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17, 영혼은 텅 빈 무가 되어갈수록 전부이신 분으로 더 차게 된다
1907년 11월 18일
1. 평상시와 다름없이 있다가 복되신 예수님을 잠시 뵈었다. 그분을 뵙자마자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감미로운 생명이시여, 저는 너무나 좋지 못한 상태가 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무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이제는 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텅 비어 있습니다. 제 마음이 매혹을 느끼는 것은 단지 한 가지뿐인데 이것으로 저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께서 저를 충만케 해 주시기를 말입니다. 그러나 기다려 보아도 헛일입니다. 충만을 고사하고 언제나 텅 빈 무로 돌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2. 그러자 예수님은 “아, 딸아! 무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괴롭다고!” 하고 반문하셨다.
8권-18, 창조주와 조물 사이의 사랑과 일치
1907년 11월 21일
1. 여느 때와 같이 머물러 있으면서 나 자신을 우리 주님께 일치시켜 그분의 생각과 심장 박동과 모든 거동을 나의 것으로 삼은 다음, 모든 사람에게 가서 이 모든 것을 주리라는 지향도 덧붙였다.
2. 마침 올리브 동산에 계신 예수님과 일치해 있었으므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또 연옥 영혼들에게 그분의 피과 기도와 고통 및 그분께서 행하신 모든 선을 주었다. 사람들의 모든 숨과 거동과 심장 고동이 보속과 정화를 거쳐 성화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모든 선의 원천인 그분의 고통을 모두에게 약으로 주기도 하였다.
3. 내가 그렇게 하고 있을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는 너의 그 지향들로 끊임없이 내게 상처를 준다. 네가 자주 그러니까 화살이 연달아 날아오는 셈이어서 나는 늘 다시 상처를 입는다.”
4. 그래서 나는 “숨어 계시면서 저로 하여금 오시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게 하시는 당신께서 상처를 입으시다니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그 상처가 - 그것이 저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하였다.
5.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모든 말을 다 하지는 않았는데, 영혼이 나그넷길을 걷고 있는 동안에는 조물들과 창조주 사이를 흐르는 선과 사랑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혼의 활동과 말과 고통이 전부 내 안에 있다는 것, 그러니 그렇게 알고 행동할 때에만 비로소 모든 이에게 유익이 된다는 것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6. 내가 단지 너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은, 너의 모든 생각과 심장 고동과 거동마다, 너의 손발과 아파하는 뼈마디마다, 이 모든 것이 같은 수로 너에게서 나오는 빛이 된다는 것이다.
7. 그 빛들이 내게 닿으면 나는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그것을 녹이는 한편, 같은 수의 다른 은총의 빛들을 세 갑절로 늘려 너에게 다시 돌려준다. 또한 천국에서는 영광의 빛으로 바꾼 그 빛들을 네게 줄 작정이다.
8. 그러니까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넉넉할 것이다. 즉, 창조주가 오르간이라면 조물은 그 음향이고, 창조주가 태양이라면 조물은 그 광선이고, 창조주가 꽃이라면 조물은 그 향기라고 할 만큼 긴밀한 하나를 이루고 있다고 말이다. (이러한 관계가) 그 양자 중 한쪽이 없어도 성립될 수 있겠느냐? 물론 그렇지 않다.
9. 너는 내가 너의 모든 내적인 일과 고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이 바로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나와 하나인 것인데 어찌 내가 잊을 수 있겠느냐?
10. 덧붙여 말하지만, 사람이 나의 수난을 기억할 때마다 모든 사람의 선익을 위해서 그것을 증식하고 분배하려고 카운터에 내놓는 것과 같다. 내 수난은 모든이의 공동선을 위하여 내놓은 보배로운 재화이기 때문이다.
8권-19 분심에 시달리는 이유
1907년 11월 23일
1. 영성체를 한 뒤 곧잘 분심이 들곤 한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분심이 들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오히려 당신 안에 완전히 빨려든 상태로 있지 않겠습니까?”
2. 그런데, 평소와 같이 머물러 있으면서 늘 하던 대로 나의 내적인 일을 하고 있노라니, 몇 가지 분심거리가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보이는 듯 하였고,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그것들 앞에 두 손을 펴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영혼이 어수선해져서 분심에 빠진다면 그것은 그가 자기를 온전히 내게 주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표징이다. 사실, 영혼이 자기를 온전히 내게 주면 그가 나 자신의 것이 되었으므로 나 자신이 이 선물을 소중하게 간수하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마련이다.
4. 그러나 내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 사람들일 경우에는 그들의 그 자유 의지 때문에 내가 특별히 간수할 수 없어진다. 그러니 그들은 나와의 일치를 교란시키는 그 성가신 것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5. 반면에, 영혼이 나의 소유가 되면, 아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평온한 상태로 있게 된다. 우리의 일치를 교란시킬 수 있는 것은 결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책임을 내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8권-20, 모든 행동을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는 영혼의 행복
1907년 12월 어느 날
1.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예수님께서 갈바리아를 오르시는 길에서 당신의 복되신 어머니와 만나시는 광경을 생각하고 있었다. 두 분 다 가엾고 불쌍하여 마음이 아팠는데, 상냥하신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나의 수난일에 내 어머니께서 밖으로 나오신 것은 오직 당신 아들을 만나 위로를 주시기 위함이었다.
3. 이와 같이, 참으로 사랑하는 영혼은 모든 행동의 지향이 오로지 자기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 그이가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를 가볍게 해 주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인간의 삶은 외적이고 내적인 행동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영혼은 끊임없이 자기가 사랑하는 그분을 만나게 된다. 그저 만나기만 하겠느냐? 아니다, 아니다. 말은 한두 마디밖에 하지 않더라도 문안 인사와 함께 그분을 껴안으며 입맞추고 위로하며 애정 표현을 할 것이고, 그러면 그분도 만족과 기쁨을 느끼실 것이다.
4. 또한, 행동은 항상 희생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희생을 치르며 행해지는 것이기에 내게서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 줄 수 있는 것이다.
5. 그러니 자기의 행동을 통하여 언제나 나를 만나게 되는 영혼의 행복은 얼마나 크겠느냐? 그의 행동으로 나를 한 번씩 더 만날 때마다 내 사랑이 얼마나 훨씬 더 커지겠느냐 말이다!
6.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를 활용하여 자기네 행동으로 내게 이르는 지름길을 발견하고 다가와서,
사람들이 내게 끼치는 수많은 고통을 덜어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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