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6-10권

천상의책 (8권-11-16) 하느님의 뜻은 사람이 하느님을 소유하게 한다. 이 소유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는 순명이다.

Skyblue fiat 2014. 10. 23. 14:22

 

8권-11,  신적 완전성에 더욱 근접하는 방법

1907년 9월 어느 날

 

1. 그분께서 계속 오시지 않기 때문에 퍽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휙 스치는 그림자나 번쩍 하다 사라지는 번갯불 같은 모습이 고작이고 그것도 거의 계속 징벌 위협과 함께 보이는 모습인 것이다.

 

2. 오 하느님 맙소사!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세상이 뒤흔들리고, 모두가 혁명을 일으켜 서로 죽이려는 몸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주님께서는 당신 은총을 거두시고, 인간은 같은 수의 사나운 짐승들이 되고 있는 듯 하다.

 

3.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러잖아도 잔뜩 쓰라린 내 변변찮은 영혼을 너무 쓰라리게 하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오늘 아침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모든 업적은 완전하고, 이들의 완전성은 그 둥근 모양에 의하여, 드물게는 네모진 모양에 의하여 알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천상 예루살렘에는 원이나 네모 모양이 아닌 것은 돌 하나도 놓여 있지 않다.

 

5. 나는 그 말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창공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니 별과 태양과 달 및 지구 자체의 모양까지 모두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 주님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6. “공 모양의 물체는 그 각 부분의 생김새가 전부 동일하다. 이와 같이 영혼도 완전해지려면, 유리하건 불리하건 쓰건 달건 어떤 상황 속에 있든지 동일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 동일성이 모든 점에서 영혼을 에워싸고 있어서 그를 하나의 구체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 정도로 말이다.

 

7. 그렇게 영혼이 모든 점에서 동일하지 않으면 천상 예루살렘 속으로 아름답고 유연하게 들어가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저 복된 이들의 고국을 또 하나의 별처럼 단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8. 그러므로 영혼이 모든 점에서 동일해질수록 신적 완전성에 더욱 근접하게 된다

 

 

 

8권-12,  “하느님의 뜻은 사람이 하느님을 소유하게 한다.

​한데 이 소유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는 순명이다.”

1907년 10월 3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었으나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좀처럼 오시려 하지 않으셨다. 이 부재의 고통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산 제물이라는 나의 신분이 이제는 하느님의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했다. 내가 하느님 앞에 역겹고 소름끼치도록 혐오스러운 자가 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터였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 때에 그분께서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다만 한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택하는 사람은 은총을 억누르며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하느님을 종이 되게 한다.

 

3. 이어서 덧붙이시기를 하느님의 뜻은 사람이 하느님을 소유하게 한다. 한데 이 소유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는 순명이다." 하셨다.

 

4. 이 말씀을 하신 다음 그분은 사라지셨다.

 

 

 

 

8권-13,  십자가 찬미, 신성을 인성에 접붙이신 예수님의 십자가

1907년 10월 4일

 

1. 그분께서 계속 오시지 않고 따라서 고통도 별로 받지 않는 상태로 평소처럼 머물러 있게 되자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2. “예수님만이 아니고 고통이라는 선도 앗기고 말았구나. 오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를 불과 칼에 붙이시고, 제게 가장 소중하고 바로 저의 생명을 이루는 것, 곧 예수님과 십자가에도 손을 대어 치십니다. 배은망덕으로 인해 제가 예수님께 가증스러운 자가 되었다면 그분께서 오시지 않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3. 그러나, 그대, 십자가여, 이리도 잔인하게 나를 떠나다니 내가 그대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것입니까? 아, 어쩌면 그대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가요? 그대를 나의 충실한 동반자로 대우하지 않았나요?

 

4. 아, 나는 그대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대 없이는 지낼 수 없다는 것, 때로는 그대를 예수님보다 더 사랑했다는 것만 기억날 뿐입니다. 그대가 나를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좌우간 그대 없이는 살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를 떠나다니요!

 

5. 하기야 그대는 내게 좋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예수님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요, 문이요, 방이요, 비결이요, 빛이었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내가 그대를 그토록 사랑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 내게는 모든 것이 끝장나고 말았습니다!”

 

6. 내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7. “딸아, 십자가는 사람 생명의 일부분이니, 자기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만이 십자가를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오직 십자가로, 길 잃은 인성에 신성을 접붙였기 때문이다.

 

8. 십자가만이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신성에 결합시키면서 이 세상에서 구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십자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덕행, 완성, 하느님 사랑 및 참 생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뜻한다.

