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26, 인내와 자기 포기로 지는 십자가만이 주님의 사랑으로 주님을 사랑하게 한다
1908년 2월 16일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으면서 어째서 유독 십자가만이 우리가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는지 어떤지를 알게 하는 것이 될까 하고 생각하였다. 덕행이나 기도나 성사들과 같이 주님께 대한 사랑 여부를 알게 하는 것은 그 외에도 많이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정말 그렇다. 십자가만이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알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내와 자기 포기로 지는 십자가이다. 인내와 자기 포기가 있는 십자가들에는 하느님이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고통을 싫어하므로 인내가 있다면 그것은 본성적인 것일리가 만무하고 신적인 것이다.
3. 그러나 영혼은 이제 그 자신의 사랑만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신적 생명의 사랑과 하나 되어 사랑하게 된다. 따라서, 영혼이 주님 자신의 사랑으로 주님을 사랑하기에 이른다면, 어떻게 자기가 주님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따지며 의심을 풀을 수 있겠느냐?
4. 한편, 다른 것들과 성사들 속에서도 자신 안에 이 신적 생명을 지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은 십자가 만큼의 확실성을 줄 수 없다. (그렇게 사랑하고자 하는) 지향성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5. 누군가가 고해성사를 받으러 곧잘 간다고 하더라도 이 지향이 없다면 그가 자기 내부에 신적 생명을 받아들인 상태로 사랑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영성체를 한다고 하자. 과연 그는 신적 생명을 받지만, 그러나 진실한 지향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신적 생명이 자기 안에 머물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6. 사실, 이로 말미암아 영성체를 하거나 고해성사를 받는 사람들이 언제라도 계제만 되면 신적 생명인 인내심이 없음을 보여 주곤 하는데, 인내가 실종되면 사랑도 실종되기 마련이다. 사랑은 희생을 통해서만 사랑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다분히 의심거리들이 생긴다.
7. 반면에, 십자가와 인내와 자기 포기는 오로지 은총과 사랑에 의해서만 맺어질 수 있는 열매들이다.”
8권-27, 그때 모든 인간의 삶이 그들의 죄와 함께 예수님의 심장 안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1908년 3월 9일
1. 평소와 같이 머물러 있는데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시 오셔서 나를 가까이로 끌어당기시는 듯 하더니 당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게 하셨다. 그것은 너무나 강하게 울리는 소리였고, 수많은 다른 작은 박동들이 그분의 박동 속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2. “딸아.” 하고 그분은 말씀하셨다. “이것이 내 수난이 진행되는 동안 내 심장의 상태였다. 모든 인간의 삶이 내 심장 안에서 고동치면서 그들의 죄로 내게 죽음을 안겨 주고 있었지만, 그러한 배은망덕에도 불구하고 내 심장은 사랑의 격렬함으로 그들 모두에게 생명을 되돌려 주고 있었다. 내 심장이 이처럼 세차게 고동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내가 내 심장 박동 안에 온 인류의 박동을 집어넣어 이것이 은총과 사랑과 신적 기쁨의 박동으로 부활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3.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이 외에도, 종일 여러 방문객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피로해진 나는 우리 주님께 속으로 이렇게 투덜거렸다.
4. “사람들을 물러가게 해 주십시오. 제 마음이 몹시 무겁습니다. 그들이 제게서 찾아 얻거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내적으로는 당신과 함께 있고 외적으로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 위해서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폭행을 가하다시피 해야 하니, 이런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5. 그 순간 여왕이신 엄마께서 오셨다. 그분은 오른손을 드시어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계시는 내 내면을 가리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6. “사랑하는 딸아,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있지 말아라. 사람들은 보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그들은 네 안에 고통이라는 보물이 있고 그 안에 내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기 때문에 너에게 오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에도 너의 보물에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지 않은 채, 그들 각 사람이 네가 네 안에 지니고 있는 보물을, 곧 십자가와 내 아들을 사랑하게 하여라. 이와 같이 하면 네가 그들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어 돌려보내게 될 것이다.”
