정말이지, 지진과 물과 전쟁으로 세상 대부분을 들부수고 싶은 심정이다.”
5. 그 뒤 나는 나 자신의 몸 안에 돌아와 있었다.
8권-58, 예수님께서 젖먹이 아기로 세상에 오신 까닭
1908년 12월 30일
1. 그분의 유아기의 신비에 대하여 묵상하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저의 아기님, 당신께서는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겪고자 하셨는지! 어른으로 오시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아기로 오시기를 원하셨으니, 강보에 사여 계실 때부터, 당신의 조그만 몸과 손발이 아직 제대로 꼬물거릴 수 없을 때부터, 말문도 채 열리기 전부터..... 고통 받기를 원하셨습니다. 대관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2. 내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분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나의 사업들은 완전하다. 내가 젖먹이 아기로 오기를 원한 것은 유아기의 모든 희생과 작은 행위들을 전부 신성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아이가 죄를 짓기 시작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나의 유아기 안에 흡수된 상태로 있다. 죄가 시작되면 나와 피조물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 분리가 내게는 비통을, 인간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참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4. 나는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아기들은 이성이 없어서 상급을 받을 만한 공로를 세울 수 없지 않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5.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6. “ 첫째, 은총에 의해서 내가 공로를 주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둘째, 상급을 받을 자격을 갖추고자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의지가 아니고 그런 상태로 있도록 내가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물을 심고 가꾸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하지 않고 그 식물에서 열매를 따기도 한다. 식물은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조상(彫像)을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니, 이와 같은 예는 그 외에도 많이 있다.
7. 오직 죄만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인간을 나에게서 갈라놓을 뿐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은, 설령 극히 사소한 행위라 할지라도, 모두가 내 창조의 영예로운 날인을 지닌 채 나에게서 피조물에게로 가고 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8권-59, 지진 이야기의 계속, 성체 예수님의 운명
1909년 1월 2일
1. 몹시 싫지만 순명하기 위하여 작년 12월 28일에 일어난 지진이야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그때 나는 산 채로 돌 더미에 깔린 수많은 가련한 사람들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성체) 성사 안에 계신 내 주님의 운명도 생각하였다. 그분 역시 살아 계신 채 잡석(雜石)들 아래 묻혀 계시기 때문에 절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었다.
2. “주님께서 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너희의 죄 때문에 나도 너희와 같은 운명을 겪고 있다. 나는 너희에게 도움과 힘을 주려고 너희와 함께 있다. 너희를 매우 사랑하기에 모두를 구원하기 위하여 사랑의 마지막 행위를 기다리고 있다. 너희가 과거에 무슨 악을 저질렀건 아무것도 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 저의 선, 저의 생명, 저의 전부시여, 저는 잡석들 아래 묻혀 계신 당신께 저의 경배를 드립니다. 당신께서 어디에 계시든지 경배를 드립니다. 저의 포옹과 입맞춤과 제 모든 능력이 끊임없이 당신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오, 당신을 거기에서 파내어 더 편안한 자리에, 더 당신께 합당한 곳에 모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3. 그때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내가 징벌을 내리는 순간에도 사람들에게 보내는 극단적인 사랑을 네가 꽤 잘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나의 성사적인 운명은 돌 더미에 깔려 있는 것보다 감실 안에 있는 것이 더 불행하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 사제들이, 또 일반 신자들이 범하는 모독의 수효가 얼마나 많은지, 나는 그들의 손과 마음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여간 지겹지 않다. 거의 모두를 멸해 버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지겨운 것이다. 더욱이, 사제들의 야망과 악한 표양은 또 어떠하겠느냐? 그들 안에는 일체가 암흑이니, 빛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더 이상 빛이 아니다. 사제가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한다면 일반 신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 나의 정의는 그들을 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5. 그리고 나는 그분의 부재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어떤 강력한 지진이 여기에도 일어날 것 같아 내심 공포를 느꼈다. 예수님 없이 다만 나 혼자 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괴로워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자 어지신 예수님께서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처럼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딸아, 너무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아라. 너를 보아서라도 이 도시가 최악의 피해만은 입지 않게 하마. 하지만 내가 계속 징벌을 내리지 않아도 되겠는지 보아라. 그들은 다른 지역의 파괴 소식을 들으면서, 회개하며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몸을) 맡기기는 커녕, 지진을 초래한 탓은 바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들 나름대로 흥겹게 지내면서 계속 나를 모욕한다. 얼마나 분별 없고 어리석은 자들이냐! 온 땅이 내 손바닥 안에 있지 않느냐? 내가 땅을 갈라지게 하여 다른 지역들도 그 구렁 속으로 삼켜지게 할 수 없단 말이냐? 이를 보여 주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지역에도 기어코 일어나게 하고 말리라.”
7.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한 손을 뻗으시더니 지구 중심에서 약간의 불덩이를 집어내어 그것을 지구 표면 가까이에 옮겨 놓으셨다. 그러자 땅이 흔들리며 그 진동이 감지되었는데 어떤 곳은 강하게 어떤 곳은 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이는 단지 징벌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그 끝은 어떠하겠느냐?”
8권-60, 바람직한 영성체의 열매와 신적 목적
1909년 1월 8일
1. 영성체를 한 뒤 그 가장 좋은 순간에, 내가 어떻게 하면 복되신 예수님께 어느 때보다도 더 밀착되어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가 나의 존재를 네 안에 불어넣는 것과 같이 너도 네 존재가 내 안에 녹아들 정도로 나에게 더욱더 밀착되어 있으려면, 모든 것 속에서 나의 것을 취하면서 너의 것은 마땅히 버려야 한다.
3. 이를테면, 네가 언제나 거룩한 것을 생각하고 오로지 선한 것과 하느님의 영예와 영광만을 생각한다면, 너의 생각을 버리고 하느님의 생각을 취하는 것이 된다. 네가 말을 하거나 선행을 할 때 오로지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한다면, 너의 입과 손을 버리고 나의 입과 손으로 하는 것이 된다. 네가 거룩하고 올바른 길을 따라 걷는다면, 나 자신의 발로 걷는 것이 된다.
4. 네 마음이 홀로 나만을 사랑한다면, 네가 너의 마음을 버리고 나의 마음을 취하여 나 자신의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된다.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그리하면 너는 나의 모든 것에 싸이게 되고 나는 너의 모든 것에 싸이게 되는 것이다.
5. 이보다 더 밀착된 결합이 달리 있을 수 있겠느냐? 영혼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안에 계신 하느님만을 알아보는 경지에 이르는 것 - 이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영성체의 열매이고,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영혼들에게 주시려고 기다리시는 목적이기도 하다.
6. 하지만, 나의 사랑은 좌절된 상태로 있기 십상이고, 이 성사로 영혼들이 거두는 열매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신적 양식에 대하여 그들 대부분이 무관심하거나 아주 싫어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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