 

9. 이는 마치 재산을 다 날려 버린 어느 부자에게 그 재산을 되찾는 수단이 -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을 얻게 하는 수단이 주어진 것과 같다. 그가 이 수단을 얼마나 좋아하겠느냐? 풍요로운 삶을 다시 얻기 위해서 그의 온 정성을 거기에 쏟아 넣지 않겠느냐?

 

10. 이와 같은 것이 십자가이다. 인간은 매우 가난하게 되었지만 십자가는 빈곤에서 인간을 구할 뿐더러 모든 재산으로 부유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영혼의 풍요이다.”

 

11. 그리고 그분께서는 모습을 감추셨고, 나는 내가 잃은 것을 생각하면서 한결 더 쓰라린 마음으로 남아 있었다.

 

 

 

8권-14,  “정의에게 길을 좀 내 주자.”

1907년 10월 12일

 

1. 그분께서 오시지 않아 눈물로 여러 날을 보낸 끝에 드디어 오늘 아침 모습을 뵙게 되었는데,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아! 딸아, 지금부터 일년 사이에 일어나기로 되어 있는 일에 대해서 너는 아는 바가 없겠구나. 오,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지! 좀 보려무나.

 

3. 그 순간 나는 예수님과 함께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 있게 되었다. 어딘가 땅이 무너져 온 도시들이 파묻힌 지역이 보이는가 하면, 홍수가 져서 거기에서 살고 있었던 모든 것이 휩쓸려 간 지역이 보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죽은 사람들이 보였고, 또 몇몇 곳에서는 혁명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역 중에도 사람의 피를 밟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을정도로 참혹한 곳들도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 보이던 그 참상들을 누가 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뒤 어지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4. “보았느냐? 아! 딸아, 그러니 현재의 네 처지 속에서도 힘내고 인내하여라. 정의가 사람들 위에 스스로를 쏟아 부으려고 너에게 쏟아 붓기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니 네 고통의 빈자리를 그들 고통의 빈자리가 채우게 될 것이다.

 

5. 너와 나는 정의에게 길을 좀 내 주자. 이것이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너무 뻔뻔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끝나고난 뒤에는 내가 전과 같이 너와 함께 있으마.”

 

 

8권-15,  참된 사랑과 희생

1907년 10월 4일

 

1. 보통 때와 같이 있다가 나 자신의 바깥에 있게 되었고 아기 예수님을 뵈었다. 그런데 아기께서는 내 침상에 계시면서 두 손으로 나의 온 몸을 때리고 발로 몇 번이나 차기도 하셨다. 그렇게 한참 때리고 짓밟은 뒤 사라지시는 것이었다.

 

2. 나 자신 속으로 돌아온 나는 이 구타의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대로 마음은 기뻤다. 더 많이 맞기 위해서 예수님 가까이로 더 바싹 다가간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3. 그 뒤 두들겨 맞은 전신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다시 불쑥 나타나셨다. 몸소 가시관을 벗으시고 내 머리에 씌우셨는데 어찌나 힘껏 눌러 씌우셨는지 가시란 가시가 모조리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분은 나의 내면에 자리를 잡으시고 막 앞으로 나아가실 듯한 자세를 취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4. “딸아, 자, 어떠냐? 우리 더 나아가자. 세상을 벌하기 위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자.”

 

5. 나는 징벌을 내리시려고 더 멀리까지 가시려고 하는 그분의 뜻에 내 뜻도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그 말씀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그분은 이렇게 덧붙이셨다.

 

6. “내가 말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기억해 보아라. 언젠가 너에게 현재의 징벌과 앞으로 내릴 징벌들을 보여 주었을 때 너는 나의 정의 앞으로 와 인류를 위하여 애걸복걸하면서 네게 주어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겠으니 그런 너를 보아서 (징벌을) ‘열 개’ 대신 ‘다섯 개’ 로 줄이는 자선을 베풀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7. 이런 이유로, 오늘 아침에 내가 너를 때렸다. 네 원대로 해줄 수 있기 위해서, 곧 ‘열’ 만큼 쳐야 하는데도 ‘다섯’으로 줄여 주기 위해서 말이다."

 

8. 그리고 그분은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사랑은 영혼을 고상하게 하고 나의 모든 부를 소유하게 한다. 참된 사랑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하더라도 어떤 구분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 것이 다 네 것이다(루가15,31).’ 이것이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쓰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9. 그러므로 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상대방의 추함을 없애고 아름다워지게 한다. 한쪽이 가난하면 부유하게 하며, 무식하면 박식하게 하고, 비천하면 고상해지게 한다.