8권-28, 예수님과의 일치에서 나오는 온기는 인간적 성향이라는 냉기를 쫓아낸다
1908년 3월 13일
1. 여느 때와 마찬가지 상태로 있는데 마귀가 와서 이상한 행동을 했다. 그러나 그 마귀가 사라지자마자 그 이상한 짓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아무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오직 나의 지고하고 유일한 선이신 분께만 전념해 있었다. 한데 나중에 가서야 문득 “둔감하긴! 도를 넘어설 정도로구먼! 그 무엇도 아무런 인상이 남지 않으니, 원!” 싶어지는 것이었다.
2.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식물이 추위나 서리나 눈 따위를 겪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 그러므로 그런 데서 자라는 식물은 잎과 꽃과 열매를 떨어뜨리며 헐벗는 일이 없다. 잠깐 멈추고 쉬는 기간을 취하는 것은, 열매들이 거두어진 뒤 다른 것들이 자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뿐이다. 사실, 따뜻한 기운은 식물들을 놀랍도록 무성하게 하기에 추운 지방에서 사는 식물과 같은 성장 둔화를 겪지 않는다.
4. 추운 지역에 사는 식물은 서리와 눈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얼마 안 되는 열매를 맺는데, 그것도 이를 (서둘러) 따야 하는 농부의 인내심이 거의 지칠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이다.
5. 나와의 결합에 도달한 영혼은 기후가 온난한 지역에서 자라는 저 식물과 같다. 나와의 결합에서 오는 온기가 인간적 성향이라는 냉기를 그들에게서 쫓아내는 것이다. 이 냉기는 추위와 같이 그들을 메마르게 하며 잎을 떨어뜨리고 신적 열매의 결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 격정이라는 서리와 어수선한 마음이라는 눈(雪)이 은총의 결실을 방해하는 것이다.
6. 그러나 나와 하나 된 이들은 이 일치의 그늘 아래 머물러 있기에 우리의 일치와 안식을 어지럽힐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내부로 파고들지 않을 뿐더러 아무런 느낌도 남기지 않는다. 그들의 삶 전체가 나의 중심 안에서 영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성향과 격정도 하느님을 위한 것이 된다. 그리고 이따금 짧은 휴지(休止)의 시간이 있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더 큰 위로를 선물로 주기 위하여 잠시 숨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내가 숨어 있는 동안 그들이 실천한 인내와 영웅적 행위라는 한결 더 맛있는 열매를 그들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 불완전한 영혼들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그들은 실제로 추운 지역에 태어난 식물과 같아서 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다 받기 때문에 이성과 미덕보다는 그런 자극들을 느끼는 것으로 살아간다.
개인적인 성향과 격정과 유혹과 내적 소란 및 삶의 모든 사건이 나와의 일치 증진을 저해하는 추위와 눈과 서리와 우박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 개화기를 맞고 있는 듯이 보일 때에도 뭔가 그들을 당황하게 하는 것, 하나의 새로운 실수로 인하여 꽃들이 시들고 땅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제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처럼 결실을 맺지 못하니 그들을 기르는 일에서 나의 인내심도 거의 녹초가 될 지경이다.”
8권-29, 영혼이 온전히 하느님으로 가득 차면 폭풍이 닥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1908년 3월 15일
1. 오늘 아침에는 나의 지고하고 유일한 선이신 분께서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럼에도 동시에 마냥 평온한 마음이기도 하였다. 하늘과 땅을 이리저리 헤매며 그분을 찾아 만난 뒤에야 비로소 숙지곤하던 저 불안한 상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2. 그래선지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얼마나 굉장한 변화입니까! 당신의 부재로 말미암아 돌덩이처럼 굳어 버린 듯 하면서도 울부짖지는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히려 깊은 평화가 저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를 교란시키는 것은 바람 한 점도 제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3. 그 순간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딸아, 공연히 걱정할 것 없다. 바다에 폭풍이 밀어닥칠 때 그것이 사나운 기세를 떨치는 것은 바다 깊은 곳이 아니라 수면쪽일 뿐이다. 심해는 더할 수없이 고요하고 물이 잔잔해서 폭풍을 감지한 물고기들은 깃들일 곳을 찾아 점점 더 깊이 내려간다. 깊을수록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폭풍이 세력을 온전히 떨치는 곳은 바닷물의 양이 매우 적은 곳이다. 물이 적기 때문에 수면에서 밑바닥까지 통째로 뒤흔들 뿐더러 바다의 다른 지점들에도 뻗어갈 힘이 있는 것이다.