 

10.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심장도 하나로 고동치고, 숨도 뜻도 하나가 되므로, 다른 어떤 고동이나 숨결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면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가슴이 미어지고 질식할 지경이 되어 병에 걸리고 만다. 따라서 참된 사랑이 곧 건강이요 성덕이어서 그런 사람은 발삼 향유와 같은 방향성의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이것이 바로 사랑 자체의 숨결이요 생명인 까닭이다.

 

11. 하지만 이 사랑을 더욱 고상하고 힘차고 확고하게 하며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은 희생이다. 사랑이 불꽃이라면 희생은 장작이다. 장작이 많을수록 불꽃은 더 높이 타오르고 그만큼 더 불길이 세어지는 것이다.

 

12. 희생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사랑 안에, 사랑하는 이 안에 자기 자신을 비우는 것인즉, 자기를 많이 희생할수록 사랑하는 이 안에 더욱더 소멸되는 것이요, 이처럼 자기를 잃음으로써 하느님의 모든 특성과 숭고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13. 보아라. 이는 자연계에서도 아주 불완전하게나마 한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14. 왕에 대한 사랑으로 전쟁터에서 자기 목숨을 바치는 군인과 양손을 허리에 대로 서서 방관만 하는 군인 중 어느 쪽이 명성과 고결함과 영웅적인 장함을 얻겠느냐? 물론 전자이다. 종도 그렇다. 주인에 대한 사랑으로 자기를 희생하며 목숨까지 내어 놓고, 자기의 이익보다는 주인의 이익을 더 유심히 돌보는 충실한 , 의무는 다하지만 희생을 피할 수 있을 때는 주저 없이 피하고 마는 종 가운데서 어느 쪽이 주인이 식탁에 앉을 만하겠느냐? 물론 전자이다. 이는 아들과 아버지, 친구과 친구 및 다른 모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15. 그러므로 사랑 사람들을 고상하게 하고 결합시켜 오직 하나가 되게 하고, 희생 사랑의 불길을 키우는 장작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돈하는 것이 순명이다.”

 

 

 

 

8권-16,  하느님의 뜻 안에 있는 영혼은 매사를 그분과 함께 해야 한다

1907년 11월 3일

 

1. 아침에 여느 때와 같이 있노라니 그분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며 거듭거듭 “우리 더 나아가자...”하시는 음성이 들렸다.

 

2. 이 말씀을 듣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어찌하여 ‘우리 더 나아가자.’고 하십니까? 차라리 ‘사람들을 벌하기 위해서 내가 더 나아가겠다.’ 하십시오. ('우리'하고 하시면) 저의 뜻도 포함되는 것이니 두렵습니다.”

 

3.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뜻과 너의 뜻은 하나이다. ‘사람들은 벌하러 우리 더 나아가자’ 라고 말하는 나는 또 징벌을 능가하는 - 월등 능가하는 - 선을 베풀 때에도 똑같이 말하지 않느냐? 또한, 내가 다른 많은 징벌을 보내지 않을 때에도 너는 나와 하나 되어 있지 않느냐? 그러므로 좋은 것 속에 결합해 있는 사람은 나쁜 것 속에서도 결합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나와 너 사이에는 어떤 갈라짐도 있으면 안 된다.

 

4. 너는 아주 작은 풀(草)에 불과하지만 하느님께서 놀라운 미덕을 부여하시며 즐거워하시는 풀이다. 이 작은 풀이 지닌 미점을 모르는 사람은 짓밟고 지나가며 눈길 한 번 주지 않거니와, 이와 꼭 마찬가지로, 내가 네 안에 놓아둔 선물과 내 작은 풀인 네가 지닌 미덕을 모르는 사람은 너를 짓밟을 뿐더러 내가 이리도 작디작은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어떻게 즐거움을 느끼는지 그 까닭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5. 그 뒤 그분께서는 당신 머리를 내 머리에 기대고 계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오 부디, 당신의 가시관 아픔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하자 그분은 “내가 너를 때려 주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하고 대답한 순간, 작은 불덩이들이 달린 회초리 하나가 예수님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불을 본 나는 “주님, 불이 겁납니다. 그냥 회초리로만 때려 주십시오.” 하였다. 그분은 “네가 맞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나는 가겠다.” 하셨다.

 

6. 그리고 그분은 “당신 마음대로 저를 때려 주십시오.” 라고 내가 다시 청할 겨를도 주시지 않고 곧장 사라지셨다.

 

7. 오, 그러니 나는 얼마나 큰 걱정과 괴로움에 싸여 남아 있었는지! 하지만 그분께서는 그지없이 선하시니 나를 용서해 주시리라.