5. 사람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느님으로 가득 차서 밖으로 넘쳐흐를 정도가 될 때면 폭풍은 그들을 뒤흔들 힘이 조금도 없다. 하느님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란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표면적으로 그것이 느껴질 따름이다.더군다나, 그런 영혼이 폭풍을 감지하면 덕행들을 정연하게 배치하면서 하느님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서 둥지를 튼다. 그러므로 외견상 폭풍이 일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때 오히려 바다의 품속에 있는 물고기들과 같이 하느님의 품속에서 더 큰 평화와 안식과 고요를 누리는 것이다.
6. 하느님을 전혀 소유하지 않거나 조금밖에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폭풍이 그들을 온통 뒤흔들어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조금 소유한 이들은 그 조금마저 몽땅 잃고 만다. 사실, 이런 이들을 뒤흔드는 데에는 강력한 폭풍이 필요하지도 않다. 아주 약한 바람에도 그들에게서 덕행들을 다 날려 버리기에 넉넉한 것이다.
7. 더군다나, 앞서 말한 저 영혼들에게는 거룩한 일들이 기름진 목장처럼 되어 그 안에서 한껏 영양을 취하여 즐기건만, 이 영혼들에게는 그 거룩한 일들마저 폭풍으로 변질되고 만다. 이들은 말하자면 온갖 종류의 바람에 두들겨 맞는 것이다. 그러니 사방 어느 쪽에서도 깊은 고요를 만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하느님이 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평화라는 유산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8권-30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및 하느님과의 일치 상태
1908년 3월 22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머물러 있다가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 있었는데 몬시뇰과 다른 사제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때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지닌 한 젊은이가 왔다. 그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떤 음식을 먹게 하기에 나는 이 음식을 몬시뇰과 다른 사제들에게도 나누어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그는 몬시뇰에게 다가가서 음식의 꽤 큰 몫을 떼어 주면서 “내 음식을 나누어 줄 터이니 당신은 나에게 영혼들을 주는 것으로 내 허기를 채워 주시오.” 하였다. 그것은 몬시뇰이 하려고 하는 사업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또한 충동과 영감을 줌으로써 그가 내적으로 강해지도록 북돋아 주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런 다음 그 젊은이는 다른 이들에게도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2. 그 사이 한 귀부인이 나타났다. 그러자 젊은이에게서 음식을 받아먹은 사람들이 그 귀부인 주위로 다가가서 나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귀부인은 이렇게 답하였다.
3. “이 영혼은 끊임없는 기도와 희생 및 하느님과의 일치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태로 교회와 세상의 모든 사건과 하느님 정의의 사건들 앞에서 기도하고 보속하면서 정의가 사람들 위에 쏟아 부으려고 하는 징벌들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가로막으며 (하느님의 노여움을) 가시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모든 사태가 일시적으로 중지되곤 한다.”
4. 그런데 그 말씀을 듣는 동안 “나는 이다지도 몹쓸 인간이건만 저들은 나의 상태가 그런 것이라고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저 높은 곳에 달려 있는 작은 창문 앞에 있게 되자, 거기에서 과연 교회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과 앞으로 닥치게 될 재앙들을 죄다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으랴? 그렇게 한다면 너무 장황해질 터이니 그대로 지나갈까 한다.
5. 오, 그러나 나는 얼마나 울부짖으며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 모든 재앙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 발기기라도 했을 것이다.
6. 한데 갑자기 모든 광경이 사라지고 나는 내 몸속에